 |
IN AMERICA / 옥외광고도로야? 갤러리야? - 크리에이티브 돋보이는 미국의 옥외광고유미정 / MBA, Hibbitts & Associates 대표, 사보통신원
자동차나 기차를 타고 떠나는 미국 여행은 여러모로 즐겁다. 웅장한 산맥, 거울같은 호수, 구불구불 끝없이 흘러가는 강과 적막하고 신비한 사막, 그리고 대조적으로 휘황찬란한 대도시의 마천루를 보는 기쁨은 필자에게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유로움을 선사한다. 이 가운데, 아직도 광고와 연관을 맺고 있는 나에게 미국 자동차 여행이 주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고속도로에 즐비한 빌보드 광고를 보는 일이다. 톡톡튀는 카피와 비주얼로 시선을 사로잡는 광고들 때문에 여행 동반자와 얼마간의 재미난 대화가 이어지는 것은 내 여행의 상례이다. 왜 저 상황에서 저러한 카피가 나왔는지, 왜 저 비주얼이 선택되었는지, 그리고 그 기막힌 유머 감각에 잠시 후 이어지는 한바탕 웃음, 광고를 게재한 회사가 곤혹을 겪고 있는 금융 스캔들에 관한 이야기 등으로 여행은 더욱 즐거워지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의 도로를 나서면 어느 곳에 선가 들었던 한 미국 광고 관계자의 말이 떠오른다. “미국의 옥외광고산업이 고속도로를 멋진 갤러리로 만들어 놓고 있다.(Outdoor advertising is turning highways everywhere into dazzling art galleries).” 옥외광고는 영어로 Outdoor Advertising 혹은 Out-of-Home Advertising이라고 하는데 광고의 형태 중에 가장 오래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옛날 이집트 상인들이 팔고자 하는 물건의 메시지를 돌에 새겨 여러 사람들이 다니는 길에 놓았던 것이 원조라고 하는 옥외광고는 이후 종이가 발명되고 인쇄 기술이 발달하면서 공지사항처럼 공공장소에 붙이는 형태로 발전되었다고 한다. 현대 옥외광고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빌보드도 어원을 보면 종이(Bill)를 나무판(Board)에 붙이는 이때의 관습에서 유래된 것이다. 어쨌든 이렇게 다소 원시적으로 시작된 옥외광고는 현재 미국에서만 2001년 기준으로 5조2억원 규모로 성장했으며 2002년에는 아직 공식 발표가 되지는 않았으나 2001년 대비 5%증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옥외광고는 형태도 매우 다양하게 발전해 왔다. 보통 옥외광고라 하면 대형 빌보드 광고만을 생각하기 쉽지만 미국에서는 전통적인 전파, 인쇄광고가 아닌 곳에 게재하는 모든 광고를 옥외광고로 광범위하게 일컫는다. 빌보드 이외에 활용되는 것으로 먼저 Street Furniture라는 것을 들 수 있는데 이는 버스터미널이나 거리 벤치, 신문 판매대, 또는 주차 미터기 등을 광고면으로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Transits이라고 하는 것은 택시탑(Taxi Top) 이나 지하철 내부, 버스의 양면 등 움직이는 교통수단을 광고면으로 활용하여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그 밖에 Alternative는 상기의 카테고리에 속하지 않는 광범한 소재를 모두 포괄하는데 쇼핑 카트나 심지어 드라이클리닝의 커버까지, 광고면으로 활용될 수 있는 모든 것을 포함한다. 이와 같은 옥외광고는 전통매체 광고를 보완하는 수단으로 지난 10년동안 미국광고에서 급 성장하였다. 광고주들은 옥외광고가 제품의 특정 타겟에 따라 타겟 적중이 용이하다는 점을 선호의 이유로 꼽는다. 자신의 타겟 소비자가 어디에 있는지, 어디에서 일을 하고, 쇼핑하는지를 안다면 옥외광고는 대중매체가 따라갈 수 없는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 될 수 있다. 요즘 사람들은 신문을 읽고 뉴스를 보는 시간보다 운전하면서 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은데 1891년 창설된 미국의 옥외광고협회(OAAA: Outdoor Advertising Association of America)의 통계에 따르면 사람들은 운전 중 75%의 빌보드 광고를 본다고 하고 이 중 63%의 광고 메시지가 실제로 읽혀진다고 한다. 옥외광고의 또 다른 장점의 하나는 전통 매체에 비해서 저렴하다는 점이다. 옥외광고는 CPT(Cost Per Thousand)가 TV광고에 비해 80%가 적고, 라디오 방송에 비해서 50%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 방법은 소규모 브랜드들이 메가 브랜드들과 효과적으로 겨룰 수 있는 광고 방법으로 인식되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아마 옥외광고가 가장 선호되는 이유는 하루 24시간 일주일 7일 내내 광고가 가능하다는 점일 것이다. 24시간 TV나 라디오 광고를 운영하기 위해 드는 비용과는 비교가 될 수 없는 것이다. 한편 옥외광고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운전이나 도보 등 이동 중에 이를 접하게 된다는 독특한 매체 특성 때문에 크리에이티브 제작에 전통 매체광고 제작과는 다른 차원의 도전을 안겨주고 있다. 옥외광고 메시지를 볼 수 있는 시간이 몇 초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아주 훈련되고 간결한 크리에이티브의 정수가 요구되
브랜드인지 외에 과다한 정보 전달은 옥외광고에서 가장 위험한 것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는 웹 사이트 주소나 전화번호 등을 실어그들이 직접 커뮤니케이션에 참여하도록 권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는 옥외광고의 크리에이티브가 이들을 이와 같은 자발적인 행동으로 유도할 만큼 독창적이고 성공적이냐는 것이다. 그러면 어떤 옥외광고가 좋은 옥외광고일까? 예외는 언제나 있으나 매년 OAAA가 선정하여 수상하는 OBIE 상의 2002년도 수상작들을 살펴 보면서 옥외광고 크리에이티브의 기준을 가늠해 보고자 한다. <광고 1> New Orleans의 농구팀 Hornets팀을 프로모션하는 이 빌보드 광고는 뛰어난 비주얼로 OBIE의 영예의 대상을 차지하였다. 이 팀이 자랑하는 24번 Jamal Mashburn을 모델로 한 이 광고는 그의 역동적인 드리블 때문에 빌보드 면이 밀려나가고 있는 뛰어난 비주얼 발상으로 관계자들의 찬사를 받았다. 빌보드의 왼쪽 면을 실제로 밀려 나가도록 하여 입체적으로 처리하였다.
<광고 6> 안경, 콘택트렌즈, 썬글라스를 유통하는소매업체 For Eyes의 이 옥외광고는 내게는 가장 미국적인 광고로 한참 배꼽을 잡았던 광고이다. 구닥다리 부엉이 안경을 쓴 이 남자의 비주얼과 Celibacy isn’t always a choice라는 카피는 전혀 맞지 않는 반어의 묘미를 보여 주고 있다. Celibacy는 섹스를 금하는 것으로 Celibacy isn’t always a choice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 없이 Celibacy가 지 켜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어떤 경우가 그럴까? 너무 잘 생겨서 따르는 유혹이 너무 많아서? 하지만 부엉이 안경의 이 남자의 경우는 Celibacy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운명처럼 보인다. 쯧 쯧... For Eyes에서 새로 나온 멋진 안경으로 바꿔 썼으면 좋았을 것을...
<광고 7> 인재 채용과 일자리 주선을 해 주는 온라인 채용정보회사 Monster.com의 옥외광고이다. 여권 평등의 목소리가 강한 미국에서도 오래 전에 여성이 직장에서 초고속 승진을 하는 경우, 실력보다는 영향력 있는 인사들과 잠자리를 같이 했다는 비아냥이 있었다. 카피는 너무 못생겨서 이것조차 가능성이 없는 사람들은 남자건 여자건 일찌감치 Monster.com을 통해 더 나은 직장을 찾으라는 메시지를 뛰어난 유머로 전달하고 있다. 지극히 미국적인 유머를 광고주의 서비스와 연계한 옥외광고 수작이다. <광고 8> 비누 등 세제를 생산하는 유니레버의 버스정류장을 활용한 이 옥외광고 역시 옥외라는 매체의 특성을 최대로 활용한 아트디렉터의 천재성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이를 위해 유니레버는 버스 대기장을 한 가정의 욕실로 착각을 일으키도록 디자인하였다. 물방울이 낀 유리창과 세면대와 유니레버 비누를 보면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노라면 누구나 금방 뜨거운 물을 콸콸 틀어 세수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까?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옥외광고 디자인은 비주얼로 된 이야기, 즉Visual Story Telling이다. OBIE의 수상작들에서 드러나는 공통적인 요소들은 소비자를 놀라게 하는 위트가 번쩍이는 카피와 그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한 흥미 진진한 비주얼이었다. 이를 통해서 이 광고들은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영향을 끼치고 궁극적으로 제품을 팔리게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들 광고들은 또한 대단한 간결성과 집중력으로 몇 초로 제한된 옥외광고라는 매체의 단점을 잘 해결하고 있다. 이를 위해 총 천연색을 활용하여 소비자의 기억에 오래 지속되는 인상을 심어 주려 하는 것도 공통점으로 보인다. 한편 카피는 다양한 거리에서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글자의 크기를 배려하고 글자, 단어, 라인간에 적합한 거리를 두어 Visibility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광고를 통해 나타나지는 않지만 장소의 중요성을 거론치 않을 수 없다. 옥외광고의 성공은 정확한 시간과 장소에 정확한 타겟에게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에 있다. 그러므로 효과적인 옥외광고 캠페인을 전개하기 위해선 타겟마켓의 역동성을 제대로 읽는 능력이 필요하다. 애플컴퓨터社가 “Think Different” 캠페인을 전개할 무렵 민권 운동가였던 Rosa Parks를 등장시킨 광고를 지역의 버스에만 실었던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광고의 메시지와 주변 환경 사이에 숨은 관계를 발견해내는 것이야말로 그 광고를 더욱 흥미있고 빛나게 만드는 것임에 틀림없다.
* OBIE는 고대 이집트의 큰 석조형물인 오벨리스크(OBELISK)를 말하는 것으로, 과거에는 여기에 법문이나 조약 등을 새겨 대중에게 공포하였다. 일부 광고학자들은 수 천년전에 등장한 오벨리스크를 최초의 광고로 보기도 한다. |
||
|
|
||
|
|
고
있는 것이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