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시장을 좌우한다” 소비행태 변화 꿰뚫는 기상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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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시장을 좌우한다”
소비행태 변화 꿰뚫는 기상마케팅

김효규 · 텍사스주립대 광고학 박사과정

작열하는 태양 빛에서부터 그칠 줄 모르는 장마 비까지 한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변덕스러운 날씨가 계속되는 계절, 여름. 이런 변덕스러운 날씨에 따라 상인들의 표정이 달라지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계절과 날씨에 따른 소비행태와 광고의 변화는 미국에서도 예외 없은 이슈 중의 하나이다. 이번 호에서는 계절에 따른 소비행태, 그리고 광고전략의 변화를 통해 여름 미국광고의 일면을 살펴보기로 하자

오랜 가뭄 끝에 억수같은 비가 퍼붓고 나면 곧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이다. 이렇게 무덥고 때로는 변덕스러운 날씨가 계속되면 우리의 소비생활 패턴은 변할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생산자나 유통업자는 새로운 전략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 때로는 역으로 이들의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 우리의 소비행태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계절에 따른 날씨의 변화는 미국에서도 예외없이 소비자의 소비행태와 마케팅 전략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연중 2/3이상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오는 시애틀이 미국내 자살률 1위와 더불어 커피소비량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날씨가 소비행태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올 여름 미국 동부와 중부지역의 이상고온으로 인해 에어컨 판매가 급증, 이 지역의 에어컨 관련 마케터들과 광고업자들을 들뜨게 하고 있다는 뉴스도 새삼스러운 예는 아닐 것이다.
4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운 여름이 한창인 텍사스와 같은 지역의 골프장에서는 골퍼들을 위해 낮 12시이후 스페셜 프로그램,「지글지글 보너스(sizzling season)」라는 것을 시행하고 있다. 정오 이후 오후에 골프장에 오는 고객에게 많은 할인 혜택을 주는 전략인 이 프로그램은 작열하는 태양열 아래서 골프를 치지 않으려는 손님들을 끌기 위한 수단으로, 날씨 때문에 생긴 프로모션의 일종이다.

무더운 날씨속 선탠크림 등 판매증가

최근 A.C 닐슨사의 통계조사에 따르면 무더운 날씨로 인해 미국에서 큰 폭으로 소비량이 증가한 대표적인 제품은 선탠 및 선블락 로션과 크림이다(사진 1). 여름철 자외선 차단 관련 제품은 이전 분기보다 무려 565%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바베큐용 소스가 57.8%, 프랑크푸르트 핫도그 33.8%, 아이스크림이 16.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표 1).
물론 이러한 증가는 일반인들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날씨가 더우니까 당연히 아이스크림 소비량이 증가할 것이고, 따가운 태양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선탠 로션이 필요하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당연한 예상도 마케터들에게는 사전에 치밀한 예상과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올바르게 대처하기 어려운 일이다. 과거의 경험에 안주해 있다가는 불규칙한 날씨 변화에 따라 크게 낭패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진1. 여름철 대표적인 판매신장제품인
자외선 차단용 로션광고.

날씨가 더워짐에 따라 사람들은 해변으로 향하고 집밖으로 달려나간다. 이 순간을 마케터들은 놓치지 않고 거리로 함께 달려나가 판매고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오스카 마이어사의 「오스카 마이어와 함께 미소를(Oscar Mayer Share the Smiles)」이라는 판촉행사를 예로 들자면, 핫도그를 등에 실은 이 회사의 유명한 자동차인 Weinermobile는 미국 전역 200개 도시를 순회하며, 판촉기간에 달린 거리만도 50만km에 해당된다. 이들이 하는 프로모션은 길이 7미터나 되는 핫도그를 얹은 자동차 앞에서 사람들이 함께 사진을 찍도록 하는 것이다(사진 2).
이와 같은 거리에서의 행사는 비단 오스카 마이어사에 그치지 않는다. 날씨가 더위짐에 따라 점점 더 많은 마케터들이 거리로 나와 소비자들을 만나고자 한다. 공짜로 샘플을 준다든지 아니면 몇가지 사은품들을 앞다투어 제공한다.
이와 같은 이유는 거리에서의 이벤트 행사가 매체를 통한 광고비보다 저렴하며 소비자에게 더 오래 기억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TV를 통한 간접적인 방식보다는 이와 같은 직접적이고 상호작용적인 행위가 보다 효과적』이라고 이벤트 마케팅 전문회사인 U.S.Concepts사의 Brad Bryen씨는 말하고 있다. 그는 『소비자들과 얼굴을 마주하는 살아있는 마케팅 전략이 훨씬 제품 이름을 오래 기억하게 만든다』라고 덧붙인다.

사진2. 길이 7m의 핫도그를
등에 싣고 미국의 200개 도시를
순회하는 오스카 마이어사의
판촉 차량 Weinermobile.

사람들 이동 많은 여름, TV광고료 하락하고 옥외광고료는 상승

옥외광고의 인기는 태양열의 온도 상승과 함께한다. 전통적으로 5월과 9월 사이에 옥외광고의 수요는 증가한다. 여름방학이나 여름 휴가 기간 사람들은 여행을 떠나기 위해 자동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질주한다. 당연히 길가에 늘어선 옥외광고에 노출될 가능성은 늘어나고 유명한 해변가의 경우 광고단가는 하늘로 치솟는다. 고속도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옥외광고. 특히 여름철에는 옥외광고의 인기가 상승한다(사진3).
심지어 한 광고회사에서는 여름에 더움, 보통, 서늘함의 3가지 정도의 기온에 따라 광고비를 책정하는 새로운 모델을 선보이기도 한다. 만약에 기온이 보통 이상으로 더울 경우에는 더 높은 요율의 광고비를 책정하게 된다. 그만큼 사람들이 거리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일 것이다.

사진3. 옥외광고의 인기는 태양열의 온도 상승과
함께 한다. 휴가를 떠나기 위해 고속도로로
밀려드는 사람들에게 옥외광고가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

이처럼 여름이 한창 무르익어감에 따라 휴가여행객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TV 시청률이 떨어질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여름철 시청률의 하락 폭이 그다지 크지 않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TV 시청을 즐기고 있는 듯하다. 『TV 시청률이 일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의 감소폭은 예전의 50년대나 60년대와 같이 심각하지 않다』라고 TV 시청률 전문회사인 A. C 닐슨 미디어 리서치사의 한 간부는 말한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1998년 미국의 가구당 일일 평균 시청률이 봄의 30%대에서 여름이 되면서 28%대로 떨어졌다. 하지만 1951년의 조사결과인 23%대의 봄 시청률과 15%대의 여름 시청률을 비교하면 아주 미미한 정도의 하락세다(그림 1). 그러나 여전히 맥주나 청량음료를 제외한 대부분의 TV 광고단가가 여름에는 하락세이다.

이렇게 전체적으로는 여름의 TV 시청률이 광고단가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떨어지기는 하지만,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 전문 연구소인 Kid Think사의 최근 설문결과에 따르면, 어린이들의 경우 여름에 TV 시청률과 영화관을 찾는 회수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었다.
특히 이들을 공략하기 위한 신작 영화들은 이들이 가장 기대하는 것들 중의 하나이다. 올 여름만 해도 루카스 필름이 제작한 영화 「스타워즈 에피소드 1」은 미국 어린이들의 기대를 한껏 부풀게 했으며, 영화제작자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영화관으로 향한 어린이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따라서 이에 따른 캐릭터를 비롯한 관련 상품의 광고효과는 놀라울 정도였다.

여름 스포츠의 대명사 프로야구와 연계 프로모션 전개하는 그래프트사

계절과 날씨가 마케팅에 영향을 준 또 하나의 대표적인 예로 크래프트사를 들 수 있다. 크래프트사의 경우 여름은 나름대로 즐거운 계절이다. 여름 스포츠의 대명사격인 프로야구와 연계한 프로모션을 전개하며 여름시즌을 철저히 공략하고 있는 크래프트사의 이유는 간명하다. 그들 자체 조사결과에 의하면, 주부들은 기온이 올라감에 따라 뜨거운 가스 불이 있는 부엌에서 일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경향은 크래프트사의 패스트푸드 라인 담당자들에게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도매상들에게 날씨가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 역시 너무나 당연한 일일 것이다. 우리 모두는 눈오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하고 많은 광고들이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삼고 있지만 실제로 크리스마스 쇼핑 시즌 때 눈이나 비가 온다면 도매상들은 울상을 짓고 말 것이다.
무더운 여름날에 선풍기나 에어컨이 잘 팔리는 것은 기본 상식이고, 비교적 따뜻한 겨울에 부츠나 코트가 팔리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 도매상들이 예상 판매량을 최소 6개월 전에는 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도매상들이 적절한 판매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기상예측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장기적인 기상예측은 유통업자나 생산자들의 판매전략과 마케팅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특히 감기 약이나 스키용품, 자전거, 비료 등의 생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편으로 장기적인 기상예측은 판매량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광고전략 수립과 상품진열대의 적절한 확보에도 영향을 미치며, 수송비용 절감을 위한 적절한 지역적인 분배를 위해서도 이용된다.
유통업계에 전해 내려오는 속설 중 하나는 『날씨에 따른 적절한 광고와 프로모션의 시기선정이 최소 25%정도의 판매증진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 때 연합군을 승리로 이끈 노르망디 상륙 작전도 Irving Krick이라는 초기 기상학자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성공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기상학자 Krick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그는 동시에 최초로 장기 기상 예측 기술을 비즈니스업계에 연결한 사람이기도 하며 초기의 영화산업과 농업생산에 있어서 그의 기상 예측 기술은 대단히 유용한 것이었다.

유통업자, 생산자들이 마케팅에 큰 영향을 끼치는 날씨

미국의 대표적인 유통업체인 K마트에는 괴짜라고 소문난 간부가 한 명 있다. 다른 간부들은 모두 경제적인 예측이나 인구학적인 혹은 마케팅 전망에 따라 예산을 측정하는데 반해, 정원관련 담당간부인 데니스 찰스는 오직 장기간의 일기 예측에만 의지하여 예산을 편성하기 때문이다. 그는 1년 전에 미리 다음 한해의 기온과 강우량을 정밀 분석한 뒤, 얼마만큼의 정원용 호스와 바베큐용 석쇠 등을 생산할 지를 결정한다. 그에게 있어서 날씨란 궁극적으로 비즈니스 수단인 것이다. 그가 그 부서를 담당한 이래 5년간 연속적인 판매상승을 보였고, 그의 예측은 다른 자료에 근거한 동료들의 어떤 예측보다도 정확했다.
경쟁업체인 시어스에도 장기간의 날씨에 근거해 반바지에서부터 에어컨, 잔디 깎는 기계 등에 이르기까지 상품들의 수요를 예측하는 전문가가 있다. 이외에도 땔감재료를 생산하는 제재소에서부터 기차나 트럭회사, 나아가 항공회사까지 날씨에 의존하여 미래수요를 예측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이와 같이 계절에 따른 날씨의 변화는 소비자들의 구매행위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이해되어왔고, 여러가지 면에서 왜 그리고 언제, 어디서 소비와 구매행위가 이루어지는가에 대해 실제로 날씨가 많은 설명을 해주고 있다. 따라서 앞서 말했듯이 날씨에 따른 소비행태의 변화를 예측하고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것은 마케터들의 기본적인 과제이다. 하지만 이러한 적절한 전략의 수립이 쉬운 일이 아닌 것은 비단 예측할 수 없는 자연, 즉 날씨의 변화무쌍함에서만 연유되는 것은 아니다. 날씨와 소비자의 행위에 관한 상호관계가 직접적이고도 일관성이 있는지를 어느 누구도 자신있게 말할 수 없다는 사실 또한 마케터들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이다.

날씨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과 반응 다를 수 있어

실제로 날씨라는 외적인 요인 못지 않게 날씨에 대한 인식이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종종 있으며, 이같은 인식은 또한 지역적으로도 매우 다른 형태를 지닐 수 있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라스베가스에 사는 여성들은 반바지를 화씨 64도에 이르기 전까지 구입하지 않지만 추운 날씨에 상대적으로 잘 적응하고 있는 시애틀에 사는 여성들은 화씨 54도만 되어도 반바지를 입기에 충분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비슷한 기후대에 사는 경우라도 날씨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과 반응은 달라지고 있다. 피터스버그 지역은 같은 플로리다주의 마이애미 지역과 비슷한 기후를 갖고 있다. 하지만 비오는 주말은 피터스버그 지역의 상인들을 우울하게 만들고 반대로 마이애미 지역의 상인들은 비오는 주말이 즐겁다. 노인층이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피터스버그 지역에서는 비오는 주말에 노인들이 차를 타고 쇼핑을 하러 가는 일이 쉽지 않지만 이에 반해 상대적으로 젊은이들이 많은 마이애미 지역에서는 날씨 때문에 해안가로 가지 못한 화풀이를 젊은이들이 쇼핑으로 해소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같은 도시 안에서의 소비행위는 어떠할 수 있을까? 소득수준이 높은 소비자들은 날씨와는 보다 무관하게 소비행위를 계속하는 반면, 소득수준이 낮은 소비자들은 필요에 의한 소비행위를 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겨울 코트를 네 벌이나 갖고 있는 부유한 여성은 날씨에 관계없이 스타일이나 색깔 때문에 새로운 코트를 살 수가 있지만, 그렇지 못한 여성은 날씨가 충분히 추워야만 새로운 코트를 살 것이다. 심지어 같은 가족간에 있어서도 날씨에 영향을 받는 정도는 달라질 수 있다. 여성인 경우 계절이 바뀌기 전에 미리 겨울 부츠를 구입하는 경향이 강한 반면, 남성들은 날씨가 추워야만 겨울 부츠를 장만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계절에 따른 날씨는 우리의 소비패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지만 적절한 마케팅 계획과 광고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는 그 밖의 많은 요인들이 계절 및 날씨와 어떻게 연관되어 고려될 수 있는지를 주목해야 할 것이다. 날씨와 소비자들의 구매행위에 관한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분석해내는 일은 「내년 9월 1일의 날씨는 어떠할까」라고 예측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와 같은 기상정보를 어떻게 적절하게 마케팅 프로세서에 접목시키는가 하는 문제이다. 마케팅 종사자들이 계절과 날씨를 통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계절과 날씨가 어떻게 그들의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문제는 통제할 수가 있다.
최근 한 인터넷 몰의 성공은 뜨거운 여름이라는 계절을 그들의 마케팅 프로세서에 잘 접목시킨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듯하다. 여름시즌이 시작되면서 수영복 시장이 활기를 띠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이중 재미있는 것은 새로 수영복 판매사업을 시작하면서 성공을 거둔 이 인터넷 몰의 절반이상의 판매가 뚱뚱한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졌고 이 몰의 마케팅 전략 역시 이에 집중되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일반 가게에서는 큰 사이즈의 수영복을 전시하거나 판촉하지도 않고, 뚱뚱한 사람들은 남들 앞에서 수영복을 구하러 다니기를 원치 않는다. 따라서 이들 뚱뚱한 사람들은 익명성이 보장되는 인터넷을 통해 수영복을 사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