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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국민학교 6학년이던 소녀가 응모 작품에 첨부한 디자인 의도를 원문 그대로 소개하도록 한다. 이 속에 캠페인이 갖는 상징적
의미가 단적으로 표현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해면에서 점보를 올려다보면서 고래는 '나도 바다보다 더 넓은 하늘에서 저 놈처럼 헤엄쳐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을 거예요. 그리고 1만 미터 상공에서 연날리기를 하면 끝내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문어, 꼭 한번 마음껏 날아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문어, 꼭 한번 마음껏 날아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문절망둑, 오징어는 '하늘에서는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이 더 잘 될텐데...'하며 안타까워하고 있어요. 배를 한껏 부풀리고서는 하늘 가득 비누방울을 날리고 싶어하는 복어, 해파리는 역시 둥실둥실, 말미잘은 점보에 딱 달라붙어서, 도미는 한번쯤 슈트케이스를 들고 하늘을 여행해보았으면...'하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내가 점보에 디자인해서 바다 친구들의 꿈을 이루어주고 싶어요. 하늘을 나는 찬스는 지금밖에 없잖아요" 비행기에 페인트하는 작업은 미국 시애틀 보잉사 공항에서 이루어졌다. 테스트 비행을 기다릴 틈도 없이 '하늘을 나는 고래'에
대한 소문이 점점 번져 당시 시애틀에서 그 존재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미디어의 과열은 마린점보 열풍이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였으며, 브라운관에 마린점보가 등장하지 않은 날이 없을 정도의 상황이 계속되었다. 1993년 9월 12일 하네다 공항에 모여든 군중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승객들을 가득 태운 고래는 드디어 하늘을 날아올랐다. 그 후에도 마린점보의 화제는 진정될 줄 몰랐으며, 이제 마린점보 캠페인은 광고 캠페인의 틀을 뛰어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취항 고지 이외의 특별한 광고를 집행한 것도 아니며, PR이라고할 만한 어떤 홍보도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하네다는 말할 것도 없이, 마린점보가 도착하는 비행장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도착지에서는 곧바로 지역TV가 뉴스로 취급을 했다. 화제가 화제를 불러 자기 증식을 해 나가는, 그것은 우리들의 예감을 완전히 뛰어넘는 양상을 보였다. |
<광고1> 비행기에 그려넣을 일러스트를 공모한다는 내용의 광고. |
<광고2> 일러스트 공모 당선작 고지 광고. |
| 이런 상황에 놀란 사람은 우리들 관계자였다. 우리는 하나의 꿈이 스스로 자기 증식을 해 끝없이 성장하는, 스릴이라고까지 말하고
싶을 정도의 겪기 어려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후 잠깐이라도 좋으니까 보고 싶다, 한번이라도 타보고 싶다는 소리가 점점 커져갔다.
당초 마린점보는 오오사카, 후쿠오카, 삿뽀르, 오키나와 이 4개의 간선상의 도시에만 취항할 예정이었는데 각 지방 자치단체에서도 우리 시에도 취항을 하게 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해왔다. ANA에서는 이러한 요청에 테크노점보보다는 아주 작은 보잉767기에 마린점보와 똑같은 디자인을 입혀 취항시키기로 했다. '마린점보 주니어'의 출연인 것이다. 이제 지방의 작은 도시에도 고래 비행기가 날아다닐 수 있게 되면서 마린점보 캠페인은 광고 캠페인이라기 보다는 사회현상에 가까운 변모를 하고 있다. 사람들은 ANA의 운항 시간표를 펼쳐놓고 마린점보, 또는 마린점보 주니어의 스케줄을 확인하고 서로 앞다투어 탑승을 했다. 마린점보와 그 주니어는 만원 취항을 현재까지 계속하고 있다. 물론 이 캠페인이 ANA의 기업 이미지를 높여준 것은 계산 불가능할 정도이지만 더 기쁜 점은 바로 집객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었다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캐릭터 제품의 제조·판매라는 새로운 비즈니스의 전개로도 이어졌다. 손목시계, 프라모델, 그리고 인형, 쇼핑백, 골프볼, 에이프런, T셔츠, 운동복 등 마린점보 캐릭터 상품이 개발되어,전부 판매에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캐릭터 머천다이징이라는, 항공사에게는 새로운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개척하고 실현시킬 수 있었던 것은 관계자들에게 즐거운 오산이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상황의 전개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얼마전 취항 1주년을 기념해 '버스데이 캠페인'을 실시한 바 있는데, 이 캠페인은 ANA 탑승권을 동봉해 응모하면(ANA에 탑승한 사람만이 응모 대상이었다) 추첨을 해 마린점보 캐릭터 상품을 보내주는 것이었다. 응모 통 수는 자그마치 100만 통, 즉 그 2개월이라는 캠페인 기간 동안 100만명이 ANA를 이용했다는 이야기로 이는 마린점보의 파워가 아직도 줄어들지 않고 있음을 증명해준 사건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캠페인은 지금 준비중인 <라스트 비행 캠페인>에 의해 유종의 미를 거둘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
<광고3> '마린점보'가 취항하게 되었음을 알리는 신문광고. |
<광고4> '마린점보'가 취항하게 되었음을 알리는 포스터광고. |
| 꿈은 사람을 움직일 수 있다.
캠페인의 개요는 이상과 같다. 내가 작업을 통해서 다시 한번 느낀 것은 '꿈이 갖고 있는 힘'이라는 것이었으며, 꿈은 사람을 움직일 수 있다. 또는 사람은 꿈을 따라 움직인다는 것이었다. 이 캠페인이 시작된 때는 일본의 경기가 매우 안좋았을 때였다. 일본은 80년대 후반 사상 최고의 버블 경제가 진행되고 90년대에 들어서서 그 버블이 붕괴되면서 사상 최악의 경기 침체를 경험하게 된다. 사상 최고의 호경기와 그에 이은 최악의 경기 침체는 일본 사회를 매우 어둡게 만들었으며 일본인들을 의기소침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혹자들은 이런 사회의 분위기가 마린점보와 같은 달콤한 기획을 성공시켜 준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물론 일본 사회가 몇년간 계속된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밝은 꿈이 있는 무엇인가를 무의식적으로 모색하던 절묘한 타이밍의 덕을 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시대론적인 요인보다는 이 기획이 갖고 있는 보편적인 파워를 더 높이 사고 싶다. 본질적인 가치는 시대 환경이 어떻게 변해도 언제나 그 힘을 간직하고 있다. 사람은, 아무리 힘든 상황에 놓여져도 꿈을 그려내는 힘을 잃어버리지 않고 간직하며 항상 그 꿈이 간직하고 있는 파워에 의해 용기를 되찾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맞는 이야기일 것이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 작업은 ANA의 사원 한 명이 그냥 생각해 본 몽상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것을 실현해 보면 괜찮겠다고 주위에서 조금씩 실현에 접근시켜 주었고, 그 뒤 어린이들이 그 꿈의 형상화 작업에 동참을 해 주었다. 그리고 그 꿈에 힘을 불어 넣어 준 것은 그 꿈을 갖고 있는 밝고 달콤한 동심의 세계였다고 한다. 이러한 것들이 결국은 모든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꿈의 세계을 창조하는 원동력이었다고 생각한다. |
<그림1> '마린점보'의 운항 스케줄을 알려주는 ANA항공으 타임 테이블. |
<사진1> ANA 마린점보 캠페인은 집객에 직접적인 도움도 주었지만 캐릭터 제품으로 인한 새로운 비즈니스도 가능하게 했다. |
| 나의 경험적 광고 철학
지금까지 ANA의 마린점보 캠페인을 소개하면서 나는 '꿈'이라는 키워드를 사용해서 설명했다. 다시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20년이 넘은 세월을 크리에이터라는 일 속에서 보낼 수 있었던 것도 '꿈'이라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느껴진다. 광고를 만드는 즐거움도, 괴로움도 어디선가 만나게 되는 꿈이라는 것이 지탱해 주었던 것이다. 몽상과 같이 거대한 그런것이 아니고 아주 작은, 누구나 접근 가능한, 꿈이라고 부르기도 뭐한 그런 꿈들 덕분에. 어떤 기업이든, 어떤 상품이든 그 속에는 반드시 '꿈'이 담겨 있다. 그것이 패션이라면 좋아하는 옷을 입었을 때 느끼는 표현할 수 없는 기쁜 만족감이 꿈의 대상일 것이다. 음식이라면 맛있는 것을 입에 넣었을 때의 아주 작은 행복감, 자동차라면 안전하게 쾌적한 드라이브를 하는 순간의 충실감 등.... 아주 작은 것들이지만 이러한 것들을 원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틀림없는 꿈인 것이다. 그리고 기업과 상품의 역할은 이런 실현 가능한 작은 꿈들을 생활자들에게 전달해 그들의 생활에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그리고 광고는 사람들에게 꿈을 전달하는 그 중간 과정의 역할이 필요하다. 적어도 나는 이런 사실을 굳게 믿으며 광고 업무를 계속해 오고 있다. 이런 부분들은, 사실 마린점보의 일을 진행해 오면서 내 나름대로 명확히 인식할 수 있었다. 기획 작업에 들어가면서 이 일이 가져다 줄 꿈을 생각하고, 그 상품을 앞에 놓고는 생활자로서의 나에게 이 상품은 어떤 의미의 꿈을 가져다 줄 것이며 이 상품은 어떤 꿈의 제공자로 포지셔닝 시킬 것인가를 결정해 그 꿈의 공감대를 소비자 전반에 확산시키는 작업,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해왔고, 하고 있으며, 해 나가야 할 일이 아니겠는가. 나 개인이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그야말로 두서 없이 늘어놓은 격이 되었다. 사실 올해 마린점보 캠페인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많은 곳의 원고 청탁과 강연 요청이 있었지만 LG애드 사보에 실릴 이 글은 보다 내 생각을 직선적으로 표현하려 했다. 그러다 보니 두서없이 진행된 점 이해를 바란다. 또 한국의 사정이 일본과 다르고 특히 한국의 항공업계는 더더욱 일본과 양상을 달리하고 있는 관계로 이야기가 그야말로 꿈속의 잠꼬대처럼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나는 지금 27년이라는 미천한 경험을 바탕으로 감히 이런 글을 썼다는 사실에 매우 두려움을 느낀다. 이 부분 여러분들의 너그러운 이해 있으시길 바란다. 하지만 한 가지, 우리는 광고라는 동일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국경을 넘어 우리가 추구하는 꿈을 이야기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자극을 주고, 그리하여 결국은 글로벌한 광고, 세계적인 크리에이티브가 가능해지도록 서로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딱 한 가지, 자신이 베테랑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은 그 이상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나는 크리에이터이기 때문에 영업과 마케팅보다 더 크리에이티브하다고 자부하는 사람은 크리에이터로서의 자격이 없다. 이는 우리가 그려나가는 크리에이티브의 본질이 일반 소비자의 이해라는 기본적인 대명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광고의 크리에이티브 업무는 소비자의 생활을 가장 섬세하고 심도있게 이해할 수 있는 자에게 적합한 업무이지 전문용어와 업무의 흐름을 암기하고 있는 자의 배타적인 직업이 아닌 것이다. 이렇게 열린 마음으로 보잘 것 없는 내 글에 대해서도 따뜻한 이해를 바라면서 글을 마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