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품 출시 다소 주춤'
CM제작기
크라운제과 국희 땅콩센드·참쌀
글 : 황세현/기획3팀
올해 제과 업계의 두드러지는 특징중 하나가 신제품 출시가 적었다는 것이다. L제과 50여개, D제과 15개 등 예년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었다. 2000년 제과시장 규모는 약 2조원, 전년 대비 불과 1% 성장률로 정체 상태에 머물고 있다는 반갑지 않은 통계도 기다렸다는듯이 나왔다.
과자 판매가 위축되고 자금 사정까지 시원치 않은데다, 그로 인해 각 업체들이 전처럼 다양하게 제품군의 구색을 맞추기보다는 주력 브랜드 위주로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신제품 출시는 소극적일 수 밖에 없었다. 아울러 기존 제품에서 맛이니 디자인 등에 변화를 준 리뉴얼 제품이 올들어 눈에 띄게 많아진 것도 이같은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크라운 제과도 예외는 아니다. 과거 매년 20~30여 개의 신제품이 쏟아졌지만 올해엔 8개 정도의 신제품과 내놓은 실정. 작년 12월에 첫선을 보여 올들어 본격 라인을 가동한 국희 땅콩샌드도 그러한 악전고투 끝에 태어났다. 그리고 그 산파가 있었으니…
국희, 너 어디서 놀다 왔니?
IMF이후 더욱 치열해진 제과 시장, 각자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할로 찾기에 여념이 없는 상황에서 , 어느날 한편의 TV드라마가 떴다. 그것도 한 제과회사와 함께 떴다. 수줍은 미소의 한 소녀가 회사를 살렸다고 표현하면 너무 지니친 과장일까?
'국희' 와 크라운은 이렇게 만났다.
드라마 종영 후에 발빠르게 이어진 크라운제과의 기업PR광고. 모델 김혜수의 잔잔한 목소리가 그토록 절실하게 다가왔던 것만큼 그 동안의 발자취도 고단했으리라. 아닌게 아니라 드라마 속의 국희가 흘렸던 땀방울은 크라운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음을 아는 사람은 알지어다. '국희 땅콩샌드'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도 그래서 더욱 컸다. 신제품 런칭 전략도 그만큼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했음은 물론이다. 제품이 출시된 지 8개월만에 TV-CM가 방명된 것은 지나치게 주의를 기울여서였을까?
국네 제과사들은 제각기 자신있게 어필할 수 있는 품목을 가지고 있다. 껌은 롯데, 스낵은 농심, 이런 식으로 말이다. 이쯤에서 우리는 크라운 산도를 자신있게 떠올려줘야 예의이다. 즉, 샌드 분야에서 만큼은 아직까지 크라운을 따라올만한 경쟁자가 없다. 산도와 뽀또의 배다른 형제라 할 수 있는 극희 땅콩샌드는 차세데 샌드류 시장을 이끌어 갈 주역이자, 크라운제과를 대표할 만한 브랜드로서 성장하기에 손색이 없었다. No.1 샌드제품이라는 배경을 이미 안고 등장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이를 매출이 먼저 증명해 주었다. 출시 된지 한 달만에 기대 이상의 매출액을 달성하여 이후 계속되는 상승 곡선을 그려나가며 순항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다. 트랜드에 민감한 신세데에 집중되고 있는 요즘은 비스킷 시장을 볼 때 매우 고무적인 형상이 아닐 수 없다. 광고도 미처 안 했는데 말이다. 이런게 바로 '검증된 신제품'이 아닐까? 이제 광고의 날개를 달아주는 일만이 남았다. 과연 얼마나 높이 도약할 것인가?
드라마 국희를 어떻게 광고 이미지로 활용할까?
우리의 첫번째 고민이었다. 사실 드라마의 후광 효과가 없었더라면 신제품 런칭은 꽤 고전했을지도 모른다. 또한, 브랜드 이름에서부터 패키지,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드라마 국희로부터 얻은 영향의 그림자가 너무 짙었기 때문에 고민은 더욱 깊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면 아예 비주얼도 드라마 분위기로 가 버릴 까?"
"드라마 끝난지가 언젠데........"
"그래도 드라마넷에서 재방송해 줄지도 모르잖아"
"게다가 그 시절 촌스런 분위기로 언제까지 어필할 수 있을까?"
"엽기로 흐릴지도 몰라...."
사실, 드라마 국희는 기회요인이자 내부의 적이기도 했다. 결국 어린 국희의 역할을 훌륭히 소화했던 박지미 양만을 살리고 새로운 방향으로 가기로 결정. 드라마는 곧 잊혀지겠지만 제품이 가야할 길은 너무 멀고도 넓었기 때문에.
조사 결과 국희 땅콩샌드의 주구매는 주부층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자족이 부담없어 먹을 수 있는 과자. 맛과 영양이 함께 어우러진 과자. 다소 오래된 이미지이지만 그만큼 친근하게 다가오는 과자(산도의 리뉴얼 제품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바로 주부들에게 호감을 줄 수 있는 국희땅콩샌드만의 장점이 아니던가? 제품력에서의 강력한 우위, 초기 매출 상승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점점 세분화되어 가는 소비자들의 기호를 바탕으로 쏟아지는 쳁션 제품의 범람 속에서 남녀노소가 모두 즐길 수 있는 과자는 그리 흔치 않다.
그러한 국희 땅콩샌드의 제품 컨셉이 '가족의 즐거움'이라는 광고컨셉으로 이어지기까지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제 '땅콩샌드'라는 다소 진부한 느낌의 제품 속성을 어떻게 이미지 전달화시킬지가 관건.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쉽고 랜드를 잡아라! 그 즈음 탤런트 윤다훈이 뜨고 있었다. 그가 모프로그램인 인기코너인 '기고만장'에서 손바닥에 기를 불어넣어 담배등을 쓰러뜨리는 걸 본 사람이 많았을 거다. 이 점에 착안, 과자를 세워 놓고 가족이 한데 모여 '기대결'을 벌이는 코믹한 상황을 연출해 보기로 했다. 박지미의 상대역으로는 요즘 광고의 감초로 한층 주가를 올리고 있는 임현식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코미디는 제과 광고에서 흔히 볼수 있는 장르이다. 하지만 지향하는 타깃에 따라 그 웃음의 색깔은 각각 다르기 마련이다.
'이홍렬쇼'의 유머와 컨츄리꼬꼬의 농담이 다르듯 임현식과 박지미가 벌이는 기싸움은 여타 제과광고가 보여주는 웃음의 영역과 차별점을 가진다. 한편으로 그것은 크라운 제과의 광고가 갈 수 있는, 그리고 가야만 하는 길이기도 했다.
지난 10월부터 방명된 크라운 TV-CM이 던지는 웃음도 같은 맥락에서 비롯된다.
시집 안 간 딸을 두고 무언의 '단식 농성'중인 엄마. 이에 맛있는 쌀과자로 살살 유혹하는 딸의 능청스런 연기가 잔잔한 미소를 자아낼 무렵, 몸져 눕던 어머니는 쌀과자의 맛에 반해 어느새 입맛을 되찾고 어린애처럼 즐거워한다는 줄거리. 탤런트 안문숙과 그의 어머니 강성림씨가 함께 출연해서 화제를 낳기도 하였다.
크라운 참쌀 역시, 지난 6월에 출시되어 현재 크라운의 주력 브랜드로 부상하고 있는 이른바 검증된 신제품, 여기서 나타나는 두 모녀의 정감어린 연기도 크라운이 추구하는 크리에이티브 일관성을 충실히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그 일관성이란 다름아닌 제품의 퍼스낼리티를 켤코 벗어나지 않으려는 노력이다.
사이버, 엽기성 코미디의 물결이 유난히 높았던 올해 제과 광고, 그러한 코드를 다루지 않으면 왠지 촌스러워 보이고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솔직한 심정이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제품에 머물지 않고 제품을 가리키는 손에 머무는 광고가 사실 얼마나 많은가? 일견 화려한 듯 보이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의 어설픈 크리에이티브는 결국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 뿐이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 고 있다.
이는 '룰을 지키는 광고', 일찍이 오길비가 갈파했던 대목이기도 하다. 국희 땅콩샌드와 참쌀의 광고가 가야 할 길도 바로 그러했음을 물론, 비교적 많지 않은 메체 물량의 효울적 집행을 위해서도 더욱 그러했다. 광고시점 이후 두 제품의 매출 탄력성을 받아 승승장구하는 중이다. 꿩 잡는게 매라고 하지 않았던가.
'과자 하나도 바른 생각으로 만들면 다르다는 사실을 드라마를 통해 알았다'고 김혜수가 말한 지 일년이 가까운 지금. 우리는 크라운 광고가 보여주는 넉넉한 웃음 속에서 그 말을 다시 확인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