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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리포트

 

카피는 문학이 아LI라구 !?

-수사학으로 본 광고카피

윤 재 해 (특수 사업국 출판부)

 

싸르트르의 어법에 따르자면, '광고 컨셉트(기획)는 광고표현(크리에이티브)에 우선한다. ' 이러한 기본적인 광고업무 프로세스를 당연한 것으로 인정한다 해도 다음과 같은 의문을 남는다.

인쇄·방송매체에 실리는 많은 광고제작 물들에 숨어있는 광고 컨셉트를 광고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면,소비자가 직접 보고 듣고 접하게 되는 광고표현은 광고의 실존이다. 마찬가지로 '실존은 본질에 우선한다'는 싸르트르의 명언을 차용한다면,'광고표현은 광고 컨셉트에 우선하는 것인가? '

이러한 궤변의 혼란은 어느 시인의 '형식과 내용은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 감싸 안고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라는 명언으로 평정될 것이다. 크리에이티브와 전략은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 넘나들며 소비자를 향해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제 이 글의 목표를 향해 곧장 나가고자 한다. 광고 컨셉트와 마찬가지로 광고표현, 그중에서도 카피표현 또한 강조되어야 하고, 그에 대한직감적.비체계적 접근이 아닌 이론적.체계적 접근이 여러 측면에서 시도되어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서.이 글은 이러한 접근의 하나로 광고가피의 수사학이라는 측면에 주목하고, 그에 따른 개괄적이고 시험 적인 시도이다.

광범위한 주제를 많은 연구 없이 다루다 보니 많은 착의 논리의 비약이 예상되지만 이해해 줄 것으로 믿고 과감하게 전개한다.

 

수사학과 광고

수사학(Rhetoric)은 고대그리스에서 발달한 것으로 본래는 웅변술을 뜻했다. 즉, 어떠한 내용을 이야기할 때, 듣는 사람이 충분하고 틀림없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기술이었다.

그러한 말의 기술이 글의 기술로 도입되면서, 글의 내용을 보다 적확하게 표현 전달하는 수단이 되었다.이것이 역사를 통해 계속되면서, 어떤 시절에는 그야말로 '수사를 위한 수사'가 범람하기도 했다. 내용이 전제되고, 그에 합당한 만큼의 수사가 구사되어야 함에도 그것이 과장되어 내용을 증발시켜 버린 것이다.

그러한 수사의 일면이 아직까지도 끈질기게 남아, 지금도 수사란 '겉만 번지르하게 꾸미는'것이라는 식의 생각이 일반적이다. 그렇지만 수사란 주제에 설득력을 더해주는 알갱이이지 결코 껍질은 아닌 것이다.

또 수사를 백안시하는 데에는 '꽃같은 그대'와 같은 대중적이고 충격제로의 수사법을 연상하는 탓도있다. 신선함, 강조, 변화 등을 통한설득력이 소진된 수사는 진정한 의미의 수사는 아니다. 이러한 규격화된 수사는 어느 땐가는 일정한 격식의 관용어구로 정착된다. 청첩장의모두를 장식하는 '춘양지절‥· 운운'은 수사가 아니라 예의를 차리는 형식구일뿐이다.

수사란 진정한 의미에서 전하고자하는 내용에 적합한 설득법(표현법)을 끊임없이 모색하는 작업이다. 이것은 광고의 크리에이티브 작업과 일치한다. 광고에서 '새 날라간다'는 말은, 수사의 과잉이라는 말과 다름없다.

설득력을 얻기 위한 여러가지 수사법을 광고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가를 염두에 두면서 살펴보고자 한다. 입에서 나오는 수많은 말도 몇 가지 품사로 정리되듯이, 문필가들이 구사하는 수도 없이 많은 수사도 몇 가지밖에 되지 않는다. 크게는 비유법, 강조법, 변화법으로 분류된다.

 

수사법을 광고 설득법으로

비유법은 한 사물을 다른 사물에 견주어서 전하는 것이다. 한 상품을 다른 무엇과 연관시켜 제시하는 것을 광고의 비유법이라 할 수 있다.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는 것에 실어서 표현할 때(얼음같은 지혜), 비유법은 효과가 두드러진다. 광고에는 구체적인 상품이 있으므로 생활 속에서 친숙한 것과 상품을 매치시켜 표현할 때 그러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상품, 혹은 상품의 메리트를 비유적인 표현으로 제시하면 효과적이다. 예를 들면, 보험, 기업 이미지, 편리함, 아름다움과 같은 것이다.

강조법은 실제를 강조해서 제시하는 표현법이다. 내용을 오도하는 것은 내용을 보다 설득력 있게 구사한다는 수사의 본질을 벗어난 거짓말이다. 강조법 은 임팩트의 차원이지 판단을 오도시키는 거짓은 아니다. 거짓말엔 속기도 하지만 코웃음치기도 한다. '최고의 자리엔 언제나 칼스버그'와 같은 주의깊은 계산 속에서 구사되어야 한다. 최고가범람하는 발전도상의 시대엔 특히. 변화법은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한 방법이다. 어떤 제품의 광고가 패턴화되었을 때,1탄광고에서 2탄광고로 넘어갈 때 활용될 수 있다. 변화법에는 인용법, 문답법 등이 있다.실증광고, 멘트형 광고에서 대화형광고로의 변화 등이 그 예이다.

수사법의 더욱 세부적인 방법들-직유법, 반복법 등-은 중1 때 한 수준 높은 시를 접할 때, 시의 내용보다  수사법부터 암기해야 하는 교육을 통해 누구나 알고 있는 사항이다. 각 수사법들을 간단히 짚고 넘어가기로 한다.

직유법은 반드시 '같은, 처럼'이라는 조사를 써서 표현하는 것만 아니 다. ' 작은 거인 -타이탄 ', ' 한국신사-경남모직'과 같이 보조개념과 표현 하고자 하는 주 개념이 동시에 제시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대부분의 광고에서 사용되고 있다. 헤드라인에서 상품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비주얼 등을 통해 제시하고자 하는 상품은 꼭 드러나기 때문이다. 하다 못해 기업로고만이라도.그러지 않으면 광고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은유법은 그 주 개념(제시하고자 하는 내용)이 곁으로 끝내 드러나지 않고 보조개념만 제시하는 것이다.상상력으로 독자가 그것을 찾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은유법은 티저광고에서 가끔 보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스스로 소비자에게 알려 줄 수밖에 없다. 상품을 감추고서 광고하는 재간은 없는 듯 싶다. 즉 아무도 그것의 참뜻을 알 수 없는 난해시가되고 말 것이다. 시는 많은 부분 은유로 이뤄지는데, 광고가 시일 수없다는 말은 은유를 쓸 수 없다는 뜻일 것이다.

풍유법은 은연중에 숨은 뜻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것은 경험의 공유를 전제로 하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와 '순간의 선택이 십 년을 좌우한다'를 비교해보면 이 수사법의 효력을 짐작할 수 있다. 상품이 좋다는 것을 그러한 우리의 보편적 경험을 통해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뜨거운 국은 맛을 모른다'와 같은 공익광고에서 은근하게 자주 구사하고 있다.

의인법은 애니매이션 광고에서 유감없이 구사되고 잇다. 상품을 인간화하는 것이다. 인간에게는 인간으로 견주어 재시하면 쉽게 기억되기 마련이다. 세분화된 인간(타겟)으로 재시하면 더 효과적일 것은 자명하다. 광고에서의 주인공은 상품이다. 따라서 '광고에는 드라마가 있어야 한다'는 말은 상품이 주인공이 되는 드라마를 창조해야 한다는 말일 것이다.

의성법은 근래에 광고에서 유행처럼 쓰이고 있다. 짜작짜작, 쏜쏜, 탱탱, 지글지글 등. 우리나라 어휘에는 이러한 말이 아주 풍부하고 얼마든지 자유롭게 조어할 수 있다 한다.이러한 말은 그 상황까지도 쉽게 연상 시켜주면서 재미있기도 하다.

영탄법은 스스로 감동하면서 그 감동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시키는데 강점이 있다. 한 광고에서 상품을 사용한 주부의 놀라움이 자연스럽게 소비자의 놀라움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즉 제품 자체의 놀라움을 발견해야만 소비자도 놀라게 되는 것이다.

반복법은 TV광고에서 한 멘트가 여러 번 계속되는 것과 같다. 빈도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반복법은   리듬감을 주기 때문에 기억이 쉽게 된다. '나리나리 개나리'와 같이 변화를 가미한 반복법은 재미있기도 하다.

점층법은 일단 헤드라인이나 첫 멘트로 강하게 주목시키고 난 다음 점점 여리게 세부적인 부분을 제시하는 광고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기법이다.

이의에도 대구법, 대조법, 문답법, 인용법 등이 몇 가지 더 있지만,어떻게 광고에서 활용되고, 활용될 수 있는가 직접 생각해보기 바란다.

 

카피는 문학일 수도 있다.

이상으로 거칠게 광고와의 관계 속에서 수사법들을 살펴보았다. 여기서 거론된 수사법 이의의 수사법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따라서 이렇게 폭이 넓은 투망으로는 실제 아무 것을 건질 수 없다. 이것을 근간으로 해서 더욱 꼼꼼한 망을 짜야 한다. 다만 수사법은 설득력을 창출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에 광고에서 충분히 체크리스트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학에서 수사를 사용하는 식으로 광고에서 활용할 수는 없다. 문학과 달리 광고는 목자의 자발적인 상상력,적극적인 독법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광고표현(광고카피 )의 한계이다.
또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어떤 글에나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동화에서 다룰 수 있는 소재와 표현이 제한적이듯이, 어떠한 문학이나 그러한 제한을 안고 있는 것이다.

유명한 문필가는 그러한 한계 속에서, 이미 모두들 써 먹었던 표현들을 극복하고 더욱 절실하고 신선한 표현법을 창출하는 재능을 갖고 있다. 광고표현을 크리에이티브라고 부르는 이유와 다름없다. 이미 누군가 먼저 써 먹어버렸지만 '그래도'더 설득력 있는(강조하지만 이 말은 신선한, 적확한, 강력한 등의 총합적인 의미이다) 카피를 창출해야 하는 것이다. 끊임없이 컨셉트의 간섭을 받으면서.

어차피 광고의 역사는 짧고 문필의 역사는 무궁하다. 광고는 문학에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극구 '광고카피는 문학이 아니디'라는 일면적인 진실을 주장하면서 오히려 크리에이티브를 주눅들게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문학은 글로써만 승부를 걸지만 광고는 색채, 화면, 구성, 목소리등등 여러 요소와 함께 승부에 나선다.따라서 광고는 종합예술과 같은 측면이 있다 할 수도 있다. 광고는 얼마나 복잡한 작업인가?

여기서 소개된 수사법들은, 눈치 챘겠지만, 결코 카피만에 한하는 것이 아니다. 색채의 대조법, 억양의 점층법, 화면의 반복법등등, 광고전반으로 확장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