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 시장에 대하여/중가 구두 시장의 현황과 전망
전길영/기획5국 기획2부
소비자가 창조한 중가구두 시장
중가구두는 2만 원대의 구두로 20대에서 50대까지 폭넓은 수요층을 형성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1인당 국민소득이 4,000달러를 넘어 1만달러에 이르는 동안 국민들 사이에서 「나도 중산층이다」하는 중산층 의식 확산이 일어났다. 이무렵 일본인들은 자신을 내보이고 싶어했고 상품 선택에 있어서는 유명상표를 선호하였다. 이런 분위기에 맞추어 중가구두를 공급한 일본의 구두 회사들이 성공을 거두었다. 마루도미나 지요다 같은 중가화의 시장 점유율은 전체 규모의 50% 이상이다.
우리 나라에서도 시기적으로 과소비가 문제되고 있는 최근 몇년동안 중가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구두시장에서 중가품이 차지하는 시장규모는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새로운 상표와 제품이라며 값을 조금씩 올려받는 기업들의 패턴에 식상해 있다. "가격이 알맞고 괜찮은 구두, 그것이 소위 메이커 제품이면 더욱 좋겠다."는 것이 그동안 소비자들이 요구해오던 것이었다. 중가구두시장의 진짜 창조자는 소비자들이다.
히트 상품을 내는 것은 역시 그 시대 사람들의 의식과 라이프 스타일을 가장 먼저 포착해야 한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입증한 셈이다.
시장의 규모
미스미스터를 비롯 엘칸토 계열의 브랑누아, 성화의 헉스, 진로 유통의 다크호스 등이 포진하고 있는 중가구두 시장에 지난 2월 금강이 레스모아 브랜드로 신규참여, 마켓쉐어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형구두 3사가 모두 중가구두 시장에 진출, 새로운 상권을 형성하면서 판도를 크게 바꾸어 놓을 것으로 전망된다.(표1 참조)
국내 구두시장의 규모는 약 1조원이다. 이중 엘칸토, 금강, 에스콰이아 등에서 나오는 5만∼6만원대 고가구두 시장규모가 약 3,000억 ∼4,000억원 정도이다. 서울 염리동 일대 구두공장과 동네 구두가게에서 나오는 1만∼2만원대 저가구두 시장규모가 약 4,000억 ∼5,0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현재 중가구두 시장은 미스미스터, 해피워크, 브랑누아, 다크호스, 헉스 레디스맨 등이 약 1,500억원의 시장규모를 형성하여 기존 구두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국내 제화업계에 바람을 일으켜온 2∼3만원대 중가구두의 시장규모는 내년에는 약 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이와 같은 신장률은 중가구두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과 호응, 소비자 의식의 긍정적 확산을 말해 준다.
중가구두의 의의
엘칸토, 금강, 에스콰이아 등 기존 제화3사의 고가제품은 할부티켓, 할인티켓 등 티켓에 의한 판매율이 높아 상대적으로 정가판매율이 낮으며 자금 회전 또한 원활하지 못하다. (표2참조) 고가 제품을 현금으로 구매할 경우 소비자에게는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중가구두는 기업이나 소비자, 즉 파는쪽과 사는쪽에 다같이 이점이 있다. 기업에서는 소비자가 부담을 느끼는 5∼6만원대 구두의 절반가격인 2만원대 구두로 현금흡수가 가능해졌고, 또한 시장세분화를 하여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
소비자들은 기존 제화업계의 고가구두에 대하여 품질에는 만족 하였으나 높은 가격이 불만 요인이었다. 또한 저가구두에 대하여 싼 가격은 만족 하였으나 품질이 불만요인이었다. 이러한 소비자 구매패턴에 대하여 변화를 가져오게 한 것이 중가구두이다.
결국 중가구두의 붐 현상은 품질이 가격과 비교해 적당하다는 평가가 사는쪽과 파는쪽의 신뢰를 바탕으로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구두시장에서 중가구두의 성공은 다른 소비재 상품시장에서도 중가품 시장의 확대를 유도했다. 중가구두 업체가 중가품을 최초로 생산한 기업은 아니다. 이전에도 중가품은 있었다. 그러나 최근 몇년동안 중가품 시장을 크게 늘리는데 중추적 역할을 하였다.
가격을 낮춘 요인
구두값은 대개 어떤 가죽을 썼느냐에 따라 다르다. 5만 ∼ 6만원대 고가구두에 쓰이는 가죽은 인도, 파키스탄, 등지에서 수입한 송아지 가죽이거나 양질의 어미소 가죽 또는 이탈리아, 프랑스에서 수입한 양가죽이다. 수입 송아지 가죽과 양피는 가죽이 얇고 부드럽다. 가격은 1평방피트당 제품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3,000 ∼ 5,000원 정도 한다. 이에 비해 한피는 1평방피트당 2,000 ∼ 2,500윈 정도 한다. 구두 1켤레당 들어가는 가죽량은 여화가 2.5평방피트, 남화가 3평방피트 정도이다.
중가구두는 대개 남녀화를 막론하고 어미소(成牛)가죽을 쓰고 있다. 성우 가죽은 속칭 '깃도'로 알려진 어린 양가죽(kid skin)이나 송아지 가죽(Calf)보다 광이 덜나고 감싸는 듯한 부드러움에서 약간 처지지만 일단 만들어 놓으면 튼튼하고 원가가 훨씬 적게 먹힌다.
중가구두 업체들은 직영점보다는 대리점을 이용하여 판매하고 있다. 직영점은 아프터 서비스와 소비자들의 반응을 체크하기 위하여 설치한다. 즉 소비자들의 반응과 구매성향을 알아보는 안테나 숍(Antenna Shop)기능을 한다.
이와같이 구두 원자재인 가죽을 값싼 국산 쇠가죽인 한피를 사용한 원가절감, 직영점을 이용한 생산판매 보다는 하청과 대리점을 이용한 설비투자와 감가상각의 극소화, 저마진 고회전의 박리다매가 가격을 낮춘 큰 요인이다.
앞으로의 과제
미국 제화업계의 컨설턴트 회사인 FMI사에 의하면 스타일리쉬구두는 1988년 이후 하향세이고, 반면 편한 구두를 찾는 고객이 급증세라고 한다. 이러한 편한 구두 선호추세에 대한 이유로 첫째는 전후 베이비 붐시대에 태어난 세대가 이제 노화되면서 일어난 현상으로 풀이 된다. 그들은 아름다움을 위해 예쁘고 작은 신발의 아픔을 참아 왔지만 이제는 휴식을 취하는 연령으로 접어 들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1960년대 자유로운 시대에 태어난 젊은 층은 조깅화에 길들여져 대학 졸업후 취직을 했어도 이미 길들여진 편한 신발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에서도 멋보다는 편안함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중가구두는 디자인이나 싸고 튼튼하다는 점에서는 나무랄 데 없지만 편안함이란 측면에서 착용감이 떨어진다. 원가를 낮추기 위해서 값이 싼 어미소 가죽을 주로 사용하여 가죽이 덜 부드럽기 때문에 발이 불편한 경우가 생긴다.
앞으로 중가구두의 성패는 착용감에 대한 개선, 임금인상으로 인한 원가압박과 하청공장에 대한 기술지도나 관리감독 여부에 달려 있다.
전망
이제 한 계절을 구두 한 켤레로 보내던 시대는 지났다. 소비자의 구두에 대한 의식변화로 이제 구두는 필수품에서 패션용품화 되었으며 T.P.O(Time, Place, Occasion)에 맞춘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로 옷에 맞추어 다양하게 구두를 구비하고 있다.
중가품 제조업체들은 시장조사를 통해 소비자들의 성향을 분석, 연령에 따라 그들 제품의 구매층을 한정 지은 후 이들을 대상으로 활발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또 중가품 제조업체들은 제품을 반드시 자사매장을 통해서만 공급, 소비자들로 하여금 그들 제품에 대해 고정된 이미지와 신뢰성을 갖도록 하는 경영전략을 쓰고 있다.
아직까지는 20∼30대 중반의 직장남녀, 가정주부, 대학생이 주를 이루지만 고객의 연령층이 더욱 넓어지는 추세에 있다. 현재의 인기추세에 비추어 볼때 2 ∼3만원대의 중가구두 붐 현상은 계속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