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형 비디오(VOD) 서비스
변종섭/매체기획팀
VOD(Video On Demand) 서비스란?
그동안 TV를 비롯한 대부분의 대중매체는 송신자의 메시지를 수신자가 일방적으로 제공받는 기본적인 서비스 기능에 머물러 왔다. 그러나 기술의 발달과, 수용자의 욕구 증대로 대중매체들도 양방향 서비스를 제공하는 Interactive Media 시대로 접어들게 되었다. 이러한 Interactive Media는 멀티미디어와 더불어 앞으로의 미디어 환경을 특징짓는 중요한 현상이 될 것이다.
현재 양방향 대화형 서비스의 대표적인 형태로 알려진 것이 바로 주문형 비디오(VOD) 서비스이다. 케이블 TV와 위성방송 등에 이어 차세대 뉴미디어 서비스로 인정되고 있는 VOD 서비스는 원래 시청자의 요구에 따라 비디오를 전송하는 시스템이라는 뜻의 용어지만, 현재는 주문형 영화 서비스, 홈쇼핑, 원격 비디오 게임 원격 업무회의, 원격 진료, 원격 교육 등의 양방향 서비스를 총칭하는 의미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진정한 의미의 VOD 서비스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동축 및 광케이블의 설치가 필수적이지만 기술적인 측면과 사업성 면에서 아직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기존의 전화선을 통해 비디오를 전송 받아 볼 수 있는 VDT(Video Dial Tone) 서비스가 양방향서비스 시스템의 초기 형태로서 현재 전세계적으로 시험서비스되고 있고 우리 나라도 한국통신이 VDT 서비스를 제공 할 계획을 갖고 시험방송중이다. 현재 국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VOD 서비스는 경제적, 기술적 측면에서 대부분이 VDT 서비스를 의미한다.
전화망을 이용하는 VDT 서비스는 품질과 기능면에서 여러 가지 제약이 있기 때문에 광케이블을 기반으로 하는 완전한 VOD 서비스가 실현되는 2000년까지의 과도기적 시스템으로 여겨지고 있고, 따라서 VDT 사업에 참여하려는 기업들도 투자비용에 대한 실질적인 소득을 염려하여 단기적인 상품화를 통한 시장진출보다는 관련 기반기술을 확보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양방향 대화형 기능이 보다 향상된 VOD 서비스는 장차 대화형 멀티미디어 서비스로 발전될 것으로 예상되며, 초고속 정보망 구축과 함께 발전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해외의 VOD 서비스 현황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24개 국에서 시행중인 전화선을 통한 VDT 서비스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례에서 기대만큼 좋은 결과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도 기존 전송방식의 한계로 초기의 증가상태에서 점차 증가율이 감소될 것으로 예상되며, 반면에 2000년부터는 광케이블 전송망에 기반을 둔 완전한 양방향 대화형 서비스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미국에서 실시된 VOD에 대한 소비자 조사들을 종합해 볼 때 VOD 서비스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가격에는 매우 민감한 것으로 드러나서 막대한 투자비를 투입한 상황에서 투자 비용을 회수하면서 보급을 확대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경우는 British Telecom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전화망을 통해 경제적인 VOD 서비스의 급속한 확산을 노리고 있지만. 기존 케이블 TV 사업자들은 VOD 서비스 사업에 적극 참여하기를 주저하고 있고 향후 케이블 TV 전송망 확대를 통한 본격적인 VOD 서비스의 실시를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벨기에의 경우도 몇 년 전에 수행된 VDT 서비스는 실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데, 전화선을 사용한다는 기술적인 한계 이외에도 이용료가 매우 비싸서 가입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고 PPV(Pay Per View)에 비해서 수용자의 수요가 적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전화선을 이용한 VDT 계획을 추진하지 않고 곧바로 광케이블을 이용한 본격적인 양방향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어서 VDT 사업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외에도 VOD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기존 전화선을 이용한 VDT 서비스가 실시되고 있지만 그 성과는 미미한 상황이고 광케이블을 이용한 완전한 VOD 서비스 기술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편 세계 주요국의 VOD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예측한 연구들을 보면, 본격적인 VOD 서비스가 가능해지는 2000년 이후에는 가입자 수가 급격히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나 우리 나라의 경우는 다른 나라에 비해 그 성장 추세가 완만할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VOD 서비스 현황
우리 나라에서는 한국통신이 1994년 말부터 전화선을 이용하여 반포지역에서 100가입자(가구)규모의 시범 서비스를 실시하여 기술적 타당성을 검토하였고, 1995년 말부터는 전국 6개 도시 약 1000가입자를 대상으로 교육, 스포츠, 영화 등의 기본적인 VOD 서비스를 시작으로 홈쇼핑, 시범적인 원격교육, 비디오 게임 등과 같은 다양한 응용 서비스를 실시하여 VOD 서비스에 대한 가입자 반응, 상용에 대비한 시장분석과 본격적인 상용서비스 규모 등을 타진하고 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1996년 하반기에는 실제 VOD 서비스가 실시되어야 하지만 관련 통신시설의 미비와 해당 기업들의 참여의지 저하로 아직까지 구체적인 일정이나 서비스 내용은 발표되지 않고 있다.
현재 제공중인 시험 서비스에 대한 이용자 성향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영화, 드라마, 노래방 등 7개 분야 중 시청자가 가장 즐겨보는 프로그램은 영화 44%, 노래방 40% 순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1994년에 한국통신이 수행한 일반인 대상의 조사에서도 영화(73.1%). 스포츠/뉴스(46.0%), 교양/교육(38.8%), 홈쇼핑(15.0%), 영상반주(14.4%), 게임(8.3%) 등으로 영화에 대한 관심이 절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영화 프로그램의 경우 인기있는 1~2개 프로그램에 주문이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서 한국에서 VOD 서비스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결국 영화 등 수요자의 주문이 많은 유형의 프로그램을, 다양하고 주기적으로 바꾸어 줄 수 있을 정도로 영상정보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 과제가 될 것이다.
한편 하드웨어의 측면에서도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 현대전자 등 국내 전자4사(社)가 그동안 외국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VOD 수신기 등의 상품화를 적극 추진해 왔으나 국내외 시장형성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는데다 통신 네트워크가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는 등 사업화 추진이 시기상조라고 보고 요소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VOD 서비스의 전망과 과제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VOD 서비스는 전세계적으로 급변하는 매체환경 하에서 Interactive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뉴미디어로서 제 역할을 담당하기까지는 아직 많은 부분에 있어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 나라의 경우만하더라도 아직까지 케이블 TV, 위성방송 등이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고, VOD 서비스의 경우도 시험 서비스 수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막대한 투자비용 만큼의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도입 초기의 투자의욕이 저하되고 이를 주관하는 한국통신이나 정부의 VOD서비스 실천의지 또한 주춤하고 있는 상태이다.
그러나 양방향 대화형 서비스의 대표적인 형태로 여겨지는 VOD 서비스 사업은 단기적인 시각에서 단순히 기술적인 측면이나 수익성만으로 가능성을 성급히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이미 국가적인 초고속 정보망 사업은 필연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명제로 자리잡았고, 그 진행속도에 따라 지금의 매체환경에 혁명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쉽게 점칠 수 있다. 그 때가 되면 VOD 서비스는 더 이상 뉴미디어로 일컬어지는 하나의 매체가 아니라 양방향 대화형이라는 매체환경을 특징짓는 일반적인 매체가 될 것이고, 우리의 매체 접촉행태 또한 기존의 수동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우리의 욕구에 따라 능동적으로 반응하는 형태로 변화하게 될 것이다.
VOD의 현실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미래 발전과 직결된 주요 부분이란 인식이 일반화되어 있는 상황이지만 사회적, 산업적 측면에서 다음과 같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1. 법적, 제도적 측면에서는 '방송과 통신' 사이에서 VOD의 새로운 자리매김을 위해 관련 법규제정은 물론 VOD 내용에 대한 규제 방안 등이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2. 이미 시작된 케이블 TV, 위성방송 사업과의 상충을 피하면서 초고속 정보통신망 사업과 연계되어 사업부문별로 균형적 발전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3. 양방향 대화형 서비스의 완전한 실시를 위해서는 광통신망에 기반을 둔 궁극적인 VOD 서비스가 필연적이지만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그 초기형태로 추진되고 있는 전화망에 기반을 둔 VDT 사업의 실시 시기와 활용 범위에 대한 신중한 결정이 필요할 것이다.
4. 다른 뉴미디어와 마찬가지로 결국 VOD 사업의 성패를 결정짓게 될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인 프로그램의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제반 환경 조성이 시급할 것이다.
5. 끝으로, 광고와 관련하여 앞으로는 시청자가 광고를 피해가게 되고 특정 광고에 대해 일방적으로 노출되는 것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광고의 형식과 계약 체계의 변화가 필연적으로 일어날 것이므로 이에 대비하여 새로운 형태의 광고 또한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지만 Interactive Media 시대의 도래는 필연적이고 그동안 4매체 위주의 광고영업 구조에서 앞으로는 단순히 4매체에 의존하기 보다는 다양한 형태의 광고가 집행될 것이다. VOD로 대표되는 Interactive Media 시대의 광고는 보다 과학적인 소비자의 분석이 가능해지며 그에 따라 광고의 형태와 내용 또한 새로운 매체환경에 맞게 바뀌게 될 것이다.
광고주와 광고대행사 또한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대비하여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광고캠페인을 생각해 왔지만 그 실천의지는 아직 미약한 상황이다.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불확실한 현재 상황에서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미래를 준비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