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한국방송광고공사 - 광고정보
이 광고의 성공전략/해태음료 깜찍이소다
의외의 웃음이 선사한 순식간의 성공
손정식/코래드 CR2팀 팀장
최근 어린이를 타겟으로 한 마케팅뿐만 아니라, 어린이를 의식하고 시장을 확대시키는 경우가 늘고 있다. 특히 어린이가 라이프스타일의 중심적인 존재가 되는 30대 부모들의 소비행동은 어린이들에 좌우되는 경향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가족내의 의사결정에 미치는 어린이의 영향이 주목받고 있다. 어린이의 의견이 반영되는 상품, 어린이의 성장과 함께 필요해지는 상품을 포함, 넓은 의미에서의 「어린이 마켓」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70년대부터 수많은 시리즈에 둘러싸여 살아왔다. 식인종, 참새, 최불암, 덩달이, 만득이, 그리고 최근의 사오정 시리즈까지…. 식인종 아버지가 식인종 아들과 함께 버스를 타면서 토큰 하나만 달랑 내고 한 말은? 참새 열마리가 전기줄에 앉아있다. 포수의 총에 맞은 참새가 뭐라 그랬게?
덩달이에게 백제, 신라, 고구려를 넣어서 작문을 시킨다면? 그리고 요즘은 말귀 못 알아듣는 사오정 시리즈가 떠다니고 있다. 이러한 유머 시리즈들은 입에서 입으로 아주 짧은 시간 안에 퍼져 나간다. 그리고 어느 순간, 첨단의 시리즈가 도무지 이해가 안되고 웃기지 않을 때, 자신이 이미 구세대의 대열에 합류했음을 깨닫게 된다.
그 시리즈들이 어떤 웃음을 끌어내는가를 탐색하는 것은, 바로 그 시대 소비자의 심리를 분석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유머 시리즈는 소비자가 살아가는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유머시리즈 안에는 모든 것이 들어있다. 유머시리즈 안에는 소비자가 있다. 그것을 잘 들여다보고 분석하는 것, 그것은 소비자를 읽는 한 방식이다. 그리고 간혹 그 자체가 훌륭한 광고일 수 있다.
과즙탄산음료의 틈새시장개척
우선 시장을 들여다보기로 하자. 90년대에 들어서 탄산음료 시장 내에서 과즙탄산음료 시장은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과즙탄산음료 시장 내에서 저탄산음료, 바로 소다 시장의 비중은 96년 상반기 34.6%에서 97년에는 41.8%로 높아가고 있었다. 그것은 「데미소다」라는 빅히트 상품에 의해 개척된 시장이다.
다른 미투 소다 제품들이 속속 그 시장에 뛰어들었으나 데미소다의 아성을 허무는 데 실패한 상태였다. 바로 이러한 시장 상황에서 「깜찍이소다」는 소다라는 이름을 걸고 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게 되었다.
결국 깜찍이소다도 소다 시장의 맹주인 데미소다와의 싸움을 준비해야 할 상황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그 브랜드네임에서 보이듯 깜찍이소다는 맹주와의 일대혈전을 벌이는 것은 애초부터 무모하다고 판단했다. 상대편이 워낙 막강하게 자리잡은 전장에서 싸워 이길 승산이 없다면 내가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다른 곳으로 옮겨서 싸워야 한다. 그것이 바로 깜찍이소다의 첫번째 성공전략이다.
데미소다가 개척한 소다 시장의 메인타겟은 18∼23세의 여성. 조사결과 데미소다에 대한 타겟들의 인식은 매우 호의적이었고 데미소다는 고가 제품으로서 제품인지도가 확고한 상태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과즙탄산음료 시장은 20대보다는 10대의 선호도가 매우 높은 시장이다. 깜찍이소다는 데미소다에게 선점된 「젊고 세련된」 저탄산음료 시장을 놓고 고민하기보다는 과즙탄산음료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우선 제품의 개발단계부터 철저히 차별화 전략을 구사했다.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에 이르는 저연령층에게 친근감을 줄 수 있도록 「깜찍이소다」브랜드 네임을 정하고 철저하게 차별화를 시도했다.
기존 음료에 부담을 느끼는 타겟을 고려해 200ml 소형 패키지를 채택하고 캔도 알루미늄 질감을 이용한 화려한 디자인으로 차별화하고 그 맛은 저연령층의 입맛에 맞게 부드럽고 약간 단 맛이 나도록 만들었다. 정말 말 그대로 「깜찍하고 귀여운」 친구들이 좋아할 만한 모습으로 모든 준비를 끝마쳤다. 이제, 그들에게 어떻게 말을 걸까?
신세대와의 의사소통 수단으로 '웃음' 선택해
음료제품의 성패는 거의 광고에 의해 판가름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카콜라의 제품력과 펩시콜라의 제품력을 그 자체로 비교한다는 것은 어쩌면 무의미하다.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는 철저하게 광고를 통한 이미지로 싸우는 것이다. 깜찍이소다가 아무리 잘 차려입고 깜찍한 친구들을 찾아갈 준비를 마쳤다 해도 그들이 그 디자인 때문에, 그 맛 때문에 깜찍이소다를 집지는 않는다. 바로 깜찍이소다라는 하나의 이미지를 마시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메인 타겟인 초등학생들이 어떤 세대인지부터 고민해야 했다. 몇년 전부터 여러 매체에서 떠들어대던 신세대와는 또 한차원 다른 신신세대, 그들은 무얼 좋아할까? 그릇된 신세대상에 장단을 맞추다 실패한 광고들을 우리는 수도 없이 보아 왔다. 기성세대의 고루한 생각으로 창조해낸 인위적인 신세대의 모습으로는 신세대에게 어필할 수 없다. 우리 깜찍이소다팀은 정말 살아있는 신세대와 의사소통하고, 그들이 진짜라고 인정하는 이미지를 창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한 의사소통이 가능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그것을 「웃음」이라고 판단했다. 구태의연한 웃음이 아니라 정말 신세대를 즐겁게 해줄 수 있는 「웃음」. 깜찍이소다의 브랜드 퍼스낼러티 Cute, Young, Small, Light, Colorful에 딱 어울리는 웃음. 그리하여 최종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컨셉트는 바로 「Unexpected Gag 음료」이다. 예기치 않은, 엉뚱한 웃음을 안겨주는 음료라는 뜻. 「이런 광고는 처음이다」, 「정말 재미있다. 친구들한테 이야기해 줘야지」하는 반응을 일으키고 싶었다.
무엇이 그들을 웃게 할 것인가? 아이디어 회의가 늘상 그렇지만 우리는 어느때보다도 집중적으로 수많은 유머시리즈와 실제로 일어난 황당한 일들, 잊지 못할 실수담 사이를 헤매고 다녔다. 최종 두 개안이 결심에 올라갔으나 진정 광고로서 우리 타겟을 매료시킬 수 있다고 판단된 안은 「달팽이와 거북이」 시리즈. 『달팽이의 눈에 거북이는 얼마나 빠를까』라는 상대주의적 인식에 근거한 일련의 유머시리즈이다. 몇 년 전에 유행했던 시리즈라 좀 한물 가지 않았냐는 반론도 있었지만 입으로 전하던 것을 눈으로 보는 것은 또 다른 재미를 줄 수 있다는 판단 하에 론칭광고의 콘티가 결정되었다. 또한 깜찍이라는 브랜드를 달팽이라는 캐릭터로 표현해 줄 수 있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에 「달팽이와 거북이」는 형체도 없이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옮겨 다니다 비로소 그 몸을 얻게 되었다.
깜찍이소다 1, 2차 캠페인
결국 광고주까지 콘티에 최종 합의를 하고 제작기법은 좀 더 생동감 있는 표현을 할 수 있고 캐릭터로서의 활용에 적합한 클레이메이션으로 결정하였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였다. 안이 확정된 시점에서 신제품 출시일은 단 2주 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클레이메이션은 그 특성상 최소 1개월이 걸리는 작업. 그러나 출시일에 맞춰 광고는 방송되어야 한다는 원칙은 광고주로서 양보할 수 없는 것이다. 자칫 죽어버릴 지도 모를 콘티를 살리기 위해서 깜찍이소다팀은 다시 한번 고민에 빠져야 했다.
문제의 해결점은 의외의 발상에서 나왔다. 「광고를 못만들었으니까 그냥 못만들었다고 고백하는」 자막광고를 만들자는 아이디어. 전원의 만장일치 아래 통과되었다. 음악도 최대한 엉성하게, 자막도 그냥 아무렇게나 쓴 글씨 그대로, 달팽이의 진흙 캐릭터를 만들기 전에 잡지 시안을 모델로, 제작기간 최대한 짧게 2일, 그렇게 해서 만들다 만듯한 프리론칭광고(사진 1)부터 세상에 선보이게 되었다. 그러나 임시방편으로 제작되었던 이 광고가 불러일으킨 반응은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특히 초등학교 학생들이 보이는 반응은 기대 이상의 것이었다. 「저거, 광고 맞아?」, 「진짜 웃긴다」, 「그런데 정말 달팽이는 왜 나온 거야?」 솔직하게 못만들었다고 이야기하고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부탁하는 의외의 예고편 광고부터 초등학생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진 1. 광고를 못만든 사실 자체를 컨셉트로 제작해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둔 깜찍이소다 프리론칭 캠페인
프리론칭이 집행된지 한달여 만에 달팽이처럼 아주 천천히 진행되던 본광고가 제작을 마치고 방송되었다(사진 2). 거북이가 튀긴 물을 뒤집어쓴 람보깜찍이의 우스꽝스러운 연기와 눈동자를 굴리는 왕눈이의 천연덕스러운 연기. 그리고 마지막에 『깜찍이는 봤어』라고 요염하게 이야기하는 공주깜찍이 등 3명의 주인공의 맹활약 덕분에 원전인 유머시리즈보다 더 재미있는 광고가 나오게 되었다.
사진 2. 깜찍이소다 론칭 캠페인.
깜찍이소다는 프리론칭에서 론칭에 이르기까지 매체 운영 또한 철저하게 어린이 프로에 집중함으로써 그 효과를 극대화하고 인쇄광고는 TV광고와 달리 독자적으로 매달 계절이나 시사성에 맞는 소재로 교체하여 캠페인을 전개함으로써 그 주목률을 높였다(사진 3, 4). 론칭광고가 인기를 얻으면서 곧 2차광고의 준비에 들어갔다.
사진 3. 깜찍이소다 인쇄광고. TV광고와는 별개로 계절, 시사성에 맞게 제작했다.
유머광고의 특성상 3개월 이상의 방송은 소비자들에게 식상함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존의 달팽이 유머시리즈 중 하나로 2차를 준비하려 하였으나 15초 광고 안에 소화하기 힘든 내용이거나 너무 진부했다.
달팽이를 가지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했다. 론칭보다도 더 힘든 과정을 거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어렵게 결정된 콘티도 비슷한 소재로 찍은 모광고로 인해 철회되는 바람에 또 한번의 진통 끝에 새로운 창작유머인 「기념촬영」편이 나오게 되었다(사진 4). 자신들이 떴다는 것을 알고 기념촬영을 한다는 발상이 1편에 버금가는 웃음을 자아냈다.
사진 4. 창작유머로 만든 깜찍이소다 2차 캠페인 「기념촬영」편
깜찍이, 브랜드 확장의 가능성 보여줘
깜찍이소다 광고가 론칭된 후,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아이들은 「깜찍이, 깜찍이, 깜찍이…」하면서 커머셜송을 따라 부르고, 방송 여기저기서 『뭐가 지나갔냐?』,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하는 유머가 들려왔다. 광고에 대한 반응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초등학생들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의하면 광고 인지율은 98%, 광고 선호도는 89%에 이르렀던 것이다. 하지만 광고인은 거기서 안심할 수 없다. 제품이 안 팔린다면 다 말짱 도루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광고의 반응은 정말 순식간에 시장의 매출로 이어졌다.
깜찍이소다가 출시된 시점은 비수기로 소다류의 탄산음료가 잘 팔리지 않는 계절이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깜찍이소다는 출시 2개월만에 월 3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며 소다 시장의 1위브랜드를 향해 도약해갔다. 소다 시장을 넓혀감과 동시에 음료시장에서 「어린이 음료시장」이라는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 선발 브랜드로서 자리를 굳혀 갔다. 음료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눈에 잘 띄지 않았던 타겟을 공략,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낸 것이다. 또한 깜찍이소다의 캐릭터는 한국 소비자 리서치의 최근 조사 결과에 의하면 국내 개발 캐릭터로서는 유일하게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2위로 꼽혔다.
여기서 특기할 만한 사항은 1, 2위를 나란히 광고 캐릭터인 펩시맨과 깜찍이가 차지했다는 사실이다. 이제, 만화영화 주인공만이 캐릭터산업의 주역이 아니라 광고 캐릭터도 독자적인 캐릭터로서 끊임없이 브랜드를 확장해 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깜찍이 브랜드는 앞으로 어린이 타겟을 중심으로 소다 뿐만 아니라 과자, 문구, 완구류에 이르기까지 브랜드를 확장해갈 전망이다.
정형화되지 않는 신세대를 공략한 신선한 웃음이 성공 불러
깜찍이소다의 성공은 싸워야 할 자리를 잘 찾았다는 데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설정한 타겟을 향해 브랜드 네이밍에서부터 패키지, 디자인, 광고, 매체전략까지 마케팅의 모든 요소들이 하나가 되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결과이다. 타겟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이해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몇 년 전에 「전유성을 웃겨라」라는 TV프로가 있었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꽤 웃긴다는 젊은이들이 무대에 올라와 그를 웃기려 해도 좀처럼 그는 웃지 않았다. 그런데 열명중에 한명 꼴로 그를 웃길 수 있었던 사람들이 있었다.
웃기지 못한 사람과 웃긴 사람의 차이는 뭘까? 틀에 박히지 않은 개그, 정형화된 웃음이 아닌 독창적인 개그 앞에서만 그는 이를 드러냈다. 신세대는 바로 전유성이 아닐까? 깜찍이소다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그들에게 신선한 웃음을 제공했다는 데 있을 것이다.
작년 겨울, PC통신에 이런 유머가 떴다. 깜찍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깜찍한 소 한 마리가 지나갔다. 그러자 깜찍이가 말하기를. 『넌 누구냐?』, 소 왈 『나, 깜찍이 소다!』
이렇게 우리 타겟들이 깜찍이소다를 가지고 만들어내는 유머를 보는 일, 그리고 그걸 가지고 아예 3차 커머셜로 만들어버릴까 고민하는 일, 혹은 그것이 우리가 이미 짰던 콘티와 거의 흡사함을 보고 즐거워하는 일…. 광고는 커뮤니케이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