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한국방송광고공사 - 광고정보
불황기 전략매체-라디오/미국의 라디오광고
TV 경쟁매체로 제2의 전성기 구가
박조원/테네시주립대 방송학 박사과정
각종 뉴미디어가 횡행하는 미국에서도 라디오는 여전히 청취자들에게는 정보, 오락 매체로서, 광고주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광고 매체로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오히려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일 것이다. 이 글에서는 매체 혁명 시대에 미국 라디오가 어떻게 적응, 변화하면서 새로운 전성기를 구가하게 되었으며, 여기에 광고가 어떤 역할을 했는가를 살펴본다.
미국 라디오는 1920년대 탄생한 이래 초기 미국인의 정보와 오락 향유 방식을 변화시킬 만큼 전성기를 누려왔으나 텔레비전의 등장과 함께 엄청난 부침의 시기를 겪었다. 그러던 라디오가 1990년대 이래 새로이 회복기를 맞이하고 있다.
브로드캐스팅&케이블 98년 7월 13일자에 의하면 현재 미국에는 1만315개의 상업 라디오 방송국들이 있으며 교육방송까지 합치면 1만2천276개의 라디오 방송국이 존재한다(그림 1). 또한 전 인구의 77% 정도가 매일 라디오를 듣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미국 라디오산업의 특성
먼저 미국 라디오의 살아 남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국 라디오 산업의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매체 경제학자인 앨런 앨배런(Alan B. Albarran)은 미국 라디오 산업의 변화에 영향을 미친 요인을 다섯가지로 정리해 제시하고 있는데 그 첫번째가 바로 광고이다. 미국 라디오가 본격적인 매스 미디어로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은 광고가 방송국의 주요 수입원이 되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초기의 미국 라디오 방송국들은 대체로 웨스팅하우스나 제네럴 일렉트릭 같은 전자 회사들이 소유하고 있었는데 이는 라디오 방송국의 주요 수입원이 라디오 수신기의 판매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라디오 산업에 전환점이 된 것이 방송 시간의 일부를 광고를 위해 판매하기 시작하면서부터이고 이로부터 광고는 라디오 산업의 가장 중요한 수입원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두번째 라디오 산업의 변화에 미친 주요 원인은 네트워크의 발전이다. 초기의 라디오 방송국을 소유했던 RCA는 라디오 수신기의 판매를 늘리기 위해 라디오 프로그램을 개발해 공급하는 「프로그래밍 서비스」를 개발했다. RCA에 이어 지금의 NBC나 CBS같은 프로그램 서비스 회사들이 생겨났고 가맹 방송국들에게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이것이 바로 네트워크 시스템의 탄생인데 이로써 광고주 입장에서는 라디오를 통해 미국 전역에 광고를 할 수 있는 길이 트인 셈이다.
세번째 미국 라디오 산업의 주요 변화는 FM의 등장으로 시작되었다. AM에 비해 음질에서 앞서는 FM은 1941년 시작된 이후 지속적인 성장을 보여 1978년부터 FM 청취자 수가 AM을 앞지르기 시작했으며 현재 미국인의 라디오 청취 시간의 75% 정도가 FM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FM의 경우 음질이 좋기 때문에 음악 방송으로 특성을 굳혔으며 현재 수많은 음악 장르에 따라 포맷이 세분화되어 있다. 이에 따른 청취자의 분화는 라디오가 특정 오디언스를 대상으로 하는 전문 미디어(niche media)로 자리 잡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네번째 요인인 텔레비전의 등장은 라디오 산업을 뿌리채 뒤흔들어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텔레비전의 탄생과 함께 라디오는 주요 정보, 오락 매체로서의 자리를 텔레비전에게 내주었으며 대규모 광고주들이 라디오를 떠나 텔레비전으로 옮겨감으로 해서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사실 텔레비전은 라디오가 개발한 모든 시스템을 그대로 물려받아 수월한 시작을 할 수 있었다. 광고 판매에서 수입원을 찾았으며 라디오가 개발한 프로그램 포맷을 그대로 이용하였다. 텔레비전의 등장으로 최대의 위기를 맞이했던 라디오는 나름대로 매체에 맞는 유명인기곡, 컨트리, 토크 쇼, 록 등의 포맷을 개발했으며 텔레비전으로 옮겨간 전국 규모의 광고주 대신 지방 광고주들을 겨냥함으로써 새로운 수입원을 발굴해냈다.
광고주들, 다양한 포맷이 유인한 세분화된 시청자에 매력 느껴
미국의 라디오는 엄청나게 많은 세분화된 포맷을 가지고 있는데 그 프로그램 포맷은 바로 그 프로그램이 겨냥하는 청취자와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어 「Top 40」라고 하는 프로그램 포맷은 상위 40위 내의 유행하는 인기곡중 선곡해 방송을 하며 디스크 자키가 말장난을 해대는 포맷으로 대개 18~24세의 청취자들을 겨냥한 프로그램이다. 「Middle of the Road」라는 포맷은 모든 시기의 음악을 내보내는데 하드 록은 제외한다. 이야기거리가 중요하며, 5~15분 정도의 뉴스가 곁들여지고 25~49세의 성인층을 대상으로 한다.
사진. 미국에서도 사양매체, 보조매체의 길을 걷고 있던 라디오는 포맷을 다양화하고 세분화된 시청자를 유인함으로써 활로를 찾았다. 사진은 미국의 라디오광고 전문회사 광고
마지막으로 현재 미국 라디오 시스템이 존재하는데 가장 큰 기반이 된 정책적 규제 조치인 「복점 규제 조항(Duopoly rule)」의 영향을 들 수 있다. 복점 규제 조항이란 한 지역에서 특정인이나 회사가 FM 방송국이나 AM 방송국을 두 개 이상 소유할 수 없도록 하는 소유 제한 규정으로 1992년까지 지켜져 왔는데 최근 변화되기 시작했다. 복점 규제 조항으로 인해 라디오 산업은 수많은 회사들이 난립하는 시스템을 갖추게 되었으며 그만큼 소유의 분산이 가능했다. 이는 포맷이 다른 방송국들이 서로 경쟁하는 체제를 가능케 했다. 최근 들어 복점 조항의 완화로 라디오 산업에도 합병, 집중 바람이 일고 있지만 대규모 라디오 시장에는 30~40개의 라디오 방송국들이 전문화된 포맷을 가지고 여전히 서로 경쟁하고 있다.
라디오 역사에 영향을 미친 이러한 요인들을 요약해 보면, 현재 미국 라디오의 위상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텔레비전과 힘겨운 생존 경쟁에서 라디오는 FM을 이용해 세분화된 음악 방송으로 활로를 찾았으며, 이것이 세분화된 청취자를 공략하려는 광고주들의 관심을 끌어 라디오의 수입원이 확보되었다할 것이다. 다양한 포맷의 방송국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생존할 수 있도록 한 복점 조항이 이러한 체계를 가능케 한 중요한 요인이 된 것이다.
라디오광고의 주요고객은 지역경제인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현재 미국 라디오는 변화와 변신을 통해 대중시장을 겨냥하는 텔레비전을 피해 매우 세분화된 시장과 전국 시장 보다는 지방 시장 사업자들을 광고주로 하고 있다. 미국의 라디오가 얼마나 세분화 되어 있는가 하는 것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텍사스주 달라스 포트 워쓰 지역은 미국에서 일곱 번째로 큰 라디오 방송 시장인데 무려 40여개의 포맷이 각기 다른 라디오 방송국을 가지고 있다. 몇몇 방송국들이 비슷한 포맷을 갖고 있긴 하지만 각 방송국들은 조금씩 다른 청취자 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고도로 세분화된 라디오 방송국들은 구체적이고 세분화된 소비자 층을 잡아보려는 광고주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1980년대 이래 미국 라디오가 새로이 회복기를 맞이하게 된 원인은 경기 회복에 따른 지방 소규모 사업자들의 증가와 그들의 라디오에 대한 관심의 증가이다. 표 1은 현재 미국 라디오광고의 현황을 보여준다.
미국 라디오광고는 지방 스파트 라디오광고, 전국 스파트 라디오광고, 네트워크 라디오광고 등 세가지이다. 지방 스파트 라디오광고는 광고주가 각 지방 라디오 방송국과 직접 접촉하여 광고 시간을 사는 방식이고 전국 스파트 라디오광고는 전국적으로 신디케이트되는 프로그램 광고를 넣는 것이다.
네트워크 라디오광고는 전국적인 네트워크 프로그램에 광고를 넣는 것이다. 표 1을 살펴보면 라디오광고 수입이 1980년대 이래 2배 이상 증가한 점이 눈에 띈다. 특히 미국의 경기 회복이 시작된 1992년부터 현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경기의 호황으로 1998년에는 라디오광고 수입이 192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두 번째로 확연한 것은 지방 스파트 라디오광고의 강세이다. 1994년의 경우를 보면 총 광고 수입 106억5천만달러 가운데 78.5%가 지방 라디오 방송국들이 직접 시간을 파는 지방 스파트 라디오광고이며 17.5%가 지방 방송국에 실리는 전국 광고인 전국 스파트 라디오광고이다. 겨우 4% 정도만이 네트워크 라디오 프로그램에 붙는 네트워크 라디오광고들이다. 라디오광고의 주요 고객은 지방 기업과 소규모 사업체를 경영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융통성 있는 라디오광고 덕분에 최근 성공한 캠페인
소규모 사업자들에게 라디오가 매력적인 가장 큰 이유는 값이 싸다는 사실일 것이다. 같은 방송 매체인 텔레비전과 비교해보자. 얼마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종영된 텔레비전 시트콤 「Seinfeld」의 경우 NBC는 스파트 하나에 1백만달러에 육박하는 가격을 요구한 반면, 라디오의 경우 청취율이 가장 높은 프로그램의 전국 광고의 경우 스파트당 1만 달러에 불과하다. 지방 광고의 경우 1천5백달러이면 스파트 하나를 살 수 있다.
여기에 덧붙여 라디오광고는 형식상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예를 들어 녹음된 테이프 이외에 생방송으로도 광고를 할 수 있고 인기 프로그램 진행자들의 멘트를 통한 광고도 가능하다.
1997년 버몬트 테디 베어라는 회사는 이러한 광고의 특성을 충분히 이용하여 1천8백억달러의 수입을 올리는 회사로 성장했다. 그 회사의 매체 담당자는 가장 인기있는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들로 하여금 그들의 광고 카피를 재치있게 읽도록 하는 형식을 개발하여 대대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말재간이 뛰어난 토크쇼 진행자들은 무미건조한 광고 문안을 단번에 청취자들의 웃음을 끌어내는 소재로 변화시킨 것이다.
이 회사는 이 대가로 각 토크 쇼 진행자들에게 사전 녹음 광고보다 66%가 많은 금액을 지불했지만 효과는 그 이상이었다.
올해 들어 성공한 라디오광고 캠페인을 보면, 애드위크가 발행하는 매체 전문지 미디어위크가 선정한 라디오 부문 우수 광고가 있다. O&M이 제작한 「Entrepreneur Magazine's Smart Tip of the Day」라는 제목의 스파트광고는 라디오가 소규모 사업을 경영하는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있는 매체라는데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이 광고 캠페인의 광고주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로 이 회사는 소규모 사업자들에게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에 대한 호의적인 이미지를 심기 위해 이 캠페인을 시작했는데 60초짜리 스파트광고의 내용은 소규모 사업자들에게 사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작은 지혜를 주는 것이다.
Entrepreneur 지에 오랫동안 소규모 사업자들을 위해 글을 써온 편집자인 리바 레존스키가 제공하는 작은 지혜들은 작업장 분위기를 좋게 하는 페인트 색은 무엇인가하는 자잘한 것에서부터 대출이나 신용쌓기 같은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광고주 이름은 단지 광고의 시작과 끝에 한 번씩 나갈 뿐인데도 사업과 관련된 정보는 소규모 사업자들에게 큰 관심을 끌고 있어 광고가 나가고 나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의 800번 전화선(무료전화)은 통화 폭주 사태가 일어날 정도였다.
라디오의 제2 전성시대 한동안 지속될 듯
라디오가 한동안 제2의 전성기를 누릴 것이라는 예측은 여러 가지 통계치에서 나타나고 있다. 최근들어 라디오 청취율은 점차 상승하여 낮 시간동안에는 텔레비전 시청률을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수입이 높을수록 라디오 청취 시간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라디오광고 전문회사인 인터렙의 최근 조사에 의하면 최근 연간 10만달러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부유층이 미국에서 전 인구의 9%인 1천7백만명 정도에 달하는데 이들의 라디오 청취율이 중산층 성인층 보다 6% 높은 88%에 이른다. 반대로 부유층의 경우에는 텔레비전 시청률이 낮기 때문에 라디오광고의 효과는 더 크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라디오의 회복세에 힘입어 최근 4년동안 라디오 방송국의 주가도 400% 증가했다. 또한 복점 조항의 완화 이후 라디오 방송국의 합병 추세도 가속화되고 있어 라디오의 제2전성기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