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의식 광고 - ① 서브리미널 메시지와 광고 마케팅
서브리미널 메시지와의 경쟁에서 승리의 방패찾기
장경환/고려대 경영학과 강사
궁극적으로 광고란 광고주의 자기 주장을 매체를 통해 소비자의 '마음'에 소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카피나 일러스트는 물론 광고의 모든 요소는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보다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간의 심리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광고의 심리적인 과정 가운데 특히, 인간의 잠재의식에 소구하는 서브리미널 광고를 중심으로 논의하고자 한다.
1. 광고 심리학
지금까지 우리들은 심리학이라면 뭔가 철학적이며 심오한 학문으로, 관념이라든가 사상과 같이 어려운 것으로만 여겨왔다. 그러나 오늘날 심리학의 베일이 벗겨져 욕망이라든가 개성과 같이 친밀한 문제를 중심으로 다루게 되었다. 즉,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서 심리학이 클로즈 업되었다. 또한 매스미디어의 발달에 따라 매스컴의 심리적 측면에 관심을 쏟기 시작하면서 더욱 우리들 곁으로 다가왔다.
심리학이란 문자 그대로 '마음의 학문'이다. '배가 고프다'는 정신적인 면, '밥을 먹는다'는 행동적인 면, 이 두 가지 측면에서 인간을 생각하는 것이 이른바 심리학이다. 한편, 광고 심리학이란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도록 소비자 또는 잠재적 소비자를 설득하고, 실제로 구매하도록 인간의 정신적인 면과 행동을 연구하는 것' 또는 '구매하도록 인간의 정신과 행동을 연구하여 그 결과를 활용하는 테크닉'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심리학과 광고의 최대 타깃은 바로 '인간의 마음'인 것이다. 따라서 광고의 모든 부분은 심리적 원칙에 의해 이루어진다. 즉, 소비자들의 주의, 감각, 기억, 상기, 상상, 암시 등 모든 것이 인간의 정신적인 프로세스이다. 결국 효과적인 광고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카피라이터나 아트 디렉터 등 광고 관계자들은 타깃 소비자들의 심리적 과정을 정확히 파악해서 그들의 '혼'을 사로잡아야 한다.
2. 서브리미널 메시지
서브리미널이란 서브(Sub:아래)와 리멘(Limen:식역)의 합성어이다. 여기서 '식역'이란 의식과 잠재의식의 경계선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밤에 잠잘 때 언제 잠들었는지 확실히 기억하지 못하는데 이 모호한 경계선이 식역이다. 서브리미널은 '식역하'이며 반대로 '식영상'은 수프라리미널이다.
잠재의식은 우리들 과거사의 모든 사건, 사고나 생각 그리고 온갖 욕망의 저장 탱크이다. 여기에는 그동안 우리들이 생활하면서 모든 감각기관을 통해 얻은 정보가 빠짐없이 축적되어 있다. 즉, 인간사의 모든 정보가 망라적으로 수록된 하나의 데이터 베이스라고 할 수 있겠다.
흔히 잠재의식을 표현하는 데 있어 "의식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비유를 든다. 이 경우 식역은 해수면이며, 해수면 아래의 본체가 이른바 잠재의식이다. 또한 해수면 위로 돌출한 빙산의 일각이 의식이다. 물론 의식과 잠재의식의 경계선이 실재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육체와 정신과 같은 관계이다. 즉, 정신이란 뇌의 생리과정이며, 육체의 기능 그 자체이다.
잠재의식은 의식의 명령에 복종한다. 즉, 의식은 선택력이 있지만 잠재의식은 선택력이 없다. 따라서 잠재의식은 의식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다. 의식이 생각하는 것, 느끼는 것 등 모든 정보를 보존하고, 이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잠재의식의 특성이다.
또한 잠재의식은 창조력을 갖고 있다. 즉, 의식을 포장하고 표현하는 것이 잠재의식이다. 모든 정보의 저장 탱크로서 잠재의식에는 물론 광고에서 받은 온갖 자극과 이미지도 저장하고 있다. 비록 광고가 준 자극을 의식하지 못하더라도 반드시 잠재의식에는 저장된다. 이렇게 축적된 자극이 언젠가 의식적인 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따라서 지금 광고가 나간다고 해서 곧바로 효과가 나타난다 라기 보다는, 오히려 조금 시간이 지난 뒤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장기간의 광고 캠페인이 중요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비록 직접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잠재의식에 저장해두면 언젠가 효자 노릇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요즘 같이 경기가 불투명할 때는 직접적인 상품 구매를 목표로 하는 광고보다는 간접적인 이미지 광고 등이 장기적으로는 보다 효과적이라 하겠다. 예를 들면, 최근 일부 백화점에서 고가의 경품을 내걸고 대대적으로 광고를 내보내지만 그다지 효과가 없다는 데서도 알 수 있다.
한편, 여기서 문제는 '식역하'의 지각이 실재하는가 하는 의문이다. 그런데 우리들의 모든 감각기관이 동시에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예를들면, 우리들은 양쪽 눈에 보이는 각각의 정보를 동시에 의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는 시각 투쟁으로 인하여 의식은 어느 순간 하나의 자극밖에 감수할 수 없다.
서브리미널은 잠재의식의 감수 범위이다. 따라서 서브리미널은 '의식 외의 지각과정'과 서브리미널 자극에 의한 반응과정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한 의식은 지각과정의 최종 단계에 위치하는 출력 기능이라 할 수 있다. 즉, 의식의 용량이 지나치게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잠재의식은 외부 정보를 분석하여 즉각적인 반응이 필요한 가장 중요한 신호만을 의식에 전달하고 나머지는 잠재의식에 저장한다.
이러한 심리과정에는 지각방위가 작용한다. 지각방위는 서브리미널 프로세싱 그 자체이다. 의식보다 잠재의식이 먼저 정보를 지각·분석하지 않으면 지각방위는 일어날 수 없다. 지각방위의 극단적인 예로, '심리적 실명'이나 '심리적 실어'를 들 수 있다. 이것은 어떤 감정적인 사건을 계기로 생리적으로는 전혀 결함이 없는 사람들의 시각이나 청각이 갑자기 마비되어버리는 것을 말한다. 이는 잠재의식이 외부의 자극을 지각·분석한 후에 의식의 반응 회로를 막아버리기 때문이다.
1) 암시 효과
한편, 의도적으로 사람들에게 지각방위를 부추기는 것도 가능하다. 즉, 의식을 변용 의식으로 유도하여 암시를 받아들이기 쉽도록 한 상태, 이른바 최면 상태로 이것은 잠재의식의 조작으로 서브리미널을 쉽고 확실한 형태로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예이다. 최면술은 암시에 의해 다른 사람의 행동을 지배하는 방법이다. 암시란 온갖 언변이나 그림의 소구력을 인간의 관심과 행동에 주입하는 심리적인 현상이다. 암시를 받는 사람은 비평 능력을 잃어 의지대로 행동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암시를 거는 사람은 개인이나 사회, 단체 등 집단도 가능하다.
특히 기업 이미지는 암시 광고의 효과를 좌우한다. 또한 암시 광고에서는 소비자의 신뢰도가 중요한 요소이다. 신뢰도가 낮은 기업은 아무리 암시 광고를 하더라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암시력은 기업이나 점포의 건물, 위치, 크기, 쇼윈도우, 디스플레이 등 외관에서도 생성된다. 예를 들면, 디스플레이 하나만으로도 암시력을 통한 판매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한편, 암시는 계획성, 대리성 및 부분성, 비합리성, 위광성, 피암시성 등의 특성을 갖고 있다. 즉, 암시자는 피암시자가 특정의 반응을 보이도록 계획적인 자극을 주며, 이러한 자극은 특정 자극의 부분 또는 대리에 지나지 않지만, 피암시자는 이를 전체로서 받아들여 반응하게 된다.
또한 피암시자는 무비판적, 비합리적으로 반응하며, 암시자의 신분 등에 따라 반응의 종류와 정도가 달리 나타난다. 그리고 피암시자는 육체와 심리적인 조건에 따라서도 반응이 각기 달리 나타난다. 성별로는 남성보다는 여성이, 연령별로는 어릴수록 암시에 걸리기 쉽다.
이를 이용한 광고는 우리 주위에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어린이용 그림책에 등장하는 특정 메이커의 자동차, 아이들 손에 쥐어주는 풍선, 동요조의 CM송 등은 결국 미래의 소비자인 어린이들에게 암시를 거는 광고 수법의 하나이다.
여하튼 인간은 암시에 걸리기 쉽다. 암시는 적어도 순간적으로는 행동에 대한 의식적인 통제력을 제어한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본능적 또는 자발적인 것처럼 반응한다. 즉, 다른 사람에 의해 조종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오히려 자의적으로 행동한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역 구내나 지하도의 '좌측 통행'이나 '출구', '입구' 등의 표식류는 통행인에게 암시를 주는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들은 일상생활 가운데 암시력에 의해 수없는 결단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태양광선을 비롯한 빛에 의한 심신의 영향 역시 서브리미널 효과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태양광선이 부족한 고위도 지방에서는 겨울철에 자살, 우울증, 정신착란, 알코올 중독 등의 발생률이 다른 지역에 비해 높다고 한다.
색상 역시 여러 가지 서브리미널 효과를 가져온다. 예를 들면, 청색과 녹색은 혈압을 내릴 뿐만 아니라, 발한이나 호흡을 가라앉혀 뇌파를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으며, 반대로 난색계인 적색, 오렌지색, 황색은 혈압을 상승시켜 신진대사를 촉진시키고, 식욕을 자극하며, 또한 핑크색은 공격성을 진정시킨다고 한다.
이러한 반응은 색의 식별이 생화학과정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색맹일 경우에도 같은 효과가 나타난다고 한다. 이 때문에 소비자의 구매 욕구나 식욕을 북돋우기 위해 전문 레스토랑이나 백화점 등의 인테리어에 난색계를 최대한으로 활용하고 있다. 색상뿐만 아니라, 후각, 청각, 미각, 촉각 등 감수기관에 대한 미묘한 자극 역시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들의 심신에 여러 가지 영향을 미친다. 이와 같은 지각에 대한 트릭은 바로 서브리미널 효과를 노린 것이다.
2) 후각 서브리미널
후각은 공기 중에 부유하는 휘발성 물질을 감지하는 기관이다. 따라서 냄새를 맡기 위해서는 분자가 휘발성이어야 한다. 돌이나 유리, 철 등과 같은 물질에 냄새가 없는 것은 이들이 상온에서 기체화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후각은 환경에 의해서도 변화한다. 즉, 습도가 높거나 기압이 낮아도 휘발 속도가 빨라져 후각이 평상시보다 민감해진다. 후각은 다른 감수기관과는 달리 뇌와 직접 연결되어 있어, 약 500만 개가 넘는 후각 세포가 자극을 받으면 정보가 곧바로 본능, 성욕이나 식욕을 지배하는 대뇌로 전달된다.
이러한 후각과 뇌의 연관성을 이용하여 각종 상품에 인공 향료를 첨가하는 서브리미널 전술이 널리 이용되고 있다. 즉, 소비자의 후각을 자극하여 상품 구매와 동시에 냄새로 하여금 소비자에게 상품을 연상시키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술에 따라 세제나 비누, 치약 등을 비롯하여 화장품, 의류, 학용품에서 식품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상품에 인공향료가 첨가되고 있다.
종종 해외토픽으로 소개되는 모델하우스에서 나는 '빵굽는 냄새'라든가, 쇼핑몰의 에어컨디셔너에 혼입되는 '피자 냄새', 혹은 중고차에 뿌리는 '새차 냄새' 등도 서브리미널 효과를 노린 전술이라 하겠다.
3) 미각과 최음
후각은 미각과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다. '맛'이라고 했을 때, 흔히 미뢰의 반응만을 생각하기 쉬우나 사실은 향기가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시각 역시 미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말과 같이, 이는 우리가 눈으로 맛을 보는 데서 알 수 있다.
체온이나 실온 역시 미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우리들은 음식물의 온도가 체온이나 실온과 같을 때 가장 맛에 민감해진다고 한다. 즉, 신맛의 감수성은 거의 일정한데 비해, 단맛은 음식물의 온도가 체온이나 실온보다 약간 높을 때, 짠맛이나 쓴맛은 체온이나 실온보다 약간 낮을 때 가장 민감하게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짠 음식물은 뜨거울수록 짠맛을 거의 느낄 수 없다고 한다.
한편, 식사는 '쾌락'을 쫓는 행위라고 할 수 있으며, 음식물 자체에는 성적인 암시가 넘쳐 흐르고 있다. 음식물을 광고에 이용하는 것은 이러한 최음 효과를 구매 동기에 결부시키려는 의도 때문이다. 이러한 미각과 청각, 그리고 시각, 청각, 후각, 미각을 멋들어지게 혼합하여 성공한 상품이 바로 포테이토칩과 콜라이다.
4) 서브리미널 터치
피부 감각은 체중의 16%, 약 2평방 미터의 넓이를 갖는 최대의 감수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촉감은 소홀히 하고 있다. 피부를 맛사지한 신생아는 체중, 지능, 성격 등의 발육이 촉진되며, 피부의 촉감에 의해 스트레스를 완화시켜 심박동을 안정시킨다고 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즉, 우리들이 의식적으로 깨닫지는 못하더라도 촉감은 심신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3. 서브리미널 전략
미국에는 서브리미널 광고가 범람하고 있다. 예를 들면 담배를 물고 당구를 치는 남성의 성기를 상징하는 의인 당나귀를 모델로 한 카멜의 광고탑 광고, 섹시한 쇼걸이 요염한 모습으로 유혹하는 라스베이거스의 관광 프로모션, 술잔에 여러 가지 심벌을 삽입한 조니워커의 인쇄 광고뿐만 아니라, 섹시한 여성의 가슴과 다리만 비추는 햄버거 체인점의 광고나, 미인들에게 둘러싸인 남성을 묘사한 맥주 광고 등 서브리미널 메시지를 삽입한 광고는 어디서든지 볼 수 있다.
물론 우리 주위에서도 이와 유사한 서브리미널 광고가 만연되고 있다는 사실 역시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서브리미널 전략은 대중의 불안 심리를 자극한다는 이유로 미국 등에서는 서브리미널 광고를 규제하고 있으나, 사실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즉, 본래 의식적으로 지각할 수 없는 심벌이나 소리가 삽입된 서브리미널 광고를 지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며, 이를 지적하더라도 오히려 소비자의 잠재의식이 투영된 환상이라고 무안만 당할 것이다. 만약 특정 기업이 서브리미널 광고로 제소당하는 경우에는 사회적으로 기업 이미지가 실추되어 경제적으로 막대한 손실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설령 서브리미널 광고를 하고 있더라도 이를 전면적으로 부정할 것이다.
1) 서브리미널 섹스
요즘 같은 세상에 진부한 카피나 자기 만족적인 장면 연출로는 소비자를 유혹할 수 없다. 즉, 어떤 부가가치의 메시지가 없으면 더 이상 광고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가 없다.
따라서 음식물과 섹스 등 생리적인 충동에 호소하는 이중적인 의미 부여의 삽입은 이제 광고의 필수 조건이 되었다. 광고에 성적인 심벌을 삽입하면 소비자의 지각에 어떤 인센티브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성적 충동은 강한 동기 부여력을 갖고 있다고 하겠다. 특히 식사는 인간의 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음식물을 입에 넣는다는 행위는 식욕이라는 생존을 위한 생리적인 욕구 외에 성적인 암시를 내포하고 있다.
음식물과 마찬가지로 화장품 역시 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 특히 샤넬의 립스틱 광고는 샤넬을 이용하는 여성의 신분이나 성격과 더불어 립스틱이 갖는 요염한 성적 매력이 멋들어지고 심플하게 표현되어 있다. 즉, 짙은 다홍빛 입술은 촉촉한 여성의 성기를 방불케 하며, 립스틱의 모양이나 색, 포지션은 남성 성기의 심벌이다. 이 광고에는 저질스런 문자의 삽입이나 에어브러시의 나체도 그려져 있지 않지만, 오럴 섹스를 교묘하게 표현하고 있다.
또한 맥도널드의 햄버거 광고에도 성적 암시가 내포되어 있다. 두 개의 햄버거는 여성의 젖가슴이나 엉덩이를 암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들 광고는 우리네 인쇄광고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이러한 '섹스 어필 광고'는 현대 광고의 키워드이다. 따라서 수많은 성적인 광고가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성적인 심벌들은 사회적으로 금기시되고 있는 사고나 감정에 소구하여 잠재적 소비자의 본능을 부추긴다. 소비자 역시 성적인 욕구를 상품이나 서비스의 소비로써 충족시키는 것이다.
2) 과민 긴장 상태
화려한 조명과 장식 아래 가지런히 진열된 백화점이나 대형 슈퍼에 들어서면, 소비자는 일종의 최면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것은 의식이 몽롱해지는 심리 상태로 '과민 긴장 상태'라고도 한다. 이 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의식적으로 물건을 사기 보다는 무의식에 의한 충동이나 유인에 의해 상품을 선택한다. 따라서 지혜로운 소비자는 이러한 유혹과 충동에서 벗어나기 위해 쇼핑 전에 반드시 구매 리스트를 작성한다.
이러한 쇼핑센터의 심리 조작은 널리 알려진 전술이다. 예를 들면, 진열대의 눈 높이에는 고가의 상품을 진열하고, 하단에는 싸구려 상품을 진열하여 결국 소비자에게 고가의 상품을 구매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충동 구매를 촉진하기 위해 카운터 주변에는 마진이 높은 상품을 진열한다. 이러한 것들은 교묘하게 계획된 판매 연출이라 하겠다.
3) 악마의 메시지
우리나라에서 얼마 전에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를 누리던 가수가 악마 스캔들에 휩싸인 적이 있다. 또한 미국의 헤비메탈 음악 가운데는 자살을 선동하는 것들도 있다.
본래 하드록은 유럽이나 미국의 백인들이 만든 것이다. 롤링 스톤즈나 레드 제플린을 시작으로 1970년대 크게 히트한 딥 퍼플, 레인보우, 블랙 사바스, 오지 오스본 등의 스타들은 전부 백인이며, 팬 역시 백인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또한 이들 헤비메탈은 격정의 폭발이며, 본능이 추구하는 거칠고 난폭한 감정을 분출시킨다.
이는 그동안 기독교도로서 교리에 순종해야만 했던 청소년들에게 반기독교 문화 즉, 악마, 살인, 자살, 일탈적인 성행위 등을 주창하여, 이들을 선동하고 부모나 학교, 사회에 거역하는 반항심을 부추기는 마케팅 전략에 의한 것이다. 물론 헤비메탈 멤버들 역시 악마 숭배자는 아니다. 악마 숭배는 단지 마케팅 전략에 의한 하나의 연출에 불과하다.
특히 슬래시 메탈이라는 하드 록 장르는 최근 수년간 대단한 기세로 매출을 늘려왔다. 메탈리카, 메가데스, 오지 오스본, 모터 헤드, 엑서더스 등의 헤비메탈 그룹의 앨범은 발매할 때마다 수백만 장 이상 안정된 매출을 올리고 있다. 문제는 헤비메탈 음악이 미처 정립되지 못한 상태에서 청소년들의 윤리관이나 세계관을 뒤흔드는 고도의 서브리미널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4) TV 서브리미널
오늘날 우리들은 무의식적으로 TV를 사회의 좌표로 받아들이고 있다. TV에서 표현되는 이미지나 견해를 '윤리'와 '상식'으로 생각한다. TV는 안방극장의 대중매체이다. 이를 통해 온갖 세상사를 받아들이고 있다. TV의 매력은 시청자의 욕망을 항상 자극하고, 또한 그 욕망이 결코 충족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TV가 약속하는 멋들어진 미래에 번번히 속으면서도 실망은 커녕 1년 365일 매일 같이 TV에 매달려 채워지지 않는 욕망을 갈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오매불망 끼고도는 TV가 '광고탑'이라는 사실을 눈치채고 있는 시청자는 그리 많지 않다. 이 광고탑에서 매일 같이 쏟아지는 광고에 소비자는 끝없는 소비 사이클을 강요당하고 있다. 즉, TV는 소비의 생식기이며, 그 지표라고도 할 수 있다. 시청자는 TV에 의해 세뇌당하고 있다. TV는 서브리미널 메시지를 전달하는 가장 효과적인 미디어이며, 나아가 TV 자체가 서브리미널 미디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영상에 '메타콘트라스트'라는 서브리미널 수법이 있다. 이것은 사진이나 필름 등의 빠른 장면을 몇 가지 연속해서 삽입하는 기법이다. 이 콜라주는 언뜻 보기에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물론 비디오 머신으로 각 프레임을 검증하면 숨겨진 심벌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반 영화관이나 TV 화면에서 이러한 이미지 콜라주의 의미를 관객이나 시청자가 이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오늘날 메타콘트라스트는 뮤직 비디오나 TV-CM에 만연되어 있다. 특히 맥주 등의 알코올 관련 CM은 메타콘트라스트와 간음 숭배가 혼용되어 나타난다. 예를 들면, 맥주병 마개를 열었을 때 거품에 의한 사정의 암시나 마스터베이션의 쾌감을 시사하는 컷 등은 자주 이용되고 있으며, 우리네 안방극장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이다.
4. 서브리미널 마케팅
결국 서브리미널 마케팅이란 이른바 궁극적인 연출 효과를 말한다. 광고나 상품 개발 관계자들은 소비자들의 심리를 교묘하게 유도하기 위해 여러 가지 '속임수'가 필요하며, 서브리미널은 바로 이러한 속임수에 불과한 것이다. 구매 욕구는 상품의 필요성에 의해 생기되는 것이 아니라, 속임수에 의해 부가된 상품의 '기호'가 만들어 내는 것이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무의식 중에 이러한 기호에 의해 농락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마케팅의 진수이다. 요즘 우리네 기업 가운데는 세계화니 국제화니 하면서 앞다투어 CI 만들기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영문자 회사명의 새로운 로고만으로는 소비자의 혼을 사로잡을 수는 없다. 오늘날의 기업은 문화나 인종이 다른 국제시장을 활동 무대로 하기 때문에 '보편적인 신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서브리미널 마케팅이란 단순히 성적인 심벌이나 외설적인 카피를 광고에 삽입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소비자의 구매 동기를 효과적으로 촉진하기 위해 실시하는 미디어의 마술에 불과하다.
즉, 서브리미널 메시지는 단순한 부가가치가 아니다. 상품에 부수하는 기호는 바로 상품 그 자체를 나타내는 것이다. 예를 들면, 메르세데스 벤츠의 '토리스케리온', CBS의 '눈', 클라이슬러의 '펜타곤', 애플의 '사과' 등은 예로부터 마술이나 부적의 심벌로 사용된 것들이다.
이와 같이 다국적 기업은 기업의 로고나 심벌이 갖고 있는 마력을 그 기업이나 상품의 '신화'를 만드는 토대로 사용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신화에 의해 구매 동기가 환기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