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OJT/인쇄광고의 COPY와 VISUAL
인쇄광고의 COPY와 VISUAL-그 HONEYMOON을 위하여
최 성 재 / CM팀 부장
'도저히 그림이 안 나오니까 카피를 좀 바꿔 달라'는 아트디렉터의 요청이 있을 때 카피라이터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비쥬얼만이 제품의 속성을 가장 명쾌하게 보여줄 수 있다'고 할 때 카피를 비쥬얼과 어떻게 매칭시켜 표현할 수 있을까?
'꼭 이 카피라야만 한다', '반드시 이 비쥬얼을 써야만 한다'
이러한 상황들은 크리에이티브 작업 중에 스탭들이 흔히 봉착하게 되는 문제들이다.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어떻게 보면 간단하다. 그들 중 어느 쪽이 메시지나 아이디어를 알기 쉽게 전달하는가에 판단기준을 두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카피가 나와야 모든 광고표현이 가능하다는 것,즉 선 COPY, 후 VISUAL만이 광고표현전개에 있어서의 正道라고 주장하는 일부 아트디렉터의 견해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그것은 COPY가 가진 문자언어로서의 결정성을 고려한 아트디렉터의 배려에서 기인된 것이 아닐까.
예컨데, '사랑의 힘은 세계를 바꿀 만큼 위대하다'와 '사랑의 힘은 죽음을 뛰어넘을 만큼 위대하다'고 했을 때, 그 뉘앙스의 표현이 비쥬얼에서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숱하게 많이 느껴왔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전제가 있다. 카피가 나온 후 비쥬얼을 구상하는 것이 正道라는 것은, 이전에 이미 스탭들간에 메시지컨셉트에 대한 공유도가 90%까지 도달해 있는 상황이라야 한다.
다시말해서,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는 메시지컨셉트에 대해 충분한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카피와 비쥬얼은 이렇게 만난다.
자, 그러면 스탭들간에 메시지컨셉트에 대한 공유도가 일정한 수준에 도달했을 때, 비쥬얼과 카피의 표현상관관계는 어떠한 가이드라인으로 전개되어야 할 것인가.
크게 2가지의 방법으로 규정 지을 수 있다. 하나는 카피와 비쥬얼을 같은 사상(事象)으로 표현하는 방법, 또 하나는 카피와 비쥬얼을 다른 사상으로 표현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이중 카피와 비쥬얼이 같은 사상으로 이루어진 표현방법은 가장 많이 쓰이는 가이드라인으로서, 예컨대 예①과 예②의 광고가 그 분류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카피와 비쥬얼이 다른 사상으로 표현되면서 合一에 이르는 광고는 어떤 것인가.
예 ③ 을 통해서 살펴보기로 한다.
수시로 쏟아져 나오는 외국광고 매뉴얼을 접하는 크리에이터라면 일본 LAFORET COMPANY의 「바자회」광고를 기억할 것이다.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진 후라이팬의 음식이 타면서 연기를 폴폴 날리고 있는 비쥬얼·카피는 'Laforet Grand Bazar 7·20-24'이다.
아트디렉터와 카피라이터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 얼마나 바자회에 가고 싶었으면, 가스불을 끌 생각도 않은 채 그렇게 황급히 외출을 한 것일까? 아니면, 지금 '바자회'의 분위기가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은 것인가? 구구한 해석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광고는 어차피 해석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광고의 목적은 Laforet Bazar 개최기간을 알리는 것이다.
이 목적을 위해서 비쥬얼에 강한 긴장을 요구하고 있다. 수신자로 하여금 긴장된 비쥬얼을 통하여 잠재의식을 통한 기억도를 제고시키고 있는 것이다. 불안한 비쥬얼, 그 불안을 풀어주는 카피는 우측상단에 깨알같은 글씨로 '외출할 때는 불조심해 주십시오' 그 한마디뿐 비쥬얼의 긴장이 카피메시지를 고양시키고 있다.
카피와 비쥬얼이 다른 사상으로 표현되면서 기억도를 재고 시킨 광고의 한 애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우리는 여기서 잠시 기억도에 대한 얘기를 짚어 보기로 하자.
비쥬얼은 우리의 잠재의식 속에 작용한다.
비쥬얼은 카피보다 수신자가 훨씬 더 편하고 저항감을 느끼지 않으면서 손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바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의식적으로 우리의 머리 속에 자리잡기 때문이다. 좀 더 쉽게 말하면,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문자보다는 그림 쪽이 훨씬 더 빠르다는 것이다.
참고로 그림 ① 을 통하여 나카노(仲野)와 우노(苧野) 2人에 의해 행해진 실험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牛'라는 문자와 소의 그림을 고속 촬영을 통하여 시선의 움직임을 포착한 것이다. 그 결과 시선은 먼저 그림으로 갔다가 그 다음에 '牛'라는 문자로 옮겨가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림①의 오른쪽에 나타난 바와 같이 소의 그림에 머무는 시간과 시선의 분포가 '牛'라는 문자에 머무는 분포에 비해 월등히 길고 또 넓다.
이러한 실험결과는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 것인가. 그만큼 비쥬얼이 카피보다 주목성이 높고 흥미를 유발한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다. 그런데, 한가지는 꼭 짚고 넘어가자.
문자보다 그림쪽에 시선이 머무는 시간이 훨씬 길다는 것은 무슨 이유가 있는게 아닐까 ? 그 이유는 바로 이해도에 있어서는 그림보다 문자가 빠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말해서, 그림은 잠재의식으로 무의식 중에 수신자의 뇌리에 들어온다는 것이다. 이해해서라기 보다는 언제 어디서 우리 머리 속에 들어왔는지도 모르게 기억에 남는다는 것이다.
다시 위 실험을 통한 결과를 요약해 보면, 첫째, 비쥬얼이 훨씬 더 주목성이 높고, 또한 수신자는 그 비쥬얼을 잠재의식적으로 편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을 알 수 있고
둘째, 그러나 이해도에 있어서는 비쥬얼보다 카피가 더 빠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앞서 예를 든 Laforet Company광고는 가장 저항감이 적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잠재의식속에 들어앉는 비쥬얼을 통하여 기억도를 제고시키고 있다.
'같은 사상(事象)이냐? 다른 사상이냐?' 광고의 목적에 따라 달라진다.
Laforet 광고를 본 어떤 수신자는 그럴 것이다.
"영희엄마, 가스레인지 위에서 후라이팬 타는 광고 봤어 ? " "봤지" "건데, 바자회한다는 광곤데, 주방에서 왜 불이 나고 있어 ? 그참 이상하더라" "아, 그게 바자회한다는 광고였니 ? 나도 본 것 같은데"
비쥬얼 스캔들이라는 용어를 우리는 흔하게 써오고 있다. 무조건 임팩트가 있고, 무언가 색다른 비쥬얼을 보여준다고 해서 그것을 비쥬얼 스캔들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불안한 비쥬얼, 그 불안을 해소해 주는 카피, 이것은 반대로, 불안한 카피, 그 불안을 해소해주는 비쥬얼이라도 좋다. 물론, 비쥬얼과 카피가 같은 사상을 표현하면서 더욱 상승작용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같은 사상이냐 ? 다른 사상이냐 ?가 표현의 좋고 나쁨을 가름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광고의 목적에 따라서 이러한 상관관계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적용하느냐가 더욱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따라서 Laforet Bazar가 도입한 비쥬얼 긴장, 카피해소의 메카니즘은 그 광고 목적에 있어 기역도 제고를 위해 채택한 좋은 예의 하나가 될 것이다.
예 ④ 의 광고는 칼라슬라이드를 비롯한 각종 프리젠테이션 기재를 취급하는 「프리젠톄이션 Company」의 기업광고다.
「나치」라는 단어에 대해 많은 사람이 품게 되는 연상효과는 바로 '파멸' '획일화' '공포' '죽음' 등이다. 동시에 과거역사에서 겪었던 후유증을 되풀이하지 않아야겠다는 잠재의식이 많은 수신자의 머리 속에 남아있다. 잠재적인 공포의 이미지를 추출해 냄으로써, 실패가 또다시 되풀이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는 비쥬얼이다.
따라서 실패를 막을 수 있는 곳이 바로「프리젠테이션 Company」라고 규정 짓는 크리에이터의 역설적인 표현이 돋보이는 광고이다. 긴장이 고조된 비쥬얼을 카피로 해소하는 메카니즘의 광고는 이외에도 실로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예 ⑤ 와 예 ⑥ 의 광고도 마찬가지로 긴장과 해소가 어우러지면서 합일로 도달한 광고의전형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광고의 표현은 궤도없는 차량처럼 무법칙으로 달리지는 않는다.
광고의 표현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칙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무의식의 심성에 의해, 의식의 콘트롤에 의해, 그리고 연상의 심리에 의해 여러가지 제약을 받는다.
우리가 「국제사면위원회」나 「Duet주택」이나 「Laforet Bazar」 광고를 관심의 대상으로 올릴 수 있었던 것은 결코 우연의 소산이 아니다. 주부의 해방심리, 그리고 장성한 자녀를 둔 부부가 한번쯤 가지게 되는 소외감,그리고 인간의 자존심 등이 근간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표현기교에 있어서 카피와 비쥬얼이 어떠한 매카니즘으로 작용하느냐에 따라 그 표현의 근간이 살아남느냐 죽느냐를 가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대선을 앞두고 언론지 「볼티모어·선」의 시의성에 맞춘 기업광고(예⑦)를 보자.
민주주의란 다양한 의견들이 받아들여 지는 세계'라는 메시지 컨셉트를 비쥬얼은 독재자로 표현하고 있다.
카피는 '투표가 시간낭비라고 생각하신다면, 이 사람들이 모두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상기하십시오.'
이 광고는 과연 비쥬얼이 먼저였을까? 카피가 먼저였을까?
인쇄광고의 COPY와 VlSUAL-그 Honeymoon을 위하여
카피와 비쥬얼은 뼈와 살의 관계에 있다. 카피와 비쥬얼이 일단 광고를 만들어져, 수신자에게 다가왔을 때는 그것은 이미 하나의 인격체라고 할 수 있다.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했듯이, 카피와 비쥬얼은 각각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가 만나 가정을 이룬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
'그림도 나오지 않는 카피를 만들어낸다'는 아트디렉터의 불평이나, '이 카피에 대한 비쥬얼구성이 너무 약하다'는 카피라이터의 불만은 어찌 보면 사랑싸움인지도 모른다.
이 둘을 어떻게 조화시켜 수신자에게 보다 강력한 효과를 주느냐 하는 노력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에서 우리는 비쥬얼과 카피 -그 표현의 상관관계를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카피와 비쥬얼을 같은 사상으로 표현하는 방법. 그리고, 카피와 비쥬얼을 다른 사상으로 표현하는 방법. 둘 다, 광고의 본질적인 메시지 아이디어를 위한 메카니즘이며, 보다 효율적인 표현을 위한 하나의 방법론이다.
물론 다른 방법론이나 메카니즘이 있을 수 있으며, 숱하게 많은 표현이론도 산재해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감각적·정서적으로 작용함으로써 제1신호계라 불리는 비쥬얼과 이성적인 측면이 강조되는 제1신호계 카피 -이 둘의 만남을 위해서는, 반드시 표현의 메카니즘을 위한 크리에이터만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참고자료:
·야마다·리에이 「기업전략과 광고디자인의 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