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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 Focus | 성공적인 엔터테인먼트 브랜드 마케팅의 가능성

송상헌 / 제일기획 브랜드마케팅연구소 선임연구원 sangheon.song@samsung.com

지난달 금융감독원이 국내 ‘K 자산운용’이 신청한 400억 원 규모로 국내에 첫 선을 보이는 ‘엔터테인먼트 펀드’의 영업허가를 승인했다는 기사가 세간의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비록 영화, 음반, 뮤지컬 3개 분야에 국한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산업적으로 몇 가지 시사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최근 심각한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성장성 및 수익성이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내수 경기를 이끌어가는 새로운 분야로 부각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시장에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성장 잠재력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는 방증이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둘째, 엔터테인먼트 분야가 산업으로서의 높아진 위상을 갖게 되었음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일종의 도박적, 투기적 투자 분야로 인식되어 왔다. 또한, 몇 년 전 불거진 대규모 로비 사건들로 대변되는 업계의 불투명성 등으로 형성된 부정적 이미지는 최근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산업분야로서의 위상을 저해했던 것이 사실이다. 셋째, 엔터테인먼트 경영의 투명성과 객관성이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자금을 공모할 수 있을 정도로 높아졌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향후 엔터테인먼트 산업 경영의 체계적인 시스템 도입에 대한 요구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러한 업계의 산업적 · 경영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브랜드 마케팅 분야는 형성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최근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상식을 뒤엎는 성공을 거둔 작품들이 많이 등장했으며, 그 이면에는 치밀하게 준비된 브랜드 마케팅 활동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Phantom of the Opera)’의 6개월간 장기공연이 발표됐을 때, 업계의 반응은 ‘오페라의 유령’이 갖는 지명도와 브랜드 가치만을 갖고 장기공연을 하는 것은 무모하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하지만 ‘오페라의 유령’은 공연의 품질에 대한 철저한 관리, 문화 예술을 향유하는 고소득층에 대한 정확한 타겟팅, 공동마케팅 등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의 활용 등을 통해, 상업적 성공뿐 아니라 국내 대형공연 붐을 이끌어낸 공연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성공적인 사례들이 계속해서 창출되고 업계에 공유됨으로써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브랜드 마케팅은 높은 발전의 여지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은 아직까지 체계적인 브랜드 마케팅적인 접근법보다는 주먹구구식의 운영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세계적인 테너 ‘호세 카레라스(Jose Carreras)’의 두 번째 한국공연은 호세 카레라스의 명성에만 의존한 채, 소비자들의 욕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실패한 공연으로 기록된 대표적 사례다. 기획사는 매출 증대를 위해 전문 공연장이 아닌, 좌석 수가 많은 올림픽 펜싱 경기장을 공연장으로 선정했고, 호세 카레라스의 인기를 감안, 굳이 광고비를 많이 들이지 않더라도 언론을 통한 홍보몰이로 관객동원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음향시설이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성악 공연에 맞지 않는 장소의 한계와 전문 공연장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 큰 실수였다. 또한, 대부분이 이러한 공연의 소비자이기도 한 각 언론의 기자들이 공연 장소의 변경을 요구하며 기사 작성을 거부, 공연 3일 전에야 소수의 신문사에서 기사화하는 등의 문제로 제대로 된 마케팅 한번 못해보고 참패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최근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등장 및 기업 인수합병을 통한 엔터테인먼트 업계와 업체의 산업화와 기업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으며, 넓어진 시장기반을 바탕으로 엔터테인먼트 상품 및 투자의 대형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뉴미디어의 활성화와 멀티플렉스 극장의 등장 등 매체의 다양화, 일본 문화 개방과 한류 열풍 등으로 대변되는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개방화와 글로벌화 그리고 이에 따른 소비자 욕구의 다양화 등이 최근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변화를 주도하는 트렌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의 파고를 넘어 다양한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엔터테인먼트 상품의 경쟁 우위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인 브랜드 마케팅 기법의 도입이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본 고에서는 엔터테인먼트 산업 및 상품의 브랜드 마케팅 사례를 중심으로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한 시사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비틀즈의 신화는 우연이 아니었다?

‘비틀즈(Beatles)’는 필자가 개인적으로 최고로 꼽는 엔터테인먼트 브랜드 중 하나다. 수많은 화제와 기록을 만들어 내며 현재까지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뮤지션의 차원을 벗어나 20세기를 대표하는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몇 안되는 브랜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비틀즈의 성공은 후일 멤버였던 존 레논(John Lennon)이 “60년대의 대중음악계는 골드 러시(Gold Rush) 시대의 금광과 같았다. 여기저기 금광이 널려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 금광이 어디에 있는지 몰랐고 우리는 남들보다 먼저 그러한 금광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라고 밝힌 바와 같이 60년대라는 특수한 시대상황이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현실화시킬 수 있었던 것은 ‘비틀즈’라는 브랜드의 구축과 이를 뒷받침 해줬던 치밀한 마케팅 전략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틀즈는 확실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었으며 이를 더욱 변화 · 발전시킴으로써 시장을 주도했던 뮤지션이었다. ‘활발하고 자신감 넘치는 4인의 영국 청년들’은 데뷔 초기 케네디 대통령의 죽음 이후 침체된 미국의 사회적 분위기에 이국적이고 차별적인 이미지뿐 아니라 신선한 이미지로 ‘비틀매니아(Beatlemania) 열풍’으로 불리우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모았다. 또한, 시대의 변화와 자신들의 음악적 변화를 위해 모든 공연을 중단하고 스튜디오 뮤지션으로의 변모를 선언, 단순한 팝스타에서 시대를 주도하는 뮤지션으로의 성공적인 아이덴티티의 변화를 통해 현재까지도 팬들과 평론가들 모두에게 추앙받는 뮤지션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이러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전략적 타겟팅과 포지셔닝에 근거한다.

데뷔 전부터 비틀즈는 미국시장을 겨냥하여 자신들의 음악과 이미지를 만들어 나갔다. 당시 미국 대중음악의 주류였던 록과 소울 등을 파격적으로 받아들여 자신들만의 사운드를 만들어냄으로써 미국시장에 성공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60년대 다양한 실험적 시도를 폭넓게 접목시킴으로써 자신들의 시장 포지션의 영역을 넓히고 혁신적인 뮤지션으로 포지셔닝함과 동시에 다양한 소비자들을 수용할 수 있었다. 이러한 ‘비틀즈’ 브랜드는 영화, 애니메이션, 각종 기념품 등을 통해 꾸준히 확대 · 재생산되고 확장되었으며, 급기야 자신들의 회사인 ‘애플주식회사(Apple Corp)’를 설립, 음반, 패션, 가구 등으로 그 영역을 넓혀 나갔다.

이외에도 팬들의 관심을 증폭시켰던 신비주의 마케팅, 최초의 뮤직비디오 개념 도입을 통한 매체의 적극적인 활용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이고 현재까지도 널리 적용되고 있는 전략들이 비틀즈의 성공요인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하지만 비틀즈의 브랜드 마케팅 전략의 핵심은 브랜드 아이덴티티, 포지셔닝 그리고 브랜드 확장 등으로 요약될 수 있으므로 본 고에서는 논의 영역을 이로 한정지어 브랜드 마케팅의 개념을 어떻게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적용할 수 있을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확고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통한 차별화 우위 창출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브랜드와 관련된 일련의 독특한 연상으로 브랜드의 기능적, 정서적, 혹은 자아표현적 편익과 관련된 가치제안을 만듦으로써 브랜드와 고객 사이의 관계가 형성되는 것을 돕는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있어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중요성이 점차 강조되는 것은 엔터테인먼트 상품의 다양화와 엔터테인먼트 상품 고유의 특성에 기인한다.

기술발전을 통한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과 미디어 환경의 변화, 그리고 기존 엔터테인먼트 상품의 범주에서 벗어난 새로운 즐거움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의 증가는 엔터테인먼트 상품의 다양화로 이어지고 있다. 각종 모바일 게임이나 ‘싸이질’로 일컬어지는 싸이월드 미니홈피와 같이 정보기술의 발전으로 등장하거나 이종격투기나 익스트림 스포츠와 같이 새로운 소비자의 요구에 의해 등장하고 있는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상품으로 인하여 엔터테인먼트 브랜드가 소비자들에게 선택받는 것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 또한, 엔터테인먼트 상품은 감성적이고 주관적인 선택과 평가를 받으며 경험을 통하여 소비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는 결국 소비자들의 탐색비용과 선택에 있어서의 리스크가 요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확고한 엔터테인먼트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는 소비자들의 탐색비용 및 선택 리스크를 감소시키고 경쟁자들과의 차별화된 가치를 전달함으로써 경쟁우위를 창출할 수 있다.

‘스필버그(Spielberg) 감독’이라는 브랜드는 스필버그 감독 영화에 대해 ‘다양한 특수 효과를 통한 환타지의 재현’이라는 핵심 가치를 아이덴티티로 제공해 소비자들이 수많은 영화들 속에 별다른 탐색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리스크가 낮다고 생각함으로써 보다 많은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토이스토리(Toy Story)’를 제작했던 영화사로도 유명한 픽사(Pixar)는 ‘뛰어난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3D 애니메이션 제작사’라는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다. ‘몬스터 주식회사(Monster Inc.)’와 같은 픽사의 후속작들이 개봉됐을 때, 많은 소비자들은 토이스토리에서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전작의 3D 애니메이션을 뛰어넘는 기술의 진보 - 보다 자연스러운 컴퓨터 그래픽 애니메이션 - 를 기대하며 쉽게 극장으로 발길을 돌릴 수 있었을 것이다. 즉, 확고한 엔터테인먼트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치열해지는 경쟁 상황과 특수한 소비자 성향이 존재하는 산업분야에서 차별적인 가치 전달을 통하여 경쟁우위를 창출해내고 있는 것이다.

사례 : Blue Note Records와 ECM Records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시스템

재즈 음반 레이블인 ‘블루노트레코드(Blue Note Records)’와 ‘ECM레코드(ECM Records)’는 매우 다른 의미에서 재즈사에 큰 영향을 미친 음반사임과 동시에 매우 독창적인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재즈 업계에 독보적인 입지를 다져온 브랜드이다.

1939년도에 설립된 블루노트는 그야말로 재즈의 역사를 대변하는 재즈 레이블 중 하나로 마일즈 데이비스(Miles Davis),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 디지 글래스피(Dizzy Gillespie) 등, 수많은 재즈의 거장들을 배출하며 재즈사의 기념비적인 업적을 남겼다. 이러한 역사와 전통에 걸맞게 블루노트는 ‘전통 재즈의 현대적 재해석’이라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추구하며, 메인스트림 재즈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블루노트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브랜드 자산은 ‘블루노트 사운드’라는 재즈계의 용어로 대변될 수 있다. 다양한 재즈 스타일이 공존하는 현재에 이르러, 블루노트 사운드는 메인스트림 재즈의 동의어로 통용되고 있을 정도로 블루노트는 ‘전통’이라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재즈사를 이끌어가고 있다.

블루노트에 비해 신생 레이블이라 할 수 있는 ECM레코드는 1969년 설립되었다. 초창기 소규모 레이블로서의 미비한 활동을 감안한다면, 실질적인 ECM레코드의 역사는 1984년 ‘뉴 뮤직 시리즈(New Music Series)’의 발매가 그 출발점이 되었고 ECM은 이 시리즈를 통해 대표적인 재즈 음반사로 도약했다. 블루노트와는 달리, ECM은 ‘실험적이고 진보적인 발상을 통한 새로운 재즈 사운드의 추구’라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기존 재즈 사운드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온 브랜드이다. 팻 매스니(Pat Metheny), 키스 재릿(Keith Jarrett)과 같이 전통적 격식에서 벗어난 파격적인 발상의 뮤지션이 ECM의 대표적인 뮤지션들이다.

소속 뮤지션들의 음악적 특성이 두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이지만, 각각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시스템 역시 큰 차이를 보인다. 블루노트는 전통을 가진 브랜드답게 푸른색 타원과 직사각형으로 구성된 로고와 LP시절부터 이어져 내려온 음반 라벨을 CD 디자인에 활용하고 있다. 또한, 앨범 자켓 디자인에 있어서도 크고 굵직한 타이포그래픽(Typographic)과 강렬한 인물사진 - 주로 클로즈업된 - 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아이덴티티 시스템은 블루노트의 전통적인 이미지를 더욱 강화시켜 주는데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반면, ECM레코드는 별다른 디자인이 없는 글 자체의 로고로 모던하고 깔끔한 이미지를 전달하고자 노력한다. 디자인의 성향도 여백을 많이 활용하며 모더니즘적인 예술작품을 떠올리는 사진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자켓 디자인을 통해 현대적인 재즈 사운드를 시각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두 음반사 모두 앨범 자켓만 보고 어디에서 발매된 음반인지를 한 눈에 알 수 있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시스템을 갖추고 시각 · 청각적으로 브랜드의 가치를 전달하고 있는데, 이는 다른 음반사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시도로 평가할 수 있다.

음악적으로 두 음반사가 가지고 있는 포지션은 매우 상반된 것이지만, 명확한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이를 전달할 수 있는 아이덴티티 시스템을 갖췄다는 점에서 큰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명확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통해 블루노트는 반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재즈의 역사를 이끌어 온 음반사로 현재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며, ECM레코드는 미래의 재즈계를 이끌어 나갈 영향력 있는 음반사로 성장해 왔다. 결국, 명확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소비자들에게 명확한 가치제안과 이를 강화하고 뒷받침해주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시스템을 통하여 브랜드의 차별화 우위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브랜드 아이덴터티 실행을 위한 전략적 포지셔닝

아무리 좋은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타겟 고객에게 의미를 가지지 못하거나, 이미 다른 경쟁자가 비슷한 가치제안을 가지고 소비자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다면, 그러한 아이덴티티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즉, 타겟을 명확히 하여 그들에게 독창적인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의 마음속에 하나의 뚜렷한 이미지로 자리잡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엔터테인먼트 상품의 마케팅에 있어 구전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구전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는 열성 고객층 - 소위 매니아 층이라고 불리우는 - 을 발굴하여 이를 중심으로 소비자 기반을 확대하고 제품의 영역을 확장시킴으로써 컨텐츠의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엔터테인먼트 상품의 포지셔닝은 다른 상품과는 달리 소비자들의 니즈를 창출해 소비자들을 선도해 나가거나 열성 소비자층을 만들어내는 것이 비교적 용이한 특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한국의 몇몇 인디밴드들이 홍대 등 클럽가를 중심으로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업적 요구를 배제한 채 꾸준히 자신들만의 음악세계로 팬들을 확보해 나갔고, 이를 바탕으로 제도권으로 성공적으로 진출한 과정은 이러한 엔터테인먼트 상품의 포지셔닝과 그에 따른 효익을 잘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이제는 로열티만으로 40억 원의 수익을 창출해내는 엽기토끼 ‘마시마로’의 출발은 1분 30여 초 가량의 플래시 애니메이션이었다. 당시 ‘엽기’라는 문화코드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스토리 전개와 행동으로 웃음을 자아내게 만들었던 이 애니메이션은 단숨에 매니아층을 만들어냈으며, 이들을 중심으로 링크가 퍼져 나감으로써 단시간 내에 성공적인 엔터테인먼트 상품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는 다시 마시마로의 브랜드 자산을 바탕으로 캐릭터 사업으로 확장이 되었으며, 마시마로 매니아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다양한 제품이 기획되었고, 대학생과 20대를 주 타겟으로 하는 수많은 캐릭터 상품으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현재는 국내에서만 80여 개 업체가 마시마로 캐릭터를 사용하여 3,000여 종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그 시장규모는 약 2,000억 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처럼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있어서 명확한 포지셔닝은 확고한 소비자 기반을 마련하고 브랜드를 창출해 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여러 종류의 제품확장을 통하여 동일 타겟에 대해 지속적인 소비유발과 이를 통한 소비자 만족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이러한 소비자 만족은 다시 브랜드 자산의 강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창출해 낼 수 있는 장점을 가진다.

사례 : 디즈니와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전쟁

극장가를 즐겨 찾는 사람들에게 여름이라는 계절은 1년 중 가장 행복한 고민에 빠지는 시기 중 하나일 것이다. 수많은 흥행 대작들이 개봉되어 관객들을 유혹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 시기의 또 다른 흥미진진한 관심사는 디즈니(Disney)와 드림웍스(Dreamworks SKG)가 올해는 어떤 애니메이션으로 극장가에서 격돌할 것이며 그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오랜 전통과 명성을 기반으로 애니메이션 업계의 대표주자로 자리잡아왔던 디즈니와 단기간의 급성장을 통해 디즈니에게는 가장 위협적인 존재로 자리잡은 드림웍스의 경쟁은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에 있어 포지셔닝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월트 디즈니(Walt Disney)가 직접 만든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의 성공 이후 계속 승승장구해 온 디즈니사는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영화, 테마파크, 캐릭터 사업 등의 종합적인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구성함으로써 굳건한 제국을 건설했다. 이 중 핵심인 애니메이션 산업은 ‘동화적 환타지의 생동감 있는 구현을 통한 꿈과 희망의 제공’이라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아동, 청소년을 핵심 타겟으로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으로 포지셔닝함으로써 오랜 기간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디즈니사는 이러한 명확한 아이덴티티와 포지셔닝을 바탕으로 유명 연예인들이 성우를 맡거나 주제가를 부르는 등 스타를 활용함으로써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전략으로 수많은 성공을 이루어냈다. 비록, 80년대 핵심인력의 유출 등의 문제로 침체기를 맞기도 했지만, 이들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전형적인 요소들인 뮤지컬, 해피엔딩, 스타 파워 등을 적절히 배합한 ‘인어공주(The Little Mermaid)’의 성공으로 화려하게 복귀, ‘토이스토리(Toy Story)’, ‘니모를 찾아서(Finding Nemo)’ 등 최근의 성공작까지 기존의 브랜드 포지션을 중심으로 자신들의 위치를 굳건히 하고 있다.

반면, 1994년 설립된 후발주자인 드림웍스의 경우, 기존의 방식으로 디즈니의 아성을 무너뜨리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었던 상황이었다. 현재는 ‘슈렉(Shreck)’을 필두로, ‘이집트의 왕자(The Prince of Egypt)’, ‘치킨런(Chicken Run)’과 같은 애니메이션의 성공으로 디즈니에 필적할 만한 경쟁자의 위치에 올라섰지만, 이러한 위치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새롭고 차별적인 접근이 필요했던 것이다. 드림웍스의 설립자 중 하나인 제프리 카젠버그(Jeffrey Katzenberg)가 디즈니 출신이라는 이유 때문인지 드림웍스의 마케팅 기법은 디즈니와 유사한 면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가족 중심의 애니메이션을 추구하는 디즈니와는 확연히 다른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드림웍스 전략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즉, 미국의 X세대 여피족들과 대학생들을 핵심 타겟으로, 그리고 디즈니의 타겟이라 할 수 있는 청소년들과 그 부모세대라 할 수 있는 베이비 붐 세대를 보조 타겟으로 포지셔닝함으로써 ‘어른들도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를 위해 상품의 핵심도 풍자와 패러디 그리고 비판적 시각을 반영함으로써 디즈니의 순수한 세계에서 볼 수 없었던 색다른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슈렉’에서 보여준 ‘동화비틀기’나 ‘기존 문화의 패러디’ 등은 드림웍스의 핵심가치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으며 드림웍스의 성공 원동력이 될 수 있었다.

이러한 양 사의 포지셔닝 전략의 차이는 같은 시기에 모두 똑같이 곤충을 주제로 만든 디즈니의 ‘벅스 라이프(Bugs’Life)’ 와 드림웍스의 ‘앤츠(Antz)’에서 극명히 드러난다. 벅스 라이프가 이솝우화를 바탕으로 철저히 어린이를 위한 영화로 천진난만한 곤충의 세계를 그려냈다면, 앤츠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보여진 세계관을 바탕으로 암울하고 냉소적인 시선으로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풍자적으로 보여준다. 일관적인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핵심 역량으로 포지셔닝 전략을 전개함으로써 오랜 기간 동안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디즈니의 사례나, 차별화된 포지셔닝으로 성공적인 시장 진입과 급성장을 이루어내고 ‘슈렉’과 같은 빼어난 브랜드를 창출해 낸 드림웍스의 사례는 양 사의 애니메이션 전쟁이 어떠한 결과로 끝나든 엔터테인먼트 브랜드 마케팅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에 있어서의 브랜드 확장과 브랜드 시스템

브랜드 인지도, 지각된 품질, 고객 로열티를 가진 브랜드는 회사가 가진 가장 강력한 자산이며, 기업의 비즈니스를 더 넓고 강력하게 만들기 위해 이러한 브랜드를 어떻게 이용해야 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전략적 의사 결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들은 브랜드 자산의 수평적, 수직적 확장을 통해 브랜드 자산의 레버리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으며, 이를 더 확장하여 브랜드 시스템을 구축할 수도 있다. 브랜드 시스템은 브랜드간의 공통점을 찾아내어 시너지를 창출하며, 각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위험 요소들을 감소시키고, 외부의 변화에 대한 적응을 용이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있어 브랜드 확장과 브랜드 시스템은 매우 중요한 이슈 중 하나이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비즈니스 및 수익 창출 모델이 브랜드 확장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엔터테인먼트 상품의 경우 한 가지의 컨텐츠를 여러 분야로 확장하여 활용하는 것이 용이하다는 특성 때문에 하나의 성공적인 컨텐츠를 만들어냈을 때, 이를 동일 분야에서 확장하거나 다른 제품군으로 확장시킴으로써 위험감소와 수익 극대화라는 목표를 추구할 수 있다.

조지 루카스(George Lucas)의 영화 ‘스타워즈(Star Wars)’는 70년대를 대표하는 SF영화 중 하나로, 20여 년이 넘는 긴 세월동안 영화의 브랜드화와 그 브랜드의 라인확장과 브랜드확장이 종합적으로 이루어짐으로써 하나의 문화적 현상으로 자리잡은 브랜드라 할 수 있다. 사실, 속편이라는 형태는 영화에 있어 가장 일반적인 라인확장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스타워즈는 두 편의 속편을 통하여 성공적인 라인확장과 브랜드 자산을 구축할 수 있었고, 최근 ‘에피소드(Star Wars Episode)’ 시리즈로 다시 한번 그 영역을 성공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또한, 영화의 성공 이후, 만화, 게임, 장난감 등의 각종 캐릭터 상품으로 브랜드 확장을 함으로써 제작자인 조지 루카스에게 막대한 부를 안겨주기도 하였다. 이러한 형태의 브랜드 확장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가장 기본적 형태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이 점차 기업화 · 대형화되어감에 따라 엔터테인먼트 브랜드의 확장은 보다 복잡하고 다양한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디즈니사(Disney)가 ‘가족을 위한 엔터테인먼트 컨텐츠 제공’이라는 자신들의 핵심역량을 영화부문으로 확장하고자 했을 때, 애니메이션 제작사라는 디즈니사의 아이덴티티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디즈니 브랜드와의 연관성을 부각시켜 ‘터치스톤 픽쳐스(Touchstone Pictures)’를 출범시킨 것이 그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사례 : Sony Playstation과 Nintendo의 브랜드 확장과 브랜드 시스템

소니 플레이스테이션과 닌텐도의 게임기 시리즈들은 매우 상반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다. 플레이스테이션이 개인을 중심으로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을 타겟으로 멋진 이미지의 짜릿한 게임의 즐거움을 내세운 반면, 닌텐도는 누구나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친근한 이미지를 중심으로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즐길 수 있는 게임을 표방하고 있다. 두 브랜드의 차이는 아이덴티티와 이에 따른 포지셔닝 전략뿐 아니라 브랜드 확장 및 브랜드 시스템 운영에 있어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플레이스테이션이 기업 브랜드인 소니와 동등한 위치를 가지며 하나의 단일 브랜드로 존재하는 반면, 닌텐도는 기업 브랜드를 중심으로 ‘패미콤’, ‘겜보이’, ‘큐브’ 등 다양한 하위 브랜드를 갖춘 포트폴리오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이에 따른 브랜드 확장 전략과 브랜드 시스템의 운영을 비교해보는 것은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브랜드 관리에 있어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고 할 수 있다.

플레이스테이션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우선, 소니 브랜드 전략의 변화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제조업체로서의 성장 한계를 느낀 소니는 1990년에 접어들며 엔터테인먼트 브랜드로의 진화를 시도한다. 영화사와 음반사를 인수했던 의사결정 역시, 하드웨어의 한계를 소프트웨어의 강화를 통해 극복하고자 하는 전략적 의도가 깔려있었음은 물론이다. 2000년에 첫 선을 보인 플레이스테이션은 이러한 소니의 변화에 따른 노력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소니와의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독립적인 브랜드로 성장한 플레이스테이션은 초창기 소니가 가진 앞선 기술의 이미지를 활용하면서도 게임업계에서 독자적인 이미지를 구축함으로써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고, 이러한 성공은 다시 엔터테인먼트 브랜드로서의 소니의 이미지를 강화해주고 있다. 현재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은 단순한 게임기 브랜드의 차원을 벗어나 홈 엔터테인먼트 네트워크로의 브랜드 확장을 시도하고 있으며 소니 브랜드가 가지는 엔터테인먼트 이미지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즉, 플레이스테이션은 브랜드의 확장뿐 아니라 기업브랜드로의 이미지 확장 역시 성공적으로 이루어냄으로써, 변화하는 엔터테인먼트 환경을 주도하는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강화했을 뿐 아니라 기업브랜드와의 성공적인 시너지를 이끌어 낸 브랜드라 할 수 있다.

플레이스테이션이 독립브랜드로서 기업브랜드와의 상호 영향력을 갖는 브랜드 구조를 가지고 있다면, 닌텐도는 강력한 기업브랜드를 구축한 후 각 게임기의 패밀리 브랜드를 하위 브랜드로 가져가며 기업브랜드를 확장해 나가는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닌텐도를 세계적인 게임업체로 성장시킨 것은 ‘패미컴(Famicom)’의 성공이다. 패밀리와 컴퓨터를 합성한 브랜드 네임으로 가족용 게임기라는 연상이 쉬웠고 조작 자체가 쉬워 가정용 게임기로서 비디오 게임기 하면 자연스럽게 닌텐도, 또는 패미컴으로 부르게 되었다. 이후 닌텐도는 휴대용 게임기인 ‘겜보이(Gameboy)’ 등의 하위 브랜드로 닌텐도의 브랜드를 확장하면서도 ‘게임’이라는 일관된 사업 내용을 커뮤니케이션하는 브랜드 네임 전략을 전개했다. 모든 제품에 닌텐도를 강조하고 그 하드웨어의 기능에 따라 하위 브랜드를 가진 브랜드 시스템을 운영한 것이다. 또한, 닌텐도라는 기업브랜드를 강조하여 제품 브랜드와 함께 기업브랜드의 후광효과와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함과 동시에, 새로운 하드웨어가 출시될 때마다 새로운 패밀리 브랜드를 사용함으로써 제품의 기능발전과 새로운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어필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새로운 기능이 추가된 제품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여 자연스러운 브랜드 이동이 이루어지게 하였다. 이러한 전략을 통해 닌텐도는 게임기 업체로서의 브랜드 자산을 강화했을 뿐 아니라, 새로운 시장으로의 브랜드 확장을 성공적으로 수행함으로써 비디오 게임 시장의 리더로 확고히 자리잡고 있다.

성공적인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를 위한 브랜드 마케팅

지금까지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브랜드 마케팅적 관점에서 사례 중심으로 살펴봄으로써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있어서 보다 체계적인 브랜드 마케팅 기법의 도입 가능성을 살펴보았다. 비록, 브랜드 아이덴티티, 포지셔닝, 확장 및 시스템의 영역으로 한정되기는 했지만 결국 기본에 충실한 브랜드 마케팅 기법의 활용이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에 있어서도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으며, 이미 선진 업체들이 널리 활용함으로써 그 실효성이 어느 정도 입증되었다고 할 수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국내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에서 이러한 논의를 한다는 것이 큰 의미를 가지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시장의 규모가 협소했고 산업적 기반이 확고하지 못했으며 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충실히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양질의 인력 기반이 갖춰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득수준의 향상과 여가시간의 증가로 엔터테인먼트 시장은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시간적, 금전적 투자를 아끼지 않는 소비자 성향의 변화는 시장의 세분화와 다변화를 이끌고 있다. 즉, 시장과 소비자의 성향이 세분화된 시장의 등장이 가능할 정도로 충분히 성숙되었다. 또한, 영세 규모의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이 기업화, 대형화되면서 그 산업적 기반이 더욱 공고해지고 있으며 많은 인재들이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에 뛰어들면서 이제는 체계적인 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도입할 수 있는 역량이 강화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을 둘러싼 내 · 외부의 환경이 체계적인 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성숙한 여건을 갖추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서 비틀즈의 성공신화를 다시 한번 살펴보자. 비틀즈의 성공은 결국 전략적인 브랜드 마케팅 활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비틀즈의 브랜드 마케팅 활동들은 60년대에 이루어진 것이고, 이미 비틀즈가 해산한지 30년이 넘게 지난 오늘날까지도 어떻게 ‘비틀즈’라는 브랜드가 강력하게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인가?’라는 의문점 말이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수많은 팬들과 평론가들은 바로 ‘컨텐츠’에서 찾고 있다. 비틀즈의 음악 하면 혁신과 실험정신 가득한 사운드, 철학적이고 사회비판적인 가사 등이 먼저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러한 부분이 비틀즈가 대중음악의 개척자로서 높은 평가를 받는 요인이기는 하지만, 비틀즈가 세대를 초월하여 20세기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힘은 그들이 삶과 생활을 노래했기 때문이었다. 시대가 변하고 세대가 바뀌어도 공감할 수 있는 삶이 그들의 노래에 녹아있었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큰 공감과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비틀즈는 심오한 철학에서부터 평범한 삶에 이르는 다양한 주제를 이해하기 쉽고 가슴에 와 닿을 수 있도록 전달할 수 있었던 타고난 이야기꾼이었다.

결국, 성공적인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나 체계적인 브랜드 마케팅 기법보다 가장 중요하고 우선시되어야 할 것은 컨텐츠라는 가장 단순한 진리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만일 비틀즈가 컨텐츠의 뒷받침 없이 브랜드나 마케팅 전략만으로 성공했다면 그들의 성공은 60년대에 국한됐을 것이다. 하지만 컨텐츠의 힘은 효과적인 브랜드 마케팅 전략과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었고 이렇게 만들어진 브랜드의 힘과 또 다른 신화를 이어갈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마케터로서 성공적인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의 새로운 브랜드 마케팅 성공사례가 만들어지는 것보다는 팬으로서 진정 즐길 수 있는 컨텐츠의 등장이 더욱 기다려지는 것이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가 가진 뿌리치기 힘든 매력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