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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종합 논의와 함의먼저 이상의 텍스트 분석 결과를 시기별로 구분하여 1982년 <우리의 영원한 정원>부터 1990년 <대화>까지를 하나의 시기로 놓고 1992년 <신뢰사회>부터 2004년 <자랑스런 한국인>까지를 또 다른 한 시기로 대별하면 다음과 같은 특징을 이끌어낼 수 있다. 첫째, 언어의 수사학 차원에서 전반기에는 주로 동일/추가의 수사법이 5회, 대립/추가 1회, 유사/대치 1회 등장하고 있는데 비해 후반기에는 유사/대치의 수사법이 4회, 동일/추가 2회 등장하고 있다. 이같은 결과를 토대로 1980년대가 반복과 강조를 특징으로 하는 동일/추가의 어법이 지배한 시대였다고 한다면, 1990년 이후 오늘날에는 연상과 유추를 가능하게 하는 유사/대치의 기법을 특징으로 한다고 추론해 볼 수 있겠다. 이론적으로는 수용자의 관여수준이 매우 낮은 경우 두운, 각운, 모운, 각운 등의 반복 기법을 사용하는 과잉 표상(overcoding)된 메시지가 효과적인 반면, 소비자의 관여수준이 높은 경우에는 의미의 전이가 발생하는 비유적인 메시지가 더 효과적이다(이현우, 1998). 이를 역으로 말하면 심미적 경험의 차원에서는 반복을 통한 과잉표상이 메시지의 확실성을 제고시켜 수용자가 능동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차단하는 반면 의미의 전이가 발생하는 은유적 기법의 경우는 메시지가 낳은 공명(resonance)효과에 따라 수용자들이 메시지가 낳는 심미적 경험을 능동적으로 전유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McQuarrie & Mick, 1992). 따라서 반복에서 은유로 이행하는 언어 메시지의 이같은 경향은 단일의미의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전략에서 다의적인 메시지로 심미적인 텍스트를 구성하여 의미 전달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수사적 전략상의 변화의 결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둘째, 시각적 구문에 있어서는 전반기가 일반화 4건, 인과 3건, 대조 1건으로, 후반기의 일반화 2건, 인과 2건, 대조 3건, 유추 1건과 비교되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일반화와 인과 중심의 구문에서 대조와 유추의 구문으로 이행하고 있다는 점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이중 시각물에서의 일반화의 구문이 언어적으로 반복에 따른 강조의 기법과 같은 차원이라는 점에서 일반화를 통한 귀납적 논리화가 전반기의 주된 특징이라고 해석될 수 있다. 특히 비교에 따른 결과가 긍정적일 때 즉 논점이 두 사물 사이의 유사성에 주목하는 것이라면 유추의 구문이 활용되고, 비교에 따른 결과가 부정적일 때 즉 논점이 둘 사이의 차이를 드러내는데 있을 경우 대조의 구문이 사용된다는 점을 고려하면(Messaris, 1997; 2004), 대조와 유추가 일반화보다는 더 많은 연상과 수용자의 ‘연역적’ 관여를 요구하는 구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같은 관점에서 시각적 구문에서의 이같은 변화 역시 언어적 수사에서의 시대에 따른 변화와 같은 결과로 받아들여도 무방하리라고 본다. 셋째, 이미지와 서사의 관계에 있어서 1980년대가 비서사가 4건, 서사내적이 2건인 반면 1990년대 이후에는 비서사가 2건인 반면 서사내적인 경우가 4건으로 나타나 정반대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서사외적인 형태나 비서사적인 경우가 서사내적인 경우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시대에 따른 이같은 서사구조의 변화는 오히려 시대를 역행하는 추세로 해석될 수도 있다. 영화나 텔레비전 픽션물과 비교해보면 특히 광고에서 어떤 서사적 스토리 없이 단순한 주장만으로 구조화된 비서사적 구문이 많이 등장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광고는 단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메시지라는 점에서 서사내적으로 내포된 주장이나 명제가 처음에는 눈에 띄지 않더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오히려 수용자에게 더욱 분명하게 해석되고, 이로 인해 수용자의 점진적인 이해를 구축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더욱 효과적이라고 볼 수 있다(Messaris, 1997; 2004). 더군다나 수용자가 동일시할 수 있도록 중심이 되는 주인공이 있고, 이 주인공이 어떤 목적을 획득할 수 있도록 동기화되며 전개되는 사건의 구조도 최종 결말의 클라이막스를 정점으로 극적인 흥미를 제고시키는 패턴을 취한다는 점에서 네러티브의 도입 여부는 단순히 시대의 변화에 따른 공익광고 구성상의 차이 이상의 함의를 제시하고 있다. 결국 서사구조의 도입으로 수용자들이 메시지를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스키마가 동원될 수 있고, 공익광고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주장 역시 시각적 언어적 증거를 이야기 형식으로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사내적인 형태가 비서사나 서사외적 형태에 비해 오히려 제기하고자 하는 주장의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구성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이종수, 2000 참고). 마지막으로 스토리를 진행하는데 있어서 이미지와 언어의 관계와 역할을 살펴보면 1980년대에는 직접관계를 갖는 경우가 6건, 간접관계를 갖는 경우가 2건인 반면, 90년대 이후에는 직접관계를 갖는 경우가 5건, 무관한 경우가 3건으로 나타났다. 이를 앞서 바르트의 개념과 연관시켜 보면 언어와 이미지 사이에 직간접적인 관계를 갖는 경우는 시각물들이 대개 언어가 갖는 구체적인 혹은 추상적인 대응물들로 구성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점에서 시각적 이미지는 언어적 메시지를 단순하게 중계하는 중복적 기능만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반면 이미지와 언어 사이에 관계가 없는 경우는 모두 언어적인 메시지 없이 이미지만 ‘홀로’ 메시지를 끌고 가는 경우이다. 그 결과 이처럼 ‘부유하는’ 이미지 기표들은 수용자의 눈을 끄는 주목의 효과를 제고하고 있음과 동시에 이같은 이미지 기표가 낳을 수 있는 기의상의 모호함을 엔딩샷에서 제시된 언어기호를 통해 정박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언어가 이미지의 기의를 고정시키는 기능을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Rose, 2001). 이같은 특징을 바탕으로 볼 때 결국 1980년대 공익광고는 언어중심의 설득적 메시지를 상대적으로 긴 샷을 기반으로 진행하고 있는 데 비해 1990년대 이후의 공익광고는 빠른 장면전환과 분절적인 샷을 통해 탈언어적인 이미지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공익광고에 있어서도 이른바 메시지 구성의 포스트모던한 특징을 입증하는 경향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 공익광고의 수용자 해독에 대한 결과에서도 다음과 같은 특징과 시사점을 도출해 낼 수 있다. 첫째, 슈로더가 다차원척 모델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텍스트의 주제, 수용자의 동기, 이해, 구분, 입장 등에 따라서 해독이 상이하게 나타나며, 그러한 해독의 상이성은 평가와 실행이라는 함축적 차원에서도 차별적으로 나타남을 알 수 있었다. 즉 청장년층 모든 수용자와의 관련성이 높았고 동기 부여가 강한 공익광고 주제였던 청소년 보호 공익광고에 대해서는 수용자들이 지배적 해독을 하고 있었으며, 장년층이 상대적으로 높은 동기를 보였던 자연/환경 공익광고에는 장년층이 지배적 해독을, 청년층은 타협적 혹은 일탈적 해독을 많이 하고 있었다. 이것은 수용자의 해독이 연령별로 차별적으로 나타나지만 공익광고의 주제나 소재에 따라서는 동일한 해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둘째, 텍스트 분석에서 나타난 언어와 이미지의 수사에 따라서 수용자들의 해독의 상이성도 발견되었으며, 그러한 차이는 연령대별로 차이를 보였다. 예를 들어 <주수소> 편과 같이 언어의 수사학이 유사/대치이고 시각적 구문은 유추이고 이미지와 서사와의 관계가 서사내적이고 이미지와 언어 관계가 무관한 공익광고의 경우 장년층의 이해도가 급격히 떨어져 공익광고에 대한 올바른 해독에 장애를 가져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앞서 언급한 텍스트 분석의 함의중 공익광고 언어와 이미지의 수사학에서 탈현대성의 도입은 공익광고의 ‘세련미’를 획득하였지만, 특정 세대의 ‘이해’를 상실하게 된 결과를 낳게 되었다. 이는 주로 전국민을 소구 대상으로 하는 공익광고 캠페인의 성격상 커다란 문제로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한 점에서 실증 연구에서 효과성이 입증된 기업PR광고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메시지에 대한 영국 소비자들의 냉소적인 반응을 분석한 Schroder(1997)의 연구는 한번 검토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그는 1990년대 영국의 기업PR광고에 나타난 기업의 사업적 책임에 대한 메시지를 어떻게 수용자들이 해독하는지를 16명을 대상으로 심층인터뷰를 한 결과, 수용자들의 과반수가 기업의 메시지에 대해서 냉소적으로 반응하여 부정적으로 광고가 해독될 가능성이 높음을 경고하고 있다. 국내 공익광고도 이러한 오독(誤讀)과 일탈적 해독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잠재하고 있다는 것이 본 연구의 결과가 시사하는 점이다. 셋째, 언어의 수사학 차원에서 반복에서 은유로, 시각적 구문에서는 일반화와 인과 중심의 구문에서 대조와 유추의 구문으로, 이미지와 서사의 관계는 비서사에서 서사내적으로, 이미지와 언어와의 관계는 직접연관에서 직접연관과 무관함이 혼재되는 양상으로 변화됨에 따라서 수용자의 해독도 상이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청년층이 과거 수사학을 바탕으로 제작된 1980년대 공익광고에 대해 촌스럽다는 평가와 일탈적 해독을 주로 하고 있지만, 변화된 수사학에 근거하여 제작된 최근의 공익광고에 대해서 세련되다는 평가와 함께 지배적 해독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하지만 본 연구에서는 그 상호관계성을 엄밀히 살피지는 못하였다. 왜냐하면 연구의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되고 각각의 특성별로 정리하기에는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향후에는 언어의 수사학, 시각적 구문, 이미지와 서사와의 관계, 스토리 진행에 있어서의 이미지와 언어의 관계가 상이함에 따라서 수용자의 해독이 어떻게 드러나는지에 대한 연구가 있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명확하게 인과관계가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슈로더의 텍스트-동기-이해-구분-입장-평가-실행이라는 다차원적 분석단계가 Ray(1982)가 제안한 전통적인 광고효과 위계모델인 인지적 효과(주의-인지-이해)-감정적 효과(광고에 대한 태도-브랜드에 대한 태도)-행동적 효과(구매의도-구매행위)와 매우 유사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유사성은 실증연구와 문화연구의 접점을 모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하겠다. 향후 연구에서는 다차원적 모델의 세부 항목에 대한 분석틀을 보다 세밀히 제시한 후 실증연구와 비교, 평가하는 연구가 필요하리라 본다. 본 연구가 표본 선정의 과정이나 연구진행이 일반화를 목적으로 하는 양적 연구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만큼 세대간 차이나 시대간 차이에 대한 진술의 해석 역시 제한적으로 판단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아울러 연령이외에 교육수준, 성에 따른 해독의 차이 분석도 수행하지 못한 한계도 지니고 있다. 따라서 후속 연구에서 텍스트 분석에 동원된 사례 수를 확장하여 전체 공익광고와 테마를 망라하고, 수용자 분석에서도 전체 연령을 아우르는 표집을 통해 연구 결과를 일반화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를 통해 본 연구의 결과로서 나타난 텍스트의 수사학적 특징과 해독의 상이성이 과연 텍스트상의 시대적인 차이와 이에 따른 상이한 해석공동체 형성의 결과인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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