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언급했듯이 방송정책 참여자들의 공익 인식의 유형을 Q방법론을 통해서 분석한 결과, '이상적 공익', '시장자유주의적 공익', '계도적 공익'등 세 가지 인식 유형이 발견되었다. 이들 세 유형이 각각 공익 인식에 있어서 동의하고 있는 영역과 갈등하고 있는 영역을 간단히 표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표에서 볼 수 있듯이 공익 인식의 도의 영역은 주로 개념적, 가치적 차원으로서 방송의 정치, 자본으로부터의 독립, 수용자 이익 추구 등과 관련된 당위적인 것들이다. 반면 갈등 영역에서는 세 유형이 공익 실현을 위한 '주체'와 '방법'의 차원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즉 유형1은 시민사회에 의한 공적 규제를, 유형2는 시장논리에 의한 자율규제를, 유형3은 규제기구에 의한 제도적 규제를 통해서 각각 방송 공익성이 실현될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결국 각 방송정책 참여자들의 입장 차이를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유형1의 절반 가량이 시민단체, 유형2의 절반 이상이 SBS 편성기획실, 유형3의 4분의 3이 방송 현업인이라는 사실로 미루어 보았을 때 이들이 각각 시민단체, 상업방송사, 방송 현업인 측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다고 가정할 수 있는데, <표 14>의 갈등 영역은 이러한 차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된다. 즉 이타적이고 이상적인 목표를 추구하는 시민단체의 입장과, 이윤을 추구하는 방송사의 입장이 유형1과 유형2에서 각각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유형3의 경우 방송 현업인의 입장이 다소 반영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다소 보수적인 성향을 지닌 방송의 계도적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는 특징이 더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이는 유형3이 공영방송의 정책실 구성원(3명)과 방송사 노조원(3명)이 주축이 되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 가지 주목할 만한 것은 '정치적 목표' 내지는 '재당선'을 추구하는 국회의원의 경우는 '공익' 개념에 대한 인식이 세 개 유형에 매우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는 방송정책 자체가 국회의원의 이해관계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기 때문에 이들이 인식하는 '공익'의 공통 분모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본 연구에서는 방송정책 참여자들이 '공익'에 대한 개념적, 가치적 차원에서는 어느 정도의 합의가 이루어진 상태이기는 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주체와 방법에 관해서는 이견이 제시되고 있다는 사실이 구체적, 실증적 자료를 통해서 입증되었다. 그리고 각 참여자 집단이 추구하는 이해의 차이에서 비롯된 이러한 인식의 차이는 궁극적으로 정책 갈등의 근원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판단된다. 이러한 결과는 결국 방송정책 과정에서 '공익' 개념이 이를 사용하는 집단에 따라서 매우 다른 의미로 사용되는 유동성을 보이며, 동시에 각 참여자 집단의 정책 대안을 정당화하는 명목 공익으로 가능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방송정책 과정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시사점을 제공한다. 즉 더욱 더 효율적이고 성공적인 정책 결정을 위해서는 갈등의 원천을 해소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개념적이고 가치적인 차원의 논쟁 보다는 각 참여자 집단의 이해관계 등 갈등의 근본적인 부분을 조절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인 정책 결정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이해 조절을 통해서만 정책이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방송 정책을 통해서 추구해야 할 근본적인 목표로서의 공익 인식의 '동의 영역' 부분을 좀 더 명확히 함으로써 '갈등 영역'에서의 가치 상반적인 갈등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서 동의 영역을 좀 더 세분화하여 각 참여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 목표를 개발함으로써 정책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효율적인 정책 결정을 위해서는 갈등 영역을 최소화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본 연구에서 제기된 시민규제, 시장규제, 제도규제 등 세 가지 차원의 공익 인식을 아울러 포괄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연결고리는 범 시민단체의 구성이나, 규제기구의 전문성/대표성의 제도적 보장을 통해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정책적 합의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다수결의 원칙을 존중하되 소수의 의견이나 차선의 정책안을 함께 인정할 수 있는 다원적 합의를 추구함으로써, 정책 과정에서 각기 다른 힘을 가진 참여자들이 공정 게임을 할 수 있는 운영의 규칙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본 연구는 방송정책 참여자들이 공익 인식의 '동의 영역'과 '갈등 영역'을 밝혀줌으로써 정책 갈등의 근원을 분석하고 그에 따른 정책적 함의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나 여러 가지 한계 또한 가지고 있다. 우선 정책 갈등은 단순히 참여자들의 근본적인 입장이나 인식의 차이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다른 정치적, 사회적 변수에 의해서 일어날 수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부분들이 간과되어 있다. 또한 공익의 인식의 차이가 각 참여자 집단이 추구하는 이해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가정하고 유추 분석하고 있으나 이 두 변인간의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직접적으로 검증된 것은 아니라는 점 역시 본 연구의 한계로 지적될 수 있다. 방송정책 과정의 매커니즘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정책의 효율적이고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앞으로의 후속 연구를 통해서 이러한 부분에 관한 좀 더 심층적인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