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et DATA_HOME $env(UNIWEB_DOC_ROOT) source $DATA_HOME/init.appl ] 방송정책 참여자들이 인식하는 '공익' 개념의 유형 연구

연구논문

방송정책 참여자들이 인식하는 '공익' 개념의 유형 연구


배진아(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

본 연구는 공익의 유동성 및 명목적 기능에 주목하고, 방송정책 과정에 참여하는 참여 주체들이 각각의 방송의 '공익성' 개념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Q방법론을 통해서 분석해 보았다. 분석결과 '이상적 공익', '시장자유주의적 공익', '계도적 공익'의 세 가지 공익 인식 유형이 나타났다. 특히 이들 세 유형은 공익의 개념적, 가치적 차원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동의하였는데, 이러한 동의 영역을 이루는 내용은 방송의 정치, 자본으로부터의 독립, 수용자의 이익 추구 등과 관련된 당위적인 것들이었다. 반면 공익의 실현을 위한 '주체'와 '방법'의 차원에서는 각 유형이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즉 '이상적 공익'형은 시민사회에 의한 공적 규제를, '시장자유주의적 공익'형은 시장논리에 의한 자율규제를, '계도적 공익'형은 규제기구에 의한 제도적 규제를 통해서 각각 방송 공익성이 실현될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결국 각 정책 참여자들의 입장 차이를 반영하는 것으로서, 각 유형의 구성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이상적 공익'형은 시민단체, '시장자유주의적 공익'형은 상업방송사, '계도적 공익'형은 방송 현업인의 입장을 각각 대변하는 것이라고 판단된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방송정책 과정에서 '공익' 개념이 사용하는 집단에 따라서 매우 다른 의미로 사용되는 유동성을 보이며, 동시에 각 참여자 집단의 정책 대안을 정당화하는 명목 공익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해주는 것이다. 아울러 본 연구는 정책 참여자들이 인식하고 있는 공익 개념의 동의 영역과 갈등 영역을 밝혀줌으로써 정책 갈등의 근원을 분석하고, 그에 따른 여러 가지 정책적 함의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목차
Ⅰ. 문제 제기
Ⅱ. 연구 문제
Ⅲ. 이론적 배경
  1. 공익 개념의 유동성 : 방송정책 참여자의 공익에 대한 인식 차이
  2. 정책 결정 과정에서 참여자간의 역학관계
Ⅳ. 이론적 틀
Ⅴ. 연구 방법
  1. 조사대상자
  2. 설문의 구성
Ⅵ. 연구 결과
  1. 공익 인식의 유형
  2. 유형별 특성
  3. 공익 인식의 동의 영역과 갈등 영역
Ⅶ. 결론


  Ⅰ. 문제 제기

공공정책이나 여러 가지 논제에 관련한 사회적인 합의를 도출해내는 과정에서 우리는 '공익'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하게 된다. 공익을 위해서 특정 법안을 채택해야 하고, 공익을 위해서 특정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우리는 아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서 '공익'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의문이 제기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공익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체적인 정의를 내려보고자 하는 시도 역시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는 방송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전파의 희소성, 사회적 영향력이라는 특성을 지닌 공적 매체라는 이유로 인해 방송은 공익성을 추구해야 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 때의 '공익'이 과연 어떠한 것이어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구체적인 정의가 내려지지 않은 상태이다.

공익, 더 나아가 방송의 공익성 개념에 대해서 합의된 정의가 부재하는 것은 우선적으로 '공익' 개념 자체가 지니는 모호하고 추상적인 성격에서 기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공익 개념 자체의 모호성, 추상성 이외에 실질적인 유용성으로 인해서 공익에 대한 개념 정의가 부재한다는 주장도 있다. 공익 개념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즉 그것이 다양한 규제의 이유로서, 광범위한 합의의 조건으로서, 혹은 정책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서 활용되기 위해서는) 명확한 공익 개념보다는 오히려 모호한 상태로 남아있는 공익 개념이 훨씬 유용하다는 설명이 그것이다.1) 결국 정책 과정에서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각 참여자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정책을 이끌기 위해서 상호작용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공익' 개념은 이들 각각의 다른 이해관계, 다른 정책대안을 합리화하는 기제로 이용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초기 FCC 위원장을 역임한 Herrig은 공익 개념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면서 공익이 공허한 규제적 개념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또한 1950년대 FCC 위원을 지낸 Truman은 정책 결정 과정에서 경쟁하는 서로 '다른' 입장들을 옹호하는 '하나의' 개념이 곧 공익이라는 관점을 피력하면서, 공익은 견해를 달리하는 각 집단이 자신들의 견해가 옳음을 주장하기 위한 주된 논쟁의 축으로 기능한다는 사실을 지적한 바 있다.2)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유동적, 명목적 공익에 주목하고 방송정책 과정에 참여하는 각 참여 주체들이 방송에 있어서 '공익'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특히 방송법 입안과 관련하여 오랫동안 수많은 논의가 지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 결정이 표류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이러한 연구는 더 큰 의의를 지닐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다. 즉 방송정책 과정에서 가장 빈번히 언급되고 있는 상징, 가치라고 판단되는 '공익'개념이 정책 참여자들에 의해서 어떠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으며, 실제로 참여자들은 이 개념을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지를 알아봄으로써 방송정책과 관련한 여러 논의의 저변에 내재해 있는 갈등의 양상을 드러내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시도는 많은 시사점을 던져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방송 공익성 개념에 대한 기존의 연구를 살펴보면, 과거에는 사상적, 철학적 분석을 통해서 ;공익'의 하위 범주를 발견하는 연구들이 주를 이루었으며3) 최근에는 방송 공익성 실현을 위한 제도적, 정책적 방안을 제안하는 연구4)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이들의 연구는 방송 공익성 개념을 철학적, 제도적, 경제적 차원에서 더욱 분명히 하고, 방송이 추구행야 할 공익의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공익 개념의 추상성, 유동성 및 정책 과정에서의 명목적 기능에 관해서 부분적으로 언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5) 이를 실증적인 자료를 통해서 체계적으로 검증하려는 연구는 없었다. 이러한 학문적 필요성에 의해서 본 연구에서는 실제로 방송정책의 결정 과정에서 '공익'이라는 가치, 개념이 각 참여자에 의해서 어떻게 인식되는지를 알아봄으로써, 방송정책 과정에서 '공익' 개념의 명목적 기능을 분석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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