Ⅶ.맺음말
방송과 통신의 융합으로 케이블TV사업자와 방송사업자간의 경쟁이 도입되었다고 하여 경쟁정책이 목표로 하는 다양한 서비스와 가격의 하락 등 소비자의 이익이 증대되는 것은 아니다. 공정경쟁의 목표는 수용자 차원이나 국가 차원에서의 경쟁을 저해하는 폐해를 제거하고, 효율적인 경쟁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사회적인 합의를 통해 공정한 규칙과 원칙이 효과적으로 적용될 때에 가능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양 사업자간에 공정경쟁을 위한 논의가 활성화되어야 하며 무엇보다도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공정경쟁의 원칙이 현실화되는 것이 필요하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 특히 케이블TV와 전화사업자간의 공정경쟁 방안을 모색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제까지의 개별적 시장에서 융합적 시장으로의 환경변화에 따라 사업자간의 공정한 규칙을 마련하여 방송과 통신사업의 발전을 도모하고 이용자의 이익을 증진하는데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공정경쟁은 이용자의 편익과 사업자의 발전을 위한 수단임과 동시에 국내사업자의 경쟁력을 제고하여 국가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케이블TV사업자와 통신사업자간의 경쟁정책은 국내적으로는 사업자간의 공정경쟁을 유도하여야 하고, 국제적으로는 규모와 범위의 경제를 고려하여 사업자를 육성해야 하는 이중적인 현실에 놓여 있다. 따라서 정책입안자는 방송과 통시의 융합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제반 불공정행위를 차단하기 위하여 공정경쟁의 원칙을 적용하되, 국내산업 보호와 국제경쟁력 제고라는 이중적 상황에서 최적의 조건을 찾아야 하는 지혜를 발휘하여야 한다. 현실적인 측면을 고려한 공정경쟁의 정책만이 궁극적으로 소비자와 사업자 모두에게 유용한 정책이 될 수 있다.
우리의 현실여건에서 효과적인 경쟁정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이를 관장하는 규제기구의 역할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방송과 통신을 둘러싼 각종 규제기구인 방송위원회, 종합유선방송위원회, 통신위원회와 공정정책을 담당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 분담, 혹은 유기적인 상호 협조나 통합적 규제가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공정경쟁에 대한 사업자의 인식전환이 요구된다. 규제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정부의 개입자체를 터부시하는 풍토에서는 경쟁을 통한 체질 개선과 효율적인 시장환경을 형성하기 어렵다. 공정경쟁을 위한 규제조치는 자유로운 사업환경 조성과 경쟁을 통한 효율증대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이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과정에서 발생하는 공정경쟁의 문제를 케이블TV사업자와 전화사업자간의 경쟁에 국한하여 논의하였다. 이 두 사업자의 관계를 중점적으로 살펴본 이유는 논문의 서두에서도 밝혔듯이 케이블TV와 전화사업분야가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을 보다 넓은 의미에서 방송사업자와 통신사업자로 확대시켜 살펴보면 연구의 영역도 넓어지게 되고 고려하여야 할 사항도 많아진다. 따라서 향후 연구에서 본 연구에서 다루지 못했던 공중파방송, 위성방송, 이동전화 등을 고려한 연구가 필요하다.
그리고 방송과 통신의 융합으로 인하여 그 동안 방송과 통신산업에 대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는 음성, 텍스트, 이미지, 데이터, 비디오 등 정보의 내용을 중심으로 관련 산업을 분류하던 기준이 콘텐츠, 기기, 기억장치, 처리, 분배 등 정보의 기능을 중심으로 하는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 즉 음성 중심의 라디오, 텍스트 중심의 책, 신문, 그리고 이미지 중심의 사진, 데이터 중심의 데이터 및 정보서비스, 그리고 비디오 중심의 영상 등으로 관련 산업을 분류하던 기존의 방식에서 내용물 중심의 콘텐츠, 기기와 기억장치 중심의 기기, 분배 중심의 소프트웨어로 변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매체를 통해 어떠한 내용을 제공하느냐에 따라서 산업을 분류하던 기준에서 정보의 기능을 중심으로 산업을 분류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37) 따라서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 더욱 진전되면 이들 관련 정보산업의 가치사슬의 변화에 따라서 보다 세분화된 공정경쟁의 방안에 대한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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