Ⅴ.수직적 융합에 따른 공정경쟁 방안
1.케이블TV망과 전화망간의 경쟁
우리나라의 전화망은 가입자와 교환기를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회선을 구성하기 때문에 완벽한 양방향의 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21) 이에 비해 케이블TV망은 하나의 간선에서 갈라지는 지선에 연결되는 모든 가입자가 그 간선을 공유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정보가 수신자에게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특징을 지닌다.22) 그러나 전화망은 가입자에게 한 개의 독점적인 회선을 연결한다는 점에서 비용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교환기를 통해 각각의 개인에게 정보를 일일이 전달하는 형태여서 일시에 많은 가입자에게 정보를 전달할 수 없다. 이에 비해 케이블TV망은 다채널의 방송신호를 전송하기 때문에 대용량의 케이블선을 이용하나 케이블의 가격이 고가이며 설치와 유지에도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전화망을 통한 정보의 유통은 대부분 음성신호의 전달로 구성되기 때문에 원음이 크게 손상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적은 양의 정보를 통해 내용을 전달한다. 따라서 전화망을 통해 전달되는 음성신호는 낮은 주파수 대역과 높은 주파수 대역이 제거된 제한된 주파수 대역만을 전송할 수 있다.23) 이에 비해 케이블TV는 다채널의 영상정보를 전송하여야 하기 때문에 광대역의 주파수 대역을 이용하나 보수유지 및 가입자 가정의 컨버터를 통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아주 적은 주파수 대역을 이용하여 상향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제한점이 있다.24)
이러한 특성을 지닌 양 사업자의 망은 융합적인 측면에서 볼 때 구체적으로 케이블TV망과 시내전화망의 경쟁관계라 할 수 있다. 시내전화사업은 그 동안 독점적으로 운영되어 왔으나 기술의 발전과 사회경제적인 필요에 의하여 경쟁상태로 전환하여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어 왔다. 그 결과 잠정적인 경쟁상대로 케이블TV망이 유력한 매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준비를 해왔다. 시내전화사업자인 한국통신은 케이블TV망을 구축하여 망의 독점을 이루는 전략과 함께 한편으로는 전화망을 통해 케이블TV 방송신호를 보낼 수 있게 되면 케이블TV망을 구축할 필요도 없어지게 되어 잠재적인 경쟁자를 제거함과 동시에 전화망을 고도화하는 두 가지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25)
이에 비해 케이블TV사업자는 통신사업자보다 사업을 늦게 시작함은 물론 삼분할 제도라는 케이블TV산업의 특수성으로 인해 망을 소유하지 못했다. 케이블TV방송국(SO)은 통신사업자가 구축한 케이블망을 임대하여 사용하는 제약 때문에 전화 등 부가적인 서비스 계획을 수립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1999년 2월 종합유선방송법이 개정되어 케이블TV방송국(SO)이 자가 망을 갖게 됨으로써 망을 이용한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그러나 케이블TV망은 한국통신과 한국전력이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케이블TV사업자가 부가서비스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이들 사업자로부터 망을 인수하거나 아니면 자신들이 망을 준설하여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케이블TV방송국이 자가 망을 부설하는 방안은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고 중복투자라는 비효율성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기존의 NO의 망을 임대 또는 인수하여 활용할 수밖에 없다. 물론 케이블TV사업자가 중계유선방송이 소유하고 있는 망을 활용하는 방안도 있으나 중계유선방송망은 대부분이 450MHz의 대역이기 때문에 케이블TV의 다양한 채널을 전송하는데 한계가 있고, 중계유선방송과의 경쟁체제를 개선하여야 하는 등 복잡한 문제가 남아있어 불가능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케이블TV방송국이 중계유선방송과의 합병이나 인수, 그리고 한국전력이나 한국통신의 망을 인수하는 등의 방안을 통해 자신의 망을 소유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케이블TV사업자(SO)도 망을 보유하거나 보유할 수 있다면 케이블TV사업자(SO)와 전화사업자간의 경쟁은 균형구도를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규모에 있어서는 결코 균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기존의 망을 보유한 전화사업자는 '규모의 경제'에 충실하여 규모가 크고, 케이블TV사업자(SO)는 지역적인 속성이 강하여 규모가 해당 지역에 한정되어 있다.
따라서 장거리 통신분야에서 두 사업자간의 경쟁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시내전화에서는 어느 정도의 경쟁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보편적으로 케이블TV사업자(SO)의 망은 통신서비스를 위해 활용하기에는 불리한 면이 많다. 우선 케이블망은 상향대역이 협소하여 양방향 통신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통신기능 구현시 정보전송을 위한 용량이 극히 제한적이다. 케이블망의 상향대역 확장을 위해서는 현재 구축되어 있는 광전송장치 및 동축증폭기 등을 전면 교체하여야 한다. 아울러 케이블망은 상향(0.5∼10Mbps) 및 하향(10∼30Mbps)의 큰 대역폭 차가 있어 가입자 수가 증가할 경우에는 급격하게 통신속도가 저하된다. 그러나 상향채널의 용량확보를 위한 망 구조 변경에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고, 인터넷 영상검색 등 신규서비스 수용시에는 별도기능의 통신 부가장치를 추가하여야 한다.
케이블TV의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통신서비스사업, 특히 시내망에 대한 경쟁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 시내망의 경쟁을 통해 케이블사업자와 통신사업자가 경쟁적으로 통신망을 구축하게 되면, 그만큼 통신망의 고도화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미국이 1996년 통신법을 개정한 이유도 궁극적으로는 통신망의 고도화에 있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에도 케이블망을 이용하여 시내전화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 없으며, 아울러 종합유선방송법에도 케이블망을 이용한 시내전화서비스의 제공을 금지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서비스를 통해 망의 융합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정책이 바람직하다.
케이블TV 전송망사업자의 기간통신사업 진출문제는 한국전력과 LMDS 등 무선망사업자들이 기간통신사업자들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되지만 망의 진화를 염두에 둔다면 허용하는 것은 시간문제가 될 것이다. 아울러 그 동안 금지되어온 기간통신사업자들의 SO진출 역시 형평성 차원에서 허용하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는 주로 구조적 측면의 공정경쟁 보장장치를 통해 공정경쟁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정한 사업자 중심의 독점체제 구축도 바람직하지 않으며, 망을 소유한 SO와 케이블 전송망사업자인 한국전력 등이 시장통제를 위한 일정한 합의를 하는 카르텔의 형성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러한 경쟁환경 조성 차원에서 망사업자간의 M&A나 시장환경 변화에 따른 사업전환을 자유롭게 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케이블TV서비스, 전화서비스, 고속인터넷서비스 등이 서로 다른 망을 통해 송수신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되면 사업자는 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고, 가입자는 다양한 망을 조합하여 활용할 수 있게 되어, 결국 망의 외부성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 따라서 정부의 초고속망 구축도 기존의 부설된 망을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 위에서 미래의 망을 구축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26)
정책적으로는 현재 허가권한으로 통제하고 있는 망에 대한 소유규제는 향후 망간의 경쟁을 유도하여 효율성을 제고하는 쪽으로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종 망간의 상호 소유를 한시적으로 제한하는 조치도 고려해 볼 수 있는데, 이는 특정 망이 우월적 지위를 확보하지 않을 정도로 망이 다원화될 때까지는 망간의 상호 소유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망의 고도화를 위한 투자라는 측면에서 재벌이 망사업에 진출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는 자본력을 이용한 망의 독점화, 그리고 재벌 중심의 경제력 집중이라는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이 문제는 방송과 통신의 개별산업 차원과 더불어 재벌정책이라는 포괄적인 차원에서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27)
망의 융합과 경쟁은 우선 망 자체를 누가 소유하느냐의 차원의 경쟁이지만, 결국은 사업자가 망을 이용하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주파수라는 한정된 자원을 놓고 경쟁하게 되고28) 또한 각자의 망을 통해 전송하게 될 서비스를 확보하기 위해 경쟁을 하는 양상으로 발전할 것이다. 망의 진화 차원에서 볼 때 궁극적으로는 케이블TV망과 전화망이 통합되고 나아가서는 위성방송 등 모든 망이 하나로 통합되겠지만 이는 방송망과 통신망의 구분이 없어진다는 의미이지 망이 하나만 남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즉 여러 개의 통합된 망이 서로 경쟁할 수 있는 상태로 발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2. 음성, 영상, 데이터 정보 등 서비스의 경쟁
전화사업자는 전통적으로 통신망을 이용한 음성서비스에 중점을 두고 있어 망의 확보 및 유지가 중요하다. 이에 비해 방송사업자는 망을 이용한 소프트웨어의 제작 및 유통에 중점을 두고 있어 망은 소프트웨어를 서비스하기 위한 보조수단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서비스가 사회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통신은 기술과 산업의 측면을 강조하여 경제성과 기술적 효율성을 중시하는데 비해 방송은 정치와 문화적인 측면을 강조하여 공공성과 사회적 파급효과를 중요하게 고려하여 왔다.
양 사업자의 서비스 경쟁은 케이블TV사업자의 경우 자신의 망을 이용하여 전화서비스를 실시하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고, 전화사업자의 경우 영상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이다.29) 케이블TV사업자는 영상 중심의 서비스 제공에서 음성분야로의 확대를, 그리고 전화사업자는 음성 중심의 서비스에서 영상분야로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상호 융합으로 케이블TV서비스인지 통신서비스인지의 구분이 불분명한 경계 영역적 서비스가 출현하고 있다.30) 최근에는 양 사업자가 자신의 망을 이용하여 영상, 음성, 데이터 등이 총망라되는 인터넷 관련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는 그 동안 자신들이 쌓아 왔던 기술을 최대한 이용하여 부가가치를 높이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미국 등 외국의 현실에서도 나타나듯이 케이블TV사업자와 전화사업자간의 융합으로 나타나는 대표적인 서비스는 시내전화사업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궁극적으로 케이블TV사업자(SO)가 향상된 망을 보유하게 되더라도 시내전화 부문에서 전화사업자와 경쟁하는 것이 용이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시내전화 서비스가 포화상태에 접근하였고, 전화서비스의 품질도 높은 상태이므로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경쟁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이론적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음성부문에서의 케이블TV사업자(SO)와 전화사업자간의 활발한 경쟁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단지 새로운 광대역서비스로의 경쟁을 기대할 수는 있는데 이는 기술적인 비용과 안전성, 표준화 미비 등으로 아직까지는 불투명한 상태이다.
시내전화사업의 경우 기존의 지배적인 사업자라 할 수 있는 전화사업자의 영역에 케이블TV사업자가 진출하는 형태의 경쟁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양 사업자간의 경쟁에서는 주로 독점 배제에 초점을 맞추는 구조적 측면의 공정경쟁 방안보다는 사업자간의 시장행위를 규제하는 비구조적 측면의 공정경쟁 방안을 고려하여야 한다. 우선 기존의 사업자인 전화사업자의 시장지배력 남용을 억제하기 위하여 신규서비스사업자의 등장을 저지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 경쟁촉진을 위해서는 기존의 전화사업자가 지배적인 사업자인 점을 고려하여 신규서비스사업자가 기존의 사업자와 동등한 조건이 되도록 차별적인 규제를 가하는 비대칭적 규제(asymmetric regulation)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양 사업자 상호간의 가격불공정 행위에 대한 규제도 필요한데, 대표적으로 서비스 상호간의 내부보조 경로를 통하여 요금책정에서 약탈적인 가격정책을 취하지 못하도록 요금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신규사업자인 케이블TV사업자의 경우 빠른 시장확보를 위해 저가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약탈적 가격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결국 과잉경쟁을 야기해 전화사업자와 동반부실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또한 기존의 전화 및 케이블TV 가입자가 어쩔 수 없이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이용하여 양 사업자가 끼워팔기 등의 거래강제 행위를 하거나 부당한 고객유인을 할 가능성이 있다. 소비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서비스를 공정한 가격에 선택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거래강제 행위와 부당한 유도 행위에 대한 제도적인 보완장치가 필요하다.
시내전화서비스 이외에 또 다른 서비스의 경쟁은 양 사업자가 자신의 망을 이용하여 실시하는 다양한 부가서비스분야이다. 전화사업자는 음성서비스의 경험만 있을 뿐이고 향후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영상서비스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부가서비스 경쟁에서는 케이블TV사업자가 유리한 것이 현실이다. 다만 전화사업자가 케이블TV보다 유리한 점은 가입자 관리의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이다.
전화사업자가 진출하고 있는 부가서비스는 전화망을 이용한 영상과 데이터 서비스분야이다. 한국통신이 시도하고 있는 VOD서비스, 디지털케이블서비스, 기타 다양한 인터넷서비스가 대표적인 예이다. 통신회사가 케이블망을 이용하여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는데 대표적으로 두루넷이 케이블망을 임차하여 비디오, 오디오, PC통신, 게임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레인보우 프로젝트'가 좋은 예이다.
케이블TV사업자도 자신의 망을 이용하여 다양한 서비스를 실시하거나 계획하고 있다. 케이블TV사업자가 계획하고 있는 서비스는 인터넷, PC통신, 케이블 전화 등 기존의 전화사업자들의 서비스 영역을 포함하고 있으며, 아울러 자신들의 장점을 살려 VOD 등 쌍방향 프로그램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서비스는 케이블TV방송국이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기보다는 주로 통신사업자와의 제휴 등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케이블TV사업자와 전화사업자가 공통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가 인터넷 데이터서비스, 인터넷 방송서비스 등 인터넷 관련 사업이다. 인터넷 관련사업은 융합이 가속화되면서 더욱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하여 복잡한 경쟁양상을 보일 것이다. 인터넷을 매개로 하여 전화사업자와 케이블TV사업자의 제휴와 연대 등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도 예상할 수 있으며, 전화사업자들이 케이블TV프로그램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다양한 사업자와 다양한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공정경쟁은 복합적 서비스의 사업자군과 단일 사업자들간에 나타나는 불공정행위를 규제하는 방향에서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현실적인 차원에서 이들 서비스 융합에서의 공정경쟁 방안은 사실상 비구조적 차원의 규제가 중심을 이룬다. 우선 사업자의 융합적 서비스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망사업자가 소유한 망에 대해 서비스 제공자가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하여야 한다. 그리고 부가서비스에 있어서도 시내전화서비스와 마찬가지로 부당한 고객유인, 끼워팔기 등의 거래강제, 그리고 거래상의 지위남용, 부당한 표시 및 광고 등의 가격불공정의 행위에 대한 규제가 수반되어야 한다. 양 사업자간의 서비스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해당 분야의 지배적인 사업자가 치열한 가격경쟁 등의 방안을 통해 신규사업자를 위축시키는 대신 시장에서 담합을 통해 신규사업자와 공존하는 방안을 모색할 가능성도 배제하여서는 안된다.
3.케이블TV기업과 전화기업간의 경쟁
케이블TV사업자와 전화사업자간의 망과 서비스의 융합은 결국 사업자간의 융합과 경쟁을 야기한다. 이는 케이블TV사업자와 전화사업자간의 융합과정에서 양 사업자가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하여 또는 경쟁을 피하기 위하여 연합, 인수 및 합병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사업자간의 융합은 결국 어떤 제품을 어떤 경로를 통해 제공할 지를 고려한 기업의 생존전략이라 할 수 있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유사한 업체들이 동일한 산업에 투자하는 '자본의 집중화(concentration)'와 대규모 자본이 다양한 미디어산업에 참여하는 '경영과 자본의 다각화(diversification)'의 형태로 융합이 진행되고 있다. 케이블TV사업자와 전화사업자간의 기업융합은 크게 '기능적 결합', '지분참여', '전략적 제휴', '인수 및 합병'의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31)
'기능적 결합'은 케이블TV사업자와 전화사업자가 상호 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현행법과 제도 등 현실적인 상황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결합할 수밖에 없는 형태이다. 우리나라의 케이블TV사업자가 프로그램 배분과 전송을 위해 전화사업자인 한국통신의 망을 이용하는 경우가 이 예에 속한다. '지분참여'는 케이블TV사업자와 전화사업자가 상호사업에 진추랗여 사업을 수행하기보다는 주식소유 등의 지분참여 등으로 간접적으로 사업에 참여하거나 향후 사업전개를 위해 기반을 다지는 경우이다. 양 사업자는 그 동안 진출이 금지되었던 분야, 혹은 관심이 있었던 분야에 직접 진출하기보다는 일정한도내의 지분을 소유하는 형태로 참여하여 향후 융합적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기술과 노하우를 익히고 아울러 해당 분야에서의 선점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한편 '전략적 제휴'란 케이블TV사업자와 전화사업자가 상호간의 필요와 이해관계의 일치고 특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제휴하는 형태를 말한다. 전화사업자와 방송사업자가 제휴하여 전화망을 이용하여 방송프로그램을 서비스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전략적 제휴는 사업상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거나 혹은 자신이 취약한 분야를 보완하기 위하여 선택 가능한 다른 대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간에 결합하는 경우를 말한다. 그리고 '인수 및 합병'은 케이블TV사업자와 전화사업자가 상호 합병하여 복합미디어기업으로 탄생하거나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을 인수하여 상호 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이다. 이러한 융합은 우선 동일한 분야에서 기능적인 연대와 결합, 또는 지분참여 등의 형태로 출발하여 상호 다른 분야끼리의 전략적인 제휴를 거쳐, 시장구도에 따라서 최종적으로 인수 및 합병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적인 순서가 그대로 지켜지기보다는 경우에 따라서는 순서가 뒤바뀌거나 상호조합적인 방향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양 사업자간에 전략적 제휴나 제한적인 지분참여는 가능하나 인수 및 합병은 불가능하다. 즉 한국통신이 케이블TV서비스와 기술개발을 위해 목동지역에서 케이블방송국(SO)을 소유하고는 있으나 이는 특별한 경우에 해당하고 실제로는 전화사업자가 케이블TV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 아울러 케이블TV사업자가 전화사업에 참여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도 양 사업자가 상호업체를 소유하거나 인수 및 합병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실제 기업간의 융합은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에 전개될 전망이다.
기업의 융합에서는 우선적으로 양 사업자간의 융합을 어느 정도까지 허용하여야 하는지를 고려하여야 한다. 이는 진입규제와 소유규제의 문제라 할 수 있는데, 우선 진입규제는 전세계적으로 진입장벽이 없어지고 있으며 소유규제도 점차 완화되고 있다. 그러나 상호 진출에 있어서 지분소유를 얼마나 어느 정도까지 허용하여야 하며 또한 인수 및 합병을 어느 정도의 범위까지 허용하느냐는 양 사업자의 공정경쟁을 위해서는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미국의 경우 1996년 통신법에서 케이블TV회사와 전화회사간의 주식 또는 지분소유는 1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였다. 또한 영업구역 및 프랜차이즈 구역이 같은 경우에는 케이블TV사와 지역전화회사는 해당 시장 내에서 비디오 프로그램 또는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합작 또는 제휴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였다.32)
일반적으로 지배적인 사업자가 신규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공정경쟁을 위해 어느 정도 제한할 필요가 있으나 그 반대의 경우에는 진입을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지배적인 사업자가 지분소유를 통해 신규사업의 진출하는 것은 어느 정도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인수합병은 시장구조상의 독점시장 형성 여부에 따라 그 폐단에 대해 정부가 판단하여 규제하여야 하고, 제휴연대의 경우에는 다른 사업자들에 대한 불공정행위가 없는 한 이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국내사업자와 해외 거대사업자의 경쟁을 감안한다면, 양 사업자간의 상호 보완적인 구도가 공정경쟁 질서 하에서 조속히 이뤄지도록 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공정경쟁과 관련하여 공정거래위원회나 방송위원회에 이를 조정할 수 있는 특별한 기능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기업합병은 앞에서 언급한 독점형성이라는 문제와 연관된다. 따라서 그 자체가 공정한 결합과정이었는가도 문제이지만, 새로운 기업이 해당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독점적 수준에 도달했는지가 더욱 중요한 문제이다. 즉, "기업합병의 결과, 해당 시장에서 집중의 정도가 규제의 필요성을 제기하는가"하는 점이다. 케이블TV사업자 또는 전화사업자간의 기업합병은 규모 및 범위의 경제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양 사업자가 수직적인 합병을 할 경우에 시장봉쇄, 가격압착, 호혜거래를 조장하여 다른 사업자와의 관계에서 시장 내의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야 한다. 이러한 점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에서 기업합병을 심사할 때 기업합병의 반경쟁성 및 효율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것이 원칙이다.33) 최근에는 기업합병으로 독점이 초래되더라도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하여 효율성이 증대되거나 자국 기업이 세계적인 독점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면, 자국 소비자의 피해는 해외시장에서의 수출증가나 독점이윤을 다시 재투자하도록 하여 보상할 수 있다고 보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 차원에서도 신규사업에 대한 직접적인 사업진출이나 소극적인 기능적 연대보다는 기업인수의 방안이 선호되고 있다. 기업 인수합병의 이점은 해당 부문에 대한 노하우를 용이하게 확보하고, 실질적인 시장진입 장벽을 넘어 사업을 전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방송과 통신의 융합 차원에서 보면, 상호영역이 상이한 사업적 특성이 있으므로 기업의 인수합병은 다른 진출방안보다 선호될 수 있으므로 이 때에는 공정경쟁을 저해하지 않도록 과도한 시장지배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는 M&A의 경우에는 적절한 기준을 세워 규제하여야 한다.
이외에도 구조적 측면에서 공정경쟁의 방안으로 거대사업자의 독점을 배제하기 위하여 기업분리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일찍이 미국이 전화사업의 경쟁촉진을 위해 거대 통신사업자인 AT&T를 분할한 경우가 대표적인 예이다. 이 방안은 거대사업자에게 지역별 혹은 서비스별로 사업을 분리하도록 하여 해당 기업은 경량화를 통해 활력을 가져오고 해당 지역 또는 해당 서비스분야에는 경쟁을 활성화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기업분리는 해당 기업의 반발, 사회적 파급 효과 등으로 쉽게 적용할 수 없는 방안인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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