Ⅴ.국내 지상파TV 디지털 전환정책의 주요 쟁점과 과제
앞에서는 지상파TV의 디지털 전환배경과 주요 국가들의 개략적 추이 및 국내 디지털TV정책 추진상황에 대해 살펴보았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지상파T V의 디지털전환과 관련하여 기존 법제를 대폭 수정하거나 새로운 법규를 만들어 디지털전환과 관련된 구체적인 사항들을 미리 정해 놓은 상태에서 단계적으로 이를 추진하는 데 비해 국내에서는 정부주도의 정책 의지에 의해 이를 강행해오고 있는 상태이다. 그런 까닭으로 본방송 시기를 1년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도 디지털전환과 관련된 세부적인 정책이 아직 불완전한 상태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2000년 7월 방송위원회 디지털추진위원회가 구성되어 그간 논의되어 온 쟁점들을 근거로 보다 세부적인 정책방향에 대해 논의를 거치고 2000년 말까지는 보다 구체화된 최종정책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전히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계속적인 검토와 합의가 필요한 상태에 있다.
따라서 여기서는 외국의 추진동향 등을 참고하면서 국내 지상파TV의 디지털전환과 관련, 방송사업자 허가와 채널할당(방송사업자 허가의 기본원칙, 허가기준과 절차, 채널할당계획), HDTV/SDTV 채널운용(채널운용의 기본원칙, 타매체와의 차별화), 방송 프로그램 서비스, 각종 부가서비스, 방송의 공공성 구현과 공적 의무, 디지털전환 소요재원 마련, 그리고 법적 제도적 장치 보완문제 등과 관련된 그 동안의 쟁점사항들을 종합 정리하면서 나름대로의 방안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1.방송사업자허가및 채널할당
(1)방송사업자허가의 기본원칙
지상파 DTV 방송사업자 허가와 관련하여 국내에서는 현재 “기존 지상파 방송사업자에게 우선 배정하되 아날로그 1채널당 6 ㎒의 주파수를 할당”한다는 원칙론만 확정되어 있는 상태이다. 다만 1999년 7월의 정부 ‘조기방송 종합계획’에서는 “다만 일정 기간내 기존 방송 3사 중 일부의 참여가 없을 경우 신규사업자를 대상으로 공모하는 방안을 추진 검토”한다는 내용이 부가되어 있다.32)
외국의 경우를 보면 미국과 호주, 일본 등도 기존 지상파 방송사에게 우선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신규사업자 참여는 당분간 불허하며 일정 기간 경과 후 -주로 동시방송 종료 후-에 허용한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이들 나라의 공통점은 영국을 포함한 유럽들에 비해 고화질 HDTV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비해 다채널 SDTV를 실시하고 있거나 이를 채택하고 있는 영국과 유럽 국가들의 경우는 대체로 일부 멀티플렉스와 채널은 기존 지상파 방송사에 우선적으로 할당하되, 여분의 멀티플렉스 혹은 채널은 신규사업자들에게도 참여의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HDTV 또는 SDTV 선택은 방송사 자율로 하되, 방송시간 중 일정비율은 HDTV를 실시한다”고 못박고 있기 때문에 제한적으로나마 일정 비율의 HDTV 방송을 의무화하고 있는 입장이다. 즉 궁극적으로 HDTV를 지향하는 국가에 속하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디지털TV 방송사업자로서 우선권을 갖는 기존 지상파방송 외에 별도의 신규 방송사업자를 허가하는 것은 일반적인 추세이나 현실적인 주파수 여건 등을 고려해볼 때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겠다. SDTV를 채택하는 경우와는 달리 HDTV를 지향하는 경우에는 신규사업자에게 할당될 별도의 주파수나 채널여유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2)방송사업자허가기준과 절차
다음은 방송사업자의 허가기준이나 절차 등에 대해서도 이를 분명히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외국의 경우를 보면 기존 지상파 방송사에 디지털TV 방송사업자로서 우선권이 부여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이들 방송사들은 규제기관이 정하는 기준과 절차에 따라 디지털 방송용 채널허가를 받기 위해 별도의 신청서를 제출하거나 이행계획안을 내도록 하고 있다.
미국은 FCC가 방송사업자 허가권을 갖고 있다. 기존 지상파 방송사에 우선권을 부여하되, 이 경우 ‘자격이 있는 ’(eligible)방송사 및 채널할당의 우선순위 등에 대한 기준을 설정해두고 있고,33) 기존 방송사가 디지털T V로 전환하기를 원하는 경우 디지털TV 방송국 설립허가 신청서(Construction Permit Application)를 제출해야 하며 지역별 시장규모에 따른 신청 마감시한과 허가시 DTV방송 개시시한 등을 분명히 규정해놓고 있다.34) 또한 방송사업자는 FCC의 일정공고 후 3년 내에 허가신청을 내야하고 허가 후 3년 내에 방송을 해야 하며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에는 사업자에게 부여된 허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호주의 경우도 기존 지상파 방송사들은 ABA가 정한 디지털 전환계획안을 따라야 하며 디지털 방송국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디지털 방송이행안을 -상업방송은 ABA에, 공영방송은 통신성장관에게-제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35) 또한 방송사들은 1998년의 디지털법에 명시된 규정들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 동시방송 종료 이전에라도 할당된 주파수대(채널)를 반납해야 한다. 즉 정해진 HDTV 규격표준에 어긋날 경우나 디지털방송 개시일까지 디지털방송을 실시하지 않는 경우, 그리고 동시방송기간 중에 디지털송신을 중지하거나 중지된 상황에서 ABA의 재개지시에 따르지 않을 경우에는 허가를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BBC를 제외한 멀티플렉스 사업자 허가는 ITC가 관장하고 있는데 멀티플렉스 허가를 위한 심사의 기준으로 인프라에 대한 투자, 초기 보급촉진을 위한 제안, 채널의 다양성 확보 등을 설정하고 있고 12년 단위로 허가를 갱신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ITC가 멀티플렉스 사업자를 공모하는 경우 세세한 심사기준을 정하고 있는데 1996년 방송법(제7조 4항)에는 요금, 전송기술 계획, 부가서비스 관련 건의안, 프로그램 공급, 재정적 안정성, 디코더 박스의 보조방안 등을 적어내도록 하고 기술적 표준에 관한 ITC 규준과 가이드라인을 따르는 자에게 면허를 부여하도록 정하고 있다.36) 또한 커버리지율, 서비스개시 속도, 재정적 능력, 다양한 기호와 관심사에 부합되는 프로그램 서비스, 이용자의 디코더 보유 촉진방안, 프로그램 및 부가서비스 공급자들의 공정하고도 효율적인 경쟁을 촉진할 방안 등을 심사기준으로 정하고 있다.37) 또한 ITC는 면허부여일로부터 1년 이내에 방송을 개시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방송허가를 부여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허가를 취소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러한 외국의 사례에 비추어 볼 때, 국내의 디지털TV 방송사업자허가의 경우는 그 절차나 구체적인 기준 등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만 기존 지상파 방송사업자에게 우선권을 부여한다는 식이다. 다만 1999년 7월 정부의 ‘조기방송 종합계획’에는 “정부가 설정한 목표연도 내에 디지털방송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제시한 경우, 기존 방송사에 6㎒의 주파수를 할당”한다고38) 밝히고 있으나 그 절차나 기간 등에 대해서는 별도의 언급이 없다.
현행법(통합방송법)상 지상파 방송사업을 하고자 하는 자는 방송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전파법이 정하는 바에 의해서 정보통신부장관의 방송국 허가를 받아야 하며(제9조), 방송위원회가 방송사업자를 추천할 때의 심사기준 및 절차(제10조 1항과 2항)를 밝히고 있다.39) 물론 방송위원회의 재허가 추천 및 정보통신부장관의 재허가(제1 7조)에 대해서도 규정하고 있다. 또 허가를 받은 날로부터 2년 이내에 방송을 개시하지 아니한 때는 이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제18조 1항 5호). 그러나 이러한 규정은 어디까지나 현행 아날로그 지상파방송의 허가와 관련하여 구속력을 갖는 내용이다.
디지털TV의 방송사업자 허가와 관련해서도 일정한 기준과 절차가 명시될 필요가 있다. 디지털TV 전환을 순조롭게 하기 위한 정책적 효율성에 따라 기존 방송사업자에게 우선권이 주어진 것이긴 하지만, 그에 필요한 기본적인 기준과 자격,절차 등은 분명히 명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전파자원 자체가 방송사에 본원적으로 귀속되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방송위원회는 디지털TV 허가 또는 재허가의 추천과 관련된 일정, 기술 및 일반기준, 신청절차와 시한, 방송 개시시한, 허가취소 기준 등을 정하여 이를 고지하고, 기존의 방송 3사뿐 아니라 교육방송(EBS), 지역민방 등으로부터 디지털TV 이행계획안과 함께 디지털방송 허가신청서를 접수하여 합리적 절차에 따른 허가권 부여가 이루어지도록 해야할 것이다.
다만 이미 정책적인 고려에 의해 우선권이 부여된 상태에서 실험방송 단계를 거쳐 시험 방송을 실시하고 있는 기존 방송사의 경우에는 현실성을 고려한 경과규정을 두어 사후적으로라도 반드시 허가와 관련된 소정의 절차를 밟도록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허가절차와 관련된 이러한 기준이 없이 디지털전환이 이루어질 경우에는 임의적이거나 편의적인 정책적 조치에만 의존한 방송사업자 허가가 될 수 있으며, 추후의 재허가나 신규사업자 허용 등과 관련된 탄력성 있는 대응 또한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향후 지상파 디지털화가 전면 이행될 경우를 고려하더라도 지상파 방송사업자 및 그 허가 등을 규정하고 있는 현행 방송법의 수정은 불가피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3)채널할당계획
국내의 경우, 이미 기존 지상파 방송사들에게 디지털 방송용으로 아날로그 1채널당 6㎒를 무료로 제공하는 기본방침이 잡혀 있다. 이와 같이 6㎒의 주파수를 기존 방송사에게 무료로 추가 할당한 것은 디지털로의 전환 및 HDTV로의 재전환에 따른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 때문이다.
미국 역시 기존 지상파 방송사에 6㎒를 무료 할당(약 150억불의 지원효과)하고 있으며, 채널의 효율적 이용을 위하여 디지털방송에 가장 적합한 주파수 대역으로 핵심 스펙트럼대(ch2∼51)를 설정, 모든 디지털 방송채널이 이 스펙트럼 안에 배치되도록 하고 있다.40) 2006년 12월 31일 동시방송 종료시한까지 기존의 아날로그 주파수는 FCC에 반납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FCC는 동시방송 시행 방송사의 디지털 방송용 채널 주파수대를 동시방송이 종료되는 2006년 12월 31일까지 최종 결정해야 하는데 각 방송사가 2004년까지는 이를 선택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또 조기 회수된 채널 60∼69의 상업용 36㎒에 대해서는 FCC가 2001년 1월 1일 이후 경매를 시작하며 그 수입에 대해서는 2002년 9월 30일까지 국회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41) 영국과 유럽 국가들은 멀티플랙스당 8 ㎒를 할당하고 있으며 호주의 경우는 기존 지상파 방송사업자들에게 7㎒를 무료 할당하고 있다. 호주의 경우, 방송개시 8년 후(지역에 따라 2008.12.31∼2011.12.31)에 동시방송의 종료와 함께 기존의 아날로그 채널을 반납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도 기존 지상파 방송사업자에게 6㎒를 할당하고 현재 아날로그 방송의 이용이 적은 UHF 13∼32 ch 범위를 중심으로 기간국의 경우는 2000년 4월까지, 대중계국과 소중계국은 각각 2001년 말과 2001년 이후에 채널을 할당한다는 일정을 잡아놓고 있다.42)
국내의 경우, 기존 아날로그 1채널당 6 ㎒를 무료로 할당하고 “향후 아날로그 방송을 중단하는 시점에서 기존 아날로그 방송주파수는 정부가 회수”한다고 되어 있다. 외국의 경우에 비한다면 이 역시 기본원칙만 제시되어 있는 상태이다. 채널배치 계획과 디지털 방송일정에 따른 지역별, 방송사별 채널할당 계획, 그리고 회수된 주파수 활용계획도 조기에 가시화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2.HDTV/SDTV 채널운용
(1)채널운용의 기본원칙
디지털TV 전환과 관련해서 또다른 주요 쟁점의 하나가 되고 있는 것이 HDTV/SDTV수용과 관련된 문제이다. 지상파디지털 방송추진협의회나 방송개혁위원회, 그리고 정부의 일관된 방침은 “HDTV 또는 SDTV 선택은 방송사 자율로 하되, 디지털전환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방송시간 중 일정 비율은 HDTV 방송을 실시”하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외국의 경우를 보면 HDTV를 지향하는 국가와 SDTV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국가가 양립되어 있는 상태이다. 미국은 당초 HDTV 실시를 기본목표로 정책을 추진해왔으나 HDTV 지향을 원칙으로 하되 HDTV/SDTV 선택권은 방송사 재량에 맡기고 있으며, 호주 역시 HDTV를 지향하고 있다. 일본과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이에 비해 유럽국가들은 대부분 SDTV 쪽이다.
미국의 경우는 통신법상 FCC가 HDTV 방송시간의 최소요구량을 결정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지만 방송사들의 부담을 고려하여 방송사에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다.43) HDTV를 궁극적인 지향점으로 설정하고 있는 정부입장에서는 이를 계속 권고하고 있는 입장이지만 HDTV 제작시 비용부담과 SDTV 복수채널을 통한 수익성 등을 고려해온 방송사들은 유연성 있는 SDTV 도입을 선호해온 것이 사실이다.HDTV 위주정책지향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SDTV의 수용에 대해서는 개방적이다.상업방송사들에서는방송시간대 -주로 주시청시간대-의 일부를 HDTV로 방영하고 있고 나머지 시간에는 up-converter를 사용하여 HDTV로 송출하고 있다. 이에 비해 PBS와 그 가맹사를 중심으로 한 공영방송의 경우는 일부 HDTV와 함께 다채널의 SDTV를 통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다.
호주의 경우는 보다 적극적으로 HDTV 위주의 정책을 지향하고 있다. HDTV 최소방송시간을 의무화해놓고 있기 때문이다. 2003년에 재검토한다는 조건으로 지상파 디지털TV 방송개시 2년 내에 주당 20시간 이상 HDTV 방송을 해야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44) 그러나 -SDTV 중심의-유럽산 프로그램을 주로 방송하는 공영 SBS 방송사와 전송문제의 어려움이 예상되는 원격 지역방송사의 경우는 그 특수성을 고려하여 이러한 의무규정 적용에서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이에 비해 영국을 포함한 유럽국가들은 기본적으로 다채널 SDTV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방송기술의 발전추세와 향후 미국, 호주 등에서의 HDTV 수요 확대 등을 고려하여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향후 HDTV의 도입을 완전히 배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국내의 경우, HDTV/SDTV 선택문제와 관련해서 정부의 방침은 ‘방송사 자율’(일정 비율 HDTV 실시)이라는 포괄적 기준만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침은 상당한 혼선을 야기할 수 있다. 정책적으로는 궁극적인 HDTV 지향을 강조하고 ‘일정 비율의 HDTV 실시’ 및 점진적 확대를 요구할 경우, 방송사에 의한 자율선택은 상당한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HDTV 시간대외의 방송사의 SDTV 채널운영은 결과적으로 이중투자는 물론 HDTV 전환을 지체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HDTV 시간대 외의 한시적인 SDTV 허용은 기존 방송사에게 디지털TV 방송사업자로서의 배타적 우선권을 준 상황에서 다시 복수채널을 운용하게 하는 특혜의 소지가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HDTV 지향을 강조하는 경우, 일관성 있는 고화질 중심의 정책권고가 필요하며, 방송 프로그램 서비스채널은 지속적으로 하나의 채널을 운용하는 것으로 제한하고, 대신 방송사로 하여금 데이터방송을 포함한 부가서비스의 제공에 보다 유연성 있는 정책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2)타매체와의 차별화 필요성
HDTV/SDTV 추진과 관련해서는 정책적인 문제와 방송사가 결정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하겠다.
우선 정책적인 측면에서 이미 국내의 경우는 HDTV를 지향한다는 방침이 세워져 있다. 일단 이러한 방침은 국내의 전체적인 방송구도 및 산업적인 측면을 고려한 결정으로서 보다 분명하게 확인되고 또 적극적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 이미 케이블과 위성방송은 보다 다양화된 전문편성을 통한 다채널화의 길을 걷고 있다. 또한 디지털화는 이러한 다채널화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기간방송으로서의 지상파의 경우는 종합편성체제를 유지하면서 고화질을 실현하는 쪽으로, 다채널 전문편성을 강점으로 하는 위성이나 케이블TV와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할 필요가 있다. 이는 시청자들에게 보다 나은 고품질의 방송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 있어서 뿐 아니라 HDTV 기술이 갖는 산업경제적인 파급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방향이라고 판단된다. HDTV 기술은 단순히 방송분야에 있어서 뿐 아니라 미래의 각종 영상분야에 있어서의 핵심적인 기반기술이기 때문이다. 지상파의 경우마저 다채널쪽으로 갈 경우, 지상파 나름의 차별화된 방송서비스가 어려워질 뿐 아니라 위성과 케이블 그리고 지상파간의 채널과다에 따른 불필요한 경쟁으로 방송 소프트 분야에서 취약한 국내방송계의 해외영상물 의존도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하겠다.
(3)HDTV 의무방송시간규정
정책적인 측면에서 초기부터 일정 비율의 HDTV 방송시간을 정하고 이를 늘려 가는 것과 관련하여 정부는 “실험방송 및 시험방송의 성과, 디지털TV 수상기의보급률, HDTV 제작비 상승(기존 아날로그 방송 SDTV보다 2.5배 이상)에 따른 방송사의 재정상태를 감안하여 산출”하며 점진적으로 이를 확대 연장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의 경우는 방송사 부담을 고려하여 이를 방송사의 재량에 맡기고 있는데 비해, 호주의 경우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방송개시 2년내 주당 2 0시간 이상’(2003년 재검토)이라고 최소 의무방송시간을 보다 분명하게 설정해놓고 있다. 국내의 경우는 호주의 경우를 의미 있게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특히 국내의 DTV전환은 시도 자체가 새로운 방송서비스 제공과 기술개발 및 산업적인 측면에서의 관련 기기의 세계시장 선점 등 국책과제로서 선택했다는 점에서 매우 공격적인 추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여러 가지 사정을 감안하여 HDTV 방송시간을 정하되 시간대와 요일에 따른 의무방송시간을 지정하여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예컨대, “1차년도 :주당 10시간 이상”, “2차년도 :주당 20시간 이상”, “3차년도 이후는 2차년도 말에 재검토”와 같은 식이다. 장르와 관련해서는 방송사 자율에 맡기되 초기에는 주로 제작비 부담이 적게 드는 스포츠와 (이미 HD로 제작된)영화 및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등에 치중하고 점차 다른 장르로 확대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3차년도 이후의 경우 재검토를 전제로 한 것은 시청자의 반응이나 수상기 보급정도, 방송사의 제작여건 등을 포함한 당시의 여러 가지 사정을 감안하여 HDTV 의무방송시간을 조정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4)HDTV 의무방송시간의 예외규정 가능성
한편 HDTV/SDTV 실시와 관련하여 또 한 가지 정책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앞서 언급한 원칙을 모든 방송사에 공히 적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호주의 경우 유럽산 SD 제작물을 주로 방영하는 방송사와 원격지 방송사의 경우에는 HDTV 최소방송시간의무화에서 제외시키고 있고, 미국의 경우 공영(교육)방송인 PBS와 각 지역가맹사들은 일부 HDTV외 SDTV를 통한 다채널방송을 실시하고 있다.45) 이는 방송사의 채널특성이나 지역적인 특성을 고려한 조치들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방송이 고화질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국내의 경우에도 교육방송(EBS)과 같은 특수방송의 경우에는 HDTV 방영을 의무적으로 강제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교육방송은 고화질의 필요성보다는 방송을 통한 교육수요의 증대 등을 고려할 때 다양한 교육채널을 활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3.방송프로그램 서비스
디지털방송을 실시하는 방송사가 할당된 채널을 이용하여 시청자나 이용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는 크게 방송 프로그램 서비스와 각종 부가서비스로 나눌 수 있다.
1차적으로 중요한 것은 ‘방송 프로그램’서비스이다. 이러한 방송 프로그램 서비스는 방송사가 HDTV로 방송하는가 아니면 SDTV로 방송하는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미 디지털방송을 실시하고 있는 미국과 영국의 경우를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미국의 경우 현재 대부분의 상업방송은 평일이나 주말의 주시청시간대에 일부 HDTV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고 기타 시간대는 up-converter를 사용하여 HDTV로 송출 중이다. 이에 비해 공영방송인 PBS의 경우는 일부 HDTV와 함께 SDTV 다채널방송도 실시하고 있다. 상업방송사들은 HDTV 프로그램을 일부 제공하는 외에 나머지 시간은 아날로그 프로그램을 디지털신호로 변환하여 방송하며, 교육적인 특성이 강한 공영방송은 SD급 다채널 서비스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비해 SDTV를 기반으로 하는 영국은 공영방송과 상업방송을 불문하고 다채널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 모두 6개의 멀티플렉스로 30개 이상의 프로그램을 방송 중에 있다. 공영방송인 BBC는 기존 지상파채널을 디지털로 동시방송하는 채널(BBC1, BBC2, BBC News24)외에 기존 채널의 인기 있는 프로그램들을 선택하여 재방송하는 채널(BBC Choice)을 운용하고 있는가 하면 의회, 정당활동을 생중계 또는 녹화방송하는 BBC Parliament, 요일별로 다양한 분야의 교육용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BBC Knowledge, 그밖에 뉴스, 날씨, 스포츠 등의 정보나 프로그램 관련 문자 및 화상정보를 쌍방향으로 서비스할 수 있는 BBC Text 채널 등을 운용하고 있다.46) 이에 비해 별도 허가된 유료방송 ONdigital에서는 영화, 어린이, 오락, 라이프 스타일, 스포츠,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분야의 24개 채널 유료방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UK Gold, UK Style, UK Horizons와 같은 채널은 기존 인기 프로그램을 묶어 다시 서비스하는 ‘캐치업’(catch-up)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ONdigital의 서비스채널에는 shop!과 같은 홈쇼핑채널도 포함되어 있다.47)
처음부터 SDTV 방식으로 출발하는 경우에는 다수의 가용채널을 이용하여 채널별로 전문화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서비스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HDTV를 지향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채널 플랜을 극히 제한적 혹은 한시적으로 운용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닌다.
따라서 HDTV를 지향하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방송 프로그램 서비스에 있어 처음부터 일정 비율의 HDTV 방송을 할 것을 전제로 하고 있고 또 그 비율을 계속 확대하는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SDTV급의 다채널 플랜을 세워 이를 운용하게 되는 경우에는 결과적으로 소모적인 투자가 될 가능성이 높으며, 경제성도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국내 지상파T V의 경우에는 다채널 서비스를 하는 위성이나 케이블과는 차별화되면서 고화질 프로그램 개발 및 제작에 역점을 두며, 점차 HDTV 방영 시간을 늘려 나가는데 주력하고, 나머지 시간대는 아날로그 방송을 up-convert하여 제공하면서 데이터방송 등 부가서비스 개발에 역점을 두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보여진다. 전면적인 HDTV방송으로 이행해나가는 과도기 상황에서는 디지털T V의 묘미를 완전히 구현하기는 어렵겠지만, HDTV 방송시간의 점진적 확대와 D V D의 보급확대 등에 따른 HDTV 선호경향이 점차 증대될 것을 염두에 둘 때, 지상파방송으로서 차별화된 선택은 장기적 전망 속에서 불가피하리라고 본다.
1차적으로 프로그램 서비스는 방송사 소관이기 때문에 HDTV 프로그램 제작 활성화를 위해서는 방송사의 자구노력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HDTV 프로그램 제작에는 고가의 장비와 제작비 상승에 따른 부담이 불가피하므로 이에 대한 정책기구의 간접적인 지원책이 함께 강구되어야 한다. 가전사의 경우도 디지털 수상기 보급과 직결되는 HD급 우수 프로그램 개발에 공동보조를 취할 필요가 있으며 협찬방식의 지원과 이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요구된다. 특히 디지털 프로그램 수요확대에 따른 독립제작사 육성도 장기적인 안목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4.부가서비스
부가서비스에 대한 개념은 국가별로 약간씩의 차이가 있다. 미국의 경우는 ‘부수적이고 보완적인 서비스’라는 개념을 통해 이를 “기존의 무료 지상파 방송서비스를 제외한 디지털 채널을 통해 제공되는 모든 서비스”라고 규정하고 있고,48) 영국의 경우는 “프로그램 서비스나 부수적 서비스,49) 기술서비스(CAS)를 제외한 멀티플렉스를 이용하여 디지털방식으로 방송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서비스”50)라고 규정하고 있다.51) 미국적 개념은 무료 지상파외의 각종 유료방송 서비스와 데이터방송 등 잠재적으로 수익발생이 가능한 모든 서비스를 말하는 데 비해, 영국적 개념은 유 무료 지상파 방송서비스 외의 멀티플렉스를 통한 각종 정보처리와 통신 및 데이터 서비스 등52)을 지칭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간단히 말하면 미국의 경우는 유료 프로그램 방송을 ‘부수적이고 보조적인 서비스’에 포함시키는 반면, 영국의 경우는 부가서비스를 주로 데이터방송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호주의 경우는 부가서비스를 ‘데이터캐스팅’이라는 개념으로 별도로 다루고 있으며 방송용 주파수 대역을 이용하되 기존의 방송 프로그램과는 구별되는 데이터 서비스를 말한다.53)
미국의 경우, 부가서비스 사업권은 원칙적으로 FCC의 디지털 방송면허와 함께 부여되는 것으로 간주한다. 즉 디지털 방송 프로그램 서비스를 제공하고 공익의무를 이행한다는 것을 전제로 디지털기술에 의해 가능하게 된 혁신적인 서비스(=부수적이고 보조적인 서비스)의 제공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방송면허를 갱신하게 되는 경우에는 방송 프로그램의 공익기여를 입증해야 하며 그것이 입증되는 경우에는 디지털 방송면허의 갱신과 함께 부가서비스 사업자로서도 동시 인정되는 셈이다. 또한 FCC는 부가서비스 사업을 통해 일정한 요금을 받거나 콘텐츠 제공의 대가(광고요금 제외)를 받는 경우에는 주파수 사용료(총수익의 5%)를 징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54)
한편 주파수 여분이 비교적 많은 호주의 경우, 데이터캐스팅 서비스는 지상파 방송사와 함께 신규사업자의 참여도 허용하고 있다. 기존 지상파 방송사들이 디지털방송을 실시한 후 남은 주파수는 신규사업자들에게 데이터캐스팅 서비스용으로 이를 경매한다. 이러한 경매에는 기존 방송사들이 참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미 디지털 지상파 방송용으로 주파수를 무료로 사용하고 있는 기존 지상파 방송사가 부당한 이익을 취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기존 방송사업자가 아닌 외국인 또는 신문 등의 다른 미디어기업 소유자는 경매에 참여하여 데이터캐스팅 서비스 제공사업자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지상파 방송사들은 방송용으로 할당된 주파수 대역을 모두 방송용으로 사용하지 않을 수 있으며 남은 주파수를 이용하여 데이터캐스팅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ABA에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방송사를 소유하지 않은 데이터캐스팅 서비스 사업자는 경매를 통해 스펙트럼 구입비용을 지불하였으므로 지상파 방송사가 적정요금 -ABA 산정-을 내지 않을 경우에는 불공정한 경쟁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호주의 경우, 데이터캐스팅용 주파수 대역은 방송용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멀티채널링(multichanneling)은 금지하고 있다. 공영방송에 한해서는 디지털방송 외 남은 주파수를 데이터캐스팅용으로 유료 임대는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55)
우리나라의 경우는 현재 부가서비스에 대한 분명한 개념이 설정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다. 다만 방송 프로그램 서비스와는 별도로 ‘데이터방송’ 개념이 주로 사용되고 있고 “전면 HDTV 방송실시 때까지 SDTV 여유채널에 대한 유료방송의 자율적 허용방안을 검토”한다는 정책방침 속에 “부가서비스 및 멀티미디어 서비스 제공 등 검토”라는 하부항목이 언급되어 있는 정도이다.56)
그런 가운데서 정보통신부는 2000년 말까지 데이터방송의 표준방식을 결정하고 허가제도 개선작업을 병행 추진하여 2001년 시험방송을 거쳐 2002년 월드컵 이전에 본방송을 실시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재 세계 각국에서 검토 중인 여러 가지 방식에 대한 전반적인 기술검토를 거쳐 연구개발 및 실험을 실시하고 있으며 그 결과를 토대로 국내 표준방식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데이터방송 추진일정과 표준방식 결정과는 별도로 데이터방송을 포함한 부가서비스 사업에 대한 논의도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 국내의 경우,HDTV를 지향하고 있고 점차 그 비율이 증가되면서 궁극적으로는 완전히 HDTV로 전환된다는 점에서 부가서비스개념은 “방송 프로그램 서비스 외의 모든 서비스”로 삼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즉 앞서의 논의대로 HDTV를 지향하는 국내 지상파 디지털TV 방송의 경우, 일정 시간을 HDTV로 그리고 나머지 시간을 up-convert하여 방송한다면 나머지 여분의 주파수 대역을 통해 서비스되는 것은 모두 부가서비스로 간주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별도 채널의 방송 프로그램 서비스는 어렵고, 대부분 데이터방송으로 한정된 서비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에도 방송되는 프로그램 서비스와 직접 관련된 추가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연동형 서비스’와 프로그램과는 무관한 별도의 전자상거래, 게임 오락, 인터넷 서비스 등의 ‘비연동형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다.
이 경우, 부가서비스를 어느 선에서 유료화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부가서비스의 경우에는 유료화 및 광고수익 등을 비교적 자유롭게 허용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판단된다. 부가서비스 개발 및 제공을 위해서는 방송사 입장에서 별도의 투자가 요구된다. 수익동기가 없는 부가서비스 개발 및 투자는 기대하기 힘들다. 따라서 프로그램 서비스 외의 부가서비스는 수익자(이용자)부담의 원칙에 따라 유료화하고, 일정 비율의 한도 내에서 광고방송도 허용하는 것이 이용자를 끌어들일 만한 방송사의 보다 나은 부가서비스 개발을 위해서도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러한 부가서비스를 통해 방송사가 일정한 수익을 올렸을 경우에는 수익금의 일부를 회수하는 방안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허가에 따른 별도의 수수료는 징수하지 않는 대신, 수익금의 일부는 납부하도록 하는 방안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의 경우와 대동소이한 것이다. 호주의 경우 기존 지상파방송이 남은 주파수를 사용하여 데이터캐스팅을 할 경우 일정한 요금을 내도록 한 것은 신규사업자와의 불공정경쟁에 따른 부당이득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는 신규사업자에게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경우,부가서비스 허가에 따른 별도의 요금징수보다는 부가서비스 실시에 따른 수익금의 일부 환수에 주안점을 두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선택으로 보여진다.
5.방송의 공공성 구현과 공적 의무
방송의 특성상 공공성과 공익성을 강조하는 것은 디지털시대라고 하여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방송자체가 공적성격을 지니고 있는 한 공적의무로부터도 자유로울 수는 없다. 따라서 방송의 디지털전환과 관련해서도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방송의 공적 서비스 의무를 강조하고 있으며 이를 법규로 또는 권고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지상파T V의 디지털전환과 관련하여 일정 기간 동안은 시청자 보호차원에서 기존의 아날로그 방송과 디지털방송을 동시방송하도록 의무화하고 있고, 특히 공영방송의 경우에는 모든 시청자에게 차별 없는 접근을 위해 위성TV나 케이블TV를 통해서도이를재전송하도록의무화시켜놓고있기도하다.
(1)방송 프로그램의 공익성 구현
방송 프로그램 서비스와 관련해서 외국의 경우, 디지털환경에서도 방송의 공익성이 여전히 중요한 가치의 하나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P I A C에서는 방송사업자에게 방송의 다양성을 확대하고, 장애자의 접근권을 보장하며, 정치방송이나 재앙경고방송, 교육개선을 위한 방송, 그리고 공적 프로그램 편성 등을 포함한 최소한의 공익 요구사항 등을 권고하고 있다.57) 영국의 경우도 방송법을 통해 일정 비율의 유럽산 프로그램이나 독립제작사 프로그램 방영은 물론 장애인을 위한 자막, 음성해설, 수화통역방송을 규정하고 있는가 하면, ITC의 프로그램 코드에 성 폭력물에 대한 규제와 인종차별적 발언, 불공정 보도, 모금이나 종교적 차별 금지조항 등을 명시해놓고 있다.58) 그밖에도 프로그램 공급의 독과점화를 막기 위해 방송서비스 관련 포인트제도를 도입하고 있다.59) 이러한 법규 혹은 권고 등은 방송 프로그램의 공공성과 공익성 보장문제가 디지털시대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임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국내에서도 디지털전환 이후의 방송 프로그램 서비스와 관련해서 방송사 혹은 방송 관련 기관이 공익성 실현을 위해 유의 혹은 준수해야 할 원칙들을 권고하거나 최소한 기본원칙을 법규화하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방송의 디지털화와 관련된 그 동안의 국내 논의가 기술적인 측면이나 사업자 구도 혹은 제공되는 서비스 측면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사회적인 수준에서의 방송 규범적인 측면은 소홀히 다루어 온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러한 공공성과 공익성 제고를 위한 방송사업자의 기본적인 의무와 관련하여 방송이념의 일반원칙 준수를 재확인함과 아울러 대부분의 국가가 수용하고 있는 장애인을 위한 자막방송 비율의 단계적 확대, 국내 방송산업 육성을 위한 국내산 프로그램과 독립제작사 프로그램의 의무방영 비율의 고시, 선거기간 중 정치방송 시간의 보장, 긴급재난에 대비한 경보방송 체제의 정비 등도 포함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2)동시방송기간의 설정
지상파 디지털화를 추진하는 모든 국가들은 기존의 아날로그 방송을 전면 중단할 때까지 일정 기간의 동시방송기간을 설정하고 있다. 이는 디지털 방송서비스 구역이 지역별로 단계적으로 확대되고, 또 기존 아날로그 방송을 시청하던 국민 대부분이 디지털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는 데는 일정한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청자 보호차원에서도 동시방송기간의 설정은 불가피한 정책적 조치가 될 수밖에 없다.
미국의 경우는 전체 가구의 85%이상이 수신기를 보유한다는 전제 하에서 2006년까지 동시방송을 실시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리고 균형예산법상에는 2005년 5월 1일까지 전지역에 걸친 동시방송 확대실시를 규정해놓고 있다.60) 영국도 당초에는 2003년을 아날로그 방송 종료시기로 설정했다가 기존 아날로그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전체 인구의 99.4%가 디지털방송 수신권 내에 들고, 그들의 95%가 실제 수신설비를 구입할 수 있을 때인 2010년경에 아날로그 방송을 중단한다고 수정 발표한 바 있다.61) 호주의 경우는 디지털방송 개시 후 8년 이상 경과 후에 동시방송을 중단하되 2006년에 이를 재검토하기로 한 바 있다. 수상기 보급률이 전체 인구의 95 %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는 2010년에 아날로그 방송을 중단할 예정이라는 독일을 비롯,62) 스웨덴, 스페인, 덴마크 등을 포함한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도 2010년을 아날로그 방송 종료시한으로 잠정 결정해놓고 있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2010년을 중요한 전환점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국내에서도 본방송 개시 후 5년까지 아날로그와 디지털방송의 동시방송을 의무화하고 2006년에 디지털TV 수상기 보급률 등을 감안하여 연장여부를 재검토하기로 한 바 있으며, 대략 2010년 정도에 동시방송을 종료하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63) 그러나 현실적인 관점에서 볼 때, 언제 아날로그 방송을 중단하는가 하는 문제는 크게 중요한 것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시청자 보호를 위한 선언적인 의미가 강하고, 일종의 목표치 설정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는 대부분의 시청자가 실제 디지털방송을 수신할 수 있을 때까지는 동시방송을 반드시 해야 하는 방송의 공적 의무와 당위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으로 이 문제는 디지털전환이 상당히 진전된 상황에서 일정 시기에 거듭 재론되고 재검토되어야할 사안이라고 하겠다.
(3)지상파디지털TV의 의무재전송
한편, 시청자를 위한 지상파방송의 보편적 서비스와 관련해서 위성이나 케이블망을 통한 지상파 디지털TV의 의무전송(must carry)문제도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외국에서도 여전히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중요한 지상파방송에 모든 시청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과제와 실제 의무재전송을 해야 하는 위성 및 케이블TV 방송사업자의 실제적 여건 및 사업성의 문제가 충돌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디지털화에서 후속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는 케이블 방송사의 입장에서는 지상파를 재전송하는 데 있어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기술적인 준비나 여유채널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디지털 위성TV의 경우에도 지상파 재전송을 위한 여유채널의 정도와 수익성 문제와 연관되는 사항이다. 따라서 위성TV나 케이블TV의 사업영역을 크게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일반 시청자의 디지털 지상파TV에 대한 접근권을 보장하는 디지털TV의 제한적인 의무전송 규정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따라서 이 문제 역시 지상파의 공공성과 위성 및 케이블의 사업성, 그리고 시청자 복지간에 적절한 균형을 찾아야 하는 과제로 남아 있다. 개인적인 사견으로는 국내의 경우 두 가지 대안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넓게는 기존 지상파 공영방송에 한해 의무재전송을 하도록 하는 것이고, 좁게는 수신료에 의존하여 방송되는 공영방송에 한해 의무재전송을 하는 방안이다 .그리고 나머지 지상파에 대한 재전송 여부는 위성이나 케이블TV 방송사업자의자율선택에 맡길 문제이다.
6.디지털전환소요재원 마련
지상파 디지털TV 전환이 순조롭게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 중의 하나가 바로 소요재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상파의 디지털전환을 위해서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정부의 추정에 의하면 전국적인 방송망이 갖춰지는 2005년까지 1조 5,885억원, 그리고 난시청 지역까지 방송망을 갖추는 2010년까지 2조 634억원의 자금소요가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64) 이러한 재원조달 방안과 관련하여 이미 방송개혁위원회에서는 방송사 자체조달, 방송발전기금, 세제지원(관세감면)재정특별융자 정보화촉진기금 등의 국고지원, 기타 가전업체에서 지원하는 방안 등을 제시한 바 있고,65) 그 뒤 정부는 방송사가 광고수입, 수신료, 국내외 자금차입(JEMIX 자금 및 체신금융자금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투자재원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천명한 바 있다.
방송개혁위원회의제안이나 정부방침 모두 방송사 자체조달을 가장 강조하고 있다. 이는 방송사의 디지털전환은 불가피한 추세이고 디지털전환을 위해 구비 설치해야 하는 제작시설이나 송 중계시설 등이 결과적으로는 방송사 자체의 자산에 해당되는 것이므로 그에 필요한 재원을 방송사가 1차적으로 자체조달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이다. 다만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화가 국가정책상의 필요에 의해 방송사에 강제되는 측면이 있고, 일시에 방송사가 감당하기 어려운 많은 재원이 필요한 일인만큼 정부의 일정한 지원책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대부분의 지원방안이 신속한 법규 및 제도개선이나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노력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재원마련을 위한 정부를 포함한 관계기관들의 협조나 일반 국민들의 동의 없이는 현실화되기 어려운 방안들이라는 것이다. 방송사의 광고수입 증대를 위해서는 경쟁적인 미디어렙, 광고총량제, 중간광고, 광고수탁수수료인하, 광고요금 인상 등을 포함한 광고제도의 개선이 필요하고, 수신료 인상을 위해서는 시청자들의 동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도입장비에 대한 관세감면이나 디지털 방송장비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장기저리융자 등을 위해서는 정부 관계부처간 협의와 실질적인 지원 등이 필요하며, 가전사의 적절한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방송사와 가전사간의 호혜적인 협조방안과 그에 필요한 제도적 보완이 역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어려운 경제적 여건 속에서 디지털전환을 위한 별도의 재원을 끌어내는 데에는 여러 가지 현실적 장애가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디지털전환에 따른 재원마련을 위해서는 방송사가 이를 자체조달해야 한다는 원칙론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방송사의 자구노력이 1차적으로 중요하다. 그러나 방송사들이 단기간 내에 그러한 재원을 마련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점도 분명한 현실이다. 조기 디지털전환에 따른 이점은 대안을 찾기 어려운 국내경제의 현실 상황에서 상당한 파급효과가 예상되는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하고, 여러 가지 새로운 서비스를 통해 시청자 복지를 증진시키며, 방송사로서도 디지털체제로 전환함으로써 국내방송을 조기에 고도화시키는 효과도 분명히 있다. 부담이 있는 만큼 실익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이점들을 고려할 때, 혜택을 받는 쪽에서 부담도 공유하려는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디지털전환에 따른 사회 경제적 효과를 전제로, 방송사가 전환비용을 자체조달하는 데 비교적 수월한 방안들을 우선적으로 지원해주는 정책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때문에 여론이 수용하는 범위 내에서 광고제도의 부분적 개선이 필요하며, 이러한 지원에 상응하는 공영방송의 디지털화를 위해서 수신료의 부분적인 인상도 고려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관세감면이나 투자세액 공제 등을 통해 방송사의 지출을 감소시켜 주는 지원방안과 우수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가전사와의 공동노력, 정보화를 위한 인프라로서의 디지털 방송기술 발전을 위한 정보화촉진기금의 활용 등도 적극 고려할 뿐 아니라 실현되어져야 될 지원방안이라고 하겠다. 이와 아울러 방송사 나름의 지속적인 경영합리화 및 구조조정 노력도 병행되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