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경우도 2001년 하반기 본방송 예정을 앞두고 그 동안 지상파T V의 디지털전환과 관련된 정책방향이 어느 정도는 가시화되고 있다. 국내의 지상파 디지털TV 전환과 관련된 논의는 1997년부터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그 동안의 국내 지상파 디지털TV 관련 정책추진 및 준비과정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997년 2월 정보통신부는 1999년 말까지 디지털TV 관련장비의 국산화 개발을 추진하고 2001년부터 본방송을 개시하되, 기존 아날로그 방송은 2010년까지 연차적으로 디지털TV로 전환한다는 기본방침을 잠정 결정한 바 있다. 이어 1997년 3월에 방송사, 산업체 및 연구기관 전문가들로 지상파디지털 방송추진협의회를 구성하여 방송방식 등에 관한 구체적인 연구논의에 착수, 미국방식(ATSC)과 유럽방식(DVB-T)을 중심으로 국내에 적합한 방식에 관한 의견수렴 후 1997년 11월 미국방식(ATSC)으로 최종 결정했다.
또한 추진협의회에서는 1998년 9월 디지털TV 전환을 위한 세부전환계획 잠정시안을 작성, 건의했는데 그 주요 내용을 보면 시험방송은 2000년에 실시하고, 본방송은 2001년부터 지역별 단계적으로 확대 실시 -1단계(∼2002년):수도권 지역, 2단계(∼2003년):광역시 지역, 3단계(∼2004년):도청소재지 지역, 4단계(∼2005년):시 군 지역, 2010년까지 전지역 전환 완료-하며 본방송 개시 후 5년까지 시청자 보호를 위한 동시방송을 의무화(TV수상기 보급률을 감안하여 2006년에 의무기간 연장 재검토)한다는 것이었다. 채널배정은 기존 방송사별로 6㎒를 할당하되, SDTV/HDTV 수용여부는 방송사 선택에 맡기고 소요재원에 대한 문제는 유관기관간에 협의하여 결정하기로 했다.26)
이러한 상황에서 1998년 12월 초부터 이듬해 2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설치, 운영된 방송개혁위원회는 통합방송법안과 국내 방송전반에 관한 정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지상파방송의 디지털 전환정책’에 대해서도 그 방향을 제안했다.27) 기본골격은 추진협의회의 건의사항을 거의 그대로 수용하는 입장이었다.
즉, 디지털 전환시기와 관련해서는 2000년에 시험방송을 실시하고 본방송은 2001년부터 지역별 단계적으로 확대 실시하며 2010년까지 전지역에 걸쳐 디지털전환을 완료한다는 것이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관련 기술수준, 방송사 여건, 외국동향을 고려하면서 기술개발 및 소요재원 확보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전제를 강조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방송의 동시방송은 본방송 개시 후 5년까지 의무화하고 2006년에 DTV 수상기보급률 등을 감안하여 연장여부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HDTV/SDTV 실시방안과 관련해서는 HDTV 또는 SDTV 선택은 방송사 자율로 하되, 디지털전환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방송시간 중 일정 비율은 HDTV 방송을 실시하도록 했으며, 채널배분 및 주파수 활용방안과 관련해서는 지상파 방송사업자에게 우선적으로 채널을 배분하며 효율적 전파관리 차원에서 동시방송 이후 회수되는 방송주파수에 대한 별도의 활용대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HDTV 재전환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대역허가 할당폭은 기존 아날로그 1개채널당 6㎒로 정했다.
방송개혁위원회는 디지털방송 전환에 소요되는 전체비용이 2조 2,422억원(2005년까지 1조 7,424억원, 전체의 77.7%)으로 추산하고, 재원조달과 관련해서는 방송사 자체조달을 원칙으로 하되, 방송발전자금, 국고지원(세제지원(관세감면), 재정특별융자, 정보화촉진기금), 기타 가전업체에서 지원하는 방안 등을 강구할 것을 건의했다.
이러한 정책제안들을 중심으로 정부는 1999년 4월, 지상파TV 방송의 ‘디지털전환 추진계획(안)’을 마련한 데 이어,28) 같은 해 7월 20일 ‘디지털 지상파TV 조기방송종합계획’을 발표했다.29)
추진계획(안)에서는 기존의 정책방향을 대부분 재확인하는 한편, 2010년까지 소요되는 2조 634억원 중 2005년까지는 1조 5,885억원(방송사별 KBS 6,310억, MBC 4,695억, 기타 민방 4,880억원 투자필요)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소요재원은 원칙적으로 방송사가 부담하되 정부는 1999년의 실험방송에 대한 지원(50억원)과 수입장비 세제감면, 초기 투자재원 융자추진 등의 지원을 하기로 했다.
또한 종합계획에서도 2000년 10월부터 시험방송을 개시하고, 2001년 수도권부터 디지털방송을 시작하며 2005년까지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한다는 등의 추진일정을 비롯한 기본방침을 재확인하는 한편, KBS에 2개 채널, MBC와 SBS, EBS에 각 1개 채널을 배정하되 5년간 동시방송을 실시해야 한다는 등의 방침을 확정 발표했다. 정부는 디지털TV 도입에 따라 2010년까지 200조원에 달하는 생산기반을 확충하고, 1,540억달러의 디지털 수상기수출 및 9만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국내시장만 하더라도 2006년까지 915만대(22조원)로 예상되고 현재 2천만대에 달하는 TV수상기가 모두 디지털TV로 대체될 경우 시장규모는 4 8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정부는 1999년 5월, 실험방송 전담반, 채널배치전담반, 허가제도개선반, 수출촉진지원 전담반 등 4개팀으로 구성된 지상파 디지털TV 추진전담반 구성을 구성하여 구체적인 실무사안들을 준비하기 시작했다.30)
또한 이 기간 중에 일부 방송사의 실험방송도 행해졌는데 KBS의 경우는 1999년 5월 18일 자체개발한 송신장비를 관악산 송신소에 설치하고 국내 최초로 지상파 디지털TV 실험방송을 개시했다. MBC와 SBS의 경우는 각각 10월 6일과 9월 13일부터 실험방송에 들어갔다. 그로부터 약 1년 뒤인 2000년 8월 31일(SBS)과 9월 3일 방송의 날(KBS와 MBC)을 기해 방송 3사는 시험방송 체제로 전환했다.
한편 정보통신부는 2000년 4월 7일, 이미 진행 중에 있는 지상파TV와 위성방송의 디지털화에 더하여 케이블TV와 라디오방송의 디지털화를 포함하는 ‘디지털방송 종합계획’을 발표, 케이블TV의 경우는 2001년 시험방송에 이어 2002년 본방송을 시작하기로 하고, 디지털 라디오방송(DAB)은 늦어도 2002년에 시험방송을 거쳐 2003년 본방송을 실시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데이터방송 역시 2000년 말까지 기술표준을 결정하고 2001년 실험방송과 시험방송을 거쳐 2002년 본방송을 실시한다는 내용이다.31) 그러한 방침이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국내의 지상파TV와 위성TV, 케이블TV, 라디오방송 등은 모두 디지털로 서비스가 이루어지며, 이들 방송을 통한 부가서비스로서의 데이터 방송서비스도 본격화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