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화로 다채널화하면서 값이 높아지는 것은 채널에 담을 콘텐츠이다. 콘텐츠 고갈현상은 다음의 두 가지 전략에서 나타난다. 하나는 세계의 모든 콘텐츠 아카이브와 주요 라이브러리를 대량구매하는 미디어기업들의 세 불리기 전략이며, 다른 하나는 플랫폼을 장악하고 있는 유료TV사업자들의 방영권 획득전략이다. 전자의 경우는 미국의 콘텐츠 소유집중에서 나타난다. 예를 들어, 디즈니는 1995년에 미국 네트워크인 ABC를 인수했고, 최근에는 인터넷 검색엔진 Infoseek의 지분 43%를 차지했다(June, 1998).후자의 경우는 프리미엄 콘텐츠 방영권에 투자하는 데 적극적인 영국의 BSkyB,미국의 DirecTV를 든다. 이 두 가지 콘텐츠 확보전략을 모두 추구하고 있는 사업자 BSkyB는 지난 5년 동안 축구 독점방영권 획득에 6억4천만파운드를 지출했고, 이는 이전의 계약들과 비교하면 5배나 상승한 금액이다.
본고는 미디어산업의 가치사슬상에서 각 클러스터의 연계를 가장 효율적으로 전개하여 규모의 경제를 도모하고 각 클러스터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수직적 가치사슬을 형성케 한 성공적인 유료TV사업자로 BSkyB를 사례로 제시한다. 1989년 아날로그 위성방송사업자로 사업을 시작한 BSkyB는 1998년 10월부터 스카이디지털(SkyDigital)이란 이름으로 디지털방송을 시작하면서 디지털전략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BSkyB의 40%지분을 가지고 경영권을 행사하는 뉴스코프(News Corp.)는 1923년 신문사로 시작하여 현재 출판, 시네마, 방송, 음반 등 전 미디어분야에 걸쳐 세력을 확장한다.
뉴스코프는 미국시장에서는 주로 영상제작사업에 초점을 두고 여기서 제작된 프로그램을 아시아, 유럽에 유통시키는 데 주력한다. 영국 영상시장에서 상당한 위험부담을 안고 투자했지만 수년 후에 흑자를 경험했고, 현재 BSkyB와 StarTV가 Fox 프로그램의 유일한 제2의 유통시장이기 때문에 유통채널 확산에 주력 중이다. 1996~1997년 매출규모의 74%가 미국에서, 16%가 유럽에서, 10%가 아시아 태평양지역에서 창출되었다. 특기할 사항은 세계인구의 2/3를 커버하는 위성방송사업이다. 전세계적으로 사업전망이 불투명했던 1980년대부터 위성방송시장에 진입한 뉴스코프는 통신위성(당시에는 CS가 통신서비스에만 이용되어 내용물 규제가 전무)을 이용하여 각국의 방송규제를 피하였고 비(非)국내 위성방송사업자로 시작하여 국내 위성방송사업자인 BSB(British Satellite Broadcasting)를 인수, 합병하여 영국시장에 무혈입성했다. 또한 StarTV를 헐값에 인수하여 홍콩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권을 프로그램 수요처로 최대 활용 중이고, 1996년에는 남미로 시장을 확대했고(Sky Latin America), 일본에서는 JSkyB를 설립, 1998년 4월 PerfecTV와 합병했다. 뉴스코프는 위성방송을 핵심 방송 네트워크로 정하고, 미국 내에선 프로그램 제작에, 그 외 국가에선 플랫폼사업에 가담하여 프로그램 수요처를 확보하고 있다.
뉴스코프의 글로벌전략의 하나로 탄생된 BSkyB는 영국 내에서 극히 지역적인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포터 교수의 주장대로 지역이 경쟁에 중요한 요인임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BSkyB는 이미 제휴 및 합작 등을 통해 제작부문에 깊이 관여하여 가치사슬상 수직적으로 통합된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독점방영권을 다량 보유하고 있는 위성방송사업자로서 디지털 지상파 및 케이블방송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도매사업자이기도 하다. 200개 이상의 채널을 제공하고, 1998년 11월에 출범한 양방향 방송사업자 BIB의 지분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방송사업의 성공요인으로 자본, 시장대응 속도, 혁신, 파트너쉽, 융합시장 이해도, 자원배분, 시장세분화 및 마케팅, 글로벌화 정도, 독립성/유연성, 브랜드 등을 든다.
<그림 3>에서 보듯이, BSkyB의 배후에는 경영권을 가진 뉴스코프가 있고, BIB를 중심으로 양방향 서비스(일기, 스포츠 점수, 연예순위, 쇼핑, 광고 등)를 시작했으며 영국 내에서 약 700만의 가입자12)를 관리하고 있으므로 3C(Capital, Commerce, Control)를 보유하고 있다. 또 가치사슬상에서는 각 클러스터의 역량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200파운드에 판매되던 Sky Digital의 셋톱박스를 1999년 5월 무료로 제공하여 소비자 인터페이스 부문의 클러스터도 부가가치 창출원으로 작용하게 된다. 또한, 전송망을 보면 가입자의 1/3이 케이블SO를 경유하는 SCN(Space Cable Network)가입자로서 경쟁사업자인 케이블SO전송망도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클러스터로 이용하고 있고, 고객유치 전략의 일환으로 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하고, BT(British Telecom)고객에 한하여 전화요금의 40%를 할인하는 프로모션 전략도 전개한다.
BSkyB의 강 약점 및 기회, 위협요소들을 나열하면 <그림 4>와 같다. 이미 가치사슬상의 각 클러스터를 통제하여 수직적 통합구조를 가지고 있는 BSkyB는 디지털 지상파방송의 등장으로 디지털혁명이 본격화되기 전까지(1990년대 전반기)영국 유료가입자(아날로그)의 74%를 차지했지만, 지상파 및 케이블의 디지털화13)로 유료TV산업의 진입장벽이 낮아지기 시작한다.14) 케이블TV의 유료TV 시장점유율도 구조조정 이후 1994년 26%에서 1998년 말 44%로 상승되었다. 나머지 56%가 BSkyB의 몫(1996년 65%, 1997년 60%차지)이다.
1997년을 기점으로 수익의 원천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시장으로 이동하기 시작하면서, BSkyB는 디지털화를 기회포착을 위한 도구로 삼는다. <그림 5>에서 보듯이, BSkyB는 디지털 위성방송을 기축점(基軸占)으로 새로운 디지털시장을 통한 도약기를 맞고 있다. 현재 영국의 유료TV 가입률은 약 34%로 시장잠재력이 상당하다. 디지털화한 BSkyB는 셋톱박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전화와 TV서비스를 번들링함으로써 경쟁사업자인 디지털 지상파사업자와 케이블사업자를 긴장시킨다. 게다가 수익다변화 차원에서 홈뱅킹, 홈쇼핑, 정보서비스, 게임, e-mail 등을 총망라하는 “Open”양방향 서비스를 1999년 10월부터 시작한 BSkyB는 그 동안의 아날로그 사업모델을 접어두고, 플랫폼 중립적이면서 경쟁우위인 콘텐츠를 중심으로 하는 사업모델로 전환하고 있다. 앞으로 경쟁우위가 절대적으로 콘텐츠에 있음을 BSkyB는 깨닫고 있다.
새롭게 정의되는 BSkyB의 경쟁전략은 <그림 6>과 같다. 포터 교수가 주장한 생산성 및 개혁수준 향상을 제고시키는 클러스터로서 지리적으로 한정된 “절대적 다수 ”를 창출시키는 부가가치 창출원인 지역콘텐츠 중심의 콘텐츠 패키징, 서비스 제공부문 클러스터임을 보게 된다. 융합시대의 모든 기술은 글로벌 및 지역적인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 가능케 한다. 최근의 인터넷서비스의 경쟁우위 요소가 지역서비스에 있음이 입증되고 있다.
대여방식의 콘텐츠 구입전략보다는 장기적인 차원에서 지속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통해 지역(local)콘텐츠 제작 및 패키징에 직접 관여한다. BSkyB의 CEO인 부스(Mark Booth)는 2010년까지 지속적으로 콘텐츠에 투자하여 현재 영업이익이 30%수준인 것을 2005년까지 20%로 낮추면서 콘텐츠에 투자할 계획임을 시사했고, 양방향 서비스가 경쟁요인이 됨을 주장했다.15)
이처럼 글로벌전략을 추구하면서도 디지털환경에서 경쟁우위가 지역적인 것에 있음을 경험하게 된 BSkyB는 핵심역량이 되는 클러스터로 콘텐츠 제작 및 패키징 부문을 보고 있다. 프로그램 공급업자가 패키징한 채널을 그대로 유통시키는 채널들16) 외에 1999년 말 현재, 가장 인기 있는 기본채널인 Sky One17)을 비롯하여 주요 프리미엄 채널(Sky Sports 1,2,3;Sky Premier;Sky Moviemax;Sky Cinema)을 포함한 자사 소유의 채널들을 운영 중이다. 최근 Sky One 프로그램은 오리지널 프로그램 편성을 주요 시청시간의 5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프리미엄급 영화들은 주로 미국의 주요 메이저사인 콜럼비아, 디즈니, 파라마운트, 폭스, 유니버설, MGM, 워너 브라더스 등의 최신작들로 일정 기간동안 영국내에서 독점방영되고, 여기에 국내 제작사의 영화가 독점방영된다. 프리미엄 스포츠도 독점방영된다. <그림 8>은 BSkyB의 수익 및 비용구조를 나타낸다. BSkyB의 주요 수익원은 가입료 수익이다. 한편, 1999년 비용의 40%이상을 차지한 프로그램 제작 및 편성비용 계획을 세분화한 것이 <표 4>이다. 1998년 실제 총 프로그램 비용의 19%만을 제3채널 유통에 소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포츠 부문이 총 비용의 42%를 차지했다.
BSkyB의 1999년 8월 내부보고서18)에 따르면, Sky Digital의 주요 콘텐츠전략으로 내세웠던 Sky채널들의 브랜드화, 영국 영화 및 TV 프로그램 제작의 확대 등이 1999년 7월말에 120만대의 디지털 셋톱박스를 판매케 한(신규가입자 수는 이 중 43%)주요 동인이었던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또한 Sky 프리미엄 영화채널의 제작부문을 담당하는 Sky Pictures의 창립으로 Sky는 영국 영화제작산업에도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제작사에서 제작된 영화는 Sky Premier에서 먼저 독점방영된다. 프로그램 비용은 1999년 6월을 회계연도로 볼 때 총 7억8,700만파운드로 집계되었고, 특기할 사항은 제3채널(디즈니 등)의 전송비용이 총 비용의 17%로 나타나 점차로 줄어들고 있음을 보게 된다.
요금 및 마케팅전략을 보면, BSkyB 소유채널들은 자사의 유통망뿐만 아니라 케이블이나 디지털 지상파에도 도매로 공급된다. 실제로 케이블TV사업자의 소매가격이 특정 계약에 의해 결정되기보다는,BSkyB의 케이블사업자 대상의 도매가격 및 소비자 대상의 소매가격에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음을 보게 된다. 이러한 가격구조 때문에 케이블사업자는 실제적인 가격경쟁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 셋톱박스 공급을 보면 무료제공 이후로 1999년 8월 현재 66만대가 판매되어 매월 3배의 성장세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