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가치유형별 종합비교
(1)자아지향적 가치
한국, 러시아, 프랑스, 미국 4개국의 광고를 분석한 결과 자아지향적 가치는 상호 유의미한 차이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F (3,1386)=27.76,p <.001). 국가간 변별력을 Scheffe 검증을 통해 분석한 결과 한국광고를 제외하고 다른 세 나라의 광고에서 자아지향적 가치가 비교적 고르게 관찰되었다. 한국광고의 경우 자아지향적 가치는 가장 낮게 나타났다(<표 2>참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자아지향적 가치는 창조적, 독립적, 지적, 논리적 사고를 지닌 다분히 개인주의이면서도 약한 불확실성의 회피문화에서 자주 발견된다. 따라서, 이 가치는 서구와 아시아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가치유형임에 틀림없다. 특히, 프랑스의 경우는 강한 권위주의와 개인주의가 결합된 문화이나, 지극히 개인적 감성을 중시하는 독특한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만큼 자아지향적 가치가 광고에 반영된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또한,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왔다가 1992년 경제분야에 문호가 열린 러시아광고는 개인의 물질적 성공과 자아실현을 목표로 하는 남성주의 사회의 지배적 가치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1988년이후 페레스트로이카와 글라스노스트의 기치아래 구소련체제에 급격히 확산된 서구화가 이 같은 현상을 가속화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자아지향적 가치는 이처럼 서구적 지배유형으로 화합과 조화를 지향하는 한국의 집단주의문화와는 극히 배치되는 가치이다.
(2)성취가치
성취가치 또한 네 나라 광고를 판별하는데 유의적인 요인으로 나타났다(F(3,1386)=33.67,p <.001). 사후검증 결과는 비교적 큰 변별력을 드러냈다(<표 3>참조). 성취가치는 프랑스광고에서 가장 많이 관찰되었으며 미국과 러시아 광고는 네 나라 가운데 중간수준의 가치그룹을 형성하였다. 예상했던대로 한국광고에서는 성취가치가 비교적 절제된 형태로 나타났다. 성취가치는 앵글로 색슨계의 복합가치로 Hofstede(1991)에 따르면 남성주의와 불확실성의 회피성향이 낮은 문화에 빈번하게 등장한다. 또한 사회적 지위와 상징가치가 중시되는 문화권에서 지배적으로 관찰된다(Schiffman & Kanuk,1991). 프랑스 광고에서 성취가치가 가장 많이 반영된 것은 이 같은 지위 및 상징적 가치를 존중하는 프랑스의 문화에 근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음으로 미국광고에서 성취가치가 두드러진 것은 앵글로색슨계의 복합가치성향에 따른 것으로 이는 Rokeach(1973)의 연구결과와도 일치한다. 러시아광고에서 성취가치가 미국과 고른 비중을 차지하며 두드러진 점은 흥미로운 발견인데, 이는 러시아의 남성주의 성향과 사회적 이상으로 자리잡은 성취동기성향의 발로로 보는 것이 타당하겠다. 반면, 한국광고에서 이 가치가 드물게 나타난 것은 개인적 성취보다는 집단적 문제해결과 화합에 관심을 두는 한국사회의 문화적 성향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3)성숙가치
성숙가치의 경우 4개국 광고간 유의미한 차이를 나타냈다(F(3,1386)=14.3,p <.001). Scheffe 검증결과 미국광고에서 성숙가치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으며 다음으로 한국과 프랑스광고에서 비교적 고른 분포로 관찰되었다(<표 4>참조).
특히 한국광고에서 성숙가치가 높게 나타난 것은 흥미로운 발견이라 하겠다. 네 나라 가운데 광고에서 성숙가치가 가장 낮게 관찰된 나라는 러시아였다. 성숙가치란 궁극적 가치로 동서양에 공히 존재하나 그 근거는 다르게 나타난다. 서양의 경우 성숙가치란 사회적 규범과 제도적 가치를 존중하는 성향을 나타내지만 동양의 경우 이는 심미적 세계를 지향하며, 소속과 집단관계를 중시하는 성향으로 나타난다. 미국광고에서 성숙가치가 가장 높게 관찰된 것은 다른 나라에 비해 질서와 규칙을 중시하는 미국의 규범적 문화를 크게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음으로 한국광고에서 성숙가치가 자주 관찰된 것은 흥미로우나 아시아의 소속지향적이고 관계중심적이며 전통지향적 문화의 발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동일한 비중으로 집계된 프랑스광고의 경우는 성숙한 사랑과 예술세계를 통한 심미지향적 가치성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광고에서 이 가치가 가장 낮게 드러난 것은 그리스 정교의 전통적 서구문화의 유입과 독특한 아시아문화의 중간에 위치한 러시아의 과도기적 문화가치현상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Wells,1994).
(4)즐거움의 가치
쾌락주의로 통칭되는 즐거움의 가치 역시 4개국 광고를 유의적으로 구분하는 요소로 평가되었다(F(3,1386)=17.07,p <.001). 사후검증에 따르면 프랑스, 미국, 러시아광고에서 즐거움의 가치가 비교적 고른 분포로 높게 관찰되었으며 한국광고의 경우 반영빈도가 가장 낮았다(<표 5>참조).
즐거움이나 행복은 서구인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중 하나이다. 그러나 국가나 가족의 판단기준이 되는 중요한 삶의 목표가 행복의 추구라는 생각은 한국인에게는 이해하기 힘든 것이다. 한국인에게 인생의 중요한 목표는 자신의 책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며 기쁨이나 행복은 자신의 책무를 위해 쉽게 포기해 버릴 수 있는 휴식과 같은 것이다(DeMooij,1998).이 같은 쾌락적 가치(hedonism)가 특히 프랑스나 다른 서구인들의 가치인 낭만적인 사랑과 관련이 깊으며 따라서 광고에 지배적으로 나타난 것은 이들 국가의 수단적 가치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5)안전가치
안전가치 또한 4개국 광고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F(3,1386)=10.23,p <.001). 안전가치는 예상했던 대로 프랑스, 러시아, 미국 등 서구의 광고에서 공히 지배적으로 반영되었다(<표 6>참조).
따라서 한국의 광고에서는 이 가치의 반영도가 크게 낮았던 것으로 관찰되었다. 본래 안전은 Maslow(1954)의 본능적 가치이며 다분히 개인주의 사회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따라서 서구의 광고에서 두드러진 것은 이 같은 사회문화적 가치를 반영한 것이다. 기존문헌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금까지 안전가치는 미국광고에서 가장 많이 관찰된 것으로 보고되어왔다(Frith & Wesson,1991;De Mooij,1998;Yankelovich,1994;Kamakura & Mazzon,1991). 그러나, 광고의 다중국가간 비교연구에서 소외되어 왔던 프랑스와 러시아광고에서 안전가치가 미국광고에서 보다 높게 나타난 것은 흥미로운 발견이며 논의의 가치가 있는 새로운 쟁점으로 보인다. 예상했던 대로, 높은 권력거리의 집단주의 문화인 한국사회에서 안전가치가 가장 낮게 관찰된 것은 기능보다는 효율을 중시하는 문화적 가치를 반영한 것이다. 1990년대 한국이나 일본 등 아시아 문화에 있어서의 안전가치는 화재, 질병, 재난 등으로부터의 안전, 또는 안정을 의미하였다(De Mooij,1998).
(6)조화지향적 가치
조화지향적 가치에 대한 광고의 반영은 4개 국가의 광고에서 유의미한 변별력을 보였다(F(3,1386)=7.09,p <.001). Scheffe 사후검증 결과 러시아와 한국의 광고에서 가장 조화가치에 대해 민감한 반영실태를 드러냈으나 미국과 프랑스광고에서는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표 7>참조). 요컨대, 조화지향성이란 사회규범을 중시하는 성숙가치와는 달리 인간관계와 집단의 이익을 중시하는 동조적 가치를 말한다. 따라서 이 가치는 다분히 집단주의이거나 장기 지향적 문화에 적합한 유형이다.
연구결과에서 한국광고가 이 가치를 많이 반영한 것은 브랜드 친화적이며 관계중심적인 문화에서 기인한 것이며 이는 Hofstede(1991)의 해석과도 일치한다. 러시아광고에서 조화지향적 가치가 많이 등장하는 것은 제품을 간접적으로 묘사함으로써 회사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형성하는 성향이 높은데서 연유하며 개인주의이면서도 전통을 존중하는 장기지향적 가치가 내포된 문화에서 발현되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미국과 프랑스광고에서 조화지향적 가치가 낮게 나타난 것은 낮은 권력거리의 개인주의문화인 미국의 경우 감정이입이나 경로가치가 중시되지 않는 문화적 특성에서 기인한다. 또한 권위주의와 개인주의의 결합구조를 띤 프랑스의 경우 개인의 자유와 상황이나 관계에 의존하려는 성향이 공존하는 패러독스 구조이므로 광고에는 이 같은 갈등요소를 의도적으로 배제해왔다고 보는 것이 옳다.
(7)자연친화적 가치
자연친화적 가치에 대한 강조 역시 예상했던 대로 국가간 유의미한 차이를 나타냈다(F(3,1386)=17.4,p<.0001). 사후검증 결과를 보면 자연친화적 가치의 반영실태는 한국광고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다음으로 미국광고의 순으로 나타났다(<표 8>참조). 러시아와 프랑스광고에서는 이 가치가 그리 크게 강조되거나 반영되지 않았다. 한국광고에서 자연친화적 가치가 가장 두드러진 것은 일본과 더불어 동아시아의 비규범적이며 갈등해소를 위한 자연의존적 성향을 반영한 것으로 이는 Mueller(1991)의 연구결과와도 일치한다. 자연친화적 가치가 미국광고에서 높게 나타난 것은 흥미로운 발견이나 한편으로 자연 친화적 가치가 지니는 패러독스적 요소를 감안한다면 타당성이 높다. 요컨대, 자연친화적 가치는 자연친화적이냐 자연정복적이냐라는 양면구조를 띠고 있으며 한국광고의 경우 전자의 심미적 요소가 강하나 미국광고의 경우 후자의 도전적 요소가 지배적이다. 프랑스광고는 상징적이며 심리동기적 요소가 다분히 등장하나 전략적 기법상 자연소재의 설정보다는 인위적 상황설정이 지배적이다(De Mooij,1998). 따라서 러시아광고와 더불어 자연친화적 가치의 의존도는 극히 낮을 수 밖에 없다고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