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논의
본 연구의 결과는 지금까지 베일 속에 가려져 있었던 광고시청률의 실체를 상당 부분 드러내주는 것이었다. 모든 선행연구와 마찬가지로, 전CM보다는 후CM의 평균시청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대홍기획의 연구결과와 유사하게도, 프로그램의 길이가 길어지고 광고의 수가 많아질수록 전CM의 평균시청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통념과 달리, 전CM의 시청률은 블록 끝부분에서 가까스로 프로그램 광고전체의 평균을 넘거나, 아예 평균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에 비해 후CM의 초반은 상당히 높은 시청률을 갖고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전CM의 시청률 증가율은 완만하고 후CM의 시청률 감소율은 급격한 이른바 ‘극장현상’이 모든 상황에서 확인되었는데, 그 현상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난 경우는 60분 길이의 드라마/영화와 60분 길이의 고시청률 프로그램에서였다. 그러한 극장현상은 Kim & Zhao가 밝힌 중간광고 내에서의 광고순서 효과<그림 1>와 흡사하다. 즉, 앞 프로그램의 후CM에서 뒷 프로그램의 전CM까지 이어지는 긴 광고시간대 내에서의 시청률변동 패턴이 상대적으로 그 길이가 짧은 중간광고 시간대 내에서의 그것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이다.
현재 CM지정제를 시행하는 일부 프로그램들의 경우, 방송광고공사는 광고주들에게 전END를 원하는지, 후TOP을 원하는지를 묻고, 더불어 선택한 위치를 지정 구매하기 위해서 얼마의 프리미엄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지를 묻는다. 방송광고공사의 내부자료에 의하면, 2001년 1월에서 4월까지의 기간동안 CM지정제를 이용한 광고주들의 절반 가량이 후TOP 대신 전END를 선택했으며, 추가적으로 지불할 용의가 있는 프리미엄의 수준도 두 위치간에 큰 차이가 없었다. 본 연구결과에 의하면, 후TOP의 지정구매는 거의 모든 경우 충분히 프리미엄을 지불할 가치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전END의 지정구매는 관련된 다른 변수들을 좀 더 폭넓게 고려한 상태에서 그 필요성이 인정될 때에 한해 고려될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관련된 변수들의 예를 몇 가지 들면 다음과 같다.
- 프로그램의 종류가 갖는 특유함 때문에 전END의 노출확률이 극히 높을 것으로 예측될 때이다. 예를 들면, 극적구성이 매우 뛰어난 드라마의 경우, 전편에서 연결되는 후편의 첫 부분에 시청자의 관심이 몰려있는 상황이다.
- 후TOP을 차지하려는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어 그 경쟁을 피하려는 경우이다. 가령 10%정도의 비교적 낮은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60분 드라마의 전END를 지정 받을 수 있다면, 충분히 고려할 만한 가치가 있는 조건이라 할 수 있다.
- 후TOP의 노출률이 화장실이나 냉장고로 가기 위한 TV회피를 이유로 평가절하될 필요가 있다는 믿음을 가질 경우다. 그러한 믿음을 뒷받침할만한 근거를 얻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행해진 주시율에 관한 관찰연구를 보다 정교화하여, 후TOP의 광고가 처음 화면에 등장했을 때의 시청자 반응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프로그램의 정서(mood)가 광고지각에 영향을 준다는 ‘정서전이이론(mood transfer thoery)’을 믿는 경우이다. 정서전이이론이란 앞선 내용에 의해 형성된 정서가 뒤에 따르는 내용의 지각에 영향을 준다는 이론으로, 향수광고나 화장품광고처럼 밝은 내용의 광고는 어두운 내용을 담은 프로그램의 후TOP에 위치시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앞으로 보다 방대한 규모의 후속연구가 행해진다면, 선·후행 프로그램의 성격 및 시청률, 경쟁 채널 프로그램의 성격 및 시간편성 등을 함께 고려한 상태에서 보다 구체적인 결론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곧 현재 부분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CM지정제 대신 모든 광고위치에 대해 사전에 계산된 위치별 RDI를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방법이 가능함을 시사한다. 만약 그러한 방법이 판매절차의 번거로움 때문에 실현되기 어렵다면, 현재 운영되고 있는 CM지정제의 방식을 실증적 연구결과에 근거해 보다 합리적이고 정교한 방식으로 조정·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각각의 광고순서에 해당하는 가치가 객관적인 수치로 도출되면, CM지정제를 채택하고 있지 않는 여타 프로그램들과 CM지정제를 이용하지 않는 많은 광고주들에게 적용되는 광고 ‘순환제’(rotation)에도 중대한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 즉, 순환이 이루어질 때마다 배정된 위치의 RDI를 누적시킨 후, 그 누적가치의 역순으로 다음 광고의 위치를 결정하는 방식을 채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을 취하면, 청약기간 전체에 걸쳐 항상 공정한 광고순환이 이루어지게 된다.
오래 전 매체기획자들은 프로그램시청률을 근거로 매체기획을 했었다. 그리고 피플미터 개발 이후에는 광고시청률을 측정해 근거자료로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보고 단위가 1분이었다는 이유 때문에 각각의 광고순서에 대한 세밀한 분석은 이루어질 수 없었다. 본 연구는 15초 단위로 측정된 광고시청률 데이터를 이용한 최초의 연구로, 오랜 기간동안 의문 속에 남아있던 광고위치의 노출효과에 관한 기초적 정보를 제공하며, 그것이 갖는 실무적 의미를 논의하고, 나아가서 후속연구를 위한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한다는 의의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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