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제제기
TV광고 최대허용량을 규정하고 있는 방송법 제 73조 2항과 동법 시행령 제 59조 1항에 따르면, 프로그램 직전과 직후에 삽입되는 이른바 ‘프로그램 광고’는 시간적으로 광고시간을 포함한 전체 프로그램 시간의 10%를 초과할 수 없다. 따라서 60분 길이의 주말드라마의 경우, 프로그램 전체의 길이인 3,600초의 10%인 360초 동안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 이는 15초 광고가 총 24개 실릴 수 있는 시간이다.
프로그램 광고의 절반 정도는 프로그램 시작을 알리는 타이틀과 본 프로그램의 시작 사이에 삽입되고, 나머지 절반 정도는 프로그램이 종료된 직후에 삽입된다. 실무에서는 이들을 각각 ‘전CM 블록(간단히 ‘전CM’)’과 ‘후CM 블록(간단히 ‘후CM’)’이라고 부르며, 전CM과 후CM 각각의 첫 자리를 TOP이라고 칭하고, 끝자리를 END라고 칭한다. 즉, ‘전END’라고 하면 전CM의 끝자리를 뜻하는 것이며, ‘후TOP’이라고 하면 후CM의 첫 자리를 뜻하는 것이다.
프로그램 광고의 경우, 기본적으로 광고의 블록(전CM 또는 후CM)과 위치(각 블록 내에서의 순서적 위치)가 요금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렇지만, 1999년 10월 도입된 판매제도에 따라(이종선, 1999, 2000), 현재 일부 프로그램들1)의 전END와 후TOP은 상한가가 정해진 경매형식2)으로 판매되고 있다. 이를 ‘CM 위치 지정판매제’(간단히 ‘CM지정제’)라고 한다. 전END를 선호하는 이유는 프로그램 시작을 기다리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광고를 노출시킬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며, 후TOP에 대한 선호는 프로그램이 종료되고 난 후에 채 자리를 뜨지 못한 시청자들에게 광고를 노출시킬 수 있다는 믿음에 근거한 것이다.
CM 지정제 적용시, 최하 10%, 최고 50%의 프리미엄을 지불해야 얻을 수 있는 전END와 후TOP은 과연 그만한 값을 하는 것인가? 그 두 자리를 제외한 다른 위치들은 어떠한 형태의 시청률 분포를 갖고 있는가? 이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은 보다 정확한 매체노출 효과분석을 위해서, 그리고 보다 합리적인 방송광고 요금책정을 위해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실제로 프랑스의 경우, 블록과 위치에 따라 광고요금 할증이 체계적으로 그리고 전면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후CM 처음 두 자리와 전CM 끝 두 자리를 지정해 광고를 삽입할 때에는 15%의 할증료가 부가되며, 바로 다음 자리인 전CM 끝에서 세 번째 자리와 후CM 처음에서 세 번째 자리를 지정할 때에는 10%의 할증료가 부가된다(한국방송광고공사, 1999). 그렇다면 프랑스의 할증방식에 비해, 할증의 적용범위는 좁은 반면 그 정도가 기준요금의 1.5배까지 올라갈 수 있는 우리나라의 할증제도는 과연 현실을 정확히 반영한 것인가?
물론 과거에도 이러한 의문이 제기된 때가 있었다. 그러나 시청률이 1분을 단위로 하여 보고되었다는 제한 때문에, 대부분이 15초 길이로 제작되는 프로그램 광고의 위치에 따른 시청률변화에 관한 연구는 아직 국내에서 발표된 적이 없었다.
그러던 중 최근 국내 시청률조사회사 중 하나인 TNS Media Korea가 15초 단위로 광고시청률을 계산하여 보고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본 연구의 목표는 TNS Media Korea로부터 연구용으로 제공받은 2000년 10월 9일부터 15일까지의 총 7일 동안의 15초 단위 광고시청률 데이터를 근거로 하여 그 동안 의문 속에 있었던 광고의 블록과 위치에 따른 미세한 시청률변화를 밝혀내는 것이다. 분석대상은 7일 동안 방송된 15초 길이의 프로그램 광고 6,560개 중 분석조건에 부합하는 1,156개였으며, 각 광고의 블록과 위치, 그리고 광고 각각에 대해 계산된 15초 광고시청률이 분석변수로 이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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