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논의
그 동안 광고효과와 관련된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지만 연구의 대부분이 광고효과가 나타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었고 브랜드인지가 개인레벨에서 브랜드선택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정도를 확인하는 연구는 흔치 않았다. 본 연구는 이러한 연구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인식하에서 수행되었다.
우선 이번 연구를 통해 최초상기도가 브랜드선택에 미치는 영향이 제품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품목별로 볼 때 담배의 예에서처럼 최초로 상기한 브랜드를 주로 구입하는 비율이 60%가 넘는 경우도 있지만, 50%를 상회하는 제품은 소수이고 오히려 50%미만 품목이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20-30%대의 낮은 일치도를 보인 제품도 5개 품목에 달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이전의 연구들(예를 들어 Wilson 1981; Woodside and Wilson 1985; Woodside and Trappey 1992)에서 밝힌 내용을 해석함에 있어 추가적인 고려사항을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이전 연구들에서는 브랜드최초상기도가 구매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만을 강조했는데 이러한 영향력은 모든 제품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제품에 따라 기복이 심하다는 사실이 이번 연구에서 입증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그간 광고업계나 학계에서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어온 '브랜드 최초상기도는 그 브랜드 구매와 직결된다'는 믿음을 재고하게 한다. 이는 브랜드최초상기도가 브랜드선택에 있어서 절대적일 수 없으며, 최초상기도를 광고효과의 주요 지표로 활용하는 경우에도 그 것을 일률적인 잣대로 사용할 것이 아니라 제품특성에 따라 달리 적용할 것을 시사하고 있다.
브랜드최초상기도의 구매효과에 영향을 미치는 매개변인 몇 가지가 이 연구에서 확인되었는데 그 하나가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브랜드 수(시장참여자수)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브랜드수가 많아지면 소비자 측면에서는 의사결정이 복잡해지고(Shocker et al. 1991) 시장에서는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기 때문에 브랜드상기와 선택에 있어서 일관성이 저하되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시장집중도 또한 브랜드 상기와 선택행동간의 일치도에 강력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는 과점상태에 있는 경쟁사들이 서로 상대방 시장공략에 덜 적극적이고 현재의 경쟁구도에 안주하는 경향 때문이 아닌가 한다.
브랜드최초상기와 주구입브랜드간의 일치도에 영향을 미치는 이 두 요인, 즉 시장참여 브랜드 수와 시장집중도가 개별적으로는 각기 일치도에 유의미한 영향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러한 결과가 두 요인간의 상관관계에 기인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따라서 브랜드 수와 시장집중도를 동시에 독립변인으로 하여 추가로 중회귀분석을 실시해본 결과 새로운 모델의 결정계수는 .683(R=.826)으로 시장집중도 단독으로 설명한 변량(.679)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브랜드 수와 시장집중도간의 상관관계가 높기(γ=.75) 때문으로 판명되었으며 브랜드수라는 변인은 시장집중도에 더해 추가적으로 일치도에 기여하는 정도가 아주 미미함을 알 수 있다(b=.05, S.E.=.132, β=.09, t=.374, 유의확율=.71). 이러한 결과는 브랜드수가 브랜드상기와 구입간의 일치도에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이는 그 독자적인 영향이라기보다 시장집중도와 높은 상관관계를 갖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한다.
시장점유율이 브랜드상기와 구입간의 일치도에 대해 갖는 영향력은 예상대로 아주 강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특정 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이 높을수록 양자간의 일치도가 높게 나타나는 반면 시장점유율이 낮은 브랜드는 일치도가 낮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확인되었는데 이는 고점유율 브랜드의 인지도가 누리는 프리미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고점유율 프리미엄은 점유율(share)에 상응하는 이상의 높은 재구매율(Ehrenberg 1988), 지각된 품질(Buzzell and Gale 1987), 제품라인의 확장, 유통경로의 확대(Urban et al. 1986), 그리고 높은 수익률로 인한 적극적인 마케팅활동의 결과로 추정된다(Kardes et al. 1993).
시장점유율순위도 일치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스스로의 영향력이라기보다 시장점유율에서 파생된 효과라는 것이 입증되었다. 따라서 시장에서 특정 브랜드가 차지하는 점유율순위나, 선발이냐 후발이냐 하는 시장진입시기(Robinson and Fornell 1985)보다 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이 갖는 영향력이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결국 광고나 여러 가지 판매촉진활동을 통해 브랜드 최초상기도 목표치를 달성한다고 하더라도 점유율이 높은 브랜드는 상기도가 구매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지만 점유율이 낮은 브랜드는 그 가능성이 훨씬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점유율이 낮은 브랜드는 단순히 브랜드최초상기도만 높여서는 그에 합당한 판매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상의 논의와 관련하여 한가지 의구심을 가질만한 점은, 브랜드점유율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브랜드 최초상기도와 주구입브랜드간의 일치도는 이미 그 브랜드의 시장점유율에 반영되어 있는데 고점유율 브랜드는 저점유율 브랜드보다 양자간의 일치도가 높은 현상이 어떻게 발생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다시 말해 고점유율 브랜드가 저점유율 브랜드에 비해 최초상기도에 의한 구입효과 프리미엄을 얻는다면 다른 측면에서는 그 프리미엄을 상쇄할만한 구입 감소현상이 발생한다는 의미인데 어떻게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가에 대한 이해가 쉽지 않다. 이에 대한 해답으로서, 검증된 바는 아니지만, 저점유율 브랜드들이 저가정책이나 활발한 판매촉진 등을 통해 고점유율 브랜드가 누리는 최초상기도의 구입효과 프리미엄을 상쇄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가정을 해볼 수 있다.
제품사용율은 구매빈도와 구매량을 의미하기 때문에 사용율이 높은 사람은 낮은 사람에 비해 이전에 구매했던 브랜드에 대해 친숙한 기억과 감정이 더 높게 유지된다. 또한 사용율이 높은 경우 구매간격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시장변화도 적고 따라서 상기와 구매간의 일치도가 높을 것으로 당초 예상했었다. 그러나 연구결과 이런 현상은 일부 품목에서는 발견되었으나 그렇지 못한 품목이 더 많았다. 앞으로 더 많은 검증작업을 통해 일반화된 결론(generalization)을 도출해야 하겠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이와 관련된 가설은 확인되지 않았다. 어떤 요인에 의해 제품간에 이런 차이가 발생했는지를 밝히기 위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이번 연구가 가진 한계도 몇 가지 지적할 수 있는데 우선 기존 자료를 이용했기 때문에 최초상기브랜드와 주구입상표간의 일치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여러 추가적인 변인들을 이 연구에 포함시키지 못한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일부 분석의 경우 raw data를 사용하지 못하고 제품별로 집계된 데이터를 case로 사용함으로써 개별 소비자들의 응답에 기초한 분석을 못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분석방법 때문에 분석에 포함된 case수가 너무 적었던(15개) 것도 결과를 해석하는데 주의해야할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분석방법을 택한 것은 분석에 포함된 제품별로 응답자수가 달랐기 때문인데 다음 연구에서는 case를 동일하게 조정하여(예를 들어 유효응답자수가 많은 제품은 일부 sample만을 추출하여 분석한다든지, 제품별로 응답자의 크기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하는 등의 방법으로) 개별응답자료를 바탕으로 재분석을 실시해 본다면 본 연구의 결과를 검증해보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 연구가 가진 이러한 한계 때문에 후속연구에서 다루어야할 내용도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우선 후속연구에 포함시켜야 할 변인으로서 제품관여도를 들 수 있다. 고관여제품의 경우이거나 저관여제품이라고 하더라도 관여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제품의 경우에는 소비자들은 특정 브랜드에 대해 일정한 평가를 내리고 이 평가를 기억 속에 저장하고 있어서 제품구매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Park and Mittal 1985). 반대로 관여도가 낮은 제품은 소비자의 관심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제품에 대한 평가를 내리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고, 설령 평가가 된다고 하더라도 반복적인 정보노출에 의한 친밀성 효과에 불과하거나(Zajonc and Markus 1982) 주변경로에 의한 태도형성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Petty, Cacioppo and Shumann 1983)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낮으며 상황적 요인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는다. 이런 경우에는 특정브랜드를 최초로 상기하더라도 그 것을 구매할 확률은 감소한다고 할 수 있는데 브랜드관여도가 최초상기와 구매간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직접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른 하나의 변인은 다양성 추구행동(variety seeking behavior)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소비자가 단순히 어떤 브랜드를 계속 사용하는데 따른 싫증 때문에 다른 브랜드를 구입하는 경우로서(Venkatesan 1973) 다른 브랜드를 구입하더라도 기존 브랜드에 대한 감정이나 태도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양성 추구는 주로 제품구매에 따른 위험이 적고 특정 브랜드를 덜 고집하는 상황에서 나타나는데, 소비자들이 브랜드전환을 하는 것은 사용중인 브랜드에 대한 불만족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새로운 어떤 것을 추구하려는 욕구 때문이라는 것이다(Menon and Kahn 1995; Feinberg et al. 1992). 이번 연구에서 스넥이나 비스켓의 일치도가 특별히 낮게 나타난 이유가 소비자들의 다양성 추구행동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이에 대한 후속연구를 기대한다.
이밖에도 소비자들의 브랜드 사용경험변수가 양자간의 일치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또한 다양한 인구통계학적, 심리학적 요인들도 이 일치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되지만 본 연구는 자료의 한계로 이들 요인들의 영향을 포괄적으로 연구하지 못했고 후속연구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또한 연구의 초점을 이번 연구에서처럼 최초상기도와 주구입브랜드간의 일치도로 하지 않고, 주구입브랜드 그 자체를 최초상기도, 시장집중도, 시장점유율, 제품사용율 등의 함수로 표시하고 이들 각각이 다른 변인들과 독립적으로 주구입브랜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알아보는 것도 후속연구에서 방법론상의 대안으로 고려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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