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 결론
지역감정에 대한 제반 분석적 연구들은 영호남인이 상대지역민에 대해 알고 있는 적대적 감정이 이질적임을 보여준다. 즉 영남인이 호남인에 대해 갖고있는 지역감정은 부정적 편견이 주된 원인이고 이같은 편견은 영남인 뿐 아니라 서울, 충청, 강원 지역민들에 의해서도 공유되고 있다. 한편, 전라 지역민들이 영남인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정치적, 경제적 불이익에 근거한 현실적 피해의식이 바탕을 이루고 있다. 더우기 두 지역이 최근세사에서 정치적, 경제적으로 대립적 위치에 놓여있는 것으로 인식되어진 것이 두 지역간의 지역감정을 오늘날과 같이 증폭시키게 하였다. 지역감정이 오늘과 같이 심화되게 된 이면에는 알게모르게 방송 및 언론 매체가 적지않은 기여를 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는 두 가지 면에서 분석되어지는데 첫째로는 방송의 내용면에서 각 지역민들에 대관 고정관념과 편견이 정형화되어 제시되면서 일반인들이 막연하게 갖고 있던 특정 지역민에 대한 편견을 계속 확인시켰고 이 과정을 통해 확산되어 타당한 사회관으로서 받아들여지게 된 것이다. 이 점에서 방송은 지역감정의 인지적 틀을 정착시켰다고 볼 수 있다. 둘째는 지역이 하나의 현저한 사회적 범주의 구성단위로 제시됨으로 해서 각 지역 집단내 정치적 견해, 생활 수준, 성격의 다양성이 전달, 인식되지 못하고 획일화되어 인식되어지고 다양한 종류의 사회적 갈등이 지역갈등으로 호도되어진 것이다. 이것은 특히 중요 선거 때마다 경향이 심해져 여야의 대결이 아닌 지역간의 대결로 인식되어진 면이 큰 점에서 볼 수 있다. 이 점에서 방송이 지역감정의 가속화에 기여한 점이 크다.
방송이 지역감정의 증폭에 기여한 바 크리라는 이같은 분석은 이 과정에 작용한 심리 기제를 역이용하여 지역감정의 해소를 위해 방송이 하여야 할 역할을 제시하는데 그것은 우선 소극적인 역할로서(그 의미가 작다는 것은 아님) 감시 기능의 수행이다. 이와 관련된 구체적 방안으로서 기존의 방송 프로그램(보도,특집, 드라마)에서 투영되고 있는 각 지역민의 고정관념이 무엇인지를 분석하고 편견을 조장해주거나 지역민의 특성을 부정적인 것으로 일반화시켜 제시하는 관행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또한 중요한 사회적 이슈를 다룰 때 이를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려는 목적에서 지역민간의 대립으로 묘사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와 관련되어 다원적 무지 현상에 의해 지역감정의 허구적인 증폭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지역민들을 동일한 집단으로서가 아니라 다양한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공동체라는 것을 내외 집단원 모두에게 인식시키는 작업도 중요하다.
방송의 적극적인 역할로서는 각 지역민을 대상으로 존재하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타파시키는 교육의 기능을 들 수 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서는 지역민간의 우호적인 교류가 방송에 자주 묘사되고 기존의 고정관념과 벗어나는 지역민들의 상을 자주 제시하는 것이다. 이같은 것은 일상의 보도와 드라마의 묘사에서 빈번히 이루어지게 함으로써 배양적 효과를 기도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지역출신 인물들이 주역으로 등장하여 협조적으로 교류 하는 잘 짜여진 성공적인 드라마(예:「코스비 가족」, 「우주의 십자군」)를 제작하여 방영함으로써 함몰효과를 노리는 두 가지가 병행하여 추진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국민적 일체감을 조성하는 목적을 염두에 둔 프로그램의 제작에 힘을 기울일 필요도 있다.
물론 방송 본연의 임무가 지역감정의 해소에 있지는 않다. 서구사회에서도 마찬가지로 인종편견의 해소를 방송의 업무로서 보지는 않기 때문에 그같은 해소노력은 방송의 상업 성으로 인해 편성된 흥미위주의 프로들에 의해 효과가 무산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관점에서 한국의 공영방송 체제는 운영하기에 따라서 지역감정의 해소를 위한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 이 이점을 살리고 못 살리고는 지역감정의 본질을 어떻게 이해하는가에 의해 크게 좌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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