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 한국전력·한국통신의 전송망 매각방식에 대한 제언
지금까지의 논의는 한전과 한통의 전송망사업 퇴출에 따른 전송망의 매각이 어떤 원칙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대략적인 원칙을 제공한다. 그러한 원칙은 크게 다섯가지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한전과 한통의 전송망매각은 개별기업의 의사결정 차원에서 결정될 수 없고, 반드시 프랜차이즈 구역별로 쪼개서 매각해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는 SO와 NO의 분리를 낳는 망매각방식은 지양되어야 하고 망소유의지가 없는 SO에게는 퇴출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그때의 망가격이 정당한 시장가격을 반영해야 한다는 점이다. 넷째로 가장 효율적으로 망을 사용할 수 있는 사업자에게 망이 주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다섯째는 케이블TV망의 고도화를 유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망매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첫번째 원칙과 관련해서는 앞서 살펴본 프랜차이즈 일반원칙에 따라 우선 국가가 한전과 한통의 전송망을 순수한 물리적 투자액 기준으로 인수하여 다시 그것을 잠재적인 사용자에게 프랜차이즈 구역별로 쪼개서 되파는 방식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 왜냐하면 그렇지 않고 한전과 한통 스스로가 망을 매각할 경우 그때의 망가격은 물리적망의 가치외에 프랜차이즈 지역자체의 가치와 SO마케이팅 결과인 가입자의 가치가 혼재되어 공정하지 못한 결과를 발생시킬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국가가 망을 매각할 경우 망가격에 프랜 차이즈 자체의 가치를 포함시킬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인가는 선택의 문제이다. 그러나 프랜차이즈 자체의 가치부분은 전송망을 획득한 케이블TV 사업자의 서비스가격 인하유도 및 공적 의무 부가 등을 통하여 장기적으로 회수하는 편이 옳다.25) 왜냐하면 그렇지 않을 경우 지나치게 높아진 전송망가격은 실제적인 투자가 이루어지는 것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번째의 원칙은 SO와 NO가 분리되는 것을 지양하고, 한전과 한통의 전송 망매각을 계기로 망없는 SO, 영업권없는 NO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구도가 마련되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앞서 자세히 살펴본 것처럼 SO와 NO가 분리된 상태에서의 케이블TV 사업은 근본적인 비효율성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세번째와 네번째 원칙은 현재의 한전, 한통 전송망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잠재적인 망사용자, 즉 SO, 후발 기간통신 사업자, 중계유선 사업자 모두를 망 매각에 참여시키고, 그때의 망가격은 잠재적인 사용자 각각의 효율성이 반영된 시장가격이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섯번째는 케이블TV망의 용도에 제한을 두지 않고, 실제적인 망투자를 할 가능적이 높은 사업자에게 망을 매각한 다는 것을 의미 한다.
이와 같은 원칙을 실현시킬 수 있는 방식은 개발하기에 따라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겠으나, 우선적으로 제기될 수 있는 것으로서는 경매에 의한 망매각 방식을 들 수 있다. 물론 이때 중요한 것은 경매디자인이다. 최근의 경매디자인은 게임이론과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어 매우 잘 발달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가 고려할 수 있는 모든 변수들을 체계적으로 포함시킬 수 있는 경매디자인은 얼마든지 가능하리라 판단된다.)
이와 같을 때 경매참가자는 일정수준의 점유율을 넘지 않는 범위내에 타지역의 전송망경매에도 참여할 수 있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여기서 만일 SO가 승자가 되면 전송망을 가진 케이블TV 사업자가 된다. SO가 아닌 타사업자가 승자가 될 경우 앞서 살펴본 프랜차이즈 기본논리에 따라 적절한 절차에 의해 평가된 SO의 현재 자산을 인수할 의무를 갖고(SO의 경우 새로운 사업자에게 현재 시설을 양도할 의무), 새로운 사업자 역시 전송망을 가진 케이블TV 사업자가 된다. 그리고 이때의 케이블TV망은 어떠한 용도로도 사용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문제는 2차 지역이다. 2차 지역의 경우 우선적으로 현재의 SO에게 전송망을 부설할 권리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2차 지역 사업자 중 최초의 사업허가 조건과는 다른 환경내에서는 사업할 의사가 없는 사업자도 있을 수 있다. 2차 지역의 사업자가 전송망을 부설할 의지가 없는 경우에는 당연히 사업권을 반납해야 하며, 공평한 절차에 의해서 평가된 기투자된 시설이나 비용에 대한 보상이 따라야 한다. 왜냐하면 이 경우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프랜차이즈 계약당자자인 국가가 허가 당시의 암묵적인 계약조건, 즉 전송망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는 계약을 위반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할 떼 만일 케이블TV 전송망과 서비스가 국가적으로나 국민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면, 통신정책에서 논의되는 보편적 서비스기금(universal service funding) 논리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국가가 지원하는 보조금을 놓고 잠재적 사업자는 경매를 다시 시작한다. 예를 들어 A지역에 일정기준의 전송망을 부설하는데 갑은 장기저리 형식의 국가보조금 50억이면 할 수 있다고 하고, 을은 LOO억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최종가격을 각각 제시할 경우, 갑에게 사업권이 주어진다.
그러한 기금의 조성은 첫째는 1차 지역의 경매차익으로 충당하고 만일 그것이 충분치 않거나 차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거치기간 동안의 이자는 수익이 발생하는 모든 케이블TV 사업자, 그리고 PP프로그램의 송출을 전제로 중계 유선 사업자 수익의 일정부분을 매년 사업료로 징수하여 이자비용을 충당한다. 이렇게 되면 1, 2차 지역 공히 SO와 NO는 없어지고 케이블TV 사업자만 남게 된다. 즉, 완전한 의미의 삼분할 구조의 청산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제언은 말 그대로 하나의 제시될 수 있는 주장에 불과하다. 훨씬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이 개발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와 같은 제언이 현실성을 가지려면 관련 법령에 대한 체계적인 검토와, 필요한 경우 개정작업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까지 논의한 내용은 왜 SO와 NO의 통합이 그토록 중요한지, 한전과 한통의 전송망매각이 현재의 삼분할 구조의 프랜차이즈 제도에서 어떤 내용적 의미를 갖는지, 그리고 전송망매각시의 원칙은 무엇인지에 대한 대강의 윤곽을 잡고, 보다 발전된 논의를 위한 운을 뗀다는 목적으로는 충분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그것이 본고의 의의라면 의의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언급하고 싶은 것은 실패한 기존의 정책을 대신할 새로운 정책대안을 찾는 작업은 최초의 정책을 입안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새로운 정책대안은 향후 케이블TV 발전의 밑그림을 제시함과 동시에, 과거의 정책적, 사업적 실패가 야기시킨 복합적인 문제들이 새로운 질서내에서 원활히 해결될 수 있는 '이행기'의 기능도 함께 포함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와 같을 때 각 부문 사업자들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사업자를 만족시키는 최선의 대안은 찾아지기 어렵다. 양립할 수 없는 최선을 고집하기 보다는 규제자나 사업자 모두 차선(second best)의 해결책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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