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 국내 만화영화산업 진흥을 위한 정책방향
국내 만화영화산업이 현재 갖고 있는 많은 문제점을 극복하고 방송영상산업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는 경쟁력 강화방안을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기본 방향은 개방과 경쟁이라는 자유시장 원리에 입각한 산업정책이 가장 효율적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방송영상산업의 기반이 취약하고 특히 만화영화 산업구조가 영세하며 고급 전문인력이 미약한 상황에서는, 초기단계에 국가적 차원에서 각종 규제를 개선하고 관련기업 지원대책을 마련하면서 고부가가치를 창출, 수요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추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차원에서 최근 문화관광부가 발표한 방송영상진흥을 위한 5개년 계획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주요 내용은 1999년부터 2003년까지 1천억원의 방송영상진흥기금을 연차적으로 마련하여 만화영화, 다큐멘터리 등의 방송영상물 제작에 저리로 지원하고, 그 가운데 만화영화산업과 관련해서는 4백억 원을 투입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1997년 현재 GNP의 0.6%(25억달러)에 불과한 국내 영상물의 연간 생산규모를 2003년까지 GNP의 2%(1백억달러) 까지 끌어올리고, 방송영상물의 수출을 1997년 8백28만 달러에서 2003년 2억 달러까지 늘어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 목표가 이루어지면 우리나라는 세계 영상시장의 4%를 차지하게 된다.24) 이러한 문화관광부의 정책은 일단 만화영화를 포함한 방송영상부문에 대해 확실한 산업적 정책을 시행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하겠다. 이제는 이러한 산업육성정책을 위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고, 영상소프트웨어 분야별로 어떠한 구체화된 세부지침을 준비할지 결절할 때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만화영화산업부문은 다음과 같은 세부적인 산업육성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25)
1. 극장용과 TV 및 비디오용 만화영화에 대한 수출지향적 제작전략 수립
국내 만화영화시장의 규모가 선진국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자기 때문에 극장용을 비롯한 TV와 비디오용 만화영화의 제작전략에는 해외시장을 향해 수출지향성을 추구하는 보편적 소재의 개발과 제작기술 및 자본시스템의 구축이 요구된다. 이런 측면에서 1995년 12월 개봉된 '아마게돈'은 비록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이 영화의 제작자본체계는 주목할 만하다. 이 영화는 20억원을 투자한 국내 최대규모의 만화영화였다. 참여군을 보면, 국내 대기업인 LG전자의 자본참여를 비롯하여 전문 만화가 이현세의 창작력, 국내 영화제작사 신씨네, 컴퓨터회사 애플컴퓨터 한국지사와 한글과 컴퓨터, 국내최대의 게임기메이커 미리내소프트웨어, 출판사 김영사, 창업투자회사인 신보창업투자 등의 참여로 선진국 수준을 지향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또한 1999년 1월 선보일 B29엔터프라이즌의 '철인사천왕'의 경우 기존의 디지털 만화영화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디지털과 셀 애니메이션의 장단점을 보완한 '디지셀'(digj-cell)이라는 신기술로 제작될 뿐만 아니라 해외 투가자를 유치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11월 중순에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미국 라이트 포인트사와 북미 배급독점권을 조건으로 3년내 1천만달러를 투자하기로 조인서에 서명했으며, 미국 Fox-TV, 일본 Kansai-TV와도 해외 수출 및 배급에 대한 상담을 진행중이다. '철인사천왕'이외도 세익스피어의 햄릿을 모티브로 한 미래형 SF물 '셀마', 진돗개를 주인공으로 한 '백구' 등도 디지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될 예정인데, '아마게돈'의 실패 후 주춤했던 국내 만화영화의 제작과 수출이 활기를 띠고 있어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하겠다.26)
국내 만화영화시장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협소한 상황에서 해외시장의 틈새를 적극 개척할 수 있는 제작기술의 개발과 공동 제작 및 배급전략의 확대는 국내 만화영화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필수적이라 할 것이다. 다만 우리 나라의 경우, 자금이 많이 들어가는 극장용보다는 지상파 방송사의 지원을 전제로 한 TV용 만화영화부터 해외시장 개척과 해외공동제작의 확대를 통해 경쟁력을 키워 나가는 단계적인 접근이 보다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
2. 지상파 방송3사의 국내만화영화 제작지원 강화 및 국내제작 만화영화 방영시간 증대
그 동안 업계에서는 국산만화방영의 편성비율과 시간을 30%이상 대폭 확대 하는 것을 골자로 하여 방송법 또는 기타 관련법에 제정할 것으로 계속 주장해 왔다. 이러한 요구는 이번 문화관광부의 대책에 어느 정도 잘 반영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부는 현재 총 만화영화 방영시간에 비해 국산 만화영화의 편성 비율이 평균 6∼7%정도의 낮은 비율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연차적으로 의무 편성비율을 늘려 2001년에는 공민영 모두 50%이상의 국산 만화영화를 편성하도록 하였다((표 8) 참조). 그러나 문제는 현재 제작중인 국산만화영화가 상당히 부족하고 소규모 만화영화 제작사의 재원마련도 정부의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데 있다. 따라서 지상파 방송3사의 보다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제작비 지원과 유기적인 협력체계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현재 방송3사의 제작 지불 최고금액은 선진국의 20%수준에 머물고 있고 10%도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프랑스의 경우, 방송사 매출액의 30%이상을 투자해야 하고, 영상산업에는 15%이상을 투자하도록 법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 지상파 방송3사의 국내 만화영화 연간 100시간 제작을 의무화(제작비 2백 억원 상당)하는 방안과 만화영화 제작업체와의 유기적 제작협력체제 구축을 강화하여 작품 당 20∼30%를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3. 만화영화 진흥기금 확보의 법제화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방송영상진흥대책이 명실상부하게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방송영상진흥기금 1천억원의 재원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마련하느냐에 달려 있다. 현재 정부는 한국방송공사의 공익자금 관리위원회나 경제부처로부터 공익자금과 국고 지원을 따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만화영화산업의 경우, 대부분의 제작 업체들이 소규모로 영세하고, 창조적인 기획에 근거하는 만큼 정보통신부가 중심이 되어 사업을 펼치고 있는 벤처기업 육성기금 또는 문예진흥기금의 활용을 관련 부처와 협의, 법제화하여 별도로 만화영화 진흥기금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자본집약적 산업으로서 만화영화산업은 우리나라 영상소프트웨어 산업 중 가장 경쟁력이 있는 부문인 만큼 정보화 시대에 가장 효과적으로 육성한다는 차원에서 정보화 촉진기금 및 중소기업 창업 및 진흥기금의 활용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4. 만화영화 제작업을 서비스업이 아닌 제조업으로 분류, 육성
정부는 이번 조치에서 현재까지 방송 프로그램 제작업이 서비스업으로 분류 된 것을 1999년까지 제조업으로 전환해 기금 혜택을 받을 자격을 부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특히 만화영화산업의 경우 노동집약적 산업이자 수출산업으로서 국책산업화하여 적극적인 세제 및 금융지원 혜택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해외에서는 만화영화 자체가 보증의 대상으로 인정 받고 수출금융을 지원받는 현실에 비추어 우리나라도 수출금융의 담보로서 제작권을 인정해주는 방안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27)
5. 만화영화 개념의 정립
우리나라 만화영화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대전제로 가장 시급한 사항은 만화 영화에 대한 개념부터 명확히 정립하는데 있다고 하겠다. 현재 영화법과 영상 진흥법에는 만화영화에 대한 개념이 전혀 부재한 상태이다. 예컨대 영화진흥법 제2조 1항을 보면, 영화의 개념에 국산영화, 합작영화, 문화영화, 텔레비전영화의 개념은 포함되어 있으나 만화영화의 개념은 없는 상태이다. 다만, 영화진흥법 시행규칙 제20조 4항에 '애니메이션 영화'가 기타 문화체육부령이 정하는 영화에 해당된다고 겨우 언급되고 있을 뿐이다. 통념적으로 문화영화의 정의에 포함되고 있는데, 별도의 규정을 마련하여 만화영화의 위상을 제대로 확보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 하겠다.
6. 고급 전문인력의 육성을 위한 교육기관 및 전문기관 설립
현단계 국내 만화영화산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제작 시스템상 창작 및 연출을 위한 고급 창작인력의 절대 부족에 있다. 따라서 전문교육기관의 설립을 통한 고급 전문인력을 집중 양성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전문교육기관을 통해 감독, 시나리오 작가, 컴퓨터 애니메이터, 국제마케팅 전문가 등의 고급 전문인력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창작, 연출인력의 육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교역재인 만화영화의 해외수출을 위한 시장개척과 해외의 자금을 유입 받아 글로벌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해낼 수 있는 국제마케팅 전문가의 양성도 시급한 실정이다.
1997년 3월 현재 13개의(전문)대학교에 14개의 만화영화 관련학과가 개설되어 있고, 4개의 교육원에서 6개월에서 2년까지의 코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기관에 대해 정부차원에서 관련 기자재 지원 또는 제작지원기금의 보조 등과 같은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한편 최근 경기도 교육청은 국내 최초로 2000년 3월, 경기도 하남시에 '경기영상만화고등학교' 설립을 발표했다. 남녀공학으로 운영될 이 학교는 학년마다 영상만화과와 출판만화과 등 두 과에 4학급(학급당 40명)을 설치할 예정이다.28) 이는 재능 있는 인재를 조기 발굴해 육성한다는 차원에서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라 하겠다.
7. 만화영화 제작단지의 조성
1998년 10월 20일 발표된 정부의 방송영상진흥대책 중 중요한 방안의 하나가 방송영상산업단지의 초성이다. 만화영화산업과 관련해서 이러한 방송영상 산업단지의 일부분을 만화영화산업단지로 조성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지방자치를 중심으로 현재 기획, 추진되고 있거나 '춘천의 애니메이션 타운'과 같이 조성이 완료된 단지에 대한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장려나 지원도 필요하다. 현재 대부분의 국내 만화영화 제작업체들은 영세한 규모이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포스트 프로덕션 설비를 구비할 역량이 부족하다. 따라서 이러한 공동 제작단지를 조성하여 스튜디오 및 제작설비를 염가에 임대하거나 제공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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