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 일본 영상소프트웨어 수입개방에 따른 대처방안
영상소프트웨어 시장개방의 징후는 이미 오래전 부터 있어 왔음에도 유독 우리가 일본문화 개방이라는 사건을 계기로 첨예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역사적으로 뿐만 아니라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를 일반적으로 '삶의 총체적 표현양식'이라고 정의한다면, 우리가 일본문화와 조우하게 된 배경을 거슬러 볼 때 이미 거부반응의 깊은 뿌리는 역사 속에 내재해 있다. 다시 말하면, 일본이 한반도를 강점했던 시기에 일본문화는 한국인의 삶을 변형시키기 위한 침략의 수단으로 기능했었고, 그것이 오랜 세월동안 다양한 부작용을 양산해 옴으로써 일본문화에 대한 뿌리깊은 거부감은 계속 강화되어 왔다. 일본에서는 한국의 시장개방에 대해 오히려 담담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과 지금 우리의 반응을 비교해 본다면, 우리의 일본문화 시장 개방에 대한 감정적 반응은 피해의식의 연장선이라는 느낌을 지을 수가 없다.
이제는 우리 역시 문화산업이라는 측면에서 성숙해져야 할 필요성을 절감한다.
일본문화는 자본의 논리에 따른 자율화를 기반으로 성장해 오면서 일부의 주장처럼 선정성과 폭력성의 문제라는 무시할 수 없는 부정적 요인을 동시에 키워 왔다. 그러나 이 요소만을 부각하여 시장개방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전세계적 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동시에 범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과거처럼 일본문화가 노골적인 지배와 침략의 수단이라는 얼굴로 우리나라에 고개를 내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율적으로 산업의 힘을 길러온 일본문화가 탄탄한 자본력과 오랜 노하우 속에서 개발된 재미를 무기로 우리 시장을 두드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 상황을 더 이상 시장개방 반대라는 식의 논리로 방어하겠다는 것은 구태의연한 발상이다. 오히려 우리 문화산업의 자생력과 경쟁력을 적극 배양하여 대응해야만 한다. 이것이야말로 세계적 변화에 부응하면서, 가장 적극적으로 일본문화 시장개방에 대응하는 방안이다. 이러한 전제 위에서 우리는 정책적 대안, 영상소프트웨어 생산 주체자들의 대안을 세밀하게 모색해야 한다.
1. 정책적 대안
최근 제기된 통합방송법안을 자세히 검토해 보면, 과연 정책 입안자들이 영상소프트웨어 산업의 세계적 흐름과 일본문화 시장개방에 대한 올바른 대안을 가지고 있는지 회의를 느낀다.
① 방송영상산업은 사업이 되어야 한다. 물이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르듯이 투자해서 돈을 벌 수 있어야만 각 기업이 경쟁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따라서 자율적인 경쟁과 자유로운 투자를 통해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여건을 형성하는 것이 정책 대안의 핵심이므로 방송의 자율성·독립성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고 본다.
② 창작의 자유가 전적으로 보장되고 경쟁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영상 프로그램 사업의 핵심은 재미에 있다. 재미없는 프로그램을 구매할 소비자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무조건 규제해야 한다는 발상 이전에 어떻게 하면 영상소프트웨어에 재미를 불어넣어 줄 수 있는가를 먼저 고민하고 그에 따라 정책이 입안되어야 한다. 그 다음으로 무한정의 재미 추구가 초래할 수 있는 부작용을 다스리는 방안이 마련되는 것이 올바른 순서이다.
③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 부문산업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하여 관련 부서간의 긴밀한 협조체계를 마련, 다양한 제도(관련법의 체계적 보완), 정책(정부 부처내 기능의 통합 조정)과 지원(세제 금융 지원 등)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만 하고, 그 활동은 전적으로 민간 주도여야만 한다.
2. 영상소프트웨어 생산 주체자들의 대안
일본문화 시장개방을 맞아 우리나라 영상소프트웨어 산업 전체가 술렁거릴 수밖에 없는 데는 그 일차적인 책임이 바로 이 산업의 주체들에게 있다는 사실을 먼저 자각해야 한다. 전문인력의 양성을 위해 투자하거나 신기술과 새로운 아이디어의 생산을 위해 투자하기 보다는 단기의 이익만을 노리고 성장해온 우리나라 영상소프트웨어 산업이 언젠가 그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것은 누구나 예측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일본문화 시장개방을 또 한몫을 챙기는 기회로만 이용하려는 한 우리나라 영상소프트웨어 산업은 빠른 시간 안에 다시 일본의 영향권아래 편입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다가올 것이다. 그 동안 안이하게 주어진 틀 속에서 안주했던 구태를 벗고 이제는 산업으로서 자생력과 경쟁력을 모색하고자 하는 장인정신이 정말 필요한 때이다.
① 먼저 방송업계의 자율협의기구 결성을 통해, 현재의 문제를 공동의 목표로 분명히 인식하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해야 한 다. 빠른 시간 내에 우리나라 영상 프로그램 산업의 육성을 위한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 역시 같이 머리를 맞대고 협의해야 한다.
② 무엇보다 우수한 인력의 육성과 양성을 위해 정책적 기원과 더불어 주체 들의 적극적인 의지를 가시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미국영화연구소 의 각종 지원책과 교과과정을 우리 실정에 맞게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해 보아야 한다. 우수한 인력이 없는 한 우수한 기획은 생겨날 수 없으며, 국제 경쟁력 강화라는 국가적 목표도 공허한 구호에 불과할 것이다. 인재양성은 결국 프로 그램 산업의 주체들이 그 필요성을 절실히 인식하고 장기적으로 투자해가야 할 기본전략인 것이다.
③ 또한 과감한 투자와 전략적 제휴를 모색하여, 단순한 수입개방을 문화 교류의 차원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책적 지원방안도 중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투자와 제휴는 산업의 주체들이 적극적인 의지를 가져야만 가능한 일이다.
다음 페이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