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에 쓰인 외래어 연구
장경선(제작국 차장)
Ⅰ.문제제기 및 연구목적
오늘날 우리는 광고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펼쳐 든 신문에서도, 이미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린 TV 방송에서도 여가를 선용하기 위한 잡지에서도 광고가 우리를 제일 먼저 반긴다. 우리가 늘상 접하기 때문에 무심결에 지나치기 쉽지만, 그러나 이들 광고들을 조금만 주의 해서 보면 한결같이 많은 외래어를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광고 상품명은 물론 광고 문안에 이르기까지 구석구석 외래어가 침투해 있다. 심지어 외국 광고인 듯 외래어 만으로 이루어진 광고들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우리 광고에 나타나고 있는 외래어의 지나친 남용현상은 우리 광고가 지니고 있는 독특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방송이나 신문 등에 나타나고 있는 외래어 사용에 관한 연구는 드물게 있기는 하지만, 광고에 나타나고 있는 외래어 사용에 관한 연구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기껏해야 광고에 사용하는 외래어가 국어 순화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나 문제점을 다룬 칼럼 형태의 글들이나 문법적인 측면에서 외래어 표기법 문제를 다룬 비학술적인 글들 뿐이다. 다시 말하면, 외래어의 과다한 사용이 우리 광고가 지니는 중요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학문적인 측면에서 광고에 나타난 외래어 남용 현상을 체계적으로 연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본 연구의 목적은 바로 우리 광고에 자주 나타나고 있는 외래어와 관련된 현상을 커뮤니케이션적인 입장에서 체계적으로 조사하려는 것이다. 물론, 본 연구는 학술적인 면에서 우리 광고의 외래어 사용 현상을 파악하려는 시발적인 연구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본 연구는 외래 어 현상과 관련된 광고의 이론적 논리보다는 오히려 우리 광고에 나타난 외래어 현상을 파악하는데 더 초점을 맞출 것이다. 따라서, 비록 본 연구가 외래어가 미칠 광고효과에 대한 이론적 논리를 제시하기는 하지만, 본 연구는 이론적 측면보다는 광고에 나타난 외래어 현상을 이해하려는 탐사적인 성격이 강한 연구라고 할 수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본 연구의 주된 목적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번째 목적은 우리 광고에 나타나는 외래어의 실상을 파악하려는 것이다. 두 번째 목적은 우리 광고에 자주 등장하는 외래어가 가져올 광고 효과에 대한 이론적 논리를 밝혀보고자 하는 것이다. 광고가 추구하는 궁극적 목적이 광고를 통한 상품 판매에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두 번째 논의는 우리 광고에서 외래어 사용과 이러한 외래어 사용으로 인한 광고효과의 관계에 대한 이론적 논의를 앞으로 심도 있게 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아울러, 우리 광고에서 사용되는 외래어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사회적 효과를 밝혀보는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우리 광고에 나타나는 외래어의 사용 실례를 파악하기 위한 일환으로 먼저 우리 광고에 자주 등장 하는 외래어의 유형화를 시도하고 본 연구가 제안하는 유형화에 맞춰 우리 광고에서 실질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외래어의 사용 예들을 서술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나서 우리 광고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는 이러한 외래어 사용으로 인하여 기대되는 광고효과에 대한 이론적 논리와 부정적인 광고효과에 대한 이론적 논리로 나누어서 개괄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끝으로, 광고에 사용되는 외래어로부터 예상되는 사회적 효과를 논의할 것이다.
Ⅱ. 본 론
1. 우리 광고에 나타나는 외래어의 유형
일반적으로 외래어란 아직 우리말로 정착되지 않은, 외국어로부터 우리 사회에 도입된 단어나 용어를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외래어란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고 있으나 아직 우리말로 토착화되지 못한, 어원이 외국어인 단어나 용어를 뜻한다. 이 정의는 두 가지 특성을 지닌다. 먼저 외래어란 외국어로부터 빌려온 단어나 용어라는 점이다. 둘째, 사람들 사이에 널리 쓰이지 않는 말이기 때문에 외래어는 우리말로서 아직 정착하지 못한 말이라는 것이다. 사실, 특정 부류의 사람들이 외래어를 즐겨 사용하는 경향이 있기는 하나 우리의 말과 어감이 다르고 낯설어서 아직 우리의 말로 정착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한자어나 혹은 담배나 텔레비전과 같이 외국어에서 유래된 외래어가 우리의 말로 토착화된 많은 말이 있다. 이러한 어휘들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우리의 말인 양 쓰고 있기 때문에 이미 우리의 말로 정착된 외래어라고 볼 수 있다. 비록 외국어에서 유래된 어휘이기는 하지만, 이미 우리의 말로 정착된 외래어는 본 논문에서 외래어로 간주되지 않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광고 상품명은 고유 명사에 해당하는 말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어휘라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외국식 이름의 광고명도 본 논문에서는 외래어로 간주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 광고에 나타나는 외래어는 우리말로 대치 가능한 정도의 관점과 표현기법의 두 측면에서 유형화를 개별적으로 시도할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우리말로 대치 가능한 정도의 관점에서 우리 광고에 나타나는 외래어를 크게 두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번째 유형은 우리 언어인 한국어에 적합한 언어적 표현이나 용어가 없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외래어를 사용하는 경우이다. 이러한 유형의 외래어는 광고에서 광고 메시지가 언어적 표현을 확장 시켜주는 실용적 기능을 수행한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유형은 우리말로 대치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외래어를 사용하는 경우이다. 넓은 의미로, 우리말로 대치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어감이나 의미가 약간 다른 외래어도 이 유형에 이 유형에 속하는 외래어라고 할 수 있다. 이 유형의 외래어는 광고 상품에 이국적이고 지적이고 권위적인 느낌을 주기 위하여 주로 사용되는 것 같다. 다시 말하면, 이 유형에 속하는 외래어들은 광고나 광고 상품의 품위나 품격을 높이려는 의도 때문에 우리 광고에 자주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말로 대치 가능한 정도의 관점에서 광고에 나타나는 외래어 유형에 대한 이 분류는 각 유형이 단지 위에서 지적한 기능적 특성만을 지니고 있으며 또 다른 유형의 기능적 특성은 전혀 없다는 식으로 엄격하게 해석되지 않아야 한다. 왜냐하면 이 분류는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비연속적인 속성(categorical attributes)에 따른 유형화라기 보다는 연속적인 속성인 우리말로 대치 가능한 정도의 관점에서 유형화된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각 유형은 자신의 기능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유형의 기능이나 의도도 어느 정도 수행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표현 기법의 측면에서도 광고에 나타나는 외래어의 유형을 크게 세 가지로 대별할 수 있다. 외래어를 한국어로 표기하는 방식, 외래어를 원어인 외국어로 쓰는 방식, 그리고 외래어를 한국어와 외국어로 동시에 병기하는 방식이 그 것이다. 따라서, 우리말로 대치 가능한 정도의 관점에서 추론 된 외래어의 두 유형과 표현 기법의 관점에서 추론 된 외래어의 세 유형을 상호 교차함으로써 논리적으로 광고에 나타나는 외래어를 여섯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 여섯 외래어의 유형을 정리하면 다음의 (표1)과 같다.
그렇다면, 광고에 나타나는 이러한 여섯 유형의 외래어에 대한 구체적인 예로는 어떠한 것이 있으며 이러한 유형에 속하는 외래어들은 광고 현상과 관련 지어 어떠한 특성을 나타내는가? 계속해서 이러한 문제를 다음에서 자세히 논의 할 것이다.
2. 외래어의 유형별 사용 예와 그 특성
위에서 광고에 나타나고 있는 외래어에 대한 유형화를 시도하였다. 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광고에 나타나는 외래어를 우리말로 대치 가능한 정도의 관점에서 대략 두 유형으로, 표현 기법의 측면에서 세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었다. 또한, 이들 두 차원의 각 유형을 교차함으로써 최종적으로 광고에 나타나는 외래어를 여섯 유형으로 대별하였다. 여기서는 실질적으로 광고에서 사용된 외래어의 실상을 파악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구체적인 사용 예들을 토대로 광고에 사용된 외래어들이 유형별로 어떠한 특성을 지니고 있는지도 논의할 것이다. 이러한 작업을 위하여 위에서 제시한 여섯 유형의 외래어들을 개별적으로 살펴보는 것 대신에 각 차원별로 나누어서 살펴볼 것이다. 그 이유는 표현 기법의 차원에서 분류된 외래어의 유형은 상대적으로 파악하기가 쉽고 우리말로 대치 가능한 정도의 차원에서 분류된 외래어의 유형과는 독립적이어서 광고에 나타난 외래어의 실질적인 사용 예와 특성을 이 여섯 유형을 이용하여 기술할 때, 설명이 상당히 중첩되는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1)우리말로 대치 가능한 정도에서 분류된 외래어의 유형
여기서는 먼저 우리말로 대치 가능한 정도의 관점에서 나누어진 두 유형의 외래어에 속하는 예들과 특성을 개별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다시 말하면, 기존 광고나 현존하고 있는 광고에 나타나고 있는 우리말로 대치가 불가능한 외래어의 구체적인 예들과 특성들을 알아본 후, 우리말로 대치가 가능한 외래어들의 예와 특성도 순서대로 아래에서 서술할 것이다.
가.우리말로 대치가 불가능한 외래어
우리말로 대치가 불가능한 외래어란 우리말로 적합한 표현이 없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외국어로부터 차용한 용어나 언어적 표현으로서 광고에 나타나는 외래어를 말한다. 기존 광고로부터 이 유형에 속하는 외래어의 많은 실질적인 예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이 유형에 속하는 외래어들의 예를 들어 보면, 자동차 광고에 많이 등장하는 '세이프티 빔', '브레이크 부스터', 지스크 브레이크'와 같은 외래어들을 들 수 있다. 또한, 컴퓨터 광고에 자주 나오는 '도트 프린터', '위킹 시스템', '칼리 그래픽'등과 같은 외래어도 이 유형에 속한다. 뿐만 아니라, 오디오 광고에서 자주 쓰는 ' 슈퍼 우퍼', '스피커', 텔레비전 광고에 자주 나오는 '라벤다 브라운관'등의 외래어도 이에 준하는 좋은 예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유형에 속하는 외래어들이 보이는 특성은 크게 두 가지 정도인 것 같다. 먼저, 특정 상품이나 분야의 전문적인 용어에 해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이들 전문적인 용어의 외래어가 우리 광고에 많이 나오는 직접적인 이유 중의 하나는 아직 적합한 우리말이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광고에서 불가피하게 여과 없이 사용되고 있는 것 같다. 또 다른 간접적인 이유는 많은 전문적인 용어의 사용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광고 상품의 신뢰도(brand credibility)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두 번째 특성은 주로 우리 자신이 고유하게 혹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상품이라기 보다는 과학이 우리보다 앞선 외국으로부터 모방한 것이거나 혹은 기술을 도입하여 만든 상품 광고에서 이 유형의 외래어를 많이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품들과 관련된 광고에 이 유형에 속하는 외래어들을 많이 사용하는 까닭은 첫번째 특성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우리 자신의 고유한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말 용어가 아직 통일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우리말로 대치가 가능한 외래어
이 유형에 속하는 외래어는 우리말로 번역할 수는 있으나 우리말 대신에 외국어로부터 파생된 외래어를 사용하는 것들이다. 이러한 유형에 속하는 외래어들의 예로는 화장품 광고의 '샘플(표본)','워터 타입(액체식)', '스프트 그래늘(부드러운 알갱이)'등을 들 수 있다. 옷 광고의 '언더 웨어 (내의)', '디자인(보양)', '테마(주제)', '트래디셔널(전통적인)', '아메리칸 스타일(미국풍)'등도 이 유형에 속하는 외래어 들이다. 이 밖에도 '칼라(색)', '틴에이져 (십대)', '라이프스타일 (생활양식)', '그린(푸른)', '슬립 (얇은)', '퍼니처 (가구)', '워셔블 웨어 (물세탁이 가능한 의복)'등이 있다. 이 유형의 외래어들은 크게 세 가지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먼저, 이 유형의 외래어들은 주로 청소년이나 젊은층의 수용자를 대상으로 하 는 광고에 자주 등장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젊은층이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의류광고나 화장품 광고 등에서 이러한 유형의 외래어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이와 같이 젊은이를 대상으로 하는 광고에 이러한 유형의 외래어 들이 자주 나타나는 이유는 무분별하게 서구 사회의 행태를 흉내내는 젊은이들의 의식구조나 행동을 이용해서 광고주들이 광고효과를 노리려 하기 때문인 것 같다.
둘째, 외래어 명을 지니고 있는 상품 광고에서 이러한 유형의 외래어들이 특히 많이 나타난다. 상품명이 외래어로 된 광고에 이 유형의 외래어들을 많이 사용하는 이유는 외래 어의 상품명 광고에서 상품명과 외래어가 걸맞는 이미지 일 뿐만 외래어를 많이 사용함으로써 외국에서 도입되었거나 혹은 외국 제품인 듯 수용자에게 착각을 주려는 의도가 다분히 있는 것 같다. 다시 말하면, 우리 것을 홀대하고 외국 것이면 무엇이든지 좋다는 우리 국민의 저변에 깔려 있는 외국 상품에 대한 선호의식을 광고에 이용하려는 것 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사회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우리말의 의미와 외래어의 의미 사이에 조그마한 차이가 있거나 어감이 다르다고 판단할 때, 이들 외래어들을 광고에 자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 국민들이 지니고 있는 의식의 하나는 우리말을 천대하고 외국어에서 유래된 외래어를 고상하고 격조 높은 언어라고 인식한다는 점이다(이오덕 1992). 이러한 우리 국민들의 의식을 감안할 때, 광고주들이 광고에 외래어를 많이 사용함으로써 광고 상품의 이미지에 대한 품격이나 품위를 높일 수 있고 결과적으로 광고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광고주들의 막연한 기대가 광고에서 외래어를 많이 등장시키는 주된 원인 중 하나인 것처럼 보인다.
2)표현 기법에 따른 외래어의 유형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표현 기법에 따라 광고에 나타나는 외래어를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외래어를 한국어로 표현한 경우, 외래어를 원어로 표현한 경우, 그리고 외래어를 한국어와 원어로 같이 표현한 경우가 그것이다. 광고에 나타난 각 유형의 예와 그 특성을 다음에서 상세히 설명 할 것이다.
가.외래어를 한국어로 표현한 경우
외래어가 광고에 나타날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표현 기법이다. 이 유형은 특정 상품에 국한되지 않고 소비재 상품에서부터 생산재 상품에 이르기까지 혹은 자아 관여도가 낮은 저가품에서부터 자아 관여도가 높은 고가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광고에 걸쳐 고루 나타난다. 따라서, 이 유형과 관련된 예들을 광고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를테면, 바디 라인(화장품 광고), 데스크탑(컴퓨터 광고), 콜드체인시스템 (우유광고), 캐쥬얼(옷 광고), 보너스세트(문방구류 광고), 에어백(자동차 광고) 등을 들 수 있다.
이 유형이 지니는 특성은 크게 두 가지이다. 먼저, 한두 단어로 된 짧은 표현의 외래어를 광고에 사용할 때 즐겨 쓰는 방식이다. 한두 단어로 된 외래어에 이 유형의 표현 기법을 자주 사용하는 이유는 짧은 길이의 외래어를 한국어로 씀으로써 수용자들이 갖는 거부감을 극소화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둘째, 우리 국민들에게 익숙한 외래어들을 표현할 때 즐겨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 유형의 표현 기법이 이러한 특성을 보이는 까닭은 위의 경우와 마찬가지 이유 때문일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외래어를 한국말로 표현할 때 자칫 수용자들이 이해하거나 해독하기가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하면, 외래어를 사용한 광고 메시지는 전반적으로 독이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수용자의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주요한 관심사로 떠오를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수용자들에게 익숙한 외래어를 한국말로 표현하는 것은 독이성에 대한 위험부담도 적고 또한 수용자들이 외래어에 대하여 갖는 거부감을 상대적인 의미에서 상당히 줄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을 것이다.
나.외래어를 원어 (외국어)로 표현한 경우
외래어를 원어로 표현한 경우는 외래어를 한국말로 표현한 경우만큼 광고에 자주 나타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표현 기법도 광고에서 상당히 많이 사용되고 있는 편이어서, 다양한 상품의 광고에 이 표현 기법이 사용 된다. 이 표현 기법을 사용한 구체적인 광고의 예를 든다면 'data, net work'(컴퓨터 광고),'Own a Piaget and wear a work of art'(시계광고),'First clall driver' (자동차 광고)등 이다. 이 유형의 표현 기법은 두 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먼저, 문장이나 약어로 된 외래어의 광고 메시지를 주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여러 단어로 구성된 문장이나 여러 단어의 축약적인 형태인 약어로 된 외래어를 우리 글로 적어놓는다면 해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문장이나 약어로 된 외래어를 원어로 적는다는 것을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원어로 메시지를 작성할 때 원어를 이해하는 사람만이 광고 메시지를 이해하고 해독할 수 있다는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둘째, 외래어를 원어로 표현하는 방식은 주로 자아 관여도 (ego-involvement)가 높은 상품의 광고에 즐겨 사용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의류 광고컴퓨터 광고자동차 광고 및 항공사 광고 등과 같이 구매자들이 상당히 중요하게 여기는 상품의 광고에 많이 나타난다. 이 중에서도 특히 의류 광고에서 가장 자주 발견된다. 자아 관여도가 높은 광고 상품에 이런 표현기법을 사용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때문인 것 같다. 첫번째 이유는 원어를 광고에 사용하여 이국적이고 색다른 이미지를 구축함으로써 광고 상품 및 광고 자체의 이미지를 높이려는 의도 때문일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자아 관여도가 높은 사람은 메시지 정보를 사려 깊게 처리하는 경향이 강하므로(Petty & Cacioppo 1986a,1986b) 외래어를 원어로 표현한다 해도 그 메시지를 해독하고 이해하려는 충분한 노력을 보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일 것이다.
다.외래어를 한국어와 원어로 병행하여 표현한 경우
이 유형의 표현 기법을 따르는 외래어는 광고에서 자주 등장하지는 않는다. 광고에서 이 표현을 이용하는 외래어의 예를 들어보면 '크린롬(Clean room 우유 광고) '소프트 핸들(soft handle : 의류 광고), '펄침(pearl chip : 장식재 광고) 등이 있다. 이 표현 기법을 사용하는 외래어가 지니는 독특한 특성을 한마디로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대체로 두 단어 등으로 되어 있는 외래어들이거나 혹은 외래어 자체가 어려운 낱말이어서 영어에 어느 정도 지식을 지니고 있는 사람조차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외래어일 때 이해도를 높이기 위하여 주로 사용하는 경향이 높은 것 같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요약하면, 광고에 나타나는 외래어들을 한국어로 대치 가능한 정도의 차원과 표현기법의 차원에서 유형화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한국어로 대치 가능한 정도의 차원에서 광고에 나타난 외래어들은 한국어로 대치 가능한 외래어와 한국어로 대치 불가능한 외래어로 대별되었다. 반면에, 표현기법의 차원에서 광고에 나타난 외래어들은 외래어를 한국어로 표기하는 경우, 외래어를 원어(외국어)로 표기하는 경우 및 외래어를 한국어와 원어(외래어)로 병기하는 경우로 나누어졌다. 또한, 이와 같이 분류된 각 유형에 속하는 외래어들의 실질적인 예들을 기존 광고에서 찾아본 결과 각 유형은 그 나름의 특성들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다음에서는 광고에 나타난 이러한 외래어들로부터 기대되는 광고효과를 이론적인 축면에서 논의 할 것이다.
3. 외래어 사용으로 인하여 기대되는 광고효과와 그에 대한 이론적 논리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 광고가 지니고 있는 하나의 특징은 과도한 외래어의 사용에 있다. 여기서는 그렇다면 왜 우리 광고에 왜 많은 외래어들이 나타나는가? 광고가 지니고 있는 목표가 광고하는 상품의 광고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할 때, 광연 광고에 외래어를 사용하는 것이 광고효과를 극대화하는가? 혹은 우리 말이 아닌 외래어의 지나친 사용이 광고효과를 줄이는가? 또는 광고효과를 증대 시키거나 감소시킬 모두의 가능성이 존재하는가? 왜 이러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가? 여기서는 이에 관한 울음의 답을 이론적으로 고찰해볼 것이다. 특히 이러한 물음에 잠정적인 해답을 내리기 위하여, 외래어의 사용이 광고효과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즉 광고 효과의 증가)과 부정적 영향(즉 광고효과의 감소나 현상 유지)이 있을 수 있다는 전제 하에 긍정적인 광고효과와 부정적인 광고효과에 관한 이론적 논리를 다음에 꼭 제시 할 것이다.
이와 같이 본 논문이 긍정적인 광고효과와 부정적인 광고 효과를 모두 검토하고자 하는 이유는 긍정적인 광고효과와 부정적인 광고효과에 대한 가능성과 이에 관한 이론적 논리를 모두 검토함으로써 이 연구주제와 관련된 앞으로의 연구를 촉발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본 논문은 외래어의 사용이 광고에 미치는 효과를 실증적으로 밝히려는 연구가 아니어서 외래어의 사용이 광고에 미치는 효과와 관련하여 본 논문에서 명백한 하나의 결론을 내리기가 어렵고, 실제로 외래어의 사용이 광고에 미치는 효과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모두 내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래어의 사용으로부터 기대되는 긍정적인 광고효과와 부정적인 광고효과에 대한 이론적 논리를 다음에서 개별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1)긍정적인 광고효과에 대한 이론적 논리
광고에 외래어를 사용함으로써 긍정적인 광고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광고에서 외래어의 사용이 광고효과를 높일 가능성이 있는 주된 이유는 광고에 나타난 외래어들이 광고상품의 이미지에 긍정적 측면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광고에서 외래어들이 광고상품에 대하여 긍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하게 하는 하나의 결정요인으로 작용하고, 광고상품이 외래어들을 통하여 긍정적인 이미지를 획득함으로써 광고효과를 증가 시킬 수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광고에서 사용되는 외래어가 세 가지 이유 때문에 수용자들이 광고상품에 대하여 호의적인 느낌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첫째, 광고에 나타난 외래어가 광고상품에 대하여 이국적 인 이미지를 형성케 함으로서 광고효과를 증가 시킬 수 있다. 일반적으로 외래어에 대하여 우리가 받는 느낌은 외래 어가 외국어로부터 유래되었기 때문에 낮 설다는 느낌이다. 우리가 외국의 풍물을 접할 때 낯설고 이국적인 느낌으로 인하여 외국의 풍물에 대하여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 듯이, 광고에 사용된 외래어들을 보고 유사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수용자들이 광고에서 외래어들을 접함으로써 광고상품에 대하여 이국적인 느낌을 갖게 되고 광고상품에 대하여 호의적인 태도를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겠다.
둘째, 광고의 수용자인 우리 국민이 지니고 있는 외국이나 외국 상품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으로 인하여 광고에 나타난 외래어들이 광고효과를 높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 국민들은 외국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외국 상품이면 무조건 질 좋은 상품이라는 식의 근거 없는 믿음을 보이는 경향이 강하다. 광고에 나타난 외래어들은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수용자들이 지니고 있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촉발 시킬 수 있는 것 같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광고에 나타난 외래어들이 광고상품을 외국에서 도입한 상품이거나 기술제휴 등을 통하여 생산된 상품인 양 수용자로 하여금 잘못 느끼게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외래어들이 풍기는 어감이나 뉘앙스를 통하여 수용자들로 하여금 외국에 대한 연상작용을 유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광고에 나타난 외래어들이 수용자들이 지니고 있는 외국이나 외국 상품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을 촉발시키고 이러한 고정관념의 작동이 광고효과를 높일 수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끝으로 우리 사회에서 외래어들이 우리말에 비하여 지적인 언어로서, 권위적인 언어로서, 그리고 격조 높은 언어로서 인식되는 사회적 통념 때문에(이오덕 1992A,1992b), 광고에 나타난 외래어들이 광고효과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지식인들이 외국어나 외래어를 자신들의 지적인 과시를 위하여 자주 사용하며, 심지어 우리 자신의 고유한 언어보다 외래어들이 고상한 표현이나 상대방을 높이는 표현 방식으로서 대접 받고 있다. 다시 말하면, 외래어들이 품격 높은 언어로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통념으로 인하여 광고에 나타난 외래어들이 광고의 신뢰성이나 전문성을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고, 이러한 결과로서 광고에 외래어를 사용함으로써 광고효과를 증가 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요약하면, 광고에 나타난 외래어들은 광고상품에 이국적인 느낌 호의적인 느낌 및 권위적이고 신뢰적인 느낌을 구축 하는데 도움을 제공한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느낌들이 광고효과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상의 논의를 표2로 요약 정리할 수 있다.
2)부정적인 광고효과에 대한 이론적 논리
위에서 광고에 사용한 외래어들이 보일 수 있는 광고의 긍정적인 효과와 그에 대한 이론적 논리를 살펴보았다.
그러나, 광고에 나타난 외래어들이 광고에 긍정적인 효과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광고에 부정적인 효과를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서는 광고에 사용된 외래어들이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광고 효과(즉 광고효과가 감소되거나 현재의 상태를 유지한다는 의미)를 검토하고 이에 관한 이론적 논리를 살펴볼 것 이다. 광고에 사용된 외래어가 부정적인 광고효과를 보일 수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때문인 것 같다. 먼저 일국이나 외국 상품에 대한 호의적인 고정관념을 우리 사회가 지니고 있지만, 동시에 상당수의 사람들은 외국에 대한 거부감을 지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 상품 광고에 외래어를 사용할 때 상품의 이미지가 광고의 이미지와 잘 조화되지 않기 때문에 광고상품에 대하여 수용자들의 부정적 감정을 부추길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와 같은 외국에 대한 거부감이나 광고상품에 대한 수용자들의 부정적인 감정이 광고효과를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광고에 외래어들이 많이 사용되면 광고 메시지의 난이도가 증가하기 때문에 광고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외래어는 우리말이 아니므로 수용자들은 우리말에 비하여 외래어를 해독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말로 표현된 광고와 비교할 때 외래어를 사용한 광고가 적어도 상대적인 의미에서 더 큰 난이도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수용자들이 광고의 메시지 정보를 처리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메시지 정보처리에 어려움을 겪으면 광고효과가 반감되는 것은 물론이다(Petty & Cacioppo 1981). 요약하면, 외래어를 많이 사용한 광고는 수용자들이 그 광고에 대하여 부정적으로 느낄 가능성이 많다. 또한 메시지 정보를 처리하거나 해독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고 이의 결과로부터 부정적인 광고효과가 발생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상의 논의를 다음의 (표3)과 같이 정리 할 수 있다.
3)요약:광고에 나타난 외래어가 광고에 미치는 통합적 효과와 그 이론적 논리
지금까지 광고에 나타난 외래어가 광고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와 부정적인 효과 및 이들 효과들에 대한 이론적 논리를 개별적으로 살펴보았다. 여기서는 지금까지 논의를 요약하는 의미에서 이들 효과와 이들 효과에 대한 이론적 논리를 통합할 것이다.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광고에서 사용한 외래어가 왜 광고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수 있는가에 관한 이론적 논리는 크게 세 가지 요인의 견지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외래어가 광고에 이국적 느낌을 부여함으로써 수용자로 하여금 광고상품에 대한 호기심 내지는 신선감을 유발할 가능성과 외국이나 외국상품에 대한 사회적 고정관념을 작동시킴으로써 수용자들로 하여금 광고 상품에 호의적 태도를 형성시킬 가능성과 외래어에 대한 사회적 통념으로 인하여 광고상품에 대한 신뢰성을 구축 시켜 줄 가능성 때문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두 가지 이유 때문에 광고에 나타난 외래어가 부정적인 광고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 광고에 사용하는 외래어로 인하여 수용자들이 광고상품에 대하여 거부감을 가질 수 있고 또한 광고메시지를 해독하는데 어려움을 경험할 가능선 때문이다. 외래어가 광고에서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와 부정적인 효과에 대한 이러한 논의를 다음의 (표4)와 같이 통합적으로 요약할 수 있다. 외래어가 미치는 광고효과에 대한 다음의 통합적 모형은 실증적으로 입증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경험적인 연구를 통하여 검증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4.광고에 외래어 사용으로 인하여 예기되는 사회적 효과
지금까지 광고에 사용된 외래어가 광고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에 대하여 논의하였다. 그러나 광고에 나타난 외래어의 효과는 광고에만 국한된다고 할 수 없다. 광고는 속성상 사회적으로 널리 유통되는 매스커뮤니케이션의 한 형태이기 때문에 광고에 사용되는 외래어는 특정한 사회적 효과를 낳게 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광고의 외래어가 지니는 사회적 효과는 외래어가 우리 고유의 언어가 아니라 외국의 언어로부터 유래된 언어라는 측면에서 우리 사회에 상당히 부정적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언어가 의식을 담는 하나의 수단인 점을 감안할 때 우리의 의식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다음에서 이와 관련된 사회적 효과를 구체적으로 검토 할 것이다. 먼저 광고에 사용된 외래어가 지니는 하나의 사회적 효과는 우리 국어 발전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우리 국어 발전을 위하여 사회적으로 한글을 널리 통용 시키고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도록 권장하여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광고는 많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광고메시지를 전달 시키고자 하는 일종의 대량 전달 수단이므로 광고에서 사용되는 외래어가 지니는 파급효과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광고는 짧고 빠른 시간 안에 많은 사람들이 광고에 나타난 외래어를 쉽사리 배우고 사용케 할 가능성이 높은 수단이 된다. 이와 같이 외래어를 많은 사람들이 쉽게 배우고 사용한다면 그 외래어로 대치할 수 있는 우리말을 밀어내고 궁극적으로 외래어로 대치되는 우리말은 사장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우리 사회에 나타나고 있는 비참한 현실은 우리말이 비속하거나 저속한 언어로 취급되는 경향이 있는 반면에 외래어는 고상하고 품위 있는 언어로 인식되는 경향이 높다는 것이다(이오덕 1992a). 특히 지식인들 사이의 대화에서 많은 외래어의 사용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이러한 우리 사회의 경향을 뒷받침하는 하나의 증거이다. 더 나아가서, 이러한 사회적 인식에 힘입어 외래어의 사용이 사회적으로 확산되는 추세이다. 따라서, 광고에 잦은 외래어의 사용은 우리 언어인 한글의 발전을 가로막는 사회적으로 부정적 효과를 낳고 있다고 하겠다. 광고에 사용되는 외래어가 지니는 또 다른 사회적 부정적 효과는 외국에 대한 사대주의성을 강화 시킨다는 것이다. 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우리 사회에서 소위 글께나 쓴다는 지성인들이(사실,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은 서구에서 공부한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지도층 인사들이다) 외래어를 많이 쓰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외래어를 지적인 언어로서 사람들이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다시 말하면, 우리말은 비속하고 천박하다고 생각하는 반면에 외래어는 품위 있고 고상하다는 의식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다. 더군다나 언어는 사회적 가치와 믿음을 반영하는 문화적 도구이기 때문에 언어를 통하여 길러진 이러한 인식이 보다 넓게 모든 사회 부문에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실, '우리 떡(예를 들면 국산품)'보다 '남의 떡(예를 들면 외제품)'이 훨씬 커보이고 좋아보인다는 통념과 '우리(예를 들면, 한국인 학자들만의 세미나)'보다 '남(예를 들면, 예를 들면, 별볼일 없는 서양학자 몇 명이 참가하는 세미나)'이 더욱 우월하다는 사대주의적 인식이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에 침투해 있다. 특히 광고에 나타난 외래어는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가고 있는 이러한 사대주의적 인식과 속성을 더욱 촉진시키는 촉매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이는 광고가 사회적으로 신뢰 받고 있는 대중 매체를 이용하여 주로 행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광고에 나타난 외래어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인 사대주의성을 심화 시키는 역기능을 지닐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여 광고에 외래어를 지나치게 남용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언어는 우리 의식의 흐름을 가늠하는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기 때문에 광고에 외래어를 많이 사용함으로써 우리 의식이 외래화 되는 부정적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외래어를 조금 사용한다고 해서 얼마나 크게 우리 의식이 바뀌겠는가라는 반문 내지는 반박이 있을 수도 있지만, 언어가 우리의 세계관과 사고를 지배한다는 점을 감안 할 때(Worlf 1940) 외래어 사용이 우리 의식의 변화에 대하여 미치는 영향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요즈음 신세대의 사고나 행동은 서구화되어가고 있음을 우리는 자주 목격하고 있으며 의식인 산물인 문화의 양태도 점차 서구의 문화 양태를 흉내내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물론 우리 사회에 나타나고 있는 이러한 현상들이 전적으로 외래어 사용만의 영향 탓으로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언어가 우리의 의식구조에 영향을 미친다는 기존 연구 결과를 본다면(Worlf 1940) 적어도 외래어 사용이 이러한 현상들의 출현에 부분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광고에 나타나는 외래어 들이 우리의 의식구조를 바꾸는 역기능을 수행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광고에 나타나는 외래어들은 서구로부터 들어온 것 들이므로 우리의 의식구조를 서구화 시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서, 광고에 사용되는 외래어들이 오랫동안 뿌리 박혀 있고 전해 내려온 우리 자신의 전통적이고 토속적인 의식이나 가치관을 차츰 잊게 하거나 변화 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요약하면, 광고에 잦은 외래어의 사용은 상당히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효과를 야기할 것으로 기대된다. 외래어는 외국어로부터 들어온 말이기 때문에 우리말의 발전을 가로 막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의식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광고에 나타난 외래어들이 우리가 경계해야 할 사대주의적 의식과 서구적인 의식구조에 상당히 커다란 영향을 미침으로써 사회적인 측면에서 부정적인 효과를 낳고 있다고 할 수 있다.
Ⅲ. 논의 및 결론
본 연구는 우리 광고에 자주 나타나는 외래어의 사용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탐사적 연구였다. 구체적으로, 본 연구의 목적은 우리 광고에 자주 나타나고 있는 외래어와 관련된 현상을 커뮤니케이션적인 입장에서 체계적으로 조사 하려는 것이었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본 연구는 우리 광고에 나타나는 외래어의 실상을 알아보았으며, 우리 광고에 자주 등장하는 외래어가 가져올 광고효과에 대한 이론적 논리를 제시하고 있으며, 광고에 사용된 외래어가 사회적으로 미치는 효과를 논의하였다.
먼저, 본 논문은 우리 광고에 나타나는 외래어의 사용 실태를 규명하기 위하여 우리 광고에 자주 쓰이는 외래어의 유형화를 시도하였다. 이 외래어의 유형화는 광고에 사용 된 외래어를 우리말로 대치할 수 있는 가능성의 정도와 표현방식의 관점에서 논리적으로 시도되었다. 우리말로 대치 가능한 정도에서 광고에 나타난 외래어들은 대치 가능한 외래어의 유형과 대치 불가능한 외래어의 유형으로 분류된 반면에, 표현 방식의 차원에서는 우리말로 표현하는 방식, 외국어 원어로 표현하는 방식, 그리고 우리말과 원어 모두로 표현하는 방식의 세 유형으로 외래어를 분류하였다. 결과적으로, 본 논문에서는 이 두 차원의 각 유형을 교차 시킴으로써 광고에 나타나는 외래어의 여섯 유형(즉, 대치 가능 차원의 두 유형 X 표현 방식 차원의 세 유형)을 논리적으로 발견하였다. 또한, 각 유형별로 실질적으로 광고에 나타난 구체적인 사례들을 제시하고 각 유형에 속하는 사례들이 지니는 특징을 서술하였다.
본 논문은 광고에 나타난 외래어들의 실태를 파악한 다음, 광고에서 외래어의 사용과 광고효과와의 관계를 이론적으로 규명하고 있다. 이론적인 측면에서 볼 때 광고에서 외래어의 사용이 긍정적인 광고효과와 부정적인 광고효과를 동시에 낳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광고에 외래어를 사용함으로써 수용자들이 광고에 대하여 호기심이나 호의적 감정 혹은 신뢰감을 느끼고 결과적으로 이러한 요인들로 인하여 외래어의 사용이 광고효과를 높일 것으로 판단된다. 다른 한편에서는, 광고에 외래어를 사용할 때 수용자들이 광고에 대하여 거부감을 갖거나 광고의 정보 처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이러한 요인 때문에 외래어의 사용이 광고효과를 줄일 가능성도 배제 할 수 없다. 따라서, 광고에의 외래어 사용은 이론적인 측면에서 광고효과를 높일 가능성과 광고효과를 낮출 가능성 모두가 존재하기 때문에 앞으로 광고에서 외래어의 사용과 광고효과의 관계에 대한 경험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이에 덧붙여, 어떠한 조건하에서 외래어의 사용 이 광고효과를 높이고 어떠한 조건하에서 외래어의 사용이 광고효과를 낮추게 되는지에 관한 경험적인 연구도 앞으로 요구된다.
끝으로, 본 논문은 광고에서 외래어의 사용이 사회적으로 미치는 효과에 대하여 논의하였다. 외래어는 우리 고유의 언어가 아니라 외국으로부터 유입된 언어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소지가 많다. 구체적으로, 우리 언어에 대한 발전을 저해하며, 우리 사회에 사대주의적 성향을 증폭시킬 수 있고, 우리의 의식구조를 서구화하도록 변화 시킬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사회적 효과는 경험적으로 검증된 결과가 아니기 때문에 본 논문의 이러한 주장을 결론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지만 광고에서 외래어의 사용이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효과를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식하여 가급적 외래어의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보다 확실한 결론을 내리기 위하여 본 논문이 주장하고 있는 광고에서 외래어의 사용이 미치는 부정적인 사회적 효과에 관한 논의는 앞으로 경험적인 조사가 있어야 할 것이다.
본 연구가 지니는 학술적인 가치는 우리 사회의 독특한 현상인(적어도 광고연구의 메카인 미국에서 거의 존재하지 않는 현상이라는 점에서) 광고에 나타나는 외래어 사용의 문제를 과학적으로 조사하려고 시도한 시발적인 연구라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 광고에서 외래어가 자주 쓰임에도 불구하고 학술적인 측면에서 이 문제에 대하여 거의 연구를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 사실이다. 부분적인 이유로서 커뮤니케이션 현상과 관련하여 우리 자체의 이론에 대한 부족으로 인하여 선진 외국의 이론적 패러다임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연구의 경향이 우리에게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외국의 이론적 패러다임을 사용할 때, 외국에서는 중요하지 않으나 우리 사회에서는 중요한 사회 현상인데도 이를 간과하게 될 위험이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본 연구는 외국의 이론적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적어도 우리 광고에 자주 나타난다는 점에서) 현상의 하나로 보이는 광고에서 외래어 사용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본 연구가 가치 있는 작업이었다고 해서 본 연구가 문제점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니다. 본 연구는 탐사적인 성격이 강한 연구이었기 때문에 경험적인 자료를 이용한 검증이 부족하였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본 논문이 제안하고 있는 광고에 사용된 외래어와 광고효과의 관계에 대한 이론적 논리를 뒷받침하는 경험적 근거가 제시되고 있지 못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효과에 대한 논의도 역시 경험적인 증거가 부족하다.
본 논문에서 이러한 경험적 자료를 제시하지 못한 부분적인 이유는 경험적 자료를 제시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개별적인 연구가 될 수 있으므로 본 논문에서는 이러한 문제 모두를 다룬다는 것은 실제로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와 관련하여 앞으로 연구가 요구될 뿐만 아니라 본 연구를 보완하기 위한 후속 연구들이 앞으로 많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 광고에서 중요한 현상인 외래어 사용에 대한 주제로 많은 연구들이 앞으로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참고문헌
이오덕(1992a), 우리말 바로쓰기 I, 서울 : 한길사
이오덕(1992b), 우리말 바로쓰기 Ⅱ, 서울 : 한길사
임태섭(1992), "방송언어 정책을 위한 제언(I): 외래어", 방송연구, 방송위원회, 겨울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