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뉴스의 재난보도에 대한 서사적 접근
김원용(성균관대 신방과 교수)
황용석(성균관대 신방과 박사과정)
I. 문제의 제기 및 연구목적
텔레비전 뉴스와 관련한 오랜 논쟁의 축은 뉴스와 실재 일어난 객관적 사실과의 관계에 관한 것이다. 이른바 현실반영론과 현실구성론으로 대변되는 뉴스 연구의 두 경향은 뉴스의 기능과 저널리스트들의 역할을 규정짓는 상이한 출발점이 되어 왔다. 뉴스연구의 초기에는 현실반영론이 지배적이었다. 이 입장에 따른다면 뉴스는 픽션과는 엄밀히 구분되는 사실 그 자체의 반영물로서 그 내용은 사실 또는 일어난 사건 그 자체에 의해 결정되며, 뉴스를 만드는 저널 리스트들에게는 일어난 사건을 거짓됨 없이 또 불편부당하게 보도해야 한다는 도덕적 책무가 중요하게 여겨졌다.1)
그러나 이러한 '현실반영론'은 뉴스가 제작 과정 안에서 언어적으로 가공되어 나온 새로운 구성물이라는 점을 간과했다는 점에서 많은 비판을 받아 왔다. 여기에 대한 대안적 이론이 '사회적 현실구성이론'으로 불리는 일련의 연구경향들이다. 이 입장에서는 뉴스를 그 자체의 조직 관행, 조직환경, 게이트 키핑, 그리고 언어적·영상적 구성방식 등에 의해 만들어진 상징적 현실로서 이해한다.
최근의 뉴스연구들은 이러한 '사회적 현실구성이론'에 기반해 있다. '사회적 현실구성이론'이 갖는 학문적 관심은 두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는 외부의 객관적 사실이 어떻게 새로운 상징적 현실로 구성되는가에 초점을 맞춘 연구 이고 둘째는 이 상징적 현실이 세계를 이해시키는 창으로 어떤 기능을 하는가에 초점을 맞춘 연구이다.
전자의 연구들은 주로 뉴스가 만들어진 과정 즉, 뉴스생산의 일상관행과 저널리스트들의 조직적 특성 등을 관찰해서 저널리스트들이 어떻게 세계를 구성 하는지에 초점을 맞춘 것이며2), 후자는 뉴스 텍스트 자체의 분석에 중점을 두고 그것의 신화적·이데올로기적 특징을 밝히고자 한 연구들로서 내용분석과 기호학적, 언어학적, 담론분석 등 일련의 텍스트연구들이 여기에 속한다.3) 이러한 뉴스의 '사회적 현실구성기능'에 관한 연구들이 지지하고 있는 공통된 가정은 뉴스가 현실 그 자체가 아닌 상징적 현실로서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틀을 제공한다는데 있다. 또한 뉴스는 저널리스트들의 이야기 구술로서, 세계에 대한 이야기거리로서 우리에게 즐거움과 슬픔을 안겨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특히, 오늘날과 같이 정보와 오락이 결합되어 제시되는 뉴스경향은 더 이상 고전적인 의미에서 '사실만을 전달하는 뉴스'는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오히려 뉴스는 허구적인 이야기인 픽션의 구조와 유사해져 가고 있다. 즉, 뉴스는 영웅과 악당, 약자와 빈자, 인간적인 이야기, 흥미를 유발하는 소재, 그리고 주연과 조연을 담고 있는 풍부한 현대의 이야기꾼으로서 위치 지워져 있다고 하겠다.4)
이러한 경향은 그 소재가 정치적 핫이슈나, 재난, 대형범죄와 같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인간적 흥밋거리를 제공할 때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특히 그 파장력이 큰 사회적 재난의 경우는 대형의 인명사고를 동반하기 때문에 삶과 죽음의 상황, 운명과 운명적 결정, 그리고 잊을 수 없는 강한 시각적 이미지 등 가장 드라마틱한 장치를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저널리스트들에게 제공하고 있다.5)
또한 재난은 그 사회의 정상적인 질서가 무너졌음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이는 사회적 위기의 하나가 된다. 이런 점에서 재난은 저널리스트들이 이러한 위기를 진단하고 분석할 수 있는 시험대를 제공해준다. 따라서 저널리스트들은 재난으로 인한 사회적 위기에 대한 보도를 통해 확산시키고, 진단하고 해결하기까지 하는 '재난'의 총체적인 이야기꾼이 된다. 그리고 이러한 재난보도는 매우 구조화된 패턴을 따르며, 그 이야기는 드라마틱하고 의식적 (ritualistically)으로 꾸며진다.6)
결국 우리는 재난이라는 물리적 위기뿐만 아니라 '재난보도'라는 담론상의 위기를 뉴스를 통해 체험하고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7) 따라서 언론학자들이 재난보도에 갖는 주된 관심은 실재로 일어난 물리적 재난 그 자체라기 보다는 재난을 사회적 위기로 공론화하고 진단하는 뉴스의 이야기 구성방식에 있다.
이러한 재난보도의 이야기 구성방식은 그동안 재난에 대처해온 저널리스트들의 보도관행의 결과물인 동시에 그 사회의 주된 가치와 문화적 맥락의 반영물이기에 우리는 재난보도를 통해 위기분석가로서 저널리스트들의 역할과 위기에 대처하는 양태를 검토할 수 있다.
본 논문에서는 텔레비전 뉴스의 사회적 현실구성이론에 근거해서 뉴스를 하나의 서사물로 바라보고, 이를 통해 재난이 어떻게 재구성되었는가 즉, 그것의 서사구조는 어떠한가의 문제와 여기서 저널리스트들의 역할은 어떠했는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먼저 텔레비전 뉴스의 서사적 특징과 이전의 연구 들을 간략하게 살펴보고 실제 뉴스보도를 분석할 것이다.
이 연구의 구체적인 분석대상으로는 1993년 10월10일 발생한 '서해훼리호 침몰사고'에 대한 KBS 9시뉴스와 MBC 뉴스데스크의 관련 보도내용을 선택했다. 최근 들어 빈번히 일어난 여러 재난사고 가운데 이 사건을 선택한 이유는 서해훼리호 침몰사고가 재난보도의 특징을 가장 잘 반영시켜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여객선의 침몰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이 몰고 온 드라마틱한 이야기거리와 당시 선원들의 생존여부를 둘러싼 검·경의 탐정적 활동, 그리고 정상적인 해양교통수단의 침몰로 인한 전반적인 안전관리에 대한 위기의식의 확대 등 다양한 요소를 갖추고 있다. 특히, '서해훼리호 침몰사고'는 선박침몰의 원인과 관련하여 당시 선장인 백 운두씨와 갑판장 등 선원들의 생존을 사실화함으로써 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바른언론을 위한 시민모임'과 같은 시민운동 단체들은 당시 백선장 보도가 언론의 속보주의, 특종주의의 희생양이라고 비판하면서 사고 당일을 「언치일」로 선포하기까지 했었다.8)
그러나 본 논문에서는 이 문제를 단순한 오보의 차원에서만 바라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 재난을 상징적인 현실로 재구축하는 뉴스조직의 관행과 그 사회의 문화적 맥락 그리고 그것의 반영물인 뉴스 담론구조인 뉴스서사구조를 통해 바라보고자 한다.
이 논문에서는 1993년 10월10일 발생한 서해훼리호 침몰사고에 대한 분석 기간은 사건당일인 10월 10일부터 10월 17일까지이며 분석에 필요한 자료는 한국방송개발원의 방송 모니터 녹화 테이프를 이용하였다.
II. 텔레비전 뉴스와 서사
1. 서사물로서 텔레비전 뉴스
어디까지가 '서사'이고 그것의 정의는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은 서사적 접근을 시도하는데 있어 제기되는 당연한 물음이다. 이러한 물음에 대해 많은 서사 이론가들은 공통적으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거의 모든 커뮤니케이션 영역이 '서사'라고 말한다.
서사에 대한 대표적인 정의라 할 수 있는 Barthes의 말을 인용하면, "서사란 세상에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이것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의 사람들에게 읽혀지는 ‥‥ 인생과 같이 초역사적이고 초국가적이며, 초문화적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정의 내려졌다.9) 또 Gerald Prince의 보다 일반화된 정의를 따른다면, 서사물은 현실에 있었거나 또는 허구적으로 만들어진 사건과 상황들을 연결되게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10)
보다 구체적으로 Toolan은 서사물의 특징을 5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그에 의하면 "서사는 1)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2)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척도가 존재해야 한다. 3) 발단, 전개, 결말과 같은 전형적인 순서를 따른다. 4) 한 명의 이야기꾼과 청자가 존재해야 한다. 5) 이야기 소재를 치환(displacement)함으로써 사건의 공간적 시간적 요소를 재배치한다"11) 이러한 정의는 서사물이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재구성되어 다시 이야기로 만들어지는 것으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정의에 따른다면 텔레비전 뉴스는 서사물로 정의 내려질 수 있다. 이는 외부에서 일어난 사건을 저널리스트라는 화자가 치환해서 사건을 시·공간 적 요소로 재구성해서 청자인 시청자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 텔레비전 뉴스를 서사물로 정의 내리고, 여기에 '접근한다는 것은 곧, 뉴스가 픽션과 다를 바 없는 이야기 구성체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이들에게 뉴스는 실제 그 자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뉴스를 실재 그 자체처럼 느끼게끔 만드는가? 여기에 대해 Fisk는 뉴스와 픽션은 단지 진실성 정도(modality)의 차이만이 존재할 뿐이라고 말한다. 그는 뉴스가 픽션 보다 실제 사실(raw reality)에 더 근접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수용자들이 픽션과 다른 것으로 느낀다는 것이다.12)
Fisk는 뉴스가 갖는 이러한 modality의 근거를 「집취(集取-claw back)」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한다.13) 그는 텔레비전 뉴스가 물리적이고 상징적인 영역에서 3단계의 집취활동을 통해 진실에 대한 객관적 담론구조를 형성한다고 보았다. 그 첫째 요소는 앵커(news reader)의 역할이다. 앵커는 객관적인 담론만을 이야기하는 존재로 설정됨으로써 보도내용에 대한 권위와 사실성을 부여받는다. 두번째 요소는 보도기자로서 그는 '실제 사실'을 중개하는 인물로 기능한다. 세번째는 목격자, 인터뷰 대상, 실제 필름 등으로 이는 실재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이 3가지 요소가 결합되어 '실제(사실)'에 근접해 보이고 객관적 중개자로 보이기 위한 권위를 부여받는다. 또 생동감 있는 화면과 증언도 사실성을 구축하는데 일익을 담당한다.14) 이 3단계의 집취활동은 우리가 뉴스를 실재 그 자체로 바라보게 만든다.
Lewis도 뉴스가 픽션과 구조적으로 동일한 선상에 있는 가장 두드러진 공통점을 두가지로 들고 있다. 그 첫째는 뉴스가 하나의 시퀀스 코드(sequence scene)에서 다음 씬으로 연결되면서 스토리를 엮어 나간다는 것이다. 이러한 씬은 임의적인 것이 아니라 정밀하고 논리적인 시퀀스에 포함되며 이 시퀀스 코드는 이야기 전개에 따라 조합된다. 그는 씬의 연결이 아이디어, 테마, 주인공 등에 의해 연결되며, 이야기 구술의 기술은 이 시퀀스를 뉴스제작자들이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았다.
Lewis는 두번째 코드로서 Barthes가 제시한 해석학적 코드(hermeneutic code)를 들고 있다. 이 코드는 3가지 요소로 구성되는데, 1) 질문, 또는 이니그마(enigma)의 제시 (추리드라마의 질문과 같이 앵커가 "과연 진범은 누구일까요?"와 같은 제시형태) 2) 긴장의 지속과 이니그마의 부분적 해소 3) 마지막 단계에서의 해결(앵커가 "결국 범인은 누구로 밝혀졌습니다"식의 결론적이고 단정적인 이야기)로 그 형식을 갖춘다고 말한다.15)
Sherry 역시 텔레비전 뉴스는 프라임타임대에 설정된 영웅적 줄거리를 다수 포함하는 서사물이라고 표현했다.16) 그는 뉴스구조의 가장 큰 이야기는 사회의 각종 영웅과 악당에 대한 이야기로서 이것은 마치 드라마(soap opera)와 같이 우리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픽션으로 간주된다. 그는 또 텔레비전 뉴스의 앵커맨이 전통적 의미에서의 서술자(narrater)로서 이야기를 이끌고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전지전능한 이야기꾼으로 위치 지워져 있다고 지적했다.
2. 텔레비전 뉴스 서사의 특징
이렇게 뉴스를 가공된 서사물로 간주한다면, 이야기의 커뮤니케이터 즉, 서 술자를 정의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소설의 경우 나레이터는 당연히 작가가 된다. 그러나 텔레비전에서는 화자의 단일한 정체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앵커나 리포터는 직접 시청자를 향해 이야기하는 화자로 등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뉴스의 영상적·언어적 내용은 화면전송 이전의 언어적 약호에서 나온 '준 언어적인' 기호의 형태를 취한다.17)
<그림 1>에서와 같이 뉴스 서사는 단순히 개인의 심리상태나, 뉴스 텍스트 자체에 국한해서 그 의미를 발생시키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뉴스를 만들어 내는 제도나 조직뿐만 아니라 그것을 구성하는 언어적·비언어적 코드에 의해 복합적으로 구성된다.
따라서 저널리스트들이 갖는 서사적 구조 또는 형식은 그 사회의 관계성이 내포된 문화적 표상이라 할 수 있으며, 동시에 저널리스트들이 정보를 효과적으로 조직하기 위해 관습화한 방법이고 수용자들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소구하기 위한 수단이다.18)
뉴스의 서사 구조에 대한 연구는 이런 것을 전제로 삼고 뉴스의 사건내용 뿐 만 아니라 그것이 이야기되고 조직화되는 과정과 구조에도 관심을 갖는다고 말할 수 있다.19)
이처럼 뉴스서사를 보다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뉴스 텍스트의 구조 뿐만 아니라, 수용의 측면이나 제작과정, 또 문화적 가치 등에 대한 연구가 병행되어야 한다.20)
특히, 뉴스는 매일매일 요구되는 일상화된 활동으로서 이는 뉴스를 제작하는 저널리스트의 기술습득과 뉴스 기사를 구성하는 관습과 관련된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Epstein은 뉴스를 실재의 부활(resurrection of reality)이 라고 부르고 뉴스가 일정한 스토리 라인을 따른다고 보았다. Tuchman도 뉴스를 만드는 것이 '사실망의 창조(the creation of web of facticity)'라고 이름 붙였다. 또 Altheid는 저널리스트들이 특정의 시각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구성한다고 해서 이를 뉴스시각(news perspective or angle)이라고 불렀다.21)
이들의 공통된 점은 저널리스트들이 뉴스를 제작하는데 있어 특정의 틀과 구조를 요구받게 되며 이것이 뉴스 서사를 만든다고 가정하고 있다. 이들 세 사람의 논의를 요약하면 뉴스서사를 구성하는데 필요한 뉴스제작 과정상의 필요 요소는 3가지이다.
그 첫째는 사실(facts)을 기사구성에 적합하게 만들기 위한 결정이 요구된다. 둘째는 텔레비전 화면으로 제시하고 사실을 표상하기 위한 기술적 과정이 요구된다. 셋째는 사건을 제시하고 조직화하기 위해 서사 형식을 구성하는 것이 요구된다는 것이다.22)
즉, 텔레비전 뉴스는 리포터, 카메라맨, 음향 기술자,스튜디오 프로듀서, 편집자, 해설자 등의 협동적이고 조화적이며 질서정연한 작업을 요구한다. 이들 텔레비전 뉴스 제작원들은 다양한 입장에서 기사작업을 하게 되는데, 그렇기 때문에 적절한 기사를 구성하기 위해서 안정된 기대치가 요구되는 것이다. 이러한 기대가 곧 뉴스의 형식과 내용을 모두 걸치는 서사인 것이다.
이러한 요구에 의해 만들어진 뉴스 서사는 다음 몇 가지로 정리될 수 있겠다. 첫째, 뉴스 서사는 뉴스 조직의 요구에 의해 구축된 관습적인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즉, 뉴스 서사는 저널리스트들의 필요와 요구에 의해 만들어 졌으며 뉴스를 보다 효과적으로 제작하기 위한 기술적, 정서적 축적물이라는 것이다.
둘째는 이러한 서사는 그것을 반복해서 보여줌으로써 수용자들이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저널리스트들의 전략이다.
셋째, 그렇기 때문에 뉴스 서사는 결코 고정된 것이 아니며 수용자와의 끊임 없는 상호작용을 통해 계속 변화한다. 그래서 서사는 그 시대의 문화적 반영이 기도 하다.
III. 연구문제 및 연구방법론
1. 연구문제
본연구는 이상과 같은 논의에 기반해서 다음과 같은 연구문제를 설정하였다.
1) 재난보도에 나타난 뉴스 서사구조의 특징은 무엇인가?
(1) 뉴스 서사구조에서 나타난 저널리스트들의 주된 뉴스가치는 무엇인가?
(2) 뉴스 서사구조에서 나타난 저널리스트들의 제작관행의 결과물은 무엇인가?
(3) 뉴스 서사구조에서 저널리스트들은 어떤 소구형태를 취하는가?
2) 재난은 뉴스 서사에서 어떻게 구조화되는가?
3) KBS와 MBC 양 방송사의 뉴스 서사구조상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2. 연구방법
이상의 연구문제에 필요한 적절한 연구방법을 기술하기 앞서 간단하게 뉴스에 대한 서사적 접근과 그와 관련한 연구방법과 이론을 간략하게 언급하고자 한다. 서사적 연구들은 기본적으로 두 가지로 설명될 수 있다. 그 첫째는 「이야기」(story)의 측면이다. 이는 서사물의 내용물을 말하는데, 예를 들어 누가 등장했으며,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가 그리고 그 사건의 배경은 무엇인가와 같이 '무슨 내용이 제시되었는가'의 측면이다. 두번째는 '담론'(discourse)의 영역이다. 이는 내용이 표현되는 방식에 관한 문제로서 예를 들어 언어나 영상이 조합되는 방식 등을 연구하는 것으로서 달리 말하면 '어떻게 표현되었는가의 측면'이다.
흔히 이야기 차원의 연구는 서사적 문법구조를 박히려는 시도로 이어졌다. 그 대표적인 연구로는 Todorov나 Propp등의 통합체적인 서사적 문법구조연 구와 Levi-struss나 Gremas와 같은 심층구조 연구, 그리고 최근의 van Dijk 와 같은 뉴스의 거시구조분석 등이 여기에 속한다.
담론차원의 연구는 보다 다양하게 이루어 졌다. Hartely와 Montgomery의 뉴스시점의 관계적 의미구성연구23), Micherey의 '발화양식'(mode of address)연구24) 또 내포독자(Implied reader)가 어떻게 구성되고 위치 지워지는가에 대한 Chatman, Toolan, 그리고 Kozloff 등의 연구, 그리고 알뛰세의 용어로 주체가 '호명'되는 방식으로서 '표상전략'(representational strategies)을 이해하기 위한 여러 가지 학문적 시도로도 이어졌다.
최근에는 보다 확장된 연구로서 Flower, Halliday, Austin 등의 언어학적 연구가 결합되기도 한다. 특히, 이들이 도입한 기능적 언어학은 현실사회의 힘의 관계나 이데올로기적 지향성이 신문이나 보도의 담론구문 안에 어떤 방식으로 부호화 되는가에 대한 서사구조 연구에 많이 적용되어 왔다.
또 뉴스에 직접적으로 적용되지는 않았지만 Nlmmon-Kenan의 시점연구, Kozloff의 서술수준에 따른 연구 등이 분석에 필요한 이론적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본 논문에서도 '이야기'와 '담론'의 양 측면에서 서해훼리호 침몰사고를 분석하였다. 먼저, 이야기의 측면에서는 van Dijk의 주제어 분석을 통해 분석기간 동안 어떤 주제의 기사들이 보도되었는가를 살펴보았다. van Dijk는 뉴스에서 '그 내용이 무엇에 관한 것'이며 '그 주제가 무엇인가'에 해당되는 것을 의미의 거시구조(semantic macro structure)라 하고 이것을 분석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의미의 거시구조를 박힘으로써 뉴스 텍스트가 무엇을 이야기하는가를 설명할 수 있고 동시에 이야기의 전체적 일관성(coherence)을 정의 내릴 수 있게 해 준다고 말한다.25)
여기서 말하는 주제(theme)란 정보의 요점, 토픽과 같은 개념으로 하나의 문장 또는 복잡한 정보단위의 요약이라 정의 내릴 수 있다. van Dijk는 이러한 주제어 또는 토픽이 문체나 스타일 또는 수사적 장치를 일컫는 것이 아니고 의미나 지시대상을 지칭하기 때문에 '의미론적(semiotic)'이라고 불렀고, 또 독립적이고 부분적인 문장의 의미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텍스트에 관한 것이기에 텍스트의 거시구조(macro structure) 또는 담론의 글로벌구조라고 칭했다.26)
담론차원의 연구로는 Campbell이 '60 Minutes'분석에 적용한 '탐정적', '분석가적'이고 '여행자적'인 3가지 유형의 서사적 접근방식을 기본 틀로 삼았다.27)
Campbell이 제시하는 '탐정적 보도 형식'은 기자가 탐정과 같은 역할을 하면서 범죄의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형식이며 '분석가적 보도형식'에서는 기자가 사건을 분석하고 서사를 종결시킨다. 마지막 형식인 '여행가적 보도형식'은 보도자가 탐험대리자나 여행안내자와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28)
박명진은 '한국 TV의 탐사보도 프로그램 연구'에서 Campbell의 3가지 보도유형을 '취재의도'와 '접근방식'에 따라 범주를 확장하여 분석에 활용하였다.29) 그 분석범주를 살펴보면, 먼저 의도별로는 1) 고발형(공격대상이 명백히 존재 하는 경우), 2) 문제제기형(공통의 문제로 주위환기 및 사회적 이슈화를 의도), 3) 발굴형(알려지지 않은 사실 소개), 4) 정보제공형(특정 분야의 최근 동향에 관한 중립적 소개)으로 구성된다.
접근방식별로는 1) 수사적 접근(단서중시, 은밀한 접근, 탐문, 증언, 증거 중시 등 수사관의 사건수사와 유사한 방법), 2) 분석적 접근(도표,자료, 전문가 의견 등에 기반한 문제 분석 및 평가와 대책 탐구 등의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접근방식), 3) 소개적 접근(사례에 대한 개괄적인 서술, 소개에 그치며 단순 열거 방식), 4) 관찰적 접근(평가보다 제시에 중점을 두는 밀착적 관찰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 연구는 이 두 연구방법을 기본으로 다음과 같은 연구절차를 따랐다.
(1) 분석의 기본 단위
먼저 본 연구에서는 Bentele가 개발한 뉴스프로그램 문법에 대한 시각적·영상적 분석모형을 참조하여30) 내용구성상의 위계에 따라 뉴스분석 단위는 에피소드(episode), 시퀀스(sequence), 슈퍼 시퀀스(super sequence), 샷(shot)의 4개 범주로 구분하였다. 각각의 정의는 아래와 같다.
가. 에피소드 :보통 앵커의 진술로 구분될 수 있는 기사의 시작과 끝. 최고의 분석단위로서 보통 한 개 이상의 시퀀스를 포함할 수 있다.
나. 시퀀스 :작은 에피소드라 할 수 있으며, 그 자체로서 특정의 주제를 표현하는 한 개의 이야기 구조가 포함된 단위이다.
다. 슈퍼 시퀀스 : 여러 개의 하부 샷을 포함하는 시뭔스로서 이것은 하나의 주제군(thematlc cluster)과 같은 의미이다.
라. 샷. 최소의 분석단위로서 보통 어떤 주제구조를 포함하지 않는 행위나 동작의 한 컷(cut)에 해당한다.
(2) 이야기 차원의 분석-주제구조 분석
주제어의 기본 단위는 시퀀스나 하부 시퀀스를 포함하는 슈퍼 시퀀스 단위 별로 주제어를 명시했다. 주제어는 다시 범주화되어 분류된다. 주제어를 만드는 원칙은 van Dijk가 제시한 방식에 근거했다. 그 방식은 첫째, 텍스트 내에는 하나의 주제나 요약내용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가 같이 있을 수 있고, 둘째, 주제는 가능한 주관적인 것이므로 우리에게 상대적으로 중요한 것을 선 정했다. 셋째, 주제들은 텍스트 그 차제에 의해 틀 지워진 것이다. 가령 뉴스의 경우 앵커가 리드기사를 읽는다거나 신문기사가 피라미드 구조아래 특정의 주제를 배열하는 원칙이 그 예이다. 넷째, 주제어는 텍스트로부터 '세부내용'을 버리는 과정을 통해 얻었다.31)
이러한 주제어의 특성에 기반해서 van Dijk는 텍스트로부터 주제어를 뽑아 내는 방법으로 지우기(deletion), 일반화(generalization), 재구성(reconstruction)의 3가지 원칙을 통해 구했다.
(3) 담론차원의 분석-접근 방식에 따른 분석
「재난보도」가 어떤 접근 방식의 뉴스 에피소드를 주로 구성하는가를 알아보는 것이 이 분석의 목적이다. 분석 항목은 개별 에피소드 단위로 적용되며 앞 장에서 논의한 Campbell의 3가지 서사형태인 탐정형, 분석자형, 여행자형의 분류를 보다 세분화시켜 적용한 박명진의 분석틀을 뉴스 분석에 알맞도록 응용하여 구성하였다.
구체적인 항목은 다음과 같다.
① 탐정적(探傾的) 접근 : 단서를 중시하고, 탐문, 목격자의 증언, 증거 등을 중시한다. 이것은 마치 탐정이나 수사관과 유사한 접근방식을 취하며 사건 현장의 급습과 같은 장떤을 포함한다. 주요 대립되는 가치는 안전 對 위험, 선 對 악 등이다.
②분석적(分析的) 접근 : 사건 원인의 분석자적 보도 형태를 띤다. 도표와 각종 그래픽 자료, 전문가의 의견에 기반해서 대 책을 강구하는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보도양식이 다. 주요 대립되는 가치는 성공 對 실패, 개인 對 사회, 전통 對 변화 등이다.
③중계적(中繼的) 접근 : 사례를 개괄적으로 서술하고 소개한다. 마치 스포츠를 생중계 하듯이 다룬다. 분석적 틀보다는 진행되고 있는 사실의 전달에 중점을 두며 기자의 평가나 감정이입이 포함된다. 분석가나 전문 가보다는 기자가 주된 이야기 중계자가 된다. 사건현장에서의 생중계나 대책 본부 등의 상황을 소개하는 보도가 대표적인 예이다. 여기서의 중심적인 대립구조는 정의 對 악, 정상 對 비정상 이다.
④ 반영적(反影的) 접근 : 내용이 객관적이며 짧게 전달된다. 성금자 명단 이나 실종자 명단과 같은 단순 보도로 평가나 가치개입이 배제된 보도내용이다
⑤ 구성적 (構成的) 접근 : 과거에 일어난 사건을 시간대별로 새롭게 구성한 보도이다. 그래픽이나 사진을 통해 현실감을 부여한다. 중계적 접근과의 차이는 서술내용의 명 백한 인과관계와 시간적 배열이 뒤따른다는 점이다. 이 접근은 드라마화 된 경우가 많다
⑥ 탐험적 (探險的) 접근 : 마치 여행가나 구경꾼과 같이 낯설고 궁금한 내용을 둘러보듯이 보도한다. 주로 영상이 강조된다. 사고 현장이나 구조현장을 둘러보거나 침몰 한 배의 모습을 수중 촬영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IV. 연구결과 및 논의
1. 분석 대상에 대한 구조적 기술
본 연구에 포함된 기사는 1993년 10월 10일부터 17일까지 8일간의 기사이다. 방송국별 뉴스 항목과 시퀀스 수를 보면 다음과 같다. (표1 참조)
먼저, KBS 9시뉴스는 총 96항목의 뉴스가 '서해훼리호 침몰사고'를 보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포함된 총 시퀀스의 수는 361개로 뉴스항목당 3.8개의 시퀀스를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들 시퀀스가 독립적인 주제어 군락으로 나타나는 슈퍼 시퀀스는 116개로 나타났다.
MBC의 경우도 이와 비슷하게 나타났다. 뉴스항목 수는 총86개로 KBS에 비해 9개가 적었다. 시퀀스는 340개로 KBS 보다 21개가 적었으며 슈퍼시퀀스는 오히려 3개가 많아 MBC가 하나의 뉴스 항목안에 더 많은 주제들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사건 전개 날짜 별로 살펴보면 사건이 처음 발생한 날과 그 다음날이 가장 많은 뉴스 항목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건 발생에 대한 단순보도에서부터 사건의 재구성, 사건의 원인, 그리고 사건현장 주변의 에피소드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후 세부 분석사항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기술될 것이다. '서해훼리호 침몰사고'는 침몰의 원인을 쥐고 있는 백선장의 생존여부, 침몰 선박의 인양에 이르는 다양한 소재들이 제공되었기 때문에 뉴스항목이 일정한 수를 유지했다.
2. 이야기 분석결과 - 주제구조의 특징
뉴스의 주제어는 하나의 뉴스 항목이 제시하는 정보의 요점을 의미한다. 주제어 분석은 뉴스가 제시하려는 내용인 '무엇'을 얼마나 보도했는가를 밝혀준다. 분석결과 양 방송사 뉴스의 주제어 구조는 거의 유사한 형태로 나타났다. 주제어는 1차 범주로 1) 원인/이유 2) 사후대책 3) 사건배경 4) 사고재연 5) 기타의 5가지로 구분되었다. 다시 1) 원인/이유는 ① 침몰원인과 ② 운항관리 상의 두가지 문제점으로 2차적으로 범주화되었으며 침몰원인은 다시 직접원인과 간접원인으로 3차적으로 범주화되었다. 2) 사후대책 역시 ① 수색 및 인양 ② 유가족 모습 ③ 정부차원 대책 ④ 승무원 생존수사로 2차 범주화되었으며 수색 및 인양은 다시 실종자 수색, 선체인양, 실종자 보상문제와 대책본부 활동 상황으로 구분되었다. (표 2, 3)는 양 방송사의 주제어를 범주별로 정리하여 제시한 것이다.
주제어 분석을 통해 나타난 양 방송사의 보도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텔레비전 뉴스는 사건의 초기에 사고 상황을 새롭게 재구성했다. 양 방송사 모두 '악몽의 순간', '출항에서 사고 순간까지'를 자료화면과 그래픽을 활용하여 새로이 구성했다. 이러한 사고의 재현은 KBS가 4차례, MBC가 3 차례를 구성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사고 상황은 시간 순서에 따라 제시되었다.
둘째 사고의 원인을 다룰 때 양 방송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직접적 원인 (상황적 원인)에서 간접적 원인(사회적 원인)으로 그 주제를 확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는 위기의 성격상 '상황 대처의 위기'에서 '관리능력의 위기'로 그 개념이 확대되어 나감을 말해준다.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사고 첫날 양 방송사는 사고의 원인을 "강한 파도와 기상파악을 못한 점, 회항시 급커브와 과다 선적"(10일. KBS) 등 주로 생존자의 경험적 증언에 근거해서 사고의 원인을 운항자의 '상황대처 능력의 위기'에 기인한 것으로 재구성했다. (10일·MBC - "과다한 정원초과, 높은 파도, 난폭한 운항, 구명시설 부족" 등을 제시)
그러나 그 다음날부터는 '여객선 운항관리의 위기'로 침몰원인이 확산되었다. 11일 KBS 9시뉴스는 "무리한 출항 허가, 승선인원 파악 안돼, 무선체계 문제점, 여객선 안전문제 허술" 등을 지적하고 있다. MBC 뉴스데스크도 "기상관측 시설의 문제점, 출항관리자 없음" 등 보다 확대된 사회적 관리위기로 나타난다.
이러한 것은 사고발생 셋째날인 12일에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데이터를 제시하면서 여객선 운항의 전반적인 안전문제와 해난구조체제의 문제점을 진단한다.(12일·KBS : "선박복원력이 안전에 미치는 영향, 서해훼리호 설계구조 상의 문제점" 등) 연이어 외국 조난구조체제의 준비상황을 소개하면서 위기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12일·MBC : 일본의 해상관리체제)
둘째, 여객선 침몰이라는 극한 상황이 몰고온 사회적 위기를 복구하는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KBS 9시 뉴스 : 57건, MBC뉴스데스크 : 56 건)
그러나 대부분의 보도는 실종자 수색이나 선체인양과정, 그리고 대책본부 상황에 집중되어 있고 정부 차원에서 구체적인 법이나 행정체계의 문제점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즉, 위기의 사회구조적 원인 보다는 개인적이고, 흥미진진한 인양과정이나 실종자 수색과정에 집중해 있다. 또한 위기복구의 주제 역시 관급 소스에 의한 내용으로만 채워지고 있다. 선체인양 과정의 경우는 장비설명, 인양과정의 재구성(그래픽) 등 자세하고 다양하게 제시되어 있다.
세번째 특징은 휴머니티한 소재, 즉 삶과 죽음, 운명과 숙명과 같은 대립요소를 풍부히 담고 있는 사건의 뒷 얘기들을 수집한다는 점이다. '위도주민들의 헌신적인 구조활동', '사망한 경제기획원 관리들', '경찰출신 실종','UDT대원의 영웅적인 구조활동' 등 사고가 몰고 온 다양한 에피소드를 채집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이는 뉴스가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만한 이야기를 개발하는데 주력함을 보여준다.
네번째 특징은 '백선장 생존설'을 확실한 것처럼 보도하는 주관적 보도이다. 양 방송사는 '백선장 관련보도'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였다. 특히, KBS는 보다 구체적으로 다루어 백선장의 생존이 거의 확실한 것으로 만들고 있다.
마지막으로 양 방송사의 주제어 구조를 비교해보면, 사고 원인 보도와 관련해서는 KBS 9시뉴스가 MBC 뉴스데스크 보다 많은 뉴스를 내보냈다. (KBS 9시뉴스 : 20건, MBC 뉴스데스크 13건) 2차적 주제면에서도 KBS가 더 많은 하부 주제를 포함하고 있었다. MBC 뉴스데스크는 하나의 뉴스 항목 안에 많은 주제를 포함해서 제시함으로써 뉴스 항목단위 면에서는 KBS와 차이를 나타냈다.
또 주제어 구조는 Todordff가 제시한 구조모형을 그대로 보여준다. 즉, 정상서의 붕괴에서 이 붕괴가 극복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런 정상성의 회복은 지극히 상징적인 활동을 통해 해결된다. 서해훼리가 인양되는 과정을 입체적으로 중계하는가 하면, 선장사망 직후 양 방송사는 '배를 끝까지 사수', '힘든 선장 생활' 등을 재구성해서 내보냈다.
이러한 주제어 분석은 단순히 해당 뉴스가 무엇을 이야기 했느냐의 측면만을 보여줌으로써 다른 담론의 영역과 결합되어 이야기되지 않으면 부분적인 설명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이후, '접근방식별'분석과 '보도의도별'분석에서는 이러한 주제군을 이들 유목에 맞추어 재분류한 다음 이에 따라 보다 자세히 설명하고 한다.
3. 담론 분석결과 - 접근방식별 분석
뉴스가 어떻게 사건에 접근해서 개별 뉴스 항목을 구성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접근방식분석'은 개별 뉴스 항목 단위로 측정되었다.
이 분석결과 분석기간 동안 중심적인 접근 방식으로 나타난 것은 중계적 접근이었다. 중계적 접근은 우리가 가장 흔히 대하는 뉴스형태의 하나로서 사건 현장이나 대책본부, 수사본부 그리고 인양작업 등을 사실감 있게 전달하는 접근법으로 여기서 기자는 사건의 평가보다는 이야기의 중계자로 자리잡는다.
「서해훼리호 침몰사고」의 중심적인 중계대상은 사고현장이나 대책본부였으며 중계형태는 중계차를 이용한 생방송이 가장 많았고 현장성이 강조되었다. 중계적 접근은 사건 첫날 희생자 구조작업, 대책본부 근무 소식, 검찰총장의 원인규명지시, 병원에 있는 생존자의 증언 등 침몰사고의 상황과 수습대책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영상적 특징은 생방송을 많이 하면서 기자의 voice of narration(영상위에 목소리가 겹치는 것으로 리포터는 보이지 않는다)이 가장 많았다.32)
두번째로 많은 접근방식은 구성적 접근방식이었다. 구성적 접근방식은 특히, 침몰사건 발생 초기에 집중되어 있었으며, 분석기간의 마지막날인 '서해훼리호 인양일'에 많이 구성되었다. 구성적 접근방식의 특징은 사건을 시간적 배열에 따라 새로이 구성한 드라마틱한 보도형태로서 '악몽의 순간', '출항부터 사고순간까지'(10일·KBS), '침몰사고의 개요'(10일·MBC), 승무원 시신발견과정 (15일·MBC) 등과 같이 사건을 재구성하는 데 사용되었다. 여기에서 보도자는 역사가의 역사기술과 같이 사건의 뒷이야기를 전달하는 이야기꾼으로 자리 잡는다.
구성적 접근은 KBS가 MBC보다 더 많이 나타나서 KBS가 상대적으로 보다 드라마틱한 기법을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내용은 침몰상황을 재구성하거나 위도 마을의 분위기, 구조대원의 수중활동 모습 등 주변부적인 보도내용으로 드라마틱하게 제시되었다. 영상적 특징으로는 드라마틱한 화면구성, 영상의 시간적 배열, 한 인물에 대한 클로즈 업과 마을 전체에 대한 롱 샷과 같이 계획적이고 준비적인 샷의 구성, 그래픽을 활용한 사고 재현 등을 들 수 있다.
세번째는 분석적 접근이다. 이 접근은 기자가 분석가처럼 사건을 해석하고 원인을 규명해나가는 보도형태이다. 분석가적 접근은 특히 침몰원인에 대한 분석에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있다. 주로 사고 둘째날(11일)과 셋째날(12일)에 집중되어 있다. 여기서 기자는 사건을 분석하고 서사를 결론짓는다. 또 사회문화에 대한 친절한 해설자이자 분석자로 다가선다. 분석의 논리적 정당성은 인터뷰나 객관화된 자료화면(그래픽, 도표)을 통해 우리에게 제시되었다.
분석적 접근의 특징은 전문가 집단의 인터뷰가 많이 들어가서 보도내용의 객관성을 높이려 한 점이다. 여기서 전문가의 인터뷰는 미디움 샷이 압도적이었으며 그래픽, 도표를 통한 객관화 방식이 지배적이었다. 이를 통해 보도자의 객관성, 중립성을 강화하고 있다.
네번째 접근은 탐정적 접근법이었다. 수사관과 같이 이 접근법 역시 사고발생 초기인 11, 12, 13일에 집중되어 있고 사고원인과 사고책임자를 밝혀내기 위한 보도내용이 대부분이다.
특히 탐정적 보도는 KBS 9시뉴스에 두드러졌다. KBS는 탐정적 보도 내용이 11개로 5개에 불과한 MBC보다 2배 이상 많았다. KBS 9시뉴스는 특히, '백운두 선장 생존설'을 MBC에 비해 보다 탐정적으로 보도하는 양상을 보였다. MBC가 주로 검찰발표 위주로 보도내용이 구성된 반면 KBS는 검찰 내용 뿐만 아니라 자체 자료화면으로 픽션화된 보도내용을 구성했다. 또 사고 원인과 관련해서도 KBS는 안전점검을 맡은 현지 조선소를 기습적으로 방문한다든가 인천항 여객선에 동승하면서 안전관리를 점검하는 등 원인 분석에도 MBC에 비해 보다 픽션화된 영상을 제공했다.
기자가 미스테리를 풀기 위해 사고와 관련된 장소를 찾아가서 단서를 소개하거나 사고장면을 재구성하기도 한다. 또 기자는 범죄의 해결자로서 문제를 제시하고 원인 제공자를 비난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영상표현은 시점 샷의 사용, 갑작스러운 클로우즈 업과 로우 앵글 등이 사용되었다. 탐정적 보도는 '백선장 생존설'에 집중되어 있었는데 이는 이들 양 방송사가 백선장을 범인으로 취급해서 보도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백선장 보도의 예에서처럼 탐정적 접근에서는 특히 Barthes가 언급한 해석학적 코드의 활용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그림 3)의 경우 해석학적 코드의 1단계인 이니그마가 앵커에 의해 제시되고 있다. "과연 살아있는 것일까? 아니면, 처음 대책본부의 발표대로 실종된 것일까?" 이같은 멘트는 시청자들의 관심을 묶어 두고 보도내용의 지속적인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이것은 마치 퀴즈프로와 같은 발화형태로 볼 수 있다. 그 다음 씬에서 리포터, 기자의 발언은 앞서 앵커가 던진 이니그마를 더욱 증폭시키고 2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참사의 원인을 밝힐 수 있는 핵심 키를 쥐고 있는 이들은 과연 살아 있을까?" 마지막 단계에서 시청자들의 궁금증은 이들이 살아 있을 것이라는 의미로 굳혀진다. 지명수배자를 알리는 증명사진과 백선장 처남집을 급습하는 현장 보도, 임상길검사의 죄인취급하는 어투(그는 계속 호칭을 쓰지 않고 '백운두'라고만 불렀다.)는 백선장을 죄인으로 단정짓는 것이다. 특히, 기자의 마지막 멘트는 이를 확인시키고 있다.
이러한 앙식은 전체 보도 기사에 적용되고 있는데 예시된 14일자 보도 역시 구명정의 발견(궁금증의 유발-이니그마), 생존가능성 짙음으로 이어지는 서사적 구조를 보인다. 이러한 해석학적 코드는 범죄수사보도의 전형적인 유형이다.
또한 탐정형 보도에서는 선악의 대립구조가 보다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이항대립 분석을 통한 어휘사용의 대립상은 마치 TV 수사첩보 드라마와 매우 흡사하다.33) 그 구성방식이나 기능이 픽션과 매우 유사한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백선장은 도망자이고 범죄자로 설정되어 있다. 그의 가족은 범인을 숨겨주는 은닉자로서 검찰과 경찰에 의해 추적당하고 있다.
위와 같은 도식에 근거해 본다면, 앵커나 기자는 틀을 구성하는 서술자로 정의될 수 있다. 앞의 보도내용 (사례 1, 2)에서 제시되었듯이 앵커는 모든 기사를 요약해서 읽고 각각의 보도를 소개하고 보도 내용을 조정한다. 서술되는 이야기 안에 또다른 부수적인 하부 스토리를 포함하고 있으며, 전체 스토리를 통제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실제로 앵커는 미리 필름을 본 적이 없지만 그의 어휘는 완전한 통제력을 발휘한다. 또 앵커는 일반적으로 수용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며, 스토리 속에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스토리밖에 존재한다. 이들의 관점은 외적 관점으로 분류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한 보도내용의 객관성을 획득한다.
수용자들의 위치는 앵커나 리포터가 직접 이야기할 때에는 '직접 이야기를 건네 받는 수용자'가 되며 이는 서술자와의 친밀감을 강화해 준다. 이를 통해 앵커와 수용자간에는 Hartely의 언급대로 공모관계가 만들어진다. 즉, 텔레비전은 영화와는 달리 출연자가 시청자들을 대신하는 입장을 취하기 때문에 시청자와 출연자 사이에는 친근감이 조성되고, 이것을 바탕으로 해서 시청자들은 텔레비전 화면 안의 상황에 공감하게 된다. 이런 공모(complicity)관계가 성립함으로써 시청자는 텔레비전 안의 상황에 관여된 것처럼 여기게 되고 거기에 기반하여 텔레비전의 내용의 효과는 극대화된다.35)
즉, 텔레비전 뉴스는 전달되는 내용이 영화처럼 카메라와 시청자간의 직접적인 시각접촉(eye contact)보다는 '뉴스 대상과 시청자 그리고 나레이터'의 3가지 요소 가운데서 뉴스앵커나 기자가 시청자들에게 직접 이야기하는 관계를 구성한다.36)
「백선장 보도」에서도 앵커는 시청자와의 직접적인 시각 접촉을 통해 공모관계를 형성하고, 보도 대상인 백선장의 내면을 꿰뚫는 것처럼 내적 시점을 유지한다. 시청자는 백선장의 내면을 모르는 단순한 외적 시점에 머무른다. 즉, 앵커는 소설의 전지전능한 작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상상적인 독자로서 시청자와의 관계를 상정한다. 이는 텔레비전 뉴스의 객관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도 불구하고 특정한 시점을 뉴스가 포함할 수밖에 없음을 말해 준다.
다음으로 탐험적 보도의 경우는 MBC가 월등히 많았다. KBS가 5개에 불과한 반면 MBC는 16개로 나타났다. 특히, MBC는 실종자 수색광경이나 침몰 선박의 모습 등을 수중촬영, 항공촬영 등을 동원한 영상의 리얼리티 분석에 치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시체 인양과정을 KBS가 중계적 접근으로 구성한 반면 MBC는 탐험적으로 촬영했다.
여기서 기자는 나들이꾼과 같이 여행자적 자세로 다가서게 한다. 시청자들이 새로워하고 궁금해하는 것을 설명하려 하며 이를 위해 고난도의 카메라워크를 동원한다. 영상적 특징으로는 수중촬영과 항공촬영이 많았다.
마지막으로 반영적 접근은 논평 없는 단순 전달 보도로 양사 모두 비슷하게 나타났다. 모두 앵커에 의해서만 전달되었다.
V. 결론 및 연구함의
이상의 결과는 텔레비전 뉴스가 저널리스트들의 소구목적에 따라 만들어진 가공된 이야기체임을 말해 주는 것이다. 여기서 뉴스와 픽션을 구분지어 주는 것은 뉴스가 단지 실제 사실에 더 가깝다는 데 있는 것일 뿐 서사물로서 그 본질이 서로 다른 것은 아니다.
특히, 재난보도에서 뉴스 서사구조는 저널리스트들의 각종 이야기 구술 전략 뿐만 아니라 사건이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처하는 저널리스트들의 장기적이고 단기적인 대응방식, 그리고 뉴스가치에 반영된 저널리스트들의 지배적 가치, 더 나아가서는 그 사회의 지배적인 가치를 드러내 주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KBS와 MBC 양 방송사의 '서해 훼리호 침몰사고' 보도에 나타난 서사구조의 특징을 연구문제와 관련해서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저널리스트들이 재난을 보도할 때 갖는 주된 뉴스가치의 측면에서 저널리스트들은 사건 그 차체보다는 개인적 차원의 운명과 숙명이 강조되는 인간화되고 개인화된 이야기거리를 보다 중요시 여긴다. 양 방송사 모두 사고 초기부터 삶과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대립구조를 지속적으로 강조하면서 재난을 개인적인 운명의 차원에서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가치의 강조는 생존자와 피해자, 구출자와 피구출자라는 표면적인 대립주체에 의해 계속적으로 부각되고 있고 이들을 소재로 다양한 방식의 서사적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서해훼리호 침몰사고에서 유가족의 울음과 비통함이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은 이를 잘 말해 준다.
따라서, 재난의 원인도 사회, 구조적 측면보다는 개인적 차원으로 강조되고 있으며 희생과 죽음이라는 두 요소가 만들어 내는 정서적 측면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이처럼 재난의 개인적 측면을 강조하는 것은 재난 그 자체를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만든다. 저널리스트들은 이러한 이야기를 모으기 위해 사건의 주변부적인 소재를 발굴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선체인양과정에 대한 스포츠식 생방송과 백선장과 선원들의 생존설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백선장 보도는 목격자의 증언 없이 이들이 생존하고 있는 것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보도하고 탐정적으로 이들을 추적함으로써 사고 원인의 상당부분을 개인에게 돌리고 뉴스를 하나의 추리영화로 만드는 대표적인 예라고 하겠다.
둘째로, 저널리스트들이 시청자와 갖는 관계의 측면에서 본다면, 재난보도는 특히 앵커나 기자의 내적 시점과 시청자들과 갖는 공모관계(complicity) 즉, 앵커가 주관적 가치를 강조하고 그것을 사실화하려는 점이 강하게 나타났다. 이러한 문제는 양 방송사 모두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재난이 야기한 피해에 대해 앵커는 시청자와 동일한 시점에 놓이기 쉽다. 앵커들은 시청자들과 함께 분노하고 슬퍼하며 우리에게 눈물을 강요한다. 또한 피해자와 원인 제공자를 '우리와 그들' 이라는 상호 대립되는 구조로 몰고 감으로써 특정한 시점을 강조하고 시청자들과의 정서적 유대를 강화한다. 소설로 치면 앵커는 전지적 작가가 된다. 시청자와의 이런 공모관계와 정서적 교감의 강화는 카메라 워크(갑작스런 클로오즈 업, 로우 앵글 등)와 앵커의 멘트를 통해 강조된다. 이러한 긴밀한 공모관계는 뉴스의 감정개입이 매우 심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셋째로 저널리스트들이 사건에 대처하는 장·단기적 대응 방식을 살펴보면, 양 방송사 모두 점진적인 서술의 변화를 보인다. 즉, 사건의 일차적 원인에서 구조적 원인설명으로, 그리고 물리적 재난에서 사회적 재난으로 그 성격과 원인을 변화시키고 보다 확산시킨다는 점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재난의 갈등은 증폭된다.
이러한 양상은 외국의 재난보도 분석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 결과이다. 이는 재난 초기에 저널리스트들이 처한 취재 환경 즉, 정보소스의 부재나 시간적 압박감, 조직적인 취재가 어려운 점 등의 문제가 구조적인 기술을 어렵게 만들었고 또한 같은 논리로 재난이 진단되고 복구되는 과정에서는 보다 조직적인 취재활동이 가능해짐으로써 가능해진다.
그렇다고 재난보도가 구조적이고 체계적인 설명을 제공한 것은 아니다. 사건 초기에 중계적이고 탐사적인 보도가 집중되다가 이후 분석적인 접근이 부분적으로 이루어지지만 오히려 사건의 종결에 와서는 관련 인사의 책임소재에 초점이 맞추어짐으로써 사건의 원인을 역시 개인적 문제로 강조하고 있다. 증폭되던 여객선의 운항상 문제점이 관련 인사의 구속 등으로 마무리되면서 기사의 보도 빈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즉, 위기는 급격히 확산되고 보도 스타일은 진단적이고 탐정적인 보도가 늘어가지만 그 해결은 결국 상징적 차원에 머무른다는 점이다.
실제에서는 여전히 운항관리의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았음에도 설악호를 동원한 서해훼리호의 인양장면은 우리에게 붕괴된 해양교통의 안전감을 복구시켜주고 안전감을 되찾아 준다.
넷째, 이러한 서사구조의 특징이 가져온 대표적인 결과는 선정성과 오보의 원인이 된다는 점이다. 재난 보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저널리스트들의 탐정적이고 여행가적 자세는 재난을 보다 드라마틱하게 구성하도록 요구함으로써 보다 선정적이고 부정화한 보도나 유언비어에 민감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백선장 보도가 이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이러한 드라마틱한 구성은 앞서 뉴스 서사가 수용자와의 끊임없는 상호작용 효과가 반영된 것이라고 언급한 바와 같이 오늘날 수용자들의 수용선호도에 민감하게 반응한 결과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과 같이 뉴스에 대한 서사적 접근이 갖는 유용성은 뉴스에 대한 명시적인 유목을 설명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저널리스트들의 보도 전략과 가치의 측면까지 드러내 준다는데 있다. 특히, 서사적 접근은 기호학에서 언어학, 문학과 영화이론에 이르는 다양한 방법론에 걸쳐 있기에 분석대상의 특징에 따라서 융통성있는 분석틀을 구성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van Dijk의 주제구조와 Campell의 틀만이 사용되었지만 보다 확장해서 Austin의 언행이론과 같은 기능적 언어학이나 Hartely와 같은 기호학적 담론분석 등도 유용한 분석틀로 적용이 가능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뉴스에 대한 서사적 접근은 다양한 방법론의 시험장으로서도 유용성을 갖는다고 하겠다.
그러나 뉴스 서사가 그 사회의 권력관계나 문화적 가치, 그리고 저널리스트들의 제작관행과 같은 외적 요소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보다 설명력있는 연구를 위해서는 이들 요소들에 대한 체계적인 선행연구가 그 과제라고 할 수 있겠다. 이는 동시에 텍스트 연구로서 본 논문이 갖는 한계점이라 할 수 있겠다. 특히, 국내에서는 저널리스트들의 제작관행에 대한 참여관찰연구가 거의 전무한 상태이다.
여기에 덧붙여 뉴스 서사에 대한 수용 측면도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상이한 서사구조에 따라서 수용자들이 어떻게 달리 인지하는가의 문제는 스키마이론과 같은 인지 심리학적 연구영역과 Morely와 같은 해석학적 접근 등에서 이미 유사하게 연구되고 있다. 결국, 텔레비전 뉴스 서사의 연구는 그것의 텍스트 구조에 담겨진 이데올로기를 포함한 문화적 맥락과 저널리스트들의 가치, 저널리스트들의 제작관행, 그리고 수용자의 인지과정이 결합된 종합적인 커뮤니케이션과정을 포함한다고 하겠다. 즉, 뉴스라는 이야기체의 문법구조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그리고 그것의 기능은 무엇이며, 그 특징에 따라서 수용자에게 어떻게 상이하게 인지되는가의 문제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중심적인 축은 서사구조라는 텍스트상에 놓여 있는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