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원회의 재심의 결정의 법적 성질
조용호(대법원 재판연구관)
「대법원판결요지」
1. 방송법 제20조 제1항의 규정에 따른 방송위원회의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28조 제1항은 "제124조 제1항 제2호의 방송불가결정을 받은 신청인은 위원회에 재심의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임의적인 규정으로서 당사자가 반드시 재심의청구를 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방송법이나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에 행정심판법의 적용을 배제한다거나 위 재심의결정에 대하여 막바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등의 특별규정을 두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재심의청구기간(불복신청기간) 또는 재심의결정에 대한 불복방법 등에 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며, 기록에 의하면 재심의결정이 재결형식이 아닌 위원장의 방송불가결정이라는 형식에 의하고 있고, 만일 당사자의 재심의청구에 대한 방송위원회의 재심의결정을 재결로 본다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28조 제2항 소정의 위원장의 직권부의(職權附議)에 의한 재심의 결정의 성질과 다르게 되어 같은 방송위원회의 재심의결정의 성질에 관하여 논리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없는 점 등의 사정을 고려하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28조 제1항 소정의 당사자의 재심의청구를 행정심판청구로 보거나 방송위원회의 재심의결정을 재결로 볼 수는 없을 것이고, 따라서 당사자가 방송 심의에 관한 규정 소정의 재심의절차를 거쳤다고 하더라도 다시 행정심판법상의 행정심판을 거쳐야 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2. 법원은 행정소송에서 당사자가 행정심판전치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를 직권으로 심사하여 그 경유 여부가 불분명한 경우에나 석명권을 행사하여 이를 밝혀 보면 되는 것이지 기록상 전치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것이 명백한 경우에까지 당사자에게 전치절차를 거치도록 종용하거나 그 보정을 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사안의 개요」
1. 사실관계
원고(주식회사 신원)는 섬유제품제조 및 섬유의류판매업체로서 광고대행회사인 주식회사 제일보젤(이하 '소외회사'라 함)과 광고대행계약을 체결하였는 바, 소외회사는 원고가 제조판매하는 남성복인 '모두스 비벤디'를 광고하기 위한 광고물(이하 '이 사건 광고물'이라 함)을 제작하여 1993.8.28. 피고에게 광고심의신청을 하였다.
피고(방송위원회)는 1993.9.1, 이 사건 광고물의 자막내용 중 "주일은 휴무 입니다"라는 내용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10조의 규정에 위배된다고 하여 방송불가결정을 하였는 바, 이에 대하여 소외회사는 같은 달 8. 재심의신청을 하였고, 피고는 같은 해 9.25. 위원장 명의로 역시 방송불가결정을 하였으며, 원고는 별도로 행정심판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같은 해 11.16.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2. 원심판결의 요지
원고는 피고의 소외회사에 대한 1991.9.1.자 방송불가결정처분에 대하여 그 처분 당시 또는 늦어도 이 사건 제소일인 1993.11.16.에는 위 처분의 내용을 알게 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 원고는 전심절차를 거치지 않고 막바로 이 사건 소를 제기한 후 그로부터 60일 이상이 경과된 변론종결 당시까지도 행정 심판을 제기하지 아니하여 전치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으므로 부적법하다 하여 소각하 판결을 하였다.
3. 상고이유의 요지
원고는, 첫째 재심의청구를 행정심판청구로 보아야 하고 소외회사의 재심의 청구에 대한 피고의 기각재결이 있었으므로 원고가 행정심판을 거치지 아니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전심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것으로 본 원심판결에는 재심의청구 및 재심의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둘째 행정소송에서 행정심판을 거칠 수 있는 기간내에 있을 때에는 보정이 가능한 경우로서 보정명령을 하여야 할 것임에도 원심이 이를 하지 않고 소각하 하였음은 소송요건의 보정명령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는 이유로, 상고를 제기하였다.
4. 대법원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① 원심이 위 대법원판결요지와 같은 취지에서 소외회사가 재심 의절차를 거쳤다 하더라도 별도의 행정심판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부적법하다고 판단한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재심의청구 및 재심의결정에 판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할 수 없으며, ② 기록상 전심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것이 명백한 경우에도 당사자에게 전심절차를 거치도록 종용하거나 그 보정을 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여, 원고의 상고를 기각 하였다.
「해 설」
I. 쟁 점
방송위원회의 방송광고불가 재심의결정에 대한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판단을 받은 사례로는, ① 남앙유업주식회사의 이른바 "무균질" 사건(대법원 l995. 2.3. 선고, 94누5878 판결)과 ② 주식회사 신원의 이른바 "주일휴무" 사건 (대법원 1995.1.12. 선고, 94누9948 판결)이 있을 뿐이다.
이른바 "무균질" 사건은, 사전심의의결을 거쳐 방송가결정을 받은 남양유업 (주)의 '다우'우유제품의 TV. 방송광고물을 재심의한 결과, 위 광고물의 내용 중 "무균질우유"라는 표현은, 시청자들이 인공적으로 균질(均質) 처리를 하지 않은 자연상태의 우유라는 뜻의 무균질(無均質)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우유에 균(菌)이 없다는 의미의 무균질(無菌霜)로 잘못 받아들일 우려가 있어 적절하지 못한 용어라고 하여 방송불가결정을 내린 사안이었다.
그리고 이른바 "주일휴무" 사건은, 남성복 '모두스 비벤디'의 T.V. 방송광고물의 자막내용 중 "주일은 휴무입니다"라는 내용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이하 '심의규정'이라 한다) 제110조1)에 위배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안인데, 그러한 내용의 광고가 적절한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본안에 나아가 판단하지 않고 행정심판전치절차를 거쳤는지 여부에 관한 문제에 국한하여 판단되었다.
즉, "주일휴무" 사건에서의 쟁점은, 방송위원회의 방송불가결정에 대한 방송광고심의신청인의 재심의청구가 행정소송의 전치절차로서의 특별행정심판청구로 볼 수 있는지, 나아가 방송위원회의 재심의결정을 재결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안이었는 바, 이는 방송위원회의 법적 지위와 방송법 및 방송 위원회규칙으로 제정된 심의규정의 해석과 관련하여 논의되어야 한다.
II. 방송위원회의 지위 일반
1. 방송위원회의 연혁
방송위원회는 1981년 언론기본법(폐지됨)에 의해 신설되어 3기에 걸쳐 구성되었다가, 1987년 방송법의 제정(舊法)으로 4기가 구성되었으며, 1990.8. 1. 방송법의 개정(新法)에 의하여 5기, 6기(현재)가 구성되었는 바, 위각법률상의 방송위원회의 권한 및 법적 지위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2)
2. 방송위원회의 법적 지위
1) 국가기관으로서의 방송위원회
방송위원회는 그 설치의 법적 근거, 법에 의하여 부여된 직무, 그 구성상의 위원 임명절차 등을 종합하여 볼 때 국가기관으로서의 성격을 갖는다. 즉, 방송위원회는 특별법인 방송법에 의해 설치되고, 기관 창설상 국민대표기관인 입법·행정·사법 등 3부의 합동에 의해 조직되어, 방송의 운영에 대한 통제 및 방송행정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는 독립적, 중립적, 전문적인 국가의 특별행정 기관으로서의 성질을 갖는다.
(2) 합의제 행정관청으로서의 방송위원회
방송위원회는 방송법에 규정된 바대로 국가의 방송에 대한 규제감독권에 속하는 구체적인 권한을 행사하기 위하여 의사를 결정하고 판단을 내린다는 점에서 의사기관이며, 동시에 이와 같이 결정한 국가의사를 대외적으로 표시할 권한을 갖는다는 점에서 국가의 행정관청으로서의 성격을 갖는다. 그리고 방송 위원회는 그 관할구역이 전국에 미친다는 점에서 중앙관청이고, 9인의 위원으로 구성되어 합의체 자체가 권한의 주체가 된다는 점에서 합의제관청이며, 특히 그 직무의 독립성이 보장되고 집행기능 이외에 준입법 및 준사법적 기능이 부여되어 있어 기능의 통합성이 확보되고 있으므로 영미법상의 행정위원회 또 는 독립위원회로서의 성격을 갖는다.
3. 방송위원회의 구성 및 조직
3년 임기(법 제14조 제1항)의 9인의 위원(법 제12조)으로 구성되며,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제외한 위원은 비상임으로 한다(법 제13조 제4항). 방송위원회의 기관으로서 법률이 정하는 것은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있을 뿐이나, 법 제23조에 의한 위원회의 운영에 관한 규칙인 「방송위원회기본규칙」에 의하여 특정 사항에 관하여 업무를 분담하는 소위원회(위 규칙 제6조)와 특별위원회 (위 규칙 제7조) 및 감사를 두고 있고, 법정보조기관으로 방송심의위원회(법 제19조)와 사무처(법 제22조)가 설치되어 있다. 심의위원회는 부문별로 보도 교양심의위원회, 연예오락심의위원회, 영화심의위원회, 광고심의위원회, 특별 심의위원회로 구성된다(위 규칙 제27조 제2항, 제33조).
4. 방송위원의 직무 및 권한
(1) 규제권
"방송의 공적 책임 및 공정성과 공공성을 유지하고, 방송내용 전반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방송위원회의 설립목적(법 제11조)에서 보듯이, 방송 위원회의 프로그램에 관한 정책권 및 규제감독권이 인정된다(법 제17조 제1 항 참조).
(2) 준입법적 권한(규칙제정권)
방송법은 그 제17조 제1항 제7호에서 방송위원회가 규칙을 제정할 권한이 있음을 규정하고, 제20조 제2항 제9호에서 "기타 이 법이 규정하는 위원회의 직무에 관한 사항"을 방송위원회규칙인 심의규정으로 제정할 것을 일괄하여 위임하고 있다. 따라서 방송위원회는 방송법이 위원회의 직무 및 권한으로 명시한 사항(제17조 참조)에 관하여 규칙을 제정할 수 있고, 여기서 말하는 규칙은 법규명령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한편 방송법은 위원회의 운영에 관한 규칙(제23조), 방송심의규정(제20조 제1항), 심의위원회의 조직과 운영 및 심의위원의 임기(제19조 제2항), 사무처의 조직, 운영과 사무처 직원의 보수 기타 필요한 사항(제22조 제3항), 연구위원직의 설치(제19조 제3항)에 관하여는 위원회의 규칙으로 정할 것을 개별적으로 수권(授權)하고 있다.
(3) 준사법적 권한
방송위원회는 일반 방송프로그램에 대한 사후심의권(법 제17조 제2항)과 방송용 영화 및 광고물 등에 대한 사전심의권(법 제17조 제3항)을 가지고 있다. 방송법은 이들 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을 위원회 규칙으로 제정, 공표하도록 규정하고 있고(제20조 제1항), 이에 따라 제정된 것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이다.
(4) 행정적 권한
방송위원회의가 행하는 제재나 시정명령(법 제21조), 방송국에 대한 자료제출요구(법 제17조 제5항 전단) 등은 권력적 작용으로서의 행정적 권한이라고 할 것이다. 기타 행정적 직무권한으로 방송위원회는 방송기관 및 방송유사기관의 의사결정기관의 구성에 참여함으로써 방송계의 모태기관 내지 창설기관으로서의 지위와 권한이 부여되고 있고, 방송내용의 향상을 위한 조사·연구 및 연수에 관한 사항(법 제17조 제1항 제2호), 방송국 및 방송종류 상호간의 관계, 공동사업 및 협조에 관한 사항(촌 제17조 제1항 제3호), 시청자 불만의 처리에 관한 사항(법 제17조 제1항 제6호) 등에 관하여 심의·결정할 권한이 있다.
III. 방송용 광고물의 심의 및 재심의 절차
1. 심의절차
법 제17조 제3항 제3호 및 심의규정 제3조 제2항 제3호 소정의 방송용 광고물의 심의를 받고자 하는 자는 별지 제2호의 서식에 의한 심의신청서 2부에 광고물을 첨부하여야 하고(심의규정 제125조 제2항), 위 심의신청의 처리기간은 접수한 날로부터 10일 이내로 하는 데(방송규정 제126조 제1항), 방송용 광고물의 방송여부에 관하여는 광고심의위원회에서 사전심사하여 그 심의한 사항을 방송위원회에 보고, 건의하면 방송위원회가 최종적인 결정(방송가 또는 방송불가)을 내리고(심의규정 제124조제1항), 대외적인 관계에서 프로 그램에 대한 제재권은 방송위원회의 이름으로 하게 된다. 따라서 광고심의위원회는 방송위원회의 보좌기관에 불과하다(법 제19조 제1항),
2. 재심의절차
재심의절차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심의규정 제128조에 의하면, 재심의는 방송불가결정을 받은 신청인의 요구(제1항) 또는 위원장의 직권부의(제2항)에 의하여 재심의를 하게 된다. 재심의를 거친 방송물에 대하여는 다시 심의를 신청할 수 없다(제6항). 그리고 위 재심의는 해당 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할 수 없고 위원장이 별도로 구성하는 재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하게 된다(제129조).
IV. 심의결정 및 재심의결정의 법적 성질
1. 심의결정 및 재심의결정의 법적 성질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방송위원회는 의사결정건 및 의사표시권을 가진 행정 관청이므로 방송위원회가 해당 심의위원회의 건의를 받아들여 법 제17조 제3항 및 심의규정 제3조 제2항 소정의 방송물에 관하여 하는 심의결정(방송가 결정 또는 방송불가결정)은 행정처분으로서의 성질을 갖는다.
그러나, 재심의결정의 법적 성질에 관하여는, 특히 당사자의 청구에 의한 경우와 직권부의에 의한 경우를 달리 보아야 할 것인지 또는 당사자의 재심의청구를 행정심판청구로 볼 수 있는지(따라서 그 재심의결정을 재결로 볼 수 있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문제가 있다.
2. 재심의결정과 유사한 제도와의 비교
(1) 행정심판의 의의
행정심판 전치주의에서의 행정심판은 행정심판이라는 명칭을 가지는 것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그밖에 심사청구, 이의신청, 기타 행정청에 대한 불복신청을 포함하는 모든 행정심판을 말한다.
행정심판법 제43조 제1항은 행정심판체계의 다원화를 막기 위하여 "행정심판에 관하여는 사안의 전문성과 특수성을 살리기 위하여 특히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청구인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이 법에 대한 특례를 다른 법령으로 정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각 개별법에서는 특별한 행정심판절차를 규정하고 있는 예가 적지 않다.
특별행정심판절차를 유형화하면, ① 1단계의 특별행정심판제도만을 두고 있는 경우5), ② 2단계의 특별행정심판제도를 두고 있는 경우6), ③ 기타의 경우7)로 분류할 수 있다.
(2) 기관의 성격에 있어 유사한 경우와의 비교
방송위원회와 그 성격이 유사한 것으로 감사원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있다.
가. 감사원법상의 심사청구 및 재심의판정
감사원법 제43조에 의한 심사청구에 대하여, 종래 조세법 분야에서는 이를 별도의 전심절차로 보았으나, 대법원 1991.10.22. 선고, 91누5259 판결8) 등은 조세분야를 제외한 나머지 행정작용분야에서는 이를 전치요건으로서의 행정심판으로 보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1994.12.31. 법률제4996호로 감사원법이 개정되면서 제46조의2를 신설하여 위 심사청구를 일반적인 행정심판절차로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감사원법은 감사원의 회계관계직원 등에 대한 변상판정에 대하여 재심의청구를 할 수 있고(제36조), 그 재심의판정에 대하여는 감사원을 피고로 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제40조 제2항)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감사원의 재심의청구 및 재심의판정에 관한 제36조 내지 제40조의 규정은 방송규정 제128조의 재심의에 관한 규정과 유사하다. 그러나, 방송규정은 재심의결정에 대하여 감사원법 제40조 제2항과 같은 행정소송 등 불복제도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나.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에 대한 이의신청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53조 내지 제55조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에 대하여 공정거래위원회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위 이의신청에 대한 처분에 불복하는 경우에는 그 고지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서울고등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방송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는 일종의 독립위원회적인 성격을 가진다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방송위원회의 심의결정 및 재심의결정에 대한 불복방법에 대하여 방송법은 독점금지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과 같은 명문의 규정이 없다.
(3) 근거규정에 있어 유사한 경우와의 비교
재심의청구제도는 그 근거규정이 법령이 아닌 방송위원회의 규칙인 점에서 국무총리훈령인 「개별토지가격합동조사지침」(이하 '조사지침'이라 한다)9)상의 개별공시지가결정에 대한 재조사청구제도와 유사하다.
그런데, 조사지침은 제12조의2에서 재조사청구기간(제1항), 재조사심의결 정기간(제2항), 재조사결과에 대한 통지(제3항), 재조사청구의 서식(제4항) 1990.4.11. 국무총리훈령 제241호로 제정, 1991.3.29. 국무총리훈령 제248호로 개정, 1993.7.19. 국무총리훈령 제281호로 개정등에 관하여 행정심판법상의 행정심판청구기간(제18조 제1항), 재결기간(제 34조 제1항), 재결의 구분 및 송달(제32조, 제38조), 심판청구의 방식(제19 조) 등과 거의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법원 1993.12.24. 선고, 92누 17204 판결10) 등은, 토지소유자들 및 이해관계인들로서는 개별토지가격결정 과 아울러 공고된 재조사청구제도를 행정심판법 소정의 행정심판제도와는 별개의 행정심판제도로 오해할 우려가 크고, 따라서 만일 재조사절차만을 경유한 채 바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 적법한 전심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여 부적법하다고 한다면 애매하게 규정된 위 지침의 내용을 잘못 해석, 적용함으로 인한 불이익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것이 되어 부당하다는 이유에서 조사지침상의 재 조사청구를 특별행정심판절차로 보게 되었다.
그러나, 심의규정은 방송불가결정을 받은 신청인은 위원회에 재심의를 청구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제128조 제1항) 그 불복기간, 재심의결정 기간, 재심의결과에 대한 통지, 재심의결과에 대한 불복방법 등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심의결정에 대한 불복방법으로써 재심의청구를 하도록 고지하고 있지도 않다. 그리고 심의결정에 있어 신청인으로 하여금 재심의제도가 행정심판이라는 오해를 불러 일으키도록 하는 빌미를 줄 사단(事端)도 없다.
3. 당사자의 청구에 의한 재심의결정
통상 당사자의 재심의청구는 심의신청을 기각한 데에 대한 불복이므로, 재심의결정에서 그 청구를 받아 들일 경우(인용, 방송가결정)에는 당사자가 더 이상 불복하지 않을 것이고, 그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기각, 방송불가결정)에만 불복할 것이다.
재심의청구를 행정심판청구로, 재심의결정을 재결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하여는 부정설과 긍정설의 대립이 있을 수 있다. 긍정설은 재심의청구제도를 특별 행정심판청구제도로 보는 것이고, 부정설은 임의적인 이의신청제도로 보는 것이다.
어느 견해를 취하든 쟁송의 대상은 원처분주의(행정소송법 제19조)에 따라 당초의 심의결정처분이 될 것이다.
(1) 견해의 대립
가. 제 I설 : 부정설의 근거
심의규정 제128조 제1항 소정의 「재심의청구」를 행정심판청구로 본다거나 재심의결정을 재결로 볼 수 없다고 하는 부정설의 논거로는, ① 방송법이나 위 규정에 재심의청구제도를 규정하면서 행정심판법의 적용을 배제한다거나 위 재심의결정에 대하여 막바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등의 특별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점, ② 재심의결정이 재결형식이 아닌 위원장의 방송불가 결정의 형식에 의하고 있으며, ③ 재심의청구기간(불복신청기간)에 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④ 재심의결정에 대한 불복방법에 대하여도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점 등을 들 수 있다.
나. 제2설 : 긍정설의 근거
긍정설의 논거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① 방송위원회는 행정위원회적 성격을 가지고 있어 이에 대한 감독행정기관이 없으므로 행정심판법 제5조 제2항 제3호에 의하여 어차피 방송위원회가 행정심판의 재결청이 될 수 밖에 없고, 방송위원회로부터 심의결정 및 재심의결정이라는 두번의 판단을 받았는데 또 다시 방송위원회에 대하여 행정심판을 제기하라는 것은 국민에게 무익한 절차의 반복을 강요하는 결과가 되어 불합리하다는 점, ② 또 행정심판을 제기할 경우 당초의 심의결정을 행정심판청구의 대상으로 할 수 밖에 없는 데 재심의 절차를 거치느라 불변기간인 행정심판청구기간을 도과(徒過)하여 버릴 수 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2) 사 견 : 부정설이 타당
생각컨대, 긍정설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방송위원회로부터 심의결정 및 재심의결정이라는 두번의 판단을 받았는데 또 다시 방송위원회에 대하여 행정심판을 제기하라는 것은 국민에게 절차의 반복을 강요하는 결과가 되어 불합리하다는 점이 있음을 수긍하면서도,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부정설에 찬성한다.
(ⅰ) 위에서 검토한 특별행정심판절차에서는 각 그 불복청구기간 등에 대하여도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음에 반하여, 심의규정은 재심의청구기간 및 재심의심사기간에 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다만, 행정심판법 제43조 제2항은 "행정심판에 관하여 다른 법률에서 특례를 정한 경우에도 그 법률에서 규정하지 아니한 사항에 관하여는 이 법이 정하는 바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재심의청구기간 및 재심의심사기간 등에 관하여 심의규정에서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하더라도 행정심판법 소정의 청구기간 및 재결기간을 원용하면 될 것이나, 그 전제로 방송위원회의 규칙에 불과한 심의규정이 행정심판법 제43조 제2항 소정의 '다른 법률에서 특례를 정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느냐는 의문이다.
(ⅱ) 더욱이 실무상 재심의제도는 신청인의 재심의청구가 있을 경우 위원장이 별도로 구성하는 재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하고 그 결과를 위원장의 이름으로 통지하는 것에 불과하다. 즉, 재심의제도에 있어서는 자율적 행정통제와 사법 기능의 보충이라는 행정심판제도의 존재이유 가운데 사법기능의 보충이라는 기능은 전혀 기대할 수 없으므로, 이는 방송위원회의 자기반성 내지 재고를 촉 구하는 의미 이상의 것은 없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즉, 과거 소원법(소원턴치주의)시대에 있어 처분청에 대한 이의신청과 감독청에 대한 소원이 있던 경우 위 이의신청이 임의적인 절차에 불과하였던 것에 대비하여 재심의제도 역시 임의적 절차에 불과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ⅲ) 재심의제도를 특별행정심판제도로 보자는 가장 유력한 논거는 긍정설의 첫번째 논거, 즉 방송위원회는 행정위원회적 성격을 가지고 있어 이에 대한 감독행정기관이 없으므로 행정심판법 제5조 제2항 제3호에 의하여 어차피 방송위원회가 행정심판의 재결청이 될 수 밖에 없고, 방송위원회로부터 심의결정 및 재심의결정이라는 두번의 판단을 받았는데 또 다시 방송위원회에 대하여 행정심판을 제기하라는 것은 국민에게 무익한 절차의 반복을 강요하는 결과가 되어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방송위원회의 실무에 있어 당초의 심의결정은 실질적으로 해당 심의 위원회가 심의하고 다만 방송위원회는 형식상 그 이름으로 결정을 할 뿐이고, 재심의결정은 재심의위원회가 실질적으로 심의하고 다만 방송위원회는 형식상 그 이름으로 하는 것일 뿐, 9인의 방송위원들로 구성된 방송위원회가 합의체로서 실질적으로 직접 심의하거나 재심의하는 경우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행정심판기관으로서의 방송위원회는 9인의 방송위원들이 합의체로서 직접 심리, 재결하여야 하는 것인 바, 따라서 재심의의 경우와는 그 절차 및 기관 구성 등에 있어서 차이가 있는 것이다.11)
(ⅳ) 재심의청구를 행정심판청구로 본다면 재심의결정은 재결로서의 효력, 즉 불가쟁력(不可爭力)·불가변력(不可變力)·기속력 등이 발생할 것이다. 그런데 심의규정 제128조 제2항은 "위원회 위원장은 이미 방송이 허가된 방송물이 법령 또는 이 규정에 위반된 것이 명백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재심의에 부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규정상 위원장이 직권부의(雌植附識) 할 수 있는 사항에 대하여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
따라서 재심의결정에 대하여도 직전부의할 수 있는 것으로 볼 여지도 있고, 이 경우(예컨대, 방송불가의 심의결정에 대하여 신청인이 재심의를 청구한 결과 방송가의 재심의결정이 있은 후 다시 위 재심의결정이 법령 등에 위반된 것을 이유로 위원장이 직권부의하는 경우) 재심의의 재결로서의 효력과 위 규정과의 상충이 문제된다. 그러나, 재심의를 행정심판으로 보지 않는 한 이런 문제는 발생할 여지가 없다.
한편, 만일 긍정설과 같이 재심의결정을 재결로 본다면 다음에서 보는 위원장의 부의에 의한 재심의결정의 성질(행정처분)과 다르게 되어 같은 방송위원회의 재심의결정의 성질에 관하여 논리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v) 재결은 요식행위로서 서면으로 하되 재결서에는 주문, 이유, 그밖에 필요한 사항을 기재하고 재결청이 기명날인여야 하는 바(행정심판법 제35조), 방송위원회의 실무에 있어 재심의결정을 보면 재결의 형식이 아닌 위원장의 방송불가결정의 형식에 의하고 있어 재결로서의 형식도 갖추고 있지 아니하다.
토지수용에 있어 중앙토지수용위원회의 이의 재결은 중앙토지수용위원회의 명의로 나가되 그 위원들이 전윈 서명날인하고 있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이의신청에 대한 재결에 있어서도 공정거래위원회의 명의로 나가되 그 위원들이 전원 서명날인하고 있다. 따라서 재심의청구를 행정심판청구로 본다 하더라도 재심의결정이 재결의 형식이 아닌 위원장의 방송불가결정의 형식에 의하고 있어 이를 재결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고, 행정소송을 제기함에 있어 과연 재결이 있은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그리고 방송불가의 재심의결정은 재결의 주문 형식(각하, 기각, 인용)에도 맞지 아니한다.
(ⅵ) 만일 재심의청구를 행정심판청구로 본다면, 신청인이 재심의청구와 아울러 행정심판을 동시에 제기하였을 경우 또는 재심의결정에 대하여 다시 행정심판을 제기하였을 경우 이들을 어떻게 처리하고 또 조화롭게 해석. 처리하여야 할런지도 의문이다.
·대법원 판례는, "행정소송의 전치요건인 행정심판청구는 엄격한 형식을 요하지 아니하는 서면행위로서 그 보정이 가능하다면 보정이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하는 것이며, 더욱 전문적 법률지식을 갖지 못한 심판청구인에 의하여 제출된 행정심판청구서는 그 취지가 불명인 부분이 적지 아니할 것이고 이러한 경우 행정청으로서는 그 서면을 가능한 한 제출자의 이익이 되도록 해석하고 처리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12) 그러나, 위 판례도 당해 행정심판절차상의 요건불비 등의 경우 가능한 한 구제하여 주라는 취지이지 별개의 제도를 행정심판으로 보아 주라는 취지는 아니다.
이상의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면 재심의청구를 행정심판청구로 보거나 재 심의결정을 재결로 볼 수는 없을 것이고, 따라서 당사자가 재심의절차를 거쳤다고 하더라도 이는 임의적인 이의신청에 불과하므로 다시 행정심판법상의 행정심판을 거쳐야 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3) 이 사건의 경우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 및 기록에 의하면, 원고가 원심변론종결 당시까지 행정심판을 제기하지 아니하였음을 자인하고 있고, 또 원고와 소외회사와의 관계(광구대행계약체결) 및 이 사건 광고물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소외회사에 대한 이 사건 방송불가결정처분에 관하여 그 처분 당시 또는 늦어도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한 1993.11.16.에는 위 처분의 내용을 알게 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인 점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전심절차를 거치지 않고 막바로 이 사건 소를 제기한 후 그로부터 60일 이상이 경과되었음이 분명한 원심 변론종결 당시까지도 행정심판을 제기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이 사건 취소청구의 소는 적법한 전심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여 부적법하다고 할 것이고, 소외회사가 재심의청구를 하여 방송위원회로부터 방송불가라는 재심의결정을 받았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4) 대법원 판결
대법원 1995.1.12. 선고, 94누9948 판결은, ① 방송법 제20조 제1항에 따른 방송규정 제128조 제1항의 규정은 임의적인 규정으로서 당사자가 반드시 재심의청구를 하여야 하는 것은 아닌 점, ② 방송법이나 방송규정에 행정심판법의 적응을 배제한다거나 재심의결정에 대하여 막바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등의 특별규정을 두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재심의청구기간(불복신청기간) 또는 재심의결정에 대한 불복방법 등에 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점, ③ 재심의결정이 재결형식이 아닌 위원장의 방송불가결정이라는 형식에 의하고 있는 점, ④ 만일 당사자의 재심의 청구에 대한 방송위원회의 재심의결정을 재결로 본다면 위원장의 직권부의(職權附議)에 의한 재심의 결정의 성질과 다르게 되어 같은 방송위원회의 재심의결정의 성질에 관하여 논리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여, 심의규정 제128조 제1항 소정의 당사자의 재심의청구를 행정심판청구로 보거나 방송위원회의 재심의결정을 재결로 볼 수 없고, 따라서 당사자가 심의규정 소정의 재심의절차를 거쳤다고 하더라도 다시 행정심판법상의 행정심판을 거쳐야 한다고 판시하여, 부정설을 지지하였다.
4. 위원장의 직권부의에 의한 재심의결정
(1) 심의규정 제 128조 제2항의 유효성
심의규정 제128조 제2항은 "위원회 위원장은 이미 방송이 허가된 방송물이 법령 또는 방송규정에 위반된 것이 명백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재심의에 부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방송법은 제17조 제3항에서 위원회는 방송이 국민문화의 향상에 기여하게 하고 그 내용의 공정성과 공공성을 유지하게 하기 위하여 방송용 극영화와 만화영화, 외국에서 수입한 방송순서, 광고물 등에 대하여는 방송되기 전에 그 방송 여부를 심의·의결한다고 규정하여, 방송위원회의 사전심의의결권에 관하여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사전심의의결에서 이미 방송허가 된 방송물에 대하여 재심의의결을 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도 두고 있지 아니하다.
그리하여 심의규정 제128조 제2항의 유효성이 문제된다. 그러나, "행정행위를 한 처분청은 그 처분 당시에 그 행정처분에 별다른 하자가 없었고 또 그 처분후에 이를 취소할 별도의 법적 근거가 없다 하더라도 원래의 처분을 그대로 존속시킬 필요가 없게 된 사정변경이 생겼거나 또는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가 발생한 경우에는 별개의 행정행위로 이를 철회하거나 변경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이다.13) 따라서 사전심의에 의한 방송허가권을 가지고 있는 방송위원회가 심의규정 제128조 제2항이 이미 방송허가된 방송물에 대하여 재심의의결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은 당연한 이치를 규정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여진다. 그리고 방송법은 제20조 제1항에서 "위원회는 제17조 제 2항, 제3항 각호의 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을 위원회의 규칙으로 제정·공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는 위 심의규정 제 128조 제2항의 근거가 된다고 할 수 있다.
대법원도 위 무균질 사건에서, "법 제17조 제3항 소정의 사전심의의결권에는 이미 방송이 허가된 방송물에 대한 재심의의결권이 포함되어 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심의규정 제128조 제2항에서 위원회 위원장은 이미 방송이 허가된 방송물이 법령 또는 이 규정에 위반된 것이 명백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재 심의에 부의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 것이 모법에 근거가 없다거나 모법에 위반 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면서, 방송위원회가 당초 무균질우유광고에 대하여 방송을 허가하였다가 위원장의 직권부의에 따른 재심의에서 방송불가로의 결한 것이 신뢰보호의 원칙이나 금반언(禁反言)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재량권의 한계를 일탈하거나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
(2) 직권부의에 의한 재심의의결에 대한 불복
감사원법 제40조는, 청구에 의하여 재심의한 사건에 대하여는 또다시 재심의를 청구찰 수 없으나 감사원이 직권으로 재심의한 것에 대하여는 재심의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 한편, 감사원의 재심의판정에 대하여는 감사원을 당사자로 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심의규정 제128조 제6항은 재심의를 거친 방송물에 대하여는 다시 심의를 신청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규정이 재심의까지 거친 방송물에 대하여는 다시 같은 내용의 심의신청을 할 수 없다는 취지인지 또는 재심의를 청구할 수 없다는 취지인지는 불분명하다.
생각컨대, 심의규정의 전체적인 규정내용을 보면, 최초의 심의신청에 대하여는 '신청'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는 데 대하여 재심의청구에서는 '청구'라는 용어를 쓰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제128조 제6항 소정의 "심의를 신청할 수 없다"는 규정은 재심의를 거친 것과 동일한 내용의 방송물에 대하여는 재차, 삼차의 중복된 심의신청을 불허한다는 취지로 보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재심의청구를 다시 할 수 있다고 볼 수도 없다. 그 재심의결정에 불복이 있으면 행정쟁송절차로 다투면 될 것이기 때문이다.
(3) 불복쟁송의 대상
그런데 직권부의에 의한 재심의결정에 대한 불복은, 재심의 결과 방송불가결정이 나왔을 때만이 문제가 된다. 이 경우 당사자가 불복하는 것은 재심의의 대상이었던 당초의 심의결정(방송가결정)이 아니라 재심의결정(방송불가결정) 그 자체이고 이는 하나의 행정처분이므로 이에 대한 불복은 재심의결정의 위법성을 소송물로 하여, 방송위원회를 피청구인(피고)으로 하여 행정심판 (행정소송)을 청구(제기)하면 될 것이다.
V. 재심의결정에 대한 불복절차에 관한 입법론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긍정설이 지적하는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부정설을 취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현행 방송법 및 심의규정의 해석상의 한계 때문이다. 방송위원회의 지위 및 권한에 비추어 방송위원회의 결정 및 이에 대한 불복절차 등에 관한 현행 방송법 등 관계법령의 규정은 지극히 피상적인 것이어서 그 해석상 여러 가지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따라서 방송위원회의 결정에 대한 불복절차에 국한하여 볼 때 방송규정상의 재심의청구제도를 특별행정심판제도로 방송법에 격상시켜 보다 상세하게 규정하여 해석상의 의문을 해소시켜야 할 것이다. 입법론적으로는 감사원법상의 재심의판정 및 이에 대한 불복절차 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 등에 대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소정의 이의신청 및 이에 대한 불복절차가 참고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방송위원회로서도 당초의 심의결정은 그 전문성 등에 비추어 각종 소위원회의 조사.결정을 참고하여 하더라도 위 심의결정에 대한 불복절차로서의 재심의결정 자체만은 9인의 위원들로 구성된 방송위원회가 합의체로서 직접 심리·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그 재결도 방송위원회위원장의 결정이라는 형식이 아니라 방송위원회 자체의 결정 형식으로 하여야 할 것이며, 특히 결정의 형식에 있어서는 행정심판법에서 요구하는 정도의 재결서의 방식에 따라야 할 것이다.
Vl. 행정심판전치절차의 불이행이 보정이 가능한 사항인가?
소송요건의 흠결(欠缺)에있어도 이를 보정(補正)할 수 있는 것(예, 소송능력, 대리권의 흠결이 있는 경우에 법정대리인이나 본인의 추인, 소송비용의 담보제공이 되지 아니한 경우 추후담보의 제공 등)이면 법원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보정을 명하여야 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때 소를 각하한다. 그러나, 그 흠결을 보정할 수 없는 경우(예, 출소기간의 경과, 재판권의 흠결, 소의 이익 등)에는 변론을 열지 않고 판결로 각하할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205조).
행정소송에서 행정심판전치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는 소송요건으로 직권조사 사항이라는 것이 확립된 판례인 바, 법원은 행정소송에서 당사자가 행정심판전치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를 직권으로 심사하여 불분명한 경우에나 석명권을 행사하여 이를 밝혀 보면 될 뿐, 전치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것이 명백한 경우 당사자에게 전치절차를 거치도록 종용하거나 그 보정을 명할 성질의 것은 아니라고 볼 것이다.
가사 보정을 명할 수 있는 사항이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의 경우 1993.11. 16.에 소송이 제기되어 1994.3.9. 제1차 변론기일이었고, 원고 소송대리인은 제3차 변론기일(1994.4.27.)에 원고가 행정심판을 제기하지 아니한 사실을 진술하고 있으며 당일 변론이 종결되었다. 따라서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이 사건 방송불가결정 처분당시 또는 늦어도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한 1993.11.16. 에는 위 처분의 내용을 알게 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인 점에 비추어 보면, 원심 이 제1차 변론기일에 들어가기도 전에 이미 행정심판청구기간이 도과되었으므로(처분시부터 180일인 1994.2.28. 또는 제소시부터 60일인 1994.1.14.) 이미 그 흠결을 보정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따라서 원심이 그 보정을 명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소를 각하하였다고 하여 소론과 같은 위법이 있다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