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와 초상권에 관한 연구
박종렬 (동신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1. 서론
현대사회에서 지적 소유권에 인접한 제 권리로서1) 초상권에 관한 논쟁이 많이 늘고 있다. 특히 상업적 목적을 갖는 광고와 관련된 초상권 문제에 대해 논란이 많다. '초상(肖像)'은 크게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광의적으로는 특정인의 사진이나 그림은 물론 성명·음성·서명 등 그 특정 인의 정체성 (identity)을 인식 할 수 있는 모두를 포함한다. 그러나 협의적으로는 사람의 모양이나 형태를 그림이나 사진 또는 영상으로 제작한 것만을 뜻한다. 광고에서 초상권을 논할 때는 대개 광의적 해석이 지배적이다.
초상권은 아직 국내에서 학문적으로 합의된 개념도 아니며, 실정법상으로 개념이 확립된 권리도 아니다. 단지 다른 법적 개념을 구제하는 차원에서 초상권의 일부만이 보호되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이 원할 때는 언제든지 대중 앞에 자신을 공개할 수도 있고, 또 그가 원하지 않을 때는 대중으로부터 자신을 숨길 수도 있어야 한다는데 동의하면서 부각된 현대 문화가 야기한 새로운 개인권적 권리 개념이다. 다시 말해 초상권은 학문적·실정법 차원을 넘어 현대사회에서 가장 대표적인 개인적 권리로서 판례를 통해 그 권리가 인정됨에 따라 정립되고 있는 과정에 놓인 사회적·경제적 개념이다.2)
이러한 초상권은 크게 인격적 권리와 재산적 권리로 대별되는데 미국에서는 전자를 privacy권, 후자를 publicity권이라 한다. privacy권은 주로 매스미디어나 문예활동에 의해서 침해되기 쉬운 반면, publicity권은 광고와 관련하여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킨다.3) 타인의 초상권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대표적 경우인 광고에서 초상권의 재산적 권리와 한계를 밝혀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같은 연구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이에 대한 학문적 접근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물론 몇몇 기존 연구들이 있지만 대부분 초상권 문제를 지적소유권의 한 분야 혹은 저작권의 일부로서만 논의하고 있을 뿐이다.4)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초상권은 지적활동에서 생겨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적소유권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이제 광고에서 초상권을 하나의 독립된 분야로서 연구해야 할 학문적 필요성이 제기된다. 국내는 아직 법률적 장치 뿐만 아니라 학문적 연구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초상권의 개념에 대한 몇몇 연구를 제외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 연구가 거의 전무한 상태이다.
본 연구는 초상권의 개념과 초상권에 관련된 외국 판례를 중심으로 초상권 가운데 publicity권의 구체적 적용범위와 한계, 국내 초상권 사례에 대한 검토를 통해 publicity권의 구제제도의 한계는 무엇인지를 검토하였다. 이와 같은 검토는 인격권이 현대적 권리인 재산권으로 부상함으로써 하나의 독립된 권리의 영역을 구축해 가고 있는 초상권에 대한 법적 제도화를 위한 기초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본 연구는 외국의 초상권 관련 문헌과 판례를 분석하여 초상권에 대한 법률적 개념과 적용범위 및 한계를 도출하고, 이러한 구제제도가 국내에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규명하기 위해 국내 관련법을 검토하고, 초상권 구제에 있어서 이들 법들의 한계를 지적함으로써, 보다 발전된 초상권 구제법의 제정을 촉구하고자 한다
2. 초상권 개념의 발전과정
1) 초상권 유형 및 개념
서론에서 밝힌 듯이 초상권은 크게 두 개의 권리로 나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원하지 않을 때 '공표당하지 않을 권리'를 지니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privacy권이다. 그러나 초상권은 '공표당하지 않을 권리' 뿐만 아니라 적절한 반대급부를 전제로 '공표할 권리'를 갖는데 이것이 publicity권이다. 이 두 권리의 차이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privacy권은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받기 위한 것인데 반해 publicity권은 재산상의 이익보호를 목적으로 한다.
둘째, privacy권은 일신전속적인 권리로 양도가 불가능하나 publicity 권은 양도가 가능하다.
셋째, privacy권은 죽음과 동시에 그 권리가 소멸되나 publicity권은 향후 몇년간 그 권리가 보장된다.
넷째, privacy권은 침해당했을때 중지, 명예회복 조치 등 감정적 보상을 받는데 반해 publicity권은 손해배상, 부당이익의 반환 등 경제적 반대급부를 청구할 수 있다.
다섯째, privacy권은 유명인보다는 일반인들에게 그 권리가 강하게 인정되는 반면 publicity권리는 일반인보다는 유명인들에게 더 강하게 인정된다.
이처럼 초상권에서 privacy권과 publicity권의 차이를 이론상으로는 명백히 구분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양자가 서로 얽혀서 작용한다. 즉 privacy권 침해는 동시에 publicity권의 침해를 야기한다. 결국 privacy 권과 publicity권은 동전의 앞 뒷면처럼 表裏關係를 맺고 있어 이들의 분리를 전제로 하는 법률적 적용에는 한계가 있다.
2) 초상권으로서의 publicity권 개념의 발전과정
초기에 초상권은 자연법적 권리로서 개인의 생래적 권리로 받아들여지면서 발전한 인격권의 파생된 권리로서 인식되었다. 따라서 초기의 초상권은 privacy권을 중심으로 이해되어졌다. 그러나 현대사회의 경제적 원칙에 따라 각 개인마다 초상권의 객체들이 이에 대한 불법적 사용으로 인해 다른 법률적 주체들에게 이익을 제공함으로써 재산권적 권리 즉 publicity권으로 인식되면서 현대적 권리로 주장되기 시작했다. 결국 초상권의 발전과정은 법률적 적용과 구별하여 검토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본 연구는 초상권 개념의 발전과정을 초상권에 대한 구제를 위한 소송이나 법적 장치의 역사적 문헌을 중심으로 고찰하였다.
(1) 초기 초상권에 대한 법적 논의
초상권에 대한 시초는 로마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로마법에서는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하는 법률을 제정했는데, 공개적인 장소나 혹은 사적인 장소에서 대중들을 상대로 개인을 화제삼는 것을 금지시켰으며 이를 위반하는 사람을 처벌했다.5) 이것은 로마법이 초상권을 privacy권으로서만 이해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초상권에 관한 최초의 법정 논란은 1890년에 일어난 Manola vs. Stevens사건이다.6) 뉴욕 대법원은 이 사건의 판결에서 사생활권이나 초상권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사건 1년 뒤인 1891년 뉴욕 지방재판소가 Mackenzie vs. Mineral Springs Co. 사건7)에서 privacy권 을 정식 인정하는 판결을 내림으로써8) 초상권이 법률적 용어로 채택되기에 이르렀다.
한편 1902년 뉴욕주 대법원은 Roberson vs. Rochester Folding Box Co. 사건9)에서 초상권을 법률적 용어로 사용했지만 법적인 권리로는 인정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10)
첫째, 초상권에 대한 확립된 판례가 없고, 일반법(common law)에도 그런 권리에 대한 언급이 없다.
둘째, 초상권에 대한 내용이나 한계를 정하기가 매우 어렵다.
셋째, 만약 초상권을 인정한다면 소송이 범람할 것이다.
넷째, 초상권을 인정하려면 새로운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
뉴욕주 대법원의 이같은 판결은 초상권을 판례로서 승인하는 것은 반대했지만 입법에 의한 승인의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뉴욕주 대법원의 Roberson사건 판결에 대한 여론의 반발이 커지자 뉴욕주의회는 1903년에 privacy권을 인정하는 특별법을 제정했다.11) 물론 이 법은 여러가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지만 초상권에 관한 미국 최초의 성문법이며, 미국의 다른 주에도 영향을 준 시범적인 법이라는 측면에서 의의를 지닌다.
한편 미국의 대법원에서 초상권을 최초로 인정한 것은 1905년 조지아주에서이다. 조지아주 대법원은 Pavesich vs. New England Mutual Life Insurance Co.사건 판결에서 개인의 초상을 무단으로 광고나 기타 상업적 목적에 이용해 초래한 정신적 고통에 대해 그 무단 사용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함으로써 인격권으로서의 privacy권을 보호했다.12) 이 판결은 전원일치의 판정이었고, 이 판결 이후 미대법원이 사생활권을 권리장전(Bill of Rights)에서 유래한다고 인정했다는 측면에서 의미를 지닌다.13)
(2) 초상권으로서 Publicity권의 발전
우여곡절은 있었으나 미국에서 privacy권은 이미 20세기 초반부터 보통법이나 주 제정법에 의해 법적 권리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publicity권은 1950년대에 들어서야 비로소 법적 권리를 인정 받았다. 미국에서 늦게나마 publicity권이 인정받게 된 것은 1953년 제2연방항소 법원의 Haelan판결과 1954년에 발표된 Nimmer의 "퍼블리시티권(The Right of Publicity)"이라는 논문 때문이다. 1953년 Haelan판결14)은 개인이 privacy권 외에 publicity권도 갖고 있음을 인정한 최초의 판결이다. Haelan판결에서 제2연방 항소법원은 privacy권 외에 자신의 초상이 갖고 있는 공개가치에 대한 또 다른 권리가 있다고 보고 그 권리를 '퍼블리시티권"(The Right of Publicity)라 했다.
Haelan의 판결이 publicity권의 법적 권리를 인정한 것이라면, Nimmer의 논문은 이러한 법적 권리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했다. Nimmer는 논문에서 19세기 후반에는 privacy권의 법리만으로도 개인의 초상보호에 큰 어려움이 없었으나, 광고·영화·TV·비디오 등 새로운 시장이 나타나 과거의 privacy권만으로는 개인의 초상에 수반되는 상업적 이익(the commercial interest)을 보호할 수 없게 되었다고 지적했다.15) 초상에 수반되는 상업적 이익을 "초상의 공개가치"(the publicity value)라고 표현한 Nimmer는 이러한 초상의 공개가치가 종래의 privacy권이 아닌 publicity권의 보호대상이 된다고 보았다.
Haelan의 판결과 Nimmer의 이론에도 불구하고 publicity권이 미국 연방대법원 차원에서 최초로 법적 지위를 보장받게 된 것은 1977년이다. 당시 서커스 단원이던 Hugo Zacchini는 인간포탄으로 유명했는데 1972년 8월 오하이오주의 한 무대에서 대포 발사로부터 200퍼트 비행에 이르는 15초간의 공연을 했다. 이때 Scripts-Howard라는 지역 TV 방송사가 Zacchini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의 공연실황을 뉴스시간에 매우 긍정적으로 녹화방송했다. 그러나 Zacchini는 자신의 동의없이 공연실황이 무단으로 복제·방송되었음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 사건은 미국 대법원에까지 상정된 최초의 publicity권리에 대한 소송이었다. 이 재판의 쟁점은 뉴스를 통한 방송보도 행위가 원고의 publicity권을 침해하는 행위인지 또는 미국 연방수정헌법 제2조의 언론 및 출판의 자유에 의하여 면책되는 행위인지의 여부에 관한 것이었다. Scripts-Howard 방송사는 그 행사의 방송이 미 연방수정헌법 제1 조와 14조의 출판의 자유에 의해 보호된다면서 방송사는 대중의 관심을 끌만한 내용들을 방송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5 : 4의 비율로 결정된 이 판결의 다수설은 언론 및 출판의 자유에 관한 미 연방수정헌법 제1조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TV방송국이 뉴스로써 공연의 전과정을 방송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했다. 물론 이 판결은 초상의 상업적 무단이용을 규제하고자 하는 전형적인 publicity권 사건은 아니다. 한편 San Francisco 대학의 J. Thomas McCarthy 교수는 Zacchini 판결의 의의를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16)
"Zacchini 사건은 결코 전형적인 publicity권 사건이 아니며 그 판결도 특별하고 지엽적인 사실관계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이 publicity권을 인정하였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러한 권리에 생소했던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publicity권에 관한 하급심의 판결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많은 사람들은 연방대법원이 아주 자연스럽게 publicity권을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제 publicity권은 최고법원의 단계에서 세인의 관심을 끌었고, 또한 수정헌법 제1조의 중압감으로부터 벗어난 것이다."
3. publicity권의 적용범위와 한계
Zacchini 판결 이후 지금까지 publicity권의 인정여부에 의문을 제기 하는 견해는 찾아보기 어렵다. 오늘날 논의의 중점은 publicity권의 인정여부보다는 구체적 사실관계에 있어서 publicity권의 법리가 적용될 수 있는지에 관한 publicity권의 보호범위 또는 한계의 문제로 이전되었다.
publicity권의 보호범위나 한계에 관한 논의는 크게 publicity권의 주체에 관한 것과 객체에 관한 것으로 나누어진다. publicity권의 주체는 누가 publicity권의 보호를 받느냐 하는 것이고, publicity권의 객체는 무엇을 보호대상으로 삼느냐 하는 것이다.
1) publicity권의 적용범위
(1) publicity권의 주체
가. 유명인과 비유명인의 관계
유명인이 publicity권을 갖는다는 것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이것이 비유명인은 publicity권을 갖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유명인과 비유명인은 매우 상대적인 개념으로 시간, 장소, 취향, 전문분야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publicity권의 주체를 유명인과 비유명인으로 나누는 것 자체가 비합리적이다.
publicity권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보편적 권리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렇지만 publicity권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보편적 권리라고 해서 그 경제적 가치마저 똑같이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 publicity권의 경제적 가치는 유명도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지금까지 publicity권에 대한 판례 축적이 주로 유명인과 관련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바로 publicity권의 경제적 가치가 비유명인보다 유명인이 컸기 때문이며, 따라서 법적 논쟁도 유명인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나. 고인(故人)
privacy권은 상속될 수 없고 죽음과 동시에 권리가 소멸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론이 없다. 그러나 publicity권은 당사자가 죽은 경우 그 권리가 유족에게 상속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판례 및 학설이 다양하다. 지금까지 publicity권의 상속문제에 대해서는 크게 세가지 견해가 존재한다.17) 첫째, publicity권리는 그 사람이 죽으면 대중의 영역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결코 상속될 수 없다는 견해이다. 이처럼 死者의 publicity권을 불인정한 판례로는 Memphis Development foundation v. Factors, Etc. Inc. 사건이 있다. Elvis Presley의 고향인 테네시 주의 한 비영리 개발 재단이 이미 고인이 된 Elvis Presley의 초상을 이용한 홍보물을 제작·배포하여 문제가 된 이 사건에서 제6연방 항소법원은 "유명인의 명성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권리를 상속인이 독점하기 보다는 모든 사람이 그 의 명성, 추억, 인상을 상업적·심미적·정치적으로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공정하다."고 하여 사후의 publicity권은 공유(public domain)에 속한다고 판시한 것이다.
둘째, publicity 권리가 제한적으로 상속된다는 견해로 죽기 전에 publicity 권리를 충분히 사용한 경우에만 상속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이는 Bela George Lugosi vs. Universal Pictures 사건18)에 관한 캘리포니아 주의 판례에서 볼 수 있다. 1930년 Lugosi는 유니버셜 영화사와 계약을 맺고 드라큐라 영화의 주연을 맡았는데, 그가 죽은 후 유니버셜 영화사는 그의 드라큐라 캐릭터를 상품화해 판매했다. 이에 Lugosi의 상속인들이 유니버셜 영화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자 캘리포니아주 법원은 상속인들에게 패소판결을 내렸다. 그 이유는 초상권이 상속되기 위해서는 살아있는 동안 그것이 상업적으로 이용돼야 하는데도 Lugosi는 살아있는 동안 드라큐라의 캐릭터를 전혀 상업적으로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어떤 권리도 주장할 수 없다는 견해였다.19)
셋째, publicity 권리는 어떤 경우에도 제한받지 않고 상속가능하다는 견해로 Price vs. Hal Roach Studios, Inc., 사건20) 판례가 있다. 코미디언인 Stanley Laurel과 Oliver Hardy는'영화에 출연하면서 그들의 독특한 캐릭터를 개발했는데, 그들이 죽은 후 Roach Studios가 계약을 통해 그 들의 캐릭터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Laurel과 Hardy의 상속인들이 Roach Studios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 자 법원은 Roach Studios가 취득한 권리는 Laurel과 Hardy가 출연한 영화의 판권이지 Laurel과 Hardy의 이름과 외모를 무한정 사용할 수 있는 권리는 아니라고 판결했다.
이에 Roach Studios는 Laurel과 Hardy의 이름과 외모가 그들이 죽은 후 대중에 귀속되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법원은 publicity 권리 가 양도될 수 없거나 혹은 개인의 죽음과 함께 사라진다고 가정할 수 있는 타당한 근거가 없다며, Laurel과 Hardy의 이름과 외모에 대한 상업적 권리는 상속인들이 보유하며, Roach Studios 는 이들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판시했다.
이처럼 죽은 사람의 publicity권에 대한 판례가 일치하지는 않지만 1990년 당시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켄터키, 네브라스카, 네바다, 오클라마, 테네시, 텍사스, 버지니아 등 미국 9개주 제정법과 조지아, 뉴저지, 유타 등 3개주의 보통법이 사후의 publicity권을 인정하고 있다. 반면 사후 보호기간은 각각 달라 오클라호마는 100년, 캘리포니아, 켄터키, 네바다 등은 50년, 플로리다는 40년, 버지니아는 20년, 테네시는 10 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편 사후의 publicity권을 성문화시켜 부인한 주 제정법은 존재하지 않으며, 다만 오하이오, 뉴욕 주 등의 보통법에 서는 publicity권을 privacy권과 동일하게 취급하여 사후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21)
다. 법인 등 단체
법인 등 단체도 publicity권을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아직 합의된 의견이 없다. Nimmer는 동물·무생물·기업 등의 단체도 publicity 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22) McCarthy는 publicity권을 단체의 명칭이나 표장(漂章)에까지 인정하면 상표법, 부정경쟁방지법 등의 다른 지적재산권법과의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어 법인 등의 단체로까지 확대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23) 이론적으로는 이렇게 상반된 견해들이 제기되었으나 음악연주단체의 단체명과 마크에 대해서는 권리를 인정한 판례가 있다. 1983년의 Bi-Rite enterprises vs. Button Master의 사건에서 법원은 "그 개성으로 시장가치를 창조하는 단체는 개인과 마찬가지로 성명에 대한 publicity 권이 주어져야 한다. 동일한 상황에 처해 있는 원고를 개인 또는 단체에 따라 다르게 취급하는 것은 정당하지 아니하다"고 판시했다.24)
라. 동물
동물에게도 publicity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지만25), publicity 권은 인간의 독자성과 개성의 상업적 이용을 규제하기 위한 인간의 자연적 권리로 이해해야 한 것이다. 따라서 동물들에게는 publicity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애완견의 사진을 무단으로 과자광고에 이용한 사건에서 뉴욕 주 법원은 '살아있는 사람(a living Person)'에게만 publicity권이 인정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26) 한편 가공의 동물에 대해서는 저작권법의 '캐릭터' 또는 의장법·상표법·부정경쟁방지법 등의 다른 지적재산권법에 의한 보호가 가능할 것이다.27)
(2) publicity권의 객체
가. 이름
개인의 이름이야말로 그의 독자성을 식별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 방법이다. 따라서 개인의 이름이 전형적인 publicity권으로 보호받아야 함은 당연하다. Palmer등 유명 골프선수의 이름을 골프경기 광고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 경우나 유명 극작가인 윌리엄 테네시의 이름을 극장명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 경우 등이 바로 publicity권을 보호하는 일례들이다. 그렇지만 같은 이름도 무수히 많기 때문에 단순히 동일한 이름을 이용하였다는 사실만으로는 권리 침해가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 가령 유명 축구선수 이름을 축구화 광고에 무단 이용했을 때 그 유명 축구선수의 publicity권을 침해한 것이 인정되지만, 그 축구선수와 동일한 이름을 가진 일반 사람 예컨대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알려지지 않은 사람의 publicity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는 없다.
나. 별명·예명·필명
실제 이름은 아니지만 별명·예명·필명 등도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유력한 징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publicity권이 인정된 판례가 있다. 미국 NBC의 유명한 토크 쇼인 The Tonight Show의 진행자인 Johnny Carson은 1957년 이래 자신이 쇼에 등장할 때마다 Here's Johnny라는 말을 사용해 어느덧 Here's Johnny은 Johnny Carson을 의미하는 문구가 되었다. 그런데 The World's Foremost Commodian이라는 상표의 이동식 변기를 제작하는 회사가 광고문안으로 Here's Johnny라는 문구를 사용하자 Johnny Carson은 법원에 제소했다. 이 사 건에서 법원은 Commodian, Johnny라는 단어가 각각 Commdian과 Johnny Carson을 연상시키므로 이러한 이용행위는 Johnny Carson의 publicity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판시한 바 있다.28)
또한 Hirsh vs. S. C. Johnson & Son, Inc, 사건에서도 미국 법원은 여성용 면도크림을 광고하면서 유명 미식 축구선수인 Elroy Hirsh의 널리 알려진 별명인 Crazylegs를 사용한 행위는 publicity권을 침해하는 행위 라고 판시 했다.
Gardella vs. Log Cabin Prods. Co.사건에서도 제2연방항소법원은 "만일 예명이 특정인임을 직접적이고 광범위하게 인식할 수 있게 하는 경우라면 이를 이용한 무단광고로부터 보호되어야 할 필요성은 실제 이름을 이용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시급하다고 할 것이므로, 광고주에 의한 예명의 남용은 정당화될 수 없다"라고 판시하여 예명에 대한 법적 보호를 인정한 바 있다.29)
이처럼 반드시 동일한 이름이 아닐지라도 별명·예명·필명 등 특정인의 '개성'을 인식할 수 있는 경우라면 publicity권의 침해를 구성할 수도 있다.
다. 사진·초상화 등
개인의 외형적 모습을 담은 사진이나 스케치가 publicity권의 보호객체가 되리라는 점은 당연하다. 그러나 사진을 상업적으로 이용했을 경우 문제가 되는 것은 특정인을 닮은 사진과 공공장소에 모여 있는 군중의 사진을 이용한 경우 등이다.
특정인의 사진은 아니더라도 특정인처럼 표현하기 위해 그와 닮은 다른 사람의 사진을 광고에 사용했을 경우 그 특정인이 초상권 침해를 주장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은 publicity권의 영역에 또 다른 문제를 제기 한다. 이에 대해서는 Nimmer의 이론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Nimmer는 초상권의 보호범위로 유명인의 성명, 사진, 닮은 얼굴 (likeness)을 들고 있다. 여기에서 닮은 얼굴이란 유사인물의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Nimmer의 이론을 법원에서도 그대로 받아들인 사례가 있다. 뉴욕 주 법원은 Christian Dior사가 Jacqueline Kennedy Onassis와 비슷한 모델을 Jacqueline이 Kennedy대통령의 부인일 당시의 모습으로 분장시켜 다른 저명인사와 가공의 결혼식에 참석한 것처럼 제작한 광고 및 영화배우 우디알렌과 비슷한 사람을 비디오 대여 광고에 등장시킨 광고 들을 모두 publicity권 침해로 간주했다. 한편 군중사진을 이용할 경우 그것이 뉴스 등의 시사보도와 관련된 것 인때에는 연방수정헌법 제1조의 언론 ·출판의 자유에 의하여 자유이용이 허용될 수 있으나, 상품 또는 서비스의 판매홍보를 위한 상업적 광고 등에 이용하는 때에는 초상권자의 허락이 필요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또한 사진은 아니더라도 초상화나 스케치 등이 특정인을 묘사한 것으로 인정되면 publicity권 침해에 해당된다.
라. 목소리
특정인의 개성이 반드시 눈으로만 식별되는 것은 아니다. 목소리는 얼굴과 마찬가지로 '독특하고 개인적인'(distinctive and personal)것이다. 인간의 목소리는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게 하는 가장 유력한 수단의 하나이다. 따라서 특정인의 독특한 목소리나 음색도 귀로 식별이 가능한 개성의 구성요소가 될 수 있다.
개인의 특징적인 목소리 보호는 1962년 Lahr vs. Adell Chemical Co. 사건에서부터 인정되었다. Lahr은 만화영화의 오리 목소리 주인공으로 특이한 형태의 이 목소리가 광고에 무단 사용되자 제소를 했는데 제1순회 항소법원은 Lahr의 창조적 재능과 특이한 목소리, 그리고 그 목소리가 전달하는 코믹한 이미지는 보호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미 법원은 특정 개인의 목소리 뿐만 아니라 흉내낸 목소리도 보호받을 권리가 있음을 명백히 했다. 1988년 미 제9순회 항소법원은 Bette Midler사건에서 목소리도 역시 publicity권의 보호대상이 되고 있음을 인정하면서 '이때 목소리란 개인의 진정한 목소리 뿐 만이 아니라 이를 흉내낸 경우도 포함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2) 초상권 보호의 한계: 초상권의 포기이론
초상권 보호의 한계는 일정한 사정하에서 어떤 사람이 자신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포기하기 때문에 이를 보호할 필요성이 없음을 의미하며, 이런 경우 초상권을 침해당해도 이미 자신의 초상권을 포기했기 때문에 보호받을 수가 없다. 그런데 개인들의 초상권포기는 자신의 의지에 의해서 자발적으로 포기하는 형태와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이루어지는 비자발적 형태가 있다. 자발적 초상권 포기의 경우는 재산권인 초상권에 대한 타인에게의 양도로 이루어지며, 비자발적 포기는 명성에 의한 포기, 사회구성원으로서의 포기, 공중의 알 권리로서의 포기 등이 있다.30) 여기서 비자발적 포기는 주로 초상권의 privacy권과 밀접하게 관련된 개념이다. 다시 말해 비자발적 포기의 범주에 있는 주체나 객체에 대해 상업적으로 이용한 경우에는 이를 정당화하지는 못한다.
(1) 명성에 의한 포기
명성에 의한 포기는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처럼 자기 스스로가 사생활권을 포기하는 것을 뜻한다. 즉 후보자는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사생활을 노출시킴으로써 후보자가 차지하고자 하는 공직에 걸맞는 자질을 검증받는 경우가 있다. 명성에 의한 포기는 후보자 뿐만 아니라 배우, 가수, 예술가 등 소위 자발적 유명인과 범인이나 그의 가족, 피의자 등 타의적 민중의 관심 대상에 속하는 비자발적인 유명인도 포함된다. 그러나 명성에 의한 초상권 포기는 언론자유와 관련하여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포기되므로 그들의 명성과 관련한 뉴스 가치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자동적으로 초상권이 포기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초 상권을 이용하여 상업적 이익을 추구하는 사건에 대해서는 명성에 의한 포기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인형제작 업체인 '다함'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이 사회적으로 유명인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한 초상권을 이용한 상업적 이익을 위해 초상권을 이용한 경우에는 초상권이 포기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법원은 초상권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서태지와 아이들'을 닮은 인형을 제작하여 상업적 이익을 취득한 '다함'은 명백히 그들의 초상권을 침해한 것이 인정된다고 판시한 것이다.31)
(2) 사회구성원으로서의 포기
개인은 태어나면서부터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사회의 일부 구성원이 된다. 사회는 개인을 구성원의 일부로 인정하면서 개인이 전적으로 누릴 수 있는 자유와 권리, 특권의 일부를 포기토록 한다는 것이 사회구성원으로서의 포기이론이다. 이에 대한 댓가로 개인은 사회의 일원이 되는 혜택을 얻게 된다.32) 그러나 사회의 일원이 된다고 해서 개인의 모든 권리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구성원 이라면 누구나 인식할 수 있는 개인적 문제들이 있고, 이러한 개인적인 문제들은 사생활과 관련하여 법의 보호를 받는다. 초상권도 바로 이러한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3) 공중의 「알 권리」로서의 포기
초상권은 개인의 절대적 권리이지만 때로는 개인의 권리보다는 공중의 알 권리가 더 강조됨으로써 초상권이 어느 정도 제한을 받기도 한다. 즉 신문·잡지·방송 등을 통한 보도와 교과서·출판물·사전 등에서 사람의 초상을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것은 개인의 권리보다는 공중의 알 권리가 우선하기 때문이다.33) 이것은 개인이 사회적 일원이 되는 댓가로 개인의 권리가 어느 정도 제한을 받는다는 이론적 근거를 갖는다.
하지만 광고에서 남의 초상을 이용하는 것은 공중의 알 권리 이론이 적용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광고는 공중의 알 권리보다는 사적인 영리 활동에 속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광고에서 다른 사람의 이름, 이미지, 사진 등을 사용할 때에는 이러한 공중의 알권리 이론이 적용되지 않는다.
(4) 재산권 양도로서의 포기
초상권은 일차적으로 본인의 동의없이는 초상이 공개되는 것을 금지하기 위한 것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초상의 공개 및 그것의 상업적 이용을 바라면서 그러한 상업적 이용에 대해 적절한 반대급부를 받고자 하는 경제적 측면이 혼재되어 있다.34) 따라서 개인은 누구나 자기 초상의 이용을 통제하여 제3자에게 배타적, 독점적으로 사용을 허락할 수 있고, 그에 관해 경제적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초상권은 재산권의 일부로 타인에게 양도하거나 권리를 제3자에게 위탁할 수 있으며 무단사용에 대한 중지조치와 손해배상 청구권을 가질 수도 있다.35) 광고에서 초상권에 관한 논쟁의 대부분은 이러한 경제적 측면에서 이루어 진다.
4. 초상권에 대한 국내 법제와 판례
지금까지 미국을 중심으로 publicity권에 대한 학설과 판례 등을 살펴 보았다. 미국은 불문법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그러나 성문법주의인 국내의 경우 초상권의 publicity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초상권에 대한 법적 개념이 법률에 명시되어야 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초상권을 법률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결국 초상권 중 privacy권은 명예훼손에 관한 법률로 다루어지는 경우가 보다 보편적이고, publicity권은 저작권이나 민법의 불법행위에 대한 일반조항으로 다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 이유로 몇 번의 민사소송 다툼에서는 다른 법률 조항-불법행위에 대한 배상 조항: 민법 제751조-을 준용하여 판결하였다. 그러나 현대사회와 같이 개인의 인격권이 중시되고, 특히 정보사회의 하나의 속성인 개인의 창의력을 보호함으로써 사회발전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개인권의 보호가 보다 절실하다 할 것이다.
국내에서 초상권에 대한 관련 법률조항으로는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과 제16조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조항에 근거하여 헌법적 기본권의 하나로 이해되고 있다. 결국 초상권과 관련하여 상기의 헌법 조항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초상권 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저작권법과 민법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인데 국내의 저작 권법과 민법도 날이 갈수록 복잡 다양해지는 초상권을 다루는데는 법적 한계가 있다.
국내 저작권법 제32조 ④항에서 "촉탁에 의한 초상화 또는 이와 유사한 사진저작물의 경우에는 촉탁자의 동의가 없을 때에는 이를 전시 하거나 복제할 수 없다"고 규정하여 제한적으로 개인의 초상에 대한 법적 보호를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위 규정에도 불구하고 초상권자의 동의없이 초상화 등의 전시 또는 복제가 이루어진 경우 이를 근거로 초상권자가 저작권법이 정하고 있는 민·형사상의 구제수단을 주장할 수 있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또 저작권법 제91조(침해의 정지 등 청구)및 제 93조(손해배상의 청구)는 저작권 또는 저작 재산권을 "그 밖의 이 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권리를 가진 자"에게 그 청구권을 인정하였으며, 제98조(권리의 침해 죄) 1호는 "저작 재산권 그밖의 이 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재산적 권리를 복제·공연·방송·전시 등의 방법으로 침해한 자"에 대한 형사적 제재를 규정하고 있지만 과연 초상권자도 이 법의 보호대상이 되는지는 분명치 않다.
국내도 그동안 최애숙 대 한국네슬러 사건36), 한혜숙 대 럭키금성상사 사건37), 황지은 대 이호 사건38) 등 광고관련 초상권에 관한 몇몇 판례가 있었으나 전반적으로 초상권에 대한 판례가 적은 편이다. 그나마도 국내 판례들은 계약기간에 관한 것(최애숙 대 한국네슬러 사건), 계약 매체이외에 초상을 사용한 경우(한혜숙 대 럭키금성상사 사건), 사전 허락없이 초상의 사용(황지은 대 이호 사건)등과 같이 소송당사자인 한쪽의 불법행위로 인해 야기된 초상권 침해가 분명한 것들이어서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처럼 초상권 분쟁을 처리하는 과정과 기준이 정치하지가 못한 실정 이다.
국내의 초상권과 관련된 법률의 미비가 초래한 문제점에 대해서 논의하고자 한다. 우선 저작전의 일부로 인식되고 있는 초상권에 대한 법률적 구제 규정은 이들 두 권리들의 개념 차이로 인해 한계를 야기한다. 저작권은 창작활동을 통해 발생하게 되는 재산권적 권한인데 반해. 초상권은 개인들의 생래적 권한인 인격권으로부터 파생되는 부차적 권한이라는 점 이다.
따라서 저작권은 재산권의 구제방법을 통해 보호할 수 있지만 초상권은 재산권과 같이 사회적 또는 경제적으로 손실정도를 명확하게 평가할 수 없는 인격권적 속성을 지니고 있어 재산권적 구제방법만으로 구제 할 수 없다. 결국 초상권을 재산권으로 규정 하느냐, 또는 인격권으로 규정하느냐에 따라 이에 대한 적용도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초상권은 단지 인격권으로서만 보호되어서도 안되며, 재산권으로서만 파악되어서도 안된다. 초상권은 분명 생래적 권한인 인격권에 근거하고 있으면서도 많은 부분이 현대적 법률개념인 재산권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므로 초상권 보호를 위해 먼저 초상권 개념에 대한 법률적 규명이 절실히 요구된다.
다음으로 뉴스위크지의 표지 사진으로 인해 야기된 이화여자 대학생들의 법적 소송39)에서와 마찬가지로 인격권인 초상권은 명예권과는 다른 개념을 지니고 있다. 이에 대한 개념 구분이 없는 현재의 법률적 미비는 많은 분쟁의 소지를 안고 있다. 명예훼손은 적시된 사실이 개인의 인격권인 사회적 명예를 훼손했음을 전제로 하지만, 초상권은 반드시 적시된 사실이 명예훼손적일 필요는 없다. 초상권은 명예권에 비해 보다 근본적인 인격권이다. 다시 말해 초상권은 어떤 특정인을 인식할 수 있는 초상권의 객체가 공표되었을 때, 이에 대한 사실이 특정인 자신의 인격권을 훼손하였는가 아닌가에 관계하지 않는다. 개인들은 자 신을 인식할 수 있는 사실을 초상권의 객체가 공표한 사실만을 문제시 한다. 이같은 공표는 개인의 '혼자 있을 수 있는 권리, 공표되지 않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초상권은 명예권과 다른 속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법률적 장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5. 결론 및 제언
지금까지 초상권의 유형과 법적 논의, publicity권의 발전, 보호범위와 포기이론, 국내법제와 판례 등에 대해 살펴 보았다. 초상권은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개인적 권리이다. 광고는 특히 남의 초상을 많이 이용하는 대표적인 경우로 어떤 분야보다도 초상권에 대한 주의가 요구 되는 분야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학계나 업계 차원에서 광고의 초상권 문제를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앞으로 광고의 역할과 영향력 증대, 급격한 사회변동 등으로 초상권에 대한 논쟁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학계나 업계에서 이에 대한 체계적 연구를 해야 할 것이고 판례도 축적시켜야 할 것이다.
또한 초상권에 대한 관계 법령의 재정비가 필요하다. 국내의 법령이 체계화되지 못했고 시대적 흐름에 맞지 않는 오래된 법령들이 그대로 존치돼 국제화 사회에서 법 적용의 문제점들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앞으로 광고와 초상권과의 문제에 대한 법적 논쟁이 크게 증가할 것이 예상되므로 관련 법규의 정비가 시급하다.
광고에 관련된 초상권 문제를 상담하고 원활하게 해결할 수 있는 초상권 관리업체도 운영되어야 한다. 광고인들이 제작한 광고물들이 초상권에 저촉되는지 일일이 자료를 검토할 여유가 없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종합적으로 관리해줄 대행업체가 광고관련단체 산하에 혹은 별도 독립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초상권에 관한 광고인들의 관심이 요구된다. 아직까지도 국내 광고인들은 초상권의 중요성을 소홀히 하고 있어 광고의 모방과 복제 등이 광고계에 고질적인 병폐로 남아 있다. 국제화 사회에서 우리 광고가 자생력을 갖추고 또 세계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광고인 스스로 초상권에 대한 지식을 갖고, 광고의 모방과 복제 등을 삼가해야 할 것이다.
본 연구는 광고에서의 초상권에 관한 문헌적 고찰로 많은 한계를 지니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 많은 후속 연구들이 이루어 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