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이론적 고찰

1) 시간의 개념

과거의 모든 인류문화에서는 자연 속에 들어 있는 질서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했으며, 이는 그 질서에 대한 정확하고 객관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된 근대 과학의 등장 이후에 가능하게 되었다.⁵⁾ 뉴턴에 의해 객관적이고 공유의 개념을 지닌 시간의 정의가 이루어지면서 시간의 예측 가능한 경로를 따라 움직이는 - "절대적이고 진정한 그리고 수학적인 시간은 그 자체로, 그리고 그 본질로 인해, 그 이외의 어떤 것과의 관계도 없이 한결같이 흐른다.⁶⁾ - 사고의 흐름이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일상적인 생활에서 우리는 시간을 과거, 현재, 미래로 구분하고 있다. 시간을 인식하는 것은 현재와 과거의 관계를 직시하는 것이며 특히 과거의 기억의 선을 따라 시간의 줄을 이어가게 된다. 그러나 기억이라는 것은 부분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는 시간의 길이에 대한 이중의 의식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현재 진행중인 H라는 행위와 일을 끝낸 다음 돌이켜보는 H라는 행위는 전혀 다른 세계이다. 그리고 인간의 모든 행위는 일정 시간 지속되므로(시간이 걸리므로), 행위뿐만 아니라 시간도 이중적인 의미를 갖는다.

베르그송은 이렇게 말한다. 시간은 현재의 지각이나 행위중에 공간화 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지각이나 행동을 상기할 때 공간화된다. 다시 말해 공간화된 시간이란 과거화 된 시간이다. 우리가 보통 '시간이란···' 하는 것은 이렇게 과거화 된 시간을 말한다.⁴⁾

2) 시간의 단위와 공간성

시간의 절대적인 정의는 많은 문명의 기초개념에 영향을 주었으며 동시화, 규격화, 직선화가 시간을 이해하는 기본적인 잣대가 되어 왔었다. 초, 분, 시, 일, 월 등 표준시간에 의해 시간을 이해하게 되었고 이와 같은 시간의 직선적 개념은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시간의 공간성을 이해하는 기반이 되었다. 시간의 공간적인 이해는 연속적인 시간의 흐름을 유도하게 되었으며 이 흐름은 '지금(now)'이라는 기준 점을 중심으로 과거, 현재, 미래를 구분 짓게 되었던 것이다.

베르그송은 시계의 째깍 째깍 소리를 헤아리는 것은 째깍과 째깍 사이의 공간을 인식하는 능동적인 행위라고 규정하였다. 막연하게 시계소리를 듣는 경 우는 전체 시간과 혼연일체가 되어 째깍과 째깍은 공간을 갖지 않는다고 하였다.

또한 지나간 째깍 다음의 째깍 수를 헤아리는 일은 앞의 시간에 뒤의 시간을 덧붙여 가는 직선적 나열을 의미하게 된다. 즉, 시간의 공간화는 현재의 지각이나 행위 중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지각이나 행동을 상기하여 연관지을 때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공간화 된 시간은 과거화 된 시간이다. 과거, 현재, 미래의 방향을 지닌 시간의 직선은 프랙탈이 자기 유사적인 가지치기를 진행할 때와 쉽게 연결 지어 생각할 수 있다. 단 프랙탈에서는 과거의 흔적이 정확하게 기억되고 존재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 관점에서 단위요소들을 시간의 표준단위로 대치하고 시간의 연속성을 시각적으로 제시하는 과정에서 프랙탈의 구조적 전개를 부분적으로 적용하고 그 이론적 배경을 연계시킬 수 있는 과정을 본 연구 논문에서 제시하고자 한다.

(1) 공간적 시간

째깍에서 째깍까지의 거리를 공간으로 가정하는 경우이다. 이 때 공간이란 이중의 의미를 지니게 된다. 첫째로는 째깍과 째깍을 나누는 공간이다. 나아가서 이 공간은 장소라는 의미도 지니게 된다. 시간이 원론적으로 공간적인 개념은 아니지만 한정된 영역과 연관지어져서 장소라는 공간의 개념을 포함하게 되는 것이다.

(2) 비공간적 시간

독서나 음악이나 스포츠에 몰두하고 있을 때에는 공간화 되지 않은 시간의 형태가 발생하게 된다. 시간과 시간사이의 직선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게 되며 행하여졌던 일이나 움직임에 대한 기억에 의해 시간에 대한 지각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경우 시간의 단위는 집합적인 단위로 기억되고 이해된다. 통상적으로 우리의 시간에 대한 이해는 비공간적인 시간의 방법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3) 프랙탈과 시간의 연속성

프랙탈은 1975년 만델브로트(Mandelbrot)에 의해 만들어진 용어로써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서 학문적인 적용이 시작되었으며 새로운 차원의 세계를 나타내는 시각언어로써 통용되고 있다.

프랙탈은 고전적인 차원보다는 커다란 차원을 갖게 되며 분리된 차원, 모든 영역에서의 복잡한 구조, 무한정한 가지치기, 자기 유사성, 혼돈 역학(混沌 力學) 등의 특징을 지니게 된다.

본 연구에서는 프랙탈의 자기 유사적인 성격을 시간의 연속성과 연결하여 표현 과정에서 그 연계성(連繫性)을 나타내 보고자 하였으며 단위 요소를 프랙탈 구조를 보여 주는 나뭇가지 형태와 가스킷의 삼각형의 변환 과정을 따라 만들어 보았다. 단위 요소가 전체를 이루기 위해서 자기 복제(複製)를 지속하는 과정은 시간의 단위 개념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였다.

대상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것과 스스로 동화되던 원시인처럼, 이 기호들을 모방하고 그들과 일체가 되며, 우리는 호흡과 심장 박동마저 상징의 내적 리듬에 맞추어야 할 필요가 있는지도 모른다. 즉 그것은 상징을 체험하기 위해서는 상징들이 한정하고 활성화시키는 공간을 어떤 한계를 가지고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상징 자체가 되어 내적 행위로써 오히려 상징의 범위를 정해야 한다는 의미이다.⁷⁾

(1) 삼각형 이미지

가장 단순한 상황에서 일어나는 사르핀스키의 가스킷 프랙탈 도형은 정삼각형을 4개의 작은 정삼각형 부분으로 나누고 중앙의 부분을 빼어 가는 조작을 반복해서 얻을 수 있는 도형이다. 이 도형의 점은 결코 2차원적으로는 연속되고 있지 않지만, 각 삼각형의 변은 살아남아 있기 때문에 일차원적인 연속성은 가지고 있다.

(2) 나뭇가지 이미지 1,2

자연의 많은 진화 과정들은 위의 그림들과 같은 유사한 방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자기 유사적인 성격을 보여주면서 지속적인 진행이 이루어지는 생물체의 생존 과정은 프랙탈의 전개를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은 프랙탈은 특히 시간의 연속성을 나타내주는 기본적인 구조를 나타내 주고 있는데 단위가 연결되어 확장의 상태를 이끌면서도 기본 단위에 대한 무게나 형태가 지속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