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 시청률 조사 경쟁 6년을 돌아본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조사기술
외부시청 행태 증가에 대비한 휴대용 피플미터 상용화 예고

조성호 / 경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현재 시청률 조사에는 피플미터식 조사방법이 주로 이용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방송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피플미터식 조사방법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스카이라이프 등 위성방송과 PVR(Personal Video Recorder)의 활성화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가구 외 시청률에 대한 고려가 절실하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휴대용 피플미터(Portable People Meter)가 개발, 상용화 단계에 있지만 아직 정확도가 떨어져 피플미터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다양하고 새로운 방송이 속속 등장하면서 시청자의 시청행태를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게 측정하기 위한 방법에도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다. 초기에는 시청률을 간헐적으로 조사하기 위하여 일기식 또는 전화식 조사방법이 주로 이용되었다. 이후 지속적으로 시청률을 조 사하기 위하여 단순히 텔레비전의 켜고 끈 상태 와 어느 채널을 시청하고 있는지를 측정하는 기계식 방법인 오디미터(Audimeter) 가 이용되었다. 오디미터식 조사는 언제 어느 채널이 어느 정 도 시청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주지만 누가 시청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이에 대한 보완방법으로 일기식 조사를 병행해서 누가 시청했는지에 대한 간접적 추정 방식을 이용하였다. 이후 피플미터식 조사방법이 등장하면서 누가 언제 어떤 채널을 시청하였는지를 비교적 정확하게 측정하고 있고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다.

피플미터식조사,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활용

그러나 최근 방송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인하여 현재의 피플미터식 조사방법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가장 빠른 점유율 확산을 보이고 있는 케이블TV의 경우는 가입가구가 1천3백만개이기 때문에 현재의 피플미터식 패널을 통해 자연스럽게 시청률 조사가 가능하다. 하지만 스카이라이프 위성방송의 경우 가입가구가 180만개이기 때문에 기존 패널에서 개별 채널의 시청률을 파악하기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이 문제는 패널가구가 늘어나고 스카이라이프 위성방송의 가입자가 늘어난다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다. 또한 원하는 프로그램을 80시간 예약, 녹화, 저 장할 수 있고, 생방송 시청 도중에도 멈춤, 되돌려 보기, 슬로우 모션으로 보기가 가능한 TiVo나 Replay TV가 도입 및 확산되더라도 방송사에서 프로그램 고유번호를 입력하여 송출한다면 기존 피플미터식 시청률조사 방식으로도 녹화나 재생에 대한 측정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현재 상용화된 새로운 시청방식의 하나 인 위성DMB의 경우 피플미터식 방법으로 조사할 수 없다는 한계에 부딪치게 된다. 스카이라이프 위성방송 가입자에 대한 조사를 별도의 패널을 구축하여 조사하였듯이 위성DMB의 경우도 가입자만을 대상으로 별도의 패널을 구축하여 조사하면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현 재 가입자가 10만명을 넘어선 위성DMB를 비롯 하여 올해 12월에 출범하는 지상파DMB의 가입자가 향후 급격히 늘어난다면 기존의 텔레비전 시청행태에 다소간의 영향을 줄 것은 분명하다.

휴대할 수 있는 피플미터로 집 안팎 시청 행태 분석 가능

동시에 IP TV의 등장이나 인터넷을 통한 다양한 방송 이용은 현재의 피플미터로 측정하는데 한계가 있다. 즉 외부에서의 다양한 소스를 통한 시청행위가 늘어날 것이고 또한 일부는 집안에서도 DMB나 인터넷을 통해 시청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따라서 궁극적으로 집안에서의 텔레비전 시청행위만을 측정하는 기존의 방식에 문제가 제기될 것이고, 집 안팎에서의 다양한 시청취 행위를 한번에 측정할 수 있는 싱글 소스에 대한 요구 가 높아질 것이다. AGB 닐슨미디어리서치, 미국의 닐슨, TNS 등의 세계적인 시청률조사 업계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고, 이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 대안 중의 하나가 PPM(Portable People Meter)이다. PPM 방식은 1992년부터 아비트론이 개발에 착수하여 현재 상용화 단계에 있는 기술이다. 이 방식은 집안은 물론 외부에서의 다양한 멀티미디어 이용을 하나의 측정 방식으로 조사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PPM의 기본적인 조사 방법은 패널가구를 선정하여 패널가구원 전부가 휴대전화 크기의 미터기를 기상 이후 하루 종일 차고 다닌 후 잠자리에 들기 전에 휴대전화 충전기와 유사한 기기(Base Station)에 장착하면 된다. PPM이 이 기기에 장착되면 가구 구성원 각자의 데이터를 전화선과 연결된 가구 내 ‘Hub’라는 중앙통제 기기에서 수집하여 조사회사에 전송하게 된다.

현재 PPM의 배터리는 30시간 지속되고 보조 배터리 및 충전기가 제공되기 때문에 장시간의 휴가나 출장 중에도 데이터 축적이 가능하다는 장 점이 있다. 또한 패널의 협조도를 높이기 위하여 PPM에 동작감지 센서를 장착하여 패널이 PPM을 휴대하지 않으면 빨간 불이 깜빡거리고 휴대하는 동안에는 동작을 감지하는 동시에 점수가 축적되어 그 축적된 점수를 베이스 스테이션의 LCD 스크린에 보여줌으로써 이 점수에 근거해 보상을 하는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집 안팎에서의 다양한 매체이용을 한번에 측정할 수 있는 방식의 핵심은 채널인식 방법에 있다. 피플미터와 PPM의 채널인식방법의 차이를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현재의 피플미터는 주로 지정된 방송채널 주파수를 탐지하여 채널을 인식하거나 오디오 또는 비디오 매칭(Matching)방식을 이용하여 시청채널을 인식하였다. 오디오 매칭 피플미터 방식의 경우 영상과 음성으로 구성된 TV 방송의 음성샘플을 추출하여 녹화된 TV방송 프로그램의 오리지널 음성과 비교하여 어느 채널인지를 인식하는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반면 PPM 오디오 매칭 방식은 방송국에서 프로그램 송출시 특정 채널을 대표하는 신호음을 별도로 삽입하여 송출하고 PPM이 이 신호음을 감지하여 어떤 채널을 접촉하고 있는지를 감지하는 음향탐지 방법(Acoustic Detection Method)을 사용한다. 이 신호음은 기존 방송의 오디오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고 사람이 들을 수 없는 주파수로 제공된다. 또한 이 신호음은 VCR 녹화나 재생 시에도 작동하도록 되어있다.

PPM은 채널별 신호음을 탐지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아날로그방식이나 디지털방식 모두에 통용되고 지상파, 위성, 케이블을 통한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방송 모두를 한번에 탐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인터넷을 통한 방송 시청은 물론 위성이나 지상파DMB 송출 시에도 채널별 신호음을 삽입하여 송출하여 전부 탐지해 낼 수 있다. 탐지거리는 사람이 일반적으로 시청취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의 미디어 이용 행위만 탐지된다. 또한 헤드셋을 이용할 경우 아비트론에서 제공하는  헤드셋을 이용하면 탐지가 가능하다. 미국 닐슨의 경우 미국 내 지역시장의 텔레비전과 라디오 이용에 대한 동시 측정을 위해 2000년 아비트론과 전략적 협정을 맺은 상태이다. 또한 영국에 본부를 둔 TNS도 아비트론과 PPM 활용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은 상태다. 현재로서는 PPM이 유일하게 집 안팎의 다양한 멀티미디어 측정에 활용될 수 있도록 개발되고 실험되었고, 동시에 광고주의 싱글 소스(single source)에 대한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가장 근접한 측정방식이다.

채널별 신호감지하여 미디어 이용행위 분석 가능

하지만 PPM 방식에 대한 문제점 지적도 적지 않다. 현재 집 밖에서의 시청행위는 나라마다 차이는 있지만 AGB 닐슨 미디어 리서치에 따르면 약 5% 정도 이루어지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 5%의 추가 측정을 위해 기존 피플미터보다 정확 성이 떨어지는 PPM 방식을 굳이 이용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텔레비전 시청에 대한 측정이 이루어져야 되는데 PPM은 오디오를 탐지하여 시청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정확한 시청행위가 기록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피플미터 패널의 경우 본인이 TV를 시청할 때 자신에게 지정된 번호를 눌러주라고 하기 때문에 실제 시청시에만 기록되지만 PPM의 경우 실제 시청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청취가 가능한 거리에 있으면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시청으로 간주된다는 것이다.

동시에 국제적 시청행위의 기준인 ‘시청기회’가 ‘청취기회’로 바뀌어야 되고 자료의 호환성이 상실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현재의 피플미터가 외부의 미디어 이용에 대한 측정에 한계 가 있지만 피플미터를 PPM으로 완전히 대체해서 사용하기보다는 새로운 패널구축 등의 비용 문제를 고려한다면 내부 시청은 지금처럼 피플미 터로 측정하고 외부 시청은 피플미터 패널이 외출시에만 PPM을 휴대하여 그 기록을 기존 피플미터 데이터에 보완하는 방식을 제안하기도 한다. 미래의 측정방식으로 현재는 PPM이 가장 유력한 방식이고 다양한 미디어 이용에 대한 싱글 소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지만 현재의 피플미터를 단시간 내에 대체할 기기로 판단되지 않는다. 비록 TNS가 상대적으로 PPM의 가능성을 가장 높게 평가하고 있고 미국 닐슨의 경우도 PPM의 사용 가능성에 대해 협정을 체결한 상태이지만 대부분의 피플미터 사용국가의 경우 2010년까지 기존의 피플미터가 PPM으로 완전히 대체될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판단된다.

피플미터 비해 정확도 떨어져 상용화까지 시간 걸릴 듯

외부 시청행위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또 다른 경쟁자가 피플미터보다 우수한, 예를 들면 향후 더욱 발전된 PPM과 같은 미터기로 시장에 진입하지 않는 이상 조사회사가 기존의 피플미터를 자진해서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그 예로 1987년 미국의 닐슨이 수 년전에 이미 피플미터식 기술이 개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환에 드는 비용으로 인하여 1987년까지 오디미터로 측정하다가 AGB가 피플미터기로 미국시장에 진입하자 곧바로 피플미터로 대체한 경험이 이를 간접적으로 입증해 준다. 따라서 우리나라 시장도 비록 세계적으로 가장 앞선 위성DMB와 지상 파DMB로 인하여 다른 나라와 달리 외부 시청이 급격하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고 또한 IPTV나 인터넷 방송 등으로 인하여 집안에서의 시청 및 청취행위에 변화가 예상되지만, 현재의 피플미터기가 2010년 이내에 대체될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오히려 제3의 조사회사가 PPM으로 시장에 진입한다면 의외로 측정기기의 대체가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