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e | 브랜디드 컨텐츠 시대

재미있다의 반대말은 ‘안 팔린다’이다!

정재윤 / PPL 컴퍼니마케팅이사, grifon@empal.com

 

오늘날 신화·전설을 실제로 믿는 사람은 없다. 인간이 증명에 대한 강력한 측정수단을 소유하게 됨으로써 그간 굳건히 지켜져 왔던 ‘신화의 신화(Myths of myths)’는 급속히 붕괴되어 버렸고, 자본주의가 진전됨에 따라 브랜드(Brand)가 그 역할을 대신해 가고 있다. 신화·전설의 구조는 이제 컨텐츠로서 상품화 되어가고 있으며, 또한 브랜드와 결합함으로써 ‘브랜디드 컨텐츠’를 양산해 내는데 기여하고 있다.

기업도 이러한 추세에 기민하게 대응해 갔다. 예를 들어 과거 자동차 광고들의 메시지는 안전이나 배기량 등 품질·기능을 어필했던 것에 비해, 요즘은 화려한 영상미와 영화같은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소비자들에게 접근한다. 각종 영화제, 스포츠행사 등에 자연스럽게 배치된 브랜드들은 부지불식 간에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또한 기업이 직접 주관하는 이벤트 등은 소비자들을 적극 참여시켜 일종의 제례의식과 같은 형태를 띄어가기 시작했다. 따라서 이제 기업은 제품 그 자체가 아니라 브랜드가 품고 있는 철학/세계관 등을 강조함으로써 소비 그 이상의 것, 즉 ‘브랜드 문화(Brand Culture)를 공유’하는 것을 궁극의 목표로 삼고 있다.

이런 경향에 힘입어 업계에서는 요즘 “브랜디드 컨텐츠(Branded Contents)”라는 용어가 관심을 끌고 있다. 브랜디드 컨텐츠를 간단히 정리하자면 ‘TV프로그램, 커뮤니티 이벤트, 사람, 필름·비디오, 케이블TV, 인터넷 등의 매체를 적절히 활용하여 엔터테인먼트적 경험을 부여함으로써 브랜드의 명성·호의·가치를 공유하기 위한 아이디어’라 할 수 있다. 시대가 변했어도 사람들은 여전히 신화·설화 체계에 영향을 받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이제 이러한 이야깃거리들을 ‘즐기면서 소비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브랜디드 컨텐츠의 예를 하나 소개하자. 버거킹의 캐치프레이즈는 ‘Have it your way(마음대로 조리하세요)’다. 버거킹이 만든 복종하는 닭(www.subservientchicken.com)은 이러한 캐치프레이즈에 충실한 체험을 제공한다. 이 사이트를 처음 방문하면 거실에 닭 한 마리가 서있다. 그런데 정말 웃긴다! 문득 생각나는 아무 영어 단어를 입력창에 집어넣고 시험해보면 그에 복종하여 별짓을 다한다.‘Die’라고 치면 가슴을 움켜잡고 비틀비틀 쓰러지며, ‘God’라고 치면 무릎을 꿇고 앉아 삼배를 올리는데 마치 무슬림들의 기도 모습을 보는 듯하다. 버거킹은 2004년 4월 7일 단 20명에게만 이 사이트가 개설되었다는 사실을 살짝 알렸다. 그런데 불과 1주일 만에 약 4,600만회, 3주가 지났을 때는 약 1억4300만회에 이르는 경이적인 방문수를 기록했다.

이번에는 일본의 사례를 하나 살펴보자. 맥주회사의 홈페이지에는 당연히 맥주와 관련된 정보들이 제공된다. 그러나 맥주의 역사가 어떻고, 성분이 어떻고, 문화인류학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떠들어봤자 방문자들은 딱딱하고 일방적인 주입식 전달방식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일본의 기린맥주는 이것을 대학에 은유한 <기린비루대학> (http://www.kirin.co.jp/ daigaku/)을 통해 자사 브랜드에 대한 정보를 즐겁게 전달·공유(Infortainment)하고 있다.

◀(좌) BMW는 자동차 구입고객 중 85% 정도가 구매 전에 그 회사의 웹사이트를 방문한다는 시장조사 결과에 착안, 별도의 웹사이트(http://www.bmwfilms.com)를 통해 가이 리치, 존 프랑켄하이머, 이안 등 유명감독들을 동원하여 단편영화를 통한 자동차 홍보를 하고 있다.
▶(우) 지난 3월 30일 한국-우즈베키스탄의 월드컵 예선전에서 상암동 경기장의 대형 전광판을 통해 선보인 후 네티즌을 열광하게 했던 삼성전자 애니콜의 7분짜리 뮤직비디오 ‘애니모션(Anymotion)’의 한 장면이다.

학교 로고 아래에 “맥주가 즐거워서 참을 수가 없습니다! 기린비루대학은 인간의 행복의 일부를 담당하고 있습니다”라는 카피가 있는데, 이것은 기업이 고객과 공유하려는 일종의 브랜드문화(Brand Culture)의 실체를 알리려는 노력이라 할 수 있다.

기린비루대학의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본관을 중심으로 한 캠퍼스 풍경이 나온다. 그리고 종합 안내판이라는 곳에는 사회학부, 식학부, 주조학부, 문화인류학부, 사학부 등으로 안내하는 메뉴가 눈에 띤다. 이 학부들은 맥주가 그 학부의 특성에 따른 여러 정보를 재미있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데, 예를 들어 사학부의 경우라면 맥주의 역사 등에 대해 설명하는 식이다. 기린비루대학은 오프라인의 대학처럼 시험도 실시한다. 물론 어려운 것이 아니라 간단한 퀴즈 이벤트다.

한편 기린비루대학에서는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의 활동도 지원하는데, 오오사카(大阪)에는 일종의 안테나샵인 ‘KPO센터’라는 곳을 두고 있다. 이곳에는 1층의 카페와 3층의 레스토랑이 있어 각종 전시·공연 등의 행사가 수시로 개최되는데, 사람들은 기린맥주를 마셔가면서 다양한 이벤트를 즐길 수 있다. 또한 맥주에 대한 수강과 시음을 하면서 실제로 수료증을 받을 수 있는 교육과정(과외수업)도 개설하고 있다.기린비루대학에서 실시한 어떤 오프라인 이벤트들은 기발하기도 하거니와 브랜드컨셉과도 탁월하게 맞아떨어진다. 예를 들어 유명한 시인과 유람선을 타고 기린맥주를 마시면서 인생을 논할 수 있는 기회를 10명 정도에게 제공하는 이벤트를 들 수 있다. 맥주의 가치가 무엇인가? 술이란 것은 사람을 알고 인생을 논하는 매개체로서 우리에게 존재하고 있는 것 아니던가! 인생에 깊이가 탁월한 시인과 맥주를 마시면서 인생을 논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운치가 있어 보인다.

요약하자면, 신화·설화는 과거에도 그래왔고 지금도 그러하듯이 인간들에게 꿈과 지혜를 계승하게 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제 신화·설화는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그 자체가 브랜드화되거나 기업의 브랜드와 만남을 시도하려 한다.

이에 따라 기업은 이제 제품의 품질뿐만 아니라 브랜드의 가치로 승부해야 될 필요성을 인식하여야 하며, 강력한 브랜드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공유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Storytelling)들을 지속적으로 창출해야 한다.

브랜디드컨텐츠는 바로 이러한 이야깃거리들의 구전적 원형을 회복하고 복제성 풍부한 미디어를 활용하여 브랜드문화의 전파·공유·확산을 시도하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소설가 이윤기 선생의 “신화는 우리의 자궁이자 문명의 자궁이다”라는 글을 감히 차용하자면, “스토리텔링은 브랜드의 자궁이자 브랜드 문화의 자궁이다!

 

 


▲ (위) 버거킹이 개설한 ‘복종하는 닭’ 캠페인 사이트. 이 사이트에서 Die, God 등의 단어를 입력하면 복종하는 닭은 그 명령에 따라 갖가지 행동을 보여준다. 이러한 상호작용적 체험(Interactive Experience)은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관심과 함께 놀이거리로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