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원리의 가장 기본원칙 중에 하나인 수요와 공급이론에 따르면 모든 재화와 용역의 가치, 즉 가격은 시장 안에서 그 재화나 용역에 대한 수요의 양과 공급의 양에 따라 결정된다. 즉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면 가격이 오르고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으면 가격이 내리게 된다. 수요공급에 대한 이러한 간단한 설명은 수요와 공급이 모두 상대적으로 탄력적이고 유동적이라는 전제하에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방송광고의 경우 공급이 매우 제한적(한계적)인 속성을 갖고 있는데 이것은 신문이나 잡지와 같은 인쇄매체의 경우 광고수요가 증가하면 손쉽게 지면을 늘려 이를 해결하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라 할 수 있다. 아무리 많은 광고주들이 광고시간을 사려고 해도 모든 방송사에는 광고허용량(시간 상한선)이 책정되어 있어 가격을 조정하기 위한 공급량의 조절이 용이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국내시장의 경우 광고의 유형별로 광고허용량이 제한되어 있는데, 예를 들어 공중파 프로그램(방송순서 또는 제공)광고의 경우 프로그램 시간의 10/100 이내의 범위 안에서만 가능하도록 제약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광고허용량에 관한 제도를 자세히 살펴보면 제도에 따라 운영상에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가령 영국에서는 광고허용량에 대한 규정이 방송사마다 다르지 않고 모든 지상파 텔레비전 방송사가 동일하게 ITC에 의해 규제받고 있다. ITC는 광고를 하는 모든 지상파 텔레비전 방송사에 광고 허용량을 1시간당 7분을 넘기지 못하게 제한하고 있다. 또한 텔레비전 시청률이 높은 시간대인 07:00-09:00와 18:00-23:00에는 ITC의 사전허락 없이 이 둘을 합한 광고시간이 1일 평균 7.5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것은 ITC가 많은 사람들이 시청하는 시청률이 높은 시간대에 광고허용량을 줄여 시청자의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의도에서 만든 제도이다(민경숙, 1995).
그러나 영국에서는 1시간을 기준으로 광고시간량을 계산하지만 이것을 매시간 당으로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1일 24시간 동안 광고된 방송시간량을 모두 합한 후 24시간으로 나눈 시간당 평균으로 계산하는 1일 총량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따라서 방송사는 어떤 시간대에 광고수요가 몰릴 것이라고 예상이 되면 광고를 광고 제한량 7분보다 더 많이 하고, 반면에 비교적 광고수요가 적은 시간대에는 7분보다 적게 함으로써 전체 평균으로 볼 때 시간당 평균 7분을 넘지 않도록 조정할 수 있다. 하지만 ITC는 1일 총량제 안에서도 광고가 너무 몰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1시간 동안 광고 시간량이 12분을 초과해서는 안되도록 최대 광고시간량 제한을 두고있다(민경숙, 1995).
결국 영국의 경우에는 광고 허용량을 제한하는데 있어 1일 총량제를 실시함으로써 방송광고가 갖는 본질적인 공급의 문제를 부분적으로 해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현재 국내방송광고 시장에 나타나고 있는 포화상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서 광고 총량제의 도입을 제안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방송광고 시장환경하에서 고려할 수 있는 광고 총량제 방식은 크게 1일총량제와 시간 총량제로 구분할 수 있다. 1일 총량제는 실시될 경우 광고수요가 상대적으로 큰 프라임타임대의 광고공급을 증가시키는 반면에 시청률이 낮은 낮 시간대의 광고공급을 줄임으로써 부분적으로 광고시장의 과수요현상을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1일 총량제는 전체적인 광고의 공급량을 증가시키지 못하며 다만 방송사의 광고재원(수입)만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비난과 함께 방송사들이 프라임타임대에만 광고시간을 집중적으로 배정할 경우 야기되는 시청자의 권익과 방송의 공공성 침해라는 차원에서 문제가 되고있다.
그러나 이러한 비난과 우려는 하나의 기우에 그칠 수 있음을 미국 방송광고시장의 사례를 통하여 판단할 수 있다. 미국에는 원칙적으로 12세 미만의 어린이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광고시간에 대한 아무런 제한이 없다. 1990년에 있은 Children’s Television Act(어린이용프로그램에 관한 입법)에 따라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광고시간은 주말에 시간당 10분 30초 이내, 평일에는 시간당 12분 이내로 제한되고 있다. 이러한 경우 당연히 프라임타임대의 광고시간이 낮 시간대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지만 일반예상과는 달리 프라임타임대와 낮 시간대의 비프로그램 시간을 비교하여 보면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프라임타임대의 비프로그램8)시간이 적게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표 2-1>, <표2-2>)참조)(배기선, 1998;신정신, 1998). 이것은 네트워크들이 프라임타임대에 방송되는 광고물의 클러터(clutter)현상을 막아 프라임타임대의 광고효과를 높게 유지하고 많은 광고가 방송되는 경우의 소비자불만과 있을 수 있는 규제당국의 개입을 사전에 막기 위한 것이다(배기선, 1998).그러나 국내 방송광고 시장과 같이 프라임타임대와 낮시간대의 구분없이 모든 시간대가 포화상태에 도달한 시장에서 1일 총량제는 문제해결을 위한 최선의 방법일 수 없을 것이다.
다른 방식인 시간총량제는 원래 시간당 광고길이 또는 횟수로 제한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국내 시장의 스팟(스테이션브레이크)광고의 경우에는 광고시간 뿐만 아니라 횟수로도 제한되고 있다. 즉 시간당 2회 이내(1회당 90초), 매회 4건 이내로 제약을 받고 있다. 따라서 1회에 삽입될 수 있는 광고는 20초 광고 3개와 30초 광고 1개로 구성된다(다이아몬드베이츠 싸치앤싸치 코리아 매체팀, 2000). 이 경우 건수에 대한 제한을 풀고 광고시간(길이)에대한 제한만을 유지한다면 1회당 90초에 대한 제한만을 지키면 되므로 예를 들어 15초 광고 6개를 삽입하여 전체 광고 시간의 길이는 증가시키지 않고 광고시장의 과수요 및 포화상태를 해결할 수 있는 적절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국내시장의 총량제 도입은 여러 차례 방송사 및 광고업계로부터 요구되어 왔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실행되고 있지 못하며 또한 이것은 법개정사항이기 때문에 시행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며 앞으로 광고계가 보다 많은 연구를 통해 풀어나가야 할 과제이다.
방송광고는 공급뿐만 아니라 수요 또한 비탄력적인 속성을 갖고 있다. 즉 단순히 가격을 낮춘다고 수많은 광고주가 방송사로 몰려오지 않으며, 대부분의 광고주들은 계절별 판매유형을 갖고 있어 그들의 판매 최고 절정기에 즈음하여 광고를 기획한다. 또한 한 해 중 특정 시기는 여러 산업분야에서 신제품 출시에 가장 적절한 때가 된다. 따라서 특정시기에는 광고수요가 급증하는 반면에 다른 시기에는 광고요금이 싸게 책정되더라도 수요가 격감하게 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다시 말해 방송광고는 공급량이 항상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훨씬 더 수요에 민감하게 되며 따라서 수요가 많은 기간에는 광고요율이 엄청나게 올라가게 된다.
수요폭증과 포화현상은 국내 방송광고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여러 가지 요인들이 고려될 수 있지만 가장 기본적으로는 공급량에 비해 수요량이 많기 때문인데, 이것은 타 매체에 비해 방송매체의 광고요금이 상대적으로 너무 낮게 책정되어 있기 때문일 수 있다. 즉 광고효과 측면에서도 타 매체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간주되는 방송매체의 광고요금이 낮게 책정되어 있다는 것은 광고주에게는 여간 큰 유혹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인식은 이미 광고업계에 널리 공유되어 왔으며 이에 따라 방송광고요금의 인상에 대한 많은 요구가 있어왔다. 그러나 그 때마다 국가경제와 물가에 미치는 파급효과 등을 감안하여 이러한 요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표 3>에서 보듯이 지난 10년 동안 방송광고와 신문광고의 요금변동 추이를 볼 때, 신문광고요금은 연평균 32.9% 인상된 반면에 방송광고요금은 연평균 8.1% 인상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방송광고 요금의 인상은 국가경제나 물가의 상승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는 논리적인 주장이 될 수 없다.
이번에 KOBACO는 새로운 요금제도를 도입하면서 기준요금을 총재원의 10%이내에서 조정하였다. 현재 수요상황을 감안하면 그 이상의 조정폭이 필요하다고 분석되지만 광고주의 현실적인 입장을 반영하여 제한적 수준에서만 요금 조정이 이루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궁극적으로 방송광고 요금을 적당한 수준으로 인상하는 것은 방송광고시장의 과수요 현상을 방지할 수 있는 한 방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나아가 케이블과 같은 비인기 타 매체로 광고주를 이동시킬 수 있을 것이며 결국 매체간의 균형적인 발전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으로 사려된다.